특집

찬란한 봄날의 우도

우도메인사진

우도봉은 떠나온 자가 떠난 곳을 잊지 못해 찾는 곳이다. 아스라이 한라산이 보인다. 제주도를 그리움의 물결 너머로 바라본다. 여행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우도의 저녁은 신비로울 정도로 평화롭고 조용하다.

 

우도바다와사랑을

 

봄의 아리아가 울려퍼진다.

우도캘리

 

우도를 다녀오기 전에 섬은 그리움에 사무치다 홀로 우는 작은 땅이었다. 육지와 단절된 채 수십 수백 차례 바뀌는 계절을 감내했던 곳, 치유할 수 없는 외로움이 켜켜이 쌓이면 결국 섬이 된다고 여겼다. 하지만 우도는 그동안 생각했던 섬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봄의 아리아가 섬 안팎을 채우며 울려 퍼진다. 섬과 사람들은 생기로 가득 차 재잘거리느라 바쁘다. 파란 바다와 짙푸른 하늘은 무대를 에워싼 관객이다. 우도 속살 깊숙이에서 시작된 봄 소리는 우도 전체를 흔든다. 시끌벅적할 정도로 활력 넘치게, 요란할 정도로 찬란하게. 까만 돌담에 기대 잠시 쉬던 봄이 살포시 여행자의 손등에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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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빈백사(西濱白沙)라는 이름처럼 하얀 모래 백사장이 펼쳐지는 특이한 해변이다. 눈이 부시도록 흰 모래는 홍조단괴이다. 서빈백사 해안의 맑은 물빛 너머 제주섬의 지미봉이 가깝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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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는 4월 노랗게 물이 든다. 유채물결 바람에 흔들리고 까만 돌담이 어우러져 선명한 색으로 칠해진 유화 한 점을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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➊ 해 질 녘이면 우도의 시간과 공간은 신비에 휩싸인다. 우도봉에서 바라본 제주 섬의 지미봉은 구름 고깔모자를 쓴 듯하다. ➋ 가마우지 날개짓이 물질하는 해녀에게로 향한다. 뭍에서 다가가는 사람들은 그들에게 위협적으로 느껴지는데 반해 해녀들은 바다를 함께 공유하는 벗으로 여기는 건 아닐까싶다.

 

 

우도(牛島)는 한자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소섬이다.

세월의 주름을 드러내는 해안절벽과 야트막한 해안가가 서로 어우러져 소의 형태를 하고 있다. 오름인 우도봉을 제외하고는 비고가 30m 내외의 넓고 비옥한 땅이다. 제주에 속해있는 섬 가운데 가장 큰 섬으로 15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이 살지 않았다. 숙종 23년(1697) 국유 목장이 설치되면서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특산작물인 땅콩이 특히 유명하며 전복, 소라, 톳, 홍해삼 등이 알려져 있다. 밭이 많고 돌담이 굽이친다. 해안 길을 가다 보면 해녀들의 숨비소리가 종종 들려온다. 최근에는 널리 알려져 많은 사람이 찾는다. 봄의 활력이 넘치는 섬, 우도로 섬 속의 섬 여행을 떠나보자.

우도 가는 배는 성산항과 종달항 두 곳에 있다.

우도에 가려면 성산항에서 배를 타는 것이 좋다. 종달항에서는 계절별로 하루 4~7회 정도만 배가 있는 것에 반해 성산항에서는 아침 8시부터 20회 또는 그 이상까지 30분 간격으로 운항한다. 성산항까지 가기 위해 제주시에서 성산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우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우도의 형태를 가장 우도답게 볼 수 있는 곳이 구좌읍 종달리 부근의 해안이다. 우도 비경을 일컫는 우도 8경 가운데 전포망도(前浦望島)는 제주도에서 본 우도의 아름다움을 말한다. 이곳에서 우도를 바라보면 동쪽으로 야트막하게 우도봉이 솟아 있고 서쪽 기슭을 따라 평평하다 서쪽 끝에서는 바다로 잠기어 버리는 모양이다. 구릉처럼 완만하고 긴 형태로 솟아있는 소를 닮은 섬, 보기에는 소가 느리게 움직이듯 밋밋한 느낌이지만 실제 섬에 들어가 보면 보기와는 다른 매력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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➊ 성산해안도로에서 만나는 우도의 모습이다. 우도의 형태를 가장 우도답게 볼 수 있는 구좌읍 종달리 부근의 해안에서 본 우도는 동쪽으로 야트막하게 우도봉이 솟아 있고 서쪽 기슭을 따라 평평하다 서쪽 끝에서는 바다로 잠기어 버리는 모양이다. 우도 비경을 일컫는 우도 8경 가운데 전포망도(前浦望島)이다. 구릉처럼 완만하고 긴 형태로 솟아있는 소를 닮은 섬, 실제 섬에 들어가 보면 보기와는 다른 매력을 만날 수 있다. ➋ 성산항에서 우도까지 하루에 스무 차례 이상 30분 간격으로 배가 운항을 한다. 우도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15분이다. ➌ 방금 전까지 성산항에 있었고 지금은 우도를 향하는 배위에 있다. 고성을 방불케 하는 성산일출봉의 멋스러운 자태가 여행자의 시선을 끈다.

 

 

우도의 봄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하루쯤 머무는 여행을 추천한다.

시간에 쫓기며 한 바퀴 휭 둘러보고 빠져나가는 당일 여행으로는 우도의 속살까지 만질 수 없다. 우도에서의 교통수단은 의외로 다양하다. 최근에는 전기차와 스쿠터가 핫한 교통수단이다. 자전거를 대여하거나 30분마다 있는 우도 내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이들도 많다. 1박 2일 일정이라면 자동차를 가지고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장 느리지만 여유가 넘치는 우도여행은 걷기이다. 우도의 한적한 해안과 구불구불 이어지는 까만 돌담이 구획해 놓은 밭들 사이에 난 길을 걷는다. 천천히 해안길과 조용한 마을길을 걷다 보면 또 다른 우도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올레 마니아라면 4~5시간 소요되는 우도올레 코스를 따라 걷는 것도 의미 깊다. 발길 닿는 대로 유유자적하며 짭조름한 바다 냄새와 풀 내음이 버무려진 봄의 향기를 가슴 가득 들이킬 수 있는 우도 걷기는 교통수단을 이용한 여행과의 다른 느림의 미학이 있는 여행방법이다.

바닷바람을 마주한 지 15분이면 우도의 천진항에 도착한다.

항구에서 내려 성산일출봉이 지척으로 보이는 톳간이로 향한다. 이른 봄 톳이 많이 나서 톳간이라 불리었다고도 하며 소 여물통처럼 생겨 이름이 생겼다고도 한다. 해안가에 서면 우도봉 아래의 기암절벽이 위태로운 듯 신비롭다. 큼지막한 몽돌이 구르는 소리가 달그락달그락 귀를 때리듯이 크게 들린다. 꽤 파도가 센 탓이다. 커다란 지석묘가 시선을 끄는 것도 잠시 어느새 눈은 살아있는 꽃 더미에 꽂힌다. 흐드러지게 핀 노란색의 갯괴불주머니 군락이 우도의 까만 돌담 위에 봄을 선명하게 그려 넣고 있다. 그 너머에 손에 잡힐 듯한 성산일출봉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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➊ 검멀레 해안에서 본 우도봉 정상 가까이에 우뚝 솟아있는 우도등대와 우도등대공원의 모습이다. ➋ 검멀레해안의 끝에 가을이면 동굴음악회가 열리는 거대 동굴이 있다. 널찍하고 미끄러운 동굴은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소로 알려져 있다. ➌ 검멀레의 ‘검’은 ‘검다’의 의미고 ‘멀레’는 ‘모래’를 뜻한다. 검멀레 해변은 그 이름처럼 모래사장이 검다. 짙은 모래 때문인지 물빛이 유난히 짙다. ➍ 보트를 타고 검멀레해안의 동굴 안으로 들어가야 보는 주간명월, 동굴 안에 비쳐든 오전 햇빛이 달그림자처럼 보인다.

 

 

올봄 우도 여행은 맛집 탐방을 플러스한다.

우도의 특산물인 땅콩이 들어간 각양각색 군것질거리와 스토리가 있는 음식 등 핫한 음식을 최대한 맛보려고 한다. 항구에서 차로 마을 언덕만 넘으면 보이는 땅콩손만두와 땅콩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돼지네’가 첫 번째로 선택한 맛집이다. 우도에 정착한 젊은 주인장의 손길에서 하나씩 거대 땅콩이 빚어진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찜통으로 바로 전달, 한 김 푹 쪄낸 후 따끈따끈한 만두가 대령한다. 땅콩만두는 모양이 땅콩을 닮았고 고소함이 진하다. 우도 특산물인 땅콩을 넣어 모양과 맛을 잡다니 기발한 생각이다. 갓 쪄낸 만두를 그 자리에서 먹는 맛이란! 김치만두의 매콤함과 고기만두의 풍성함이 찰지다. 그 자리에서 몇 개를 먹고는 출출할 때를 대비해 조금 더 샀다. 후식은 땅콩 아이스크림. 우도에서의 땅콩아이스크림 행진은 계속되었다. 검멀레해안 위의 ‘지미스’가 문전성시를 이루는 데는 뭔가 비결이 있겠지. 땅콩을 숙성시켜 만든 아이스크림이라고 하는데 땅콩을 듬뿍 얹어주어 씹는 맛과 함께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인기 만점인 이유 중의 하나는 가게의 위치다. 야외테이블에서 아이스크림을 손에 들고 유유자적 검멀레해안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크다. 검멀레는 검은 모래라는 제주 말이다. 검은 모래와 물속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맑은 바다색이 인상적이다. 검은 모래 해변의 여러 개의 동굴입구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고래 콧구멍’이라고 부르는 ‘동안경굴’은 입구는 작지만 그 안은 크고 웅장하여 고래가 살았을 법한 큰 규모이다. 보트를 타야 들어가 볼 수 있고 오전 햇살에 달그림자를 만들어 ‘주간명월’이라 불린다. 해안 끝의 동굴은 접근이 가능한데 바닥에 이끼가 덮여있어 미끄러우니 조심해야 한다. 매년 동굴의 음향을 활용해 동굴 음악회가 열리는 이색 음악당이다. 동굴바닥에 앉아 오케스트라와 가곡의 선율에 흠뻑 빠져들 수 있다니 낭만적이지 않은가.

검멀레해안에서 나와 우도 해안가를 따라 걷는다.

자동차보다는 걷기가 좋을 것 같은 날씨다. 세 번째 맛집이 나타난다. ‘우도씨’. 왕호떡과 숯불수제핫도그가 출출함을 달래기에 그만이다. 제주도에는 비양도가 두 곳이 있다. 제주도 한림 앞바다에 있는 섬, 비양도와 우도에 붙어 있는 작은 섬, 비양도다. 이곳 비양도의 바람은 유난히 세게 느껴진다. 몸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사방에서 바람이 불어대어 피할 곳이 없나 찾다 연대를 망견한다. 그 뒤로 가니 햇살 아래 바닷바람을 피하고 있는 땅채송화와 갯까치수염이 절정이다. 바람코지와도 같은 비양도에서는 오래 머물기 힘들었다. 꽃들과의 짧은 만남에 작별인사를 건네고는 후다닥 비양도를 뒤로 하였다.

바람에 홀대당한 기분을 아는지 하고수동해수욕장의 맑고 조용한 물빛이 비양도의 바람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채운다. 우뭇가사리를 널어 말리는 봄날의 섬마을 풍경이 따사롭다. 갑자기 길이 북적거린다. 자전거에, 스쿠터에 몸을 싣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달려나가는 청춘들에게 우도여행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스침이다. 언제부터 이렇게 우도를 찾는 이들이 많아진 것일까. 포댓자루에서 곡식이 쏟아져 내리듯이 배를 빠져나오던 그 사람들이 해안도로를 점령한 듯하다. 내가 배에서 내린 이후로도 배는 계속 우도에 사람을 쏟아부었을 것이다. 오후가 되면 우도의 현재 인구는 최고점을 찍는다. 이때는 북적거리는 해안도로보다 골목길로 접어드는 것이 좋다. 하릴없이 걷는 발걸음, 오늘 우도를 떠나지 않아도 되는 이의 여유다.

오후 빛이 점차 내려앉는다.

코발트색 바다를 머금은 모래사장에 서서 나의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싶다는 바람에 서빈백사로 향한다. 서빈백사(西濱白沙)는 이름처럼 하얀 모래 백사장이 펼쳐지는 특이한 해변이다. 눈이 부시도록 흰 모래를 자세히 살펴보면 둥근듯 울퉁불퉁하다. 그동안은 ‘산호모래’라 불러 왔으나 실제로 산호가 아닌 홍조단괴 모래이다. 홍조류의 일종으로 광합성을 하여 세포 혹은 세포 사이의 벽에 탄산칼슘을 침전시키는 석회조류 중의 하나라는 어려운 설명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우뭇가사리, 김 등이 홍조류인데 그런 식물체 종류 중의 하나가 석화되어 이 해변을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 아닌가. 미국의 플로리다, 바하마 등지에서도 홍조단괴를 볼 수 있지만 서빈백사처럼 해변을 따라 넓게 퍼져있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라고 한다. 가치가 높아 천연기념물로 보호하고 있어 외부로 가져가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해 질 무렵이 다가온다.

우도봉에 올라 일몰을 맞이할 것인가, 바로 이곳 서빈백사에서 해넘이를 볼 것인가? 행복한 고민에 휩싸인다. 해 질 무렵이 되면 우도 전체는 가쁜 숨을 고르고 편안한 호흡을 시작한다. 썰물처럼 빠져나간 사람들의 자리는 이제부터가 진짜 우도여행이라는 속삭임으로 가득해진다. 황금시간대의 우도봉을 보지 못하면 후회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부리나케 우도봉으로 향한다. 우도봉 정상을 향해 난 산책로에 연인으로 보이는 한 쌍의 청춘 남녀, 어린 딸과 아버지가 도란도란 풀밭 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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➊ 저녁 무렵의 우도봉에 사람들이 거의 없다. 한산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해무 위에 떠있는 성산일출봉을 바라본다. ➋ 우도 섬 속의 섬인 비양도에 위치한 연대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망대이다. ➌ 옥빛 바다색으로 유명한 서빈백사는 우도를 찾는 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해변이다.

 

 

풀을 뜯는 말들과 함께 황금빛으로 변해가는 들판을 수놓는 우도의 저녁 풍경이다. 뉘엿뉘엿 한라산 쪽으로 해가 내려온다. 이때 얼마 되지도 않은 여섯 명의 일행이 반으로 편이 갈린다. 우도봉 정상으로 가려는 셋과 서빈백사의 물빛이 내내 발길을 붙잡아 그곳으로 다시 가고 싶어 하는 다른 셋이다.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 각자 원하는 곳으로 최대한 빨리 가기! 이조차 설렘이다. 다른 한 곳을 버리고 바다로 가는 나의 선택은 과연 아쉬움을 남기지 않을까. 서빈백사가 내려다보이는 해안가에 선다. 여행자들이 막 배를 타고 떠나간 우도의 밤은 낮의 요란함과 대조되는 침묵의 즐거움이 흐른다. 봄볕으로 데워졌던 공기를 바다에 깊숙하게 가라앉히고 사람도 섬도 서늘하게 밤의 고요 속으로 빠져드는 그 시간이 외로운 듯 평화로운 느낌이다. 카메라를 이 시간을 위해 기꺼이 들고 온 삼각대위에 얹었다. 서빈백사의 하늘과 물빛이 변해간다, 붉게. 불타듯 붉음이 아니라 마음을 애달프게 하는 야릇한 붉음이다. 오늘의 해넘이는 신비롭다. 이 시간에 이곳에 서 있음이라니…… 서빈백사가 와인 한잔을 마신 듯 발그레 상기되었다. 이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 또한 우도 섬 풍경에 취한다. 달콤 쌉싸름한 와인 한잔을 음미하는 시간은 짧았다. 인생의 찬란한 순간이 생각보다 빨리 지나가 버리듯. 펜션에서의 저녁은 18번 메뉴, 바비큐다. 피어오르는 연기처럼 점차 사라져가는 우도에서의 시간이 아쉽기만 하다. 우도의 밤은 빠르게 찾아왔고 풀벌레 소리와 함께 조용히 잠이 든다.

아침이 요란하다.

바람이 거셀 대로 거세고 검멀레해안을 다시 찾아 아침 풍경을 담고자 했던 나의 바람은 파도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다. 우도의 날씨는 예측불허다. 배가 뜰 수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들 정도로 파도가 점점 높아진다. 오후부터는 풍랑에 배 운항을 못 하게 될 거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여유로운 점심을 먹고 우도를 나서려던 계획은 바쁜 아침을 시작으로 무산될 전망이다. ‘로뎀’의 한치주물럭과 1인 3,000원 추가로 맛보는 한라산볶음밥이 선택 메뉴다. 9시부터 영업을 하니 식사는 할 수 있겠다. 마음은 불안한데 매콤한 한치와 불고기의 화끈한 맛에 불안감이 자취를 감춘다. 양념과 고기를 적당량 남겨서는 그 유명한 한라산볶음밥을 주문한다. 주인장의 유쾌한 퍼포먼스에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밥에 하트가 그려졌다. 한라산이 만들어지고 백록담에서 달걀물 용암이 흘러내린다. 부글부글 용암이 지글거리는 위에 치즈를 송송 뿌려주는 센스. 음식을 먹는 건지 단막극 한 편을 보는 건지, 이곳이 입소문을 타게 된 이유를 충분히 알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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➊ 강한 바람을 피하기 위한 높은 돌담과 낮은 지붕이 정겨운 우도의 집들 ➋ 마을의 액운을 막아달라는 소망을 담은 방사탑이다. 탑 위에는 새의 형상을 닮은 돌을 올려놓는다. ➌ 봄날 바다에서 채취한 우뭇가사리와 해녀들의 필수품, 테왁

 

 

마지막으로 돌아본 서빈백사도 바람이 거센 탓인지 물빛이 어제와 다르다.

바람이 거칠다 하였는데 바다에는 주홍빛 테왁이 점점이 박혀있다. 해녀들의 간헐적인 숨비소리가 허공을 가른다. 가까운 바다는 할망해녀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공동체의식이 강한 제주도 해녀는 나이 들어 물질하기가 버거운 어르신들을 위해 가까운 바다를 할망바다라 부르며 그분들께 내어준다. 바위섬에 앉은 가마우지가 바로 옆에서 물질하는 해녀들이 벗이라도 되는 양 떠나지 않고 바라본다. 마을길로 들어가니 나지막한 지붕들이 주황, 녹색, 파랑으로 칠해져 있다. 높은 돌담이 바람을 막아주고 있어 안온하다. 유난히 돌담이 많은 우도는 유채꽃 필 때면 유화 한 폭을 그려 넣은 듯 풍경이 정갈하다. 돌담은 밭 사이를 경계 짓고 바람을 막아 작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밭작물을 심지 않은 노는 땅에 분홍빛 등심붓꽃이 제집 인양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잡초라고 하지만 꽃은 그만으로 충분히 사랑스럽다. 짧은 휴식을 들풀과 함께 하였다. 서둘러서 항구로 간다. 혹시라도 오후에 배가 뜨지 않을까 하여 많은 사람이 항구에 밀려든다. 하지만 잠깐 짬을 내서 ‘소라반점’에 들러 한치 짜장면, 한치 짬뽕을 맛보기로 한다. 한치 한 마리가 들어간 해물요리가 간단한 점심 메뉴로 적당하다. 짜장(8,000원), 짬뽕(12,000원)으로 가격이 센 편이니 참고하자.

섬은 한번 발이 묶이면 꼼짝할 수가 없다.

지레 겁을 먹고 후다닥 빠져나온 우도, 오후까지 찬찬히 둘러보려 했던 마음을 채울 수 없어 아쉽다. 우도 땅이 점점 멀어져 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의 우도여행을 소망한다. 우도는 사람과 풍경 그리고 특별한 맛으로 찬란한 봄날을 빚고 있었다. 봄날의 우도는 더 없이 활기차고 요모조모 즐거움이 있어 찾는 이들에게 생기 넘치는 봄을 선물한다.

 

우도8

●배편 정보 : 성산항에서 우도까지 약 3.8㎞ 배로 15분 정도. 성산항에서 우도로 가는 도항선은 오전 8시부터 30분 간격으로 운항되며 우도에서 성산항으로 운항하는 배는 ( 겨울 : 오후 5시 / 3월, 10월 : 5시 30분 / 4월, 9월 : 6시 / 5~8월:6시 30분) 계절마다 시간이 다르므로 잘 확인해야 한다. 하우목동항에서 제주로 가는 배편은 계절별로 달라진다. (9시 이후부터 5시까지 1시간 간격으로 운항) 문의 : 성산대합실(064-782-5671), 종달항 대합실(064-782-7719), 천진항 대합실(064-783-0448), 하우목동항 대합실(064-782-7730)

●배편 요금 : (왕복)성인:5,500원, 초등학생 2,200원, 차량운임 : 중소형차 26,000원, 12인승 승합차 30,400원, 15인승 승합차 36,000원 교통수단 : 전기차(2시간 기준 25,000~30,000원) 스쿠터(CC별로 15,000~20,000원), 자전거(종일 10,000원), 우도버스투어(5,000원)

●여행포인트 : 하이킹 코스 해안도로는 약 13㎞이며 2∼3시간 소요. 올레 1-1코스는 15.9㎞, 6시간 정도 소

 

 

우도9

➊ 우도 검멀레해안 위에는 몇 개의 아이스크림 집이 성업 중이다. 야외테이블에서 아이스크림을 손에 들고 유유자적 검멀레해안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크다. ➋ 그림자 길게 드리우는 늦은 오후에 일행들과의 그림자놀이는 즐겁다. ➌ 요즘 우도 내 교통수단으로 가장 핫한 전기차, 대여료는 2시간 기준 25,000~30,000원 ➍ 바닷바람 시원하게 맞고 싶다면 스쿠터를 타고 해안도로를 달려보자. ➎ ‘돼지네’ 땅콩손만두. 하나씩 손으로 직접 빚은 고소한 땅콩이 들어간 만두다. ➏ 후식으로 먹는 ‘돼지네’ 땅콩 아이스크림은 땅콩을 잘게 부숴 고명처럼 얹어준다. ➐ ‘소라반점’의 한치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해물자장면. 가격은 8,000원이다. ➑ 우도바당·땅콩영농조합법인에서 운영하는 ‘우도엔땅콩’에서 우도 땅콩을 비롯하여 땅콩캐러멜, 땅콩알사탕, 땅콩막걸리를 구입할 수 있다. ➒ ‘로뎀’의 한치주물럭을 맛본 뒤 1인 3,000원 추가로 맛보는 한라산볶음밥. 볶음밥으로 만든 한라산과 용암 퍼포먼스가 식사시간을 유쾌하게 만든다. ➓ ‘하하호호’카페의 유명한 흑돼지수제버거, 워낙 인기 있어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11. ‘우도씨’의 왕호떡과 숯불수제핫도그가 출출함을 달래기에 그만이다. 12. 검멀레해안 위의 ‘지미스’에서 맛보는 땅콩 아이스크림. 땅콩을 듬뿍 얹어주어 씹는 맛과 함께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황정희

포토그래퍼 / 오진권

일러스트 / 강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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