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힐링투어 – 흙

흙길

 

흙길 맨발로 걷기

 

화산폭발로 만들어진 섬이라는 탄생비화는 고스란히 제주흙에 그 비밀을 담고 있다. 그래서 제주의 흙은 투박하나 여유가 있다. 제주탄생의 첫 순간을 상상하면서 맨발에 와닿는 흙의 감촉과 흙내음을 맡는다.

 

흙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여행은 관광이 아니다. 참된 여행을 통해 조금은 변화된 내 모습을 발견한다. 흙이라는 나의 탄생의 모태를 만나기 위해 신발과 양말을 벗어 든 채 흙길을 걷는다.

 

흙길-1

❶ 삼다수숲길은 곶자왈 지형과 숲 사이로 난 오솔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흙길을 따라 마음의 여유를 만끽하며 걸을 수 있다. ❷ 울창한 나무들로 인해 숲안은 습기를 머금고 있다. 파랗게 돋아난 이끼들이 숲의 청량함을 말해준다. ❸ 삼나무숲에 들어서면 향긋함이 가득하다. 제주의 풋풋한 흙내음과 함께 느낌여행을 한다.

 

우리민족은 유난히 흙과 친하다. 농경생활과 주식이 쌀인 우리나라는 삶을 흙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은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간다고 하는 말이 있다. 흙은 탄생의 근원지이자 안식처이기에 흙을 가까이 하면 마음이 편안해질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쉽게 용기를 내지 못한다. 흙길을 맨발로 걷는 것이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하면 과할까. 그동안 살아오면서 흙길을 맨발로 걸었던 적이 과연 몇 번이나 있었는지 되집어보라. 농촌에서 살았던 옛기억이 있는 이라면 어렴풋이 밭고랑 사이를, 개천을 건너며 신발을 벗어들었던 기억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현대인들이 맨발로 어딘가를 걷기 위해서는 벗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입고, 쓰고, 신으며 내 몸을 외부와 단절시킨체 가두어 두었는가. 제주의 대자연 속에서 신발을 벗고 천천히 여유를 즐기며 걷는 순간 나는 흙과 자연과 하나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흙은 화성암이 비, 바람에 의해 분해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여기에 물과 공기가 섞여 만들어진다. 어떤 돌이냐, 어떤 요소가 첨가되느냐에 따라 저마다 다른 흙내음을 가지고 있다. 제주 흙의 흙내음은 과연 어떨까. 제주를 감각으로 느끼는 여행의 첫 번째는 ‘흙길 맨발로 걷기’로 시작해본다.

제주 탄생은 생각보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제주생성의 화산활동은 180만년전, 섬이라고 불릴 만큼 자리를 잡게 된 것은 겨우 1만년 전이다. 한반도 땅 나이를 대략 30억년으로 잡고 있는 것에 비하면 얼마나 패기 넘치는 젊은 섬인가. 제주 흙길은 완연한 성숙미는 없지만 풋풋함이 있어 흙길 걷기의 묘미가 남다르다. ‘굳이 맨발로 걸어야 할까?’라고 의문을 품는다면 신발을 신고 걸어도 좋다. 하지만 훨씬 더 흙에 가까이 가는 멋진 경험을 하고 싶은 이라면 맨발로 걷기를 적극 권한다. 발바닥은 인체의 축소판으로 적당한 자극이 건강에 유익한데다 흙에 사는 세균은 뇌를 행복하게 하며 불안함이나 우울함을 사라지게 하는 효능이 있다는데 건강도 챙길 수 있고 기분도 좋아지는 경험을 놓칠 수 없지 않은가.

 

흙길-2

❹ 장생의숲길의 구부러진 길은 어떤 자연이 펼쳐질까 하는 기대감을 낳게 한다. 황톳길이 이어져 신발을 벗어들고 싶어진다. ❺ 비자림은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울울창창하다. 아름드리 비자나무가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고 있다. ❻ 송이흙이 사각거리는 길, 비자림은 숲의 정취와 제주흙의 원형을 직접 체험하며 걸을 수 있는 숨겨진 자연의 보물창고같다.

 

제주도에서 가장 좋은 흙길 걷기 코스는 어디일까. 붉은 송이흙의 서걱거림이 발바닥에 적당한 자극을 남기는 비자림을 가장 추천하고 싶다. 천년의 숲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름드리 비자나무 숲에 덩굴식물들이 휘감아 올라 밀림을 연상시키는 비자림은 숲 안에 오래된 흙길이 굽이굽이 이어진다. 최근 나무데크가 놓여진 구간이 생겨 흙길을 걷는 내내 계속되었던 발바닥의 자극을 잠시 쉬어갈 수도 있다. 비자림은 본래 비지곶이라는 곶자왈 지형으로 비자나무가 심어지고 천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에는 초록이 사시사철 흐르는 비자나무숲을 이루어 찾는 이들을 반긴다. 비자림내 숲길을 걸으면 촉촉한 숲내음이 흙내음과 조화를 이루어 여인네의 포근한 품에 안긴 듯 평화롭다. 흙길 걷기는 흙이 좋아야 걷는 맛이 좋다. 파란 산수국이 피어난 흙길이 아기자기하게 이어지는 삼다수숲길도 맨발로 흙길 걷기에 좋은 코스다. 한적한 숲길은 자유분방한 숲과 나무들을 벗하여 걷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시골의 흙길을 걷는 듯한 그래서 아련한 추억과 함께 걷게 되는 길인 장생의숲길은 완만하고 평탄한 황토흙길이다. 인적없는 흙길을 나홀로 걷노라면 참으로 낯선 곳에서 자연을 접하는구나 하는 감동에 일상의 번잡함은 잊혀진다.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황정희

포토그래퍼 / 오진권

비자림 : 064)783-3857 찾아가는 방법 : 제주공항에서 5·16도로(1131번 도로) 마방목지 지나서 삼나무숲길로 유명한 비자림로를 따라 송당사거리를 지나면 비자림에 도착(비자림내 코스는 짧고 긴 길이 있으며 왕복 2~3km로 1시간 내외 소요)

장생의숲길 찾아가는 방법 : 제주시에서 5·16도로 이용, 교래리입구에서 좌회전후 나오는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진입하여 2~3분이면 절물자연휴양림에 도착. (장생의숲길은 절물자연휴양림 입구에서 우측 산책로에 위치 편도 총 11.1km, 3시간 30분 소요)

삼다수숲길 찾아가는 방법 : 5·16도로 이용 교래리 방향 진입, 1118번 도로를 만나면 우측으로 진입하여 교래리 마을회관에 차를 주차하고 표지판을 따라 목장길을 20여분 걸어들어가야 삼다수숲길입구에 다다름 (1코스는 5.2km, 1시간 30분, 2코스는 8.2km, 2시간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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