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가을빛으로 물들어가는 오름에서 숨바꼭질하듯 찾아낸 야/생/화

야생화메인

 

가을빛으로 물들어가는 오름에서

숨바꼭질하듯 찾아낸 야/생/화

 

 

제주의 가을에 억새만 보았다면 맛있게 구운 빵의 겉면만 맛보는 셈이다. 그 안의 맛난 앙꼬는 가을 오름에서 만난 야생화들이다. 사람 키만큼 자란 억새들 아래 분홍빛 고개를 내민 야고의 순진한 아름다움에 한라부추의 낭창거림, 쑥부쟁이의 가을노래가 있다. 억새가 없는 오름에서는 야생화들이 제세상이다. 어떤 오름은 오름 전체가 천연꽃밭이다. 가을야생화와 더불어 마음마저 꽃이 되는 오름에 올라보자.

 

통오름-야생화

❶ 꽃향유 꽃향유의 자줏빛은 가을산의 쓸쓸함을 달래주는 화려함이다. 올레길에 포함되어 있는 오름 능선을 걸으며 산담도 휘돌아 나가고, 놀멍 쉬멍 오름을 거닌다. ❷ 자주쓴풀 자주색의 화려한 색감을 가지고 있고 꽃받침도 5개, 꽃잎도 5개의 별처럼 깔끔한 모양의 꽃을 피운다. 초지로 된 오름에서 종종 만날 수 있다. ❸ 활나물 통오름에는 유난히 활나물이 많은데 털이 보송보송 나있는 활나물을 보면 장군을 보는 듯하다. 청보라 빛의 독특한 색감과 모양이 눈길을 끈다.

 

 

오름 능선따라 펼쳐지는 천연정원 – 통오름

통오름은 물건을 담는 통과 비슷하다 하여 통오름이라 불린다. 가을이면 꽃바구니를 연상시키니 꽃을 담는 통이다. 동쪽 사면을 빼고는 오름 대부분이 나지막한 풀들로 뒤덮여 있고 분화구 안에는 밭이 보인다. 분화구 둘레는 약 1km 정도로 제주올레길 3코스에 오름능선길이 포함되어 있다. 통오름은 그리 높지 않는데 보이는 풍광은 드넓다. 말들이 능선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도 쉬이 볼 수 있는, 가을이 가장 편안하게 꽃놀이 하다 가는 오름이지 싶다. 가을이면 야생화의 천국이 되는 오름에 올라서면 꽃향유가 융단처럼 깔려있고, 보랏빛 당잔대가 살짝 살짝 고개를 내민다. 미역취와 매화를 닮은 듯 순결한 아름다움으로 피어나는 물매화, 털복숭이 활나물, 패랭이와 이질풀의 선명한 붉은 빛이 반긴다. 가을꽃들은 겨울을 코앞에 둔 절박함으로 이렇듯 선명한 색으로 피어난다. 그래서 통오름의 가을꽃밭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꽃의 유혹에 빠져 한걸음씩 떼다보면 어느새 오름 능선을 돌아 제자리다. 산담 주위에 잠시 앉아 가을하늘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해보자. 이 가을이 이렇듯 아름답고 행복한가라는 상념에 빠져서….

찾아가는 방법 : 97번국도(번영로)를 따라 성읍리 오거리에서 성산방향으로 진입, 모구리야영장 가기 전, 우측으로 난 도로를 따라 가면 1136번 일주도로와 만나는 지점 좌측에 통오름이 위치한다.

 

 

야생화_돝오름

돝오름 / 가을에는 어느 오름을 가나 화려한 꽃향유가 반긴다. 화려한 유혹속에 살며시 고개를 내미는 물매화가 청초한 오름이다.

 

 

비자림을 지키는 풍만함과 들꽃 – 돝오름

 돝은 돼지를 뜻하는 제주어로 오름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돼지를 닮았다고 하는데 어느 모양새인가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오름의 형태는 계란모양의 원형이며 정상에는 둥근 분화구가 있다. 오름의 정상부에 오르면 비자림을 비롯한 성산일출봉과 행원풍력발전단지, 동쪽 바닷가가 한눈에 들어와 시원스럽다. 바로 이웃해서는 거대한 원형굼부리를 지닌 다랑쉬오름이 보인다. 입구에서 우측으로 꺾어서 오름 등성이를 따라 완만하게 등산로가 나 있어서 힘들이지 않고 산행을 할 수 있다. 초입에는 삼나무와 소나무가 짧은 숲을 이루고 있다. 숲과 정상부 민둥산 사이에는 비자림에서 떨어져 나온 작은 비자나무들이 보이고, 댕댕이덩굴, 찔레나무, 쥐똥나무가 꽝꽝 들어차서 혼란스럽다. 이 숲을 지나면 야생화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가을에는 꽃향유가 풍성하다. 흰색의 물매화도 보이고 키가 꽤 자란 풀들 사이에는 실하게 자란 용담이 여러 개의 꽃망울을 매단 채 피어있다. 자주쓴풀도 꽤 많이 보인다. 이러한 야생화들은 오름 정상부를 가득 메울듯이 피어나 있어 주변 오름들과 배경으로 야생화 사진을 찍기에 그만이다.

찾아가는 방법 : 제주시에서 1131번 도로(5·16도로), 교래리 방향 1112번 도로(비자림로)를 따라 오다 송당사거리에서 비자림 방향으로 진입, 비자림 입구 가기 전 비치빌펜션 표지판 좌측으로 들어서 비자림이 끝나는 돌담까지 가면 돝오름 입구가 보인다.

 

야생화-백약이

백약이오름 / 초지로 된 능선에 간간히 보이는 야생도라지의 보랏빛이 매혹적이고 당잔대와 소황금이 어우러져 피어난다. 주변오름과 한라산이 시원하게 시야에 들어오는 오름이다.

 

백가지 약초가 자라는 약초꽃밭 – 백약이오름

백가지의 약초가 자란다고 하여 붙여진 ‘백약이오름’ 그만큼 이 오름에 유용한 약용식물들이 많이 자란다. 그러한 명성은 지금은 많이 쇠약해진 상태이지만 우리네 들꽃들이 대부분 약초성분을 지니고 있고, 가을 이 오름에서 만나는 다양한 꽃들을 보면 그 이름값을 한다 싶다. 백약이오름은 비고가 120m로 다른 오름에 비해 높은 편이고 능선도 꽤 가파르다. 소와 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고, 야생화들이 바람결에 흔들리고 있는 오름길을 따라 오르면 원형 분화구가 나타난다. 오름의 가장 큰 묘미는 나지막한 언덕을 오르는 것처럼 가벼이 올라 독특한 형태의 분화구와 한눈에 보이는 풍광을 만나는데 있다. 백약이오름은 일출산행하기에도 좋은 오름으로 알려져 있다. 주변에 다랑쉬오름, 동거미오름, 좌보미오름, 높은오름 등 오름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어 ‘오름군락’이라고 부르는 등 한라산과 오름들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경치가 그만이다. 백약이오름에서 볼 수 있는 야생화는 이 오름에만 자란다는 소황금, 보랏빛 향기로운 야생 도라지, 당잔대도 보라색이다. 싸리꽃과 참취가 드문드문 고개를 내민다. 나지막한 잔디오름에 작고 귀여운 꽃들이 오름나들이를 즐겁게 하는 오름이다.

찾아가는 방법 : 1112도로 대천동사거리에서 2.9km 송당사거리 방향으로 직진하다 수산리 방향 우측으로 3km 가면 오른쪽에 오름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다. 정상까지는 20분 정도 소요된다.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황정희

포토그래퍼 / 오진권


제주여행매거진 <아이러브제주>에 실린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 받습니다. 사전 동의 없이 무단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다음의 HTML 태그와 속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 <strike> <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