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제주의 茶와 茶園이야기

다원800
제주의 봄, 茶園에서 첫차잎을 우려 찻잔에 따른다. 녹차향기가 피어오른다. 연푸름의 4월이라는싯구가 가슴에 다가온다.

 

순백의 찻잔으로

다가온 그대

얼룩진 겨울을 씻어내고

연푸름의 4월을 맞이합니다.

녹색 융단 깔아놓은

그대의 넓은 가슴 사이로

우전 차(雨前茶)의 진향이

아득히 배어나고

몸으로, 눈으로, 향으로,

그대를 사랑합니다.

서혜미의 ‘녹차’ 중에서…

 

차입그림자

봄이 기지개를 켜니 마음에 차 한 잔의 여유를 선물하련다. 제주의 봄이 살포시 시작되고 있는 茶園으로 향한다. 스치듯 지나치면 향기에 취할 수 없다.茶園의 녹차밭 사이를 한참을 거닌다.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오래도록 머문다. 다원을 가꾸는 이들이 좋았고 고소한 듯 쌉쌀한 녹차 한잔이 행복에 겹게한다. 시간이 어찌 지나는지도 몰랐고 그렇게 제주의 봄을 여유롭게 즐기는 시간이 좋다. 연푸른 봄을 몸속으로 스며들게 하고 싶은 봄날, 제주의 茶와 茶園으로 힐링여행을 떠나보자.

 

다(茶)문화와 사람들

 

많은 사람들이 다(茶)를 즐긴다. 세계 3대 무알코올 음료는 차, 커피, 코코아이다. 제각각 다른 특징을 가지고 애호인들에게 기쁨을 주는 음료이다. 커피는 6~7세기경에 에티오피아에서, 2천 년의 역사를 가진 코코아는 멕시코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차는 이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오랫동안 사람들과 함께 해왔다. 그 역사는 5천 년에 이른다. 한국에서 차가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신라 흥덕왕 3년(AD. 828년) 대렴이 당에서 차의 씨앗을 가져와 지리산에 파종하면서부터이다. 지리산 화개골은 지금도 차 산지로 유명하다. 차는 불교와 맞물려 신라와 고려를 이으며 널리 보급되었다. 고려 왕실은 공식적으로 다례의식을 행하였고 차를 재배 생산하는 다전과 다촌이 있었으며, 이를 관장하는 기관인 다방이 있었다. 하지만 조선시대로 넘어오면서 불교도 쇠퇴하고 차도 설 자리를 잃었다. 현대에 와서 차의 우수성이 알려지며 보급되다가 최근에는 커피 열풍에 밀리고 있다. 전국적으로 커피전문점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많은 사람들이 차 대신에 커피를 마신다. 그러나 여전히 차를 좋아하는 茶人들은 차 향을 음미하며 명상에 잠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마시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얼마나 깊이 느끼는가가 중요하다. 차를 마신다는 것은 너무나 바쁜 삶에 선물하는 소중한 쉼이며 인생에 대한 관조의 시간이다.

차는 커피와 다르다. 우연히 ‘바람커피 이담의 커피와 함께 떠나는 여행’이라는 강좌를 들었다. 커피트럭을 몰고 전국을 유랑하는 여행작가를 만나는 자리였다. 전날 볶은 좋은 원두를 정성스럽게 내려 강좌에 참석한 30여 명에게 일일이 한 잔 씩 돌렸다. 각각의 원두에 따라 커피 맛이 달랐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한 자리는 가벼웠지만 즐거웠다. 이와 달리 차는 소수의 인원이 함께하는 것이 적절하다. “5인 이상이면 차를 내지 말라”는 말이 있다고 제주다원의 고대수 대표는 말한다. 차가 단순히 마신다는 의미가 아님을 함축하는 말이다. 서귀다원에서 차를 마신 차는 여유가 흘렀다. 찻잎을 우려서 찻잔에 따라주고 그 찻잔이 비면 채워주고 또 채워주었다. 차를 천천히 마시며 노부부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는 시간은 힐링 그 자체였다. 제주야생초차의 대가인 효월 이기영 씨는 귀하디귀한 녹찻물을 방울방울 찻잔에 떨어뜨렸고 그 행적을 따라 찻잔에 고인 한 모금을 건넸다. 조심스레 받아 들어 입안 가득 굴려 음미하는 시간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차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말을 강조하지만 그 안에 순수하리만치 올곧음과 경건함이 있어 마음이 차분해진다. 커피가 생활이라면 차는 삶을 관통하는 철학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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❶ 서귀다원의 안행자 씨(76세)가 직접 발효시킨 황차를 우려 찻잔에 따른다. 찻물의 색은 노르스름한 듯 붉고 맛은 은근면서도 고소하다. 혈액순환이 안돼 손발이 찬 사람에게 특히 좋은 차이다. ❷ 효월 이기영 씨가 청보리순을 커다란 무쇠솥에서 덖는다. 덖음은 장정 몇 명이 돌아가며 해야 하는 차 맛을 내는 데 중요한 과정으로 숙련도와 힘 그리고 노하우가 필요하다.

 

차의 종류가 궁금하다. 차는 발효정도와 잎을 따는 시기, 제조방법에 따라 나뉜다. 찻잎을 따서 무쇠솥 등에 덖음의 과정을 거쳐 말린 녹차는 발효과정이 없는 차다. 이에 반해 영국인들이 즐겨 마시는 홍차는 80% 이상 발효한 차이다. 정통 중국집에서 물 대신 내는 우롱차는 반만 발효시킨 차이다. 오래도록 숙성과 발효를 시켜 덩어리로 보관하는 보이차는 후발효차이다. 각각 맛과 향, 색이 다르다. 찻잎을 채취하는 시기에 따라서는 우전, 세작, 중작, 대작 등으로 나뉜다. 우전(雨前)은 곡우(4월 20일) 이전에 잎을 따서 만든 녹차이다. 보통 곡우 5일 전쯤에 첫 잎을 따서 만들기 때문에 ‘첫물차’라고도 한다. 생산량이 극히 적은 가장 고급차로 차의 맛과 향이 여리고 순하다. 세작(細雀)은 곡우와 입하(5월 5일) 사이의 찻잎으로 만든 것이다. 잎이 다 펴지지 않은 것만 따서 만든 차로 크기가 참새 혀 같다고 하여 작설차(雀舌茶)라고도 불린다. 흔히 먹는 녹차가 세작이다. 중작은 5월 중순까지 딴 잎으로 만든 차로 색과 맛이 의외로 넉넉하다. 대작은 여름 이후에 딴 차이다. 차는 뜨겁게 달아오른 솥에서 볶는 덖음 과정을 거치는 부초자와 증기로 30~40초간 찌는 증제차로 제조방법에 따라 구분하기도 한다. 사람이 마시는 차이므로 값의 높고 낮음을 떠나 맛, 향, 색 등 자신의 좋아하는 취향에 따라는 마시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차는 왜 좋은가? 최근 차의 건강적 기능은 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이다. 미국 저널 타임지에서는 녹차를 10대 푸드(견과류, 브로콜리, 녹차, 귀리, 블루베리, 마늘, 레드와인, 연어, 시금치, 토마토)로 선정하여 평상시 자주 먹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차의 역사가 시작된 중국의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서 ‘신농은 100가지 풀의 맛을 보고 하루에 72가지의 독을 먹었지만 차로 해독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차의 해독작용이 탁월하다는 이야기다. 또한 허준(許浚, 1539~1615)의 동의보감에는 “차는 소화를 도와 머리를 맑게 하고 잠을 적게 하며, 소변을 편하게 하고 술을 깨며 독을 풀어준다.”고 되어 있다. 녹차를 마시면 여러 가지 영양소(카테킨으로 구성된 폴리페놀, 비타민, 아미노산 등)를 섭취할 수 있는데 녹차의 떫은맛을 내는 카테킨은 대표적인 황산화제이이다. 혈중의 지방과 콜레스테롤 등을 제거함으로써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작용을 한다. 또한 중금속과 독성분을 흡착하여 해독작용과 살균작용, 항암작용, 피부미용과 노화방지,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차를 수시로 음용하면 차의 건강적 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녹차에도 카페인이 들어있다. 하지만 커피의 카페인보다 체내흡수가 서서히 일어나기 때문에 카페인의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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❸ 제주다원 내의 녹차카페는 차를 마시며 다원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야외좌석에서 녹차쿠키와 함께 즐기는 녹차 한 잔의 여유, 봄이 실감난다. ❹ 오설록에서는 찻잎에 갖가지 재료를 섞어 다양한 향과 맛의 블렌딩티를 선보인다.

 

차, 이렇게 즐기는 것이 좋다. 다례(茶禮),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차는 너무 격식을 따지기보다는 편하고 단정하게 마시면 된다. 맛있는 차를 우리는 방법은 1인 기준으로 2~3g 정도(대략 찻숟갈 하나)에 물은 50~90ml 정도가 적당하다. 수돗물은 되도록 피하고 우릴 때는 물 온도가 너무 높으면 쓴맛이 강해지므로 70~80℃ 정도의 물을 쓴다. 4~10번까지 우려서 먹을 수 있으므로 연하게 여러 번에 나눠 마시는 것이 좋다. 마실 때는 색, 향, 미를 느끼며 천천히 음미하듯 마신다. 처음 마시는 사람들은 맛이 쓰고 풀냄새가 난다고 하는데, 조용히 음미하면 쓰고(苦), 떫고, 시고, 짜고, 단(甘)맛의 다섯 가지 맛을 느낄 수 있다. 사실 차를 우리거나 마시는 과정 자체에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바쁜 현대인들은 시간 병에 쫓겨 바쁘다를 외치다 보니 그런 시간을 사치처럼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급하게 뛰어다니는 삶에도 여유는 필요하다.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인지 시간에 끌려다니고 있지나 않은지 잘 생각해보아야 한다. 녹차를 우리며 오늘 하루를 돌아보고 한 잔에 자신의 삶을 띄워 관조한다. 녹차 향기 몸으로 스며들고 쌉쌀한 맛이 혀끝을 감돈다. 차를 마시니 몸과 마음이 단정해진다.

맑고 깨끗한 제주는 茶의 섬

 제주도는 중국의 황산, 일본의 후지산과 더불어 세계 3대 녹차 생산지로 알려져 있다. 제주의 화산석 토양은 차를 재배하기에 최적이며 맑고 깨끗한 공기는 좋은 차를 생산하기에 최고의 환경이다. 제주도의 차 생산량은 전국의 30%를 차지한다. 제주도에는 25만 평에 이르는 큰 다원부터 수백 평에 이르는 작은 차밭까지 크고 작은 다원과 야생초를 이용한 천연차 등 제주에서 茶는 그 뿌리가 넓고 깊은 데다 다양하기까지 하다. 다원여행은 봄이 좋다. 새순이 올라오는 4월이면 널따란 연둣빛 융단이 깔린다. 녹차밭과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이 그림처럼 어우러지는 봄을 지나면 찻잎은 점차 색깔이 짙어진다. 봄날, 광활한 茶園에서 세계적인 품질을 자랑하는 명품 녹차 한잔을 앞에 두고 삶의 여유를 즐긴다. 연푸름의 기운을 마시는 순간 몸과 마음에 편안한 휴식이 찾아온다.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황정희

포토그래퍼 / 오진권

촬영협조 / 서귀다원, 효월, 제주다원, 오설록티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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