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맛

해발 700미터, 한라산 중턱에 표고버섯이 자란다

버섯메인


해발 700미터, 한라산 중턱에

2015_아이러브제주(겨울호)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삼나무 아래 기대어 놓은 참나무마다 표고버섯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차갑지만 맑고 상쾌한 공기, 울창한 숲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 멀리 달아나는 노루의 발소리. 이 신비롭고도 평화로운 풍경 안에 표고버섯이 자라고 있다.

 

표고버섯은 원래 하얗다?

버섯은 ‘뿅’하고 갑자기 돋아난다. 그래서 버섯은 ‘열매가 열린다, 맺힌다’가 아닌 ‘발생(發生)한다’라고 말한다. 자연산 버섯은 포자가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다 적당한 날씨에 적당한 자리를 찾으면 어느 순간 생겨난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버섯은 정확히 아는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이다. 우리가 즐겨 먹는 표고버섯도 그렇다.

표고버섯은 봄과 가을에 발생하는데 처음엔 손톱만큼 작고, 말갛고 하얀 얼굴을 하고 있다. 자라면서 비나 이슬을 맞거나 습기를 먹으면 점차 갈색으로 변한다. 갓 딴 생표고는 수분이 가득 차 부드럽지만 보관기관이 짧아 잘 말렸다가 사용해야 한다. 버섯을 말리면 사계절 내내 먹을 수 있는 데다가 맛과 향은 깊어지고 영양도 풍부해진다. 특히 봄에 수확하는 표고버섯을 백화고라고 하는데 표고버섯 중에서도 그 숫자가 매우 적다. 겨울 동안 추위에 움츠려 있으면서 영양분을 축적해 조직이 치밀하고 맛이 뛰어나 최상품으로 대접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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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야 흔히 비닐하우스 안 배지(버섯이 잘 자라는 환경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도구)에서 인공재배를 많이 하지만 버섯이라면 원래 나무의 영양분을 마시며 자라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래서인지 숲에서 비를 맞고 바람을 이기며 노지재배로 자란 표고버섯이 성장은 더딜지라도 향과 맛, 영양이 훨씬 뛰어나다.

표고버섯에는 에리다데민이라는 물질이 많아서 피를 맑게 하고 혈압을 낮추는 작용을 해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예방에 좋다. 또 비타민 B1과 B2, 비타민 D를 만드는 에르코스테롤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그야말로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웰빙 식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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➊ 참나무에 구멍을 뚫고 포자를 심어 2년이 지나면 표고버섯이 발생한다. ➋ 일일이 손으로 수확하는데 의외로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어서 힘이 많이 들어간다. ➌ 이렇게 수확한 표고버섯은 손으로 정리해서 말리는 과정을 거친다.

 

제주와 표고버섯

표고버섯은 감귤이나 옥돔만큼, 아니 오히려 그 역사가 더욱 깊은 제주의 특산물이다. 『세종실록(1421)』 등 다수의 고서적에 언급될 만큼 제주 표고버섯은 뛰어난 맛으로 유명했다. 제주는 예로부터 표고버섯 자연밭이었고 재배 또한 시작된 곳으로 지금도 한라산 중턱에서는 표고버섯 재배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표고버섯이 자라는 데에는 적절한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한라산은 비가 많이 와도 바람이 잘 통해 수분을 금방 말려 버섯에게 안성맞춤이다. 또 온도가 낮아 천천히 자라는 만큼 나무의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하며, 맑고 깨끗한 공기를 듬뿍 마시며, 알차게 커간다. 다른 표고버섯에 비해 두툼하지만 부드러운 것이 이렇게 자란 제주 표고버섯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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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는 표고버섯을 활용한 전통음식도 많다. 표고버섯은 제주어로 초기라고 해서 초기전, 초기양념구이, 초기죽, 초기국수 등이 전한다. 소금물에 불린 표고버섯의 꼭지를 따고 두들겨 펴준 후 참기름과 간장으로 양념하고 등부터 기름에 지져주면 요즘도 차례상에 즐겨 오르는 초기전이다. 생표고를 소금물에 불려 물기를 빼고 간장, 마늘, 설탕, 참기름 양념을 발라구우면 초기양념구이, 표고버섯을 참기름에 볶아 불린 쌀, 버섯 불린 물과 함께 죽을 쑤면 초기죽이 된다. 불린 버섯을 참기름에 볶아 물에 된장과 멸치를 넣어 만든 육수에 국수를 말면 초기국수다. 조리방법은 간단하지만 천연 조미료인 표고버섯에서 우러난 감칠맛과 그윽한 향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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➊ 30년째 한라산에서 표고버섯농장을 꾸려오고 있는 한라표고 대표님. ➋ 버섯은 말려야 보관기간도 길어지고 맛과 영양도 훨씬 풍부해진다. 제주 표고버섯을 맛있는 음식으로 만날 수 있는 곳 ➌ 코코분식 : 칼국수/064-751-1118/제주시 도남로7길 21 ➍ 연우네 : 돌솥비빔밥/064-712-5646/제주시 은수길 112-1 ➎ 수빈웰빙음식점 : 보리들깨수제비/064-747-2456/제주시 수목원서길 3

 

표고버섯의 좋은 성분은 물에 녹으니 버섯 불린 물은 요리에 활용하는 것이 좋고 요리에 사용하지 않은 표고버섯 기둥은 우려 마셔도 좋다. 라면, 된장찌개, 미역국, 카레 등 어디에 넣어도 표고버섯의 향은 음식의 맛을 끌어올린다. 참기름과 소금만으로 간단하게 볶아먹어도 일품이다.

소박하지만 따스하고 깊은 음식이 끌리는 계절 겨울. 표고버섯을 듬뿍 넣은 뜨끈한 국물이면 추위에 꽁꽁 얼었던 몸과 마음이 살살 녹는다. 한라산 중턱에서 자란 진짜 제주 표고버섯으로 겨울을 녹여보자.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김지은

포토그래퍼 / 오진권

장소제공 / 한라표고농장

한라표고 / 한라산 중턱에서 노지재배한 제주표고버섯 판매 주소 : 제주시 도남로7길 47 문의 : 010-4699-4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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