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겨울 한라산 산행, 그 매력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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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겨울등산에 있어서 날씨 선택은 중요한 요소이다. 햇빛이 간간이 비치고 무거운 안개구름이 깔리는 날씨에는 변화가 많아 더욱 신비롭다.

 

겨울 한라산 산행, 그 매력속으로…

 

겨울산은 시각적인 화사함을 주는 관조의 산이 아니다. 혹한과의 싸움을 즐기며 겨울산의 매력을 만끽하고 싶다면 한라산의 겨울을 알고 만반의 준비를 한 후 산행을 해야 한다. 사람이나 동식물 구분 없이, 한라산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지키는 한라산지킴이로 근무한지 어언 30년이다. 오랜 시간 한라산과 함께 한 나의 오감을 통해 겨울 한라산의 특성과 경험담을 풀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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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작지왓에서 바라보는 여명. 붉고 푸른 하늘과 끝없이 펼쳐진 설원이 어우러져 <사진:신용만>

 

제철을 만난 듯 즐거이 겨울 산을 찾는 이들…

노랗게 익어가는 감귤 밭 사이로 햇살을 머금고 파란 하늘아래 솟아오른 눈 덮인 한라산, 어느새 겨울중반으로 성큼 들어섰다.

무한한 공간에 이어지는 흑백의 조화와 태양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는 순백의 아름다움 속에서 눈꽃이 긴 여운을 남긴다. 자연이 이루어 놓은 예술품의 극치랄까. 겨울 산의 매력은 숲과 계곡이 설원 속에서 신비한 감흥을 주는데서 비롯된다. 바야흐로 겨울이다. 최근에는 등산을 목적으로 오는 애호가들이 많아졌지만, 겨울산은 시각적인 화사함이나 여운을 주는 관조의 산 만은 아니다. 그 이유는 한라산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겨울 한라산은 영하의 기후, 빙설의 위험, 살갗으로 파고드는 바람과 한치 앞을 분간 할 수 없는 눈보라의 위험한 기상 등 계절적인 악조건과 환경으로 사람을 맞이한다. 하지만 전문적인 등산가들은 오히려 이런 기상조건 때문에 겨울 산에서 더 큰 매력을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진짜 등산의 묘미는 혹한과 자신과의 싸움을 즐기는 것이기에, 그것을 온몸으로 체득한 전문 등산가들은 겨울만 되면 제철을 만난 듯이 즐거워한다. 일반인들도 온 힘을 다 해 겨울산을 타면서 등줄기에 흐르는 땀으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자신감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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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형제오름 정상에서 바라본 산방산, 송악산, 형제섬. 그리고 멀리 보이는 마라도, 가파도가 보는이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사진:신용만>

 

겨울하면 한라산이다. 상고대, 하얗게 눈 덮은 화구벽, 구상나무의 빙설…

나 역시 겨울 산을 좋아 한다. 넓게 펼쳐진 설원, 현무암바위에 얼기설기 달라붙은 상고대의 조각들, 하얗게 눈 덮은 화구벽, 구상나무의 빙설 등 이러한 자연의 소재가 한 울타리를 만들어 웅대한 한라산을 만드는데 어찌 겨울이 매력적이지 않겠는가. 사제비동산, 선작지왓의 설원은 북극이나 남극을 방불케 한다.

한라산의 겨울은 해발고도에 따라서 눈꽃이 조금씩 다르다. 온 산에 하얗게 눈꽃이 생기는 이유는 습한 구름이 숲속을 흘러가다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생기는 현상이므로 아무리 추워도 습한 구름이 없으면 발생하지 않는다. 한 마디로 눈꽃은 습한 구름이 머물다 사라진 흔적이라고 해도 좋다. 그러기 때문에 눈꽃 구경 하려면 조금은 운이 따라야 볼 수가 있다. 산정상이나 구상나무지대에서 발생되는 눈꽃을 상고대라고 부른다. 창끝 같은 칼날이 겹겹이 달라붙어 상고대의 길이는 점점 길어 간다. 날씨에 따라서 50~70cm까지 길어지고 모양은 날카로운 창날처럼 변한다. 기온이 상승하고 햇빛이 비치는 날씨면 상고대가 떨어지는 소리가 유리 깨지는 소리 같이 쨍그렁 거리면서 사방에서 들려온다.

때로는 겨울등산에 있어서 날씨 선택을 잘해야 좋은 구경을 할 수 있다. 햇빛이 간간이 비치고 무거운 안개구름이 깔리는 날씨에는 신비스러운 변화가 많아 보는 즐거움이 있다. 안개 속에 숨겨진 풍경들이 보일 때 마다 신기루처럼 신비롭고, 생동감이 넘쳐 마음속으로 탄성의 소리가 저절로 나오며 흥겨운 기분으로 등산을 할 수 있다. 설원에서 한낮의 태양열을 이겨내는 즐거움은 겨울 한라산등산에서 맛 볼 수 있는 최고의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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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은오름 정상에서 바라보는 눈오름과 화구벽이 신비로움을 선사한다. <사진:신용만>

 

악천후에 길을 잃었던 등산객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

기상악화로 힘겹게 눈보라를 이겨내는 인내력도 추억을 남길 수 있는 등산의 맛이다. 2011년 1월 9일의 일이다. 그날은 아침에는 맑았으나 10시부터 검은 구름이 몰려오면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남벽분기점에서 윗세대피소까지는 2.1km 구간으로 그리 길지 않으나 12월부터 조금씩 눈이 쌓여 등산로가 중간 중간마다 묻혀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11시 30분경 돈내코 코스로 입산한 등산객들이 눈보라 속에 남벽분기점 통제소 앞으로 줄을 이어 지나가기에 “모두 몇 분이 올라오세요?”라고 물어보니 등산가이드까지 47명이 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윗세오름 대피소를 경유하여 영실코스로 하산 예정이라고 하면서 지나갔다. “눈보라가 심하니 빨간 유도 깃발을 지표삼아 선두와 후미의 간격을 좁히면서 조심해서 가십시오.”라고 인사말을 하니 등산가이드가 있어 염려없다고 했다. 잠시 쉬었다가 가라고 하고 싶어도 한 평 반 남짓한 통제소에 많은 인원이 들어 올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이 가는 모습만 바라 보았다. 창문을 열면 통제소 안으로 들어오는 눈이 순식간에 하얗게 바닥에 쌓여 얼른 창문을 닫고 지나는 인원을 세어보니 47명이 맞았다. 후미가 지나가고 난후 두 시간 동안 앞을 분간 할 수 없을 정도로 눈보라가 더욱 요동쳤다. 1시 30분경에 하산할 요량으로 남벽분기점 통제소에서 윗세오름 대피소로 출발하여 방아오름을 지나서니 사람소리가 들려왔다. 순간적으로 조난이란 생각에 호루라기를 불면서 6분정도 걸어가니 구상나무 밑에서 웅크리고 있는 사람들이 “여기요” 하면서 여기저기서 나왔다. “아니 지금까지 여기서 무얼 하고 있습니까?”하고 묻자 등산로가 없어져 지금까지 찾고 있었다고 했다. 한라산국립공원에 근무한다는 말에 여기저기서 안도의 한숨을 쉬는 47명을 확인하고 그들을 이끌고 윗세오름 대피소로 향하였다. 눈보라가 어찌나 심한지 1km 걸어가는 데, 지옥을 지나는 기분이 들 정도로 숨이 찼고 시야가 보이지 않았다. 한라산에 살다시피 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형을 이용하면서 몇 십 분을 걸었을까, 희미하게 윗세오름 대피소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윗세오름 대피소에 무사히 도착한 후 따뜻한 사발면과 커피를 마시고 영실코스로 하산을 마무리 하였다. 며칠 후 일행이었던 분이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그날 촬영한 사진을 보내주셨다. 오래도록 그날의 추억을 잊지 못할 것 같다는 말에 정말 힘들었기에 더 추억으로 남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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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산행은 만반의 준비를 해야 안전하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능선의 수려함이 한라산의 겨울의 장엄함을 드러낸다. 

 

겨울등산 이렇게 해야 안전하다.

겨울의 한라산은 한랭한 대륙성 고기압이 서서히 발달하여 북서풍이 강하게 불고 기온도 많이 내려갈 뿐 아니라 강한 바람과 함께 눈이 내려 체감온도는 영하 30도 이하로 떨어지는 얼음나라가 된다. 한라산의 눈은 11월부터 내리기도 하지만 12월에서 2월 사이에 최고 적설량을 보이며 이 때 한라산은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산악인들로 북적거린다. 특히 해외 원정을 꿈꾸는 전문적인 산악인들에게 겨울한라산은 최고의 훈련지로 각광받는다. 적설량 많아 설상훈련이나 하중훈련, 빙벽타기, 혹한과 설동에서 이겨내는 훈련지로 좋은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훈련장소로서는 관음사코스인 용진각계곡 주변에 베이스캠프를 치고 용진각계곡과 장구목, 왕관능, 구상나무지대, 삼각봉 바위 등에서 산악훈련이 이루어진다. 세계적인 산인 알프스나 히말라야의 심설과 기후조건이 비슷하여 해외원정대의 전초 훈련 장소로 최적이며 이러한 매력이 겨울 한라산의 매력을 한층 더해준다.

겨울 산의 매력은 악조건에 따른 위험을 이겨내는 데에 있다고 하나 그 매력을 취하기 위해서는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눈사태, 조난이 곧바로 돌이 킬 수 없는 사고를 의미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숱한 기록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등산준비를 소홀이 한다면 언제든지 사고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겨울 산의 특징은 영하의 기상조건과 급변하는 날씨 때문에 항상 기상예보에 주의하고 반드시 경험 있는 리더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다른 계절의 산행과 달리 겨울 등산은 위험도가 훨씬 크며 준비를 소홀히 했다가는 매서운 바람과 추위를 감당할 수 있는 대안이 없기 때문에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출발 전 필요한 장비를 꼼꼼히 생각하여 다음과 같은 장비들을 잘 챙기고 출발 하자.

겨울등산 준비물로는 등산화(방수용), 아이젠(미끄럼 방지용), 스패츠(등산 중에 신발 속으로 눈이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는 각반이다), 선글라스안경, 장갑, 우의, 안면마스크, 겨울용 등산바지, 자켓, 모자, 스틱, 열량이 있는 음식물(따뜻한 물)등을 철저히 준비하고 올라야 한다. 악천후에서 운이 좋아 쾌청한 날씨로 바뀌면서 예상치 못한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시간 가는 줄 모르게 겨울 산에 빠져 들다보면 하산시간에 쫓기게 된다. 그래서 급하게 행동하다 보면 사고 위험이 따르므로 반드시 시간 체크를 해야 한다. 특히 산은 해가 빨리 진다는 것을 염두에 두도록 하자. 겨울 산에는 어둠이 없다지만 달빛이 없으면 눈길도 어둡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지체하지 말고 하산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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❷ 등산로가 식별이 어렵고 길을 표시하는 빨간 깃발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쌓인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날에는 앞사람과 간격을 좁혀 선두를 놓치지 않도록 해야한다. ❸ 한라산은 눈이 워낙 많이 오는 곳이어서 한 평 반 남짓한 대피소의 입구도 덮어버릴 정도로 눈이 온다. 겨우 눈을 치워 드나들 수 있을 정도다. ❹ 겨울산행의 백미는 순백의 왕국을 지나는데 있다. 다양한 눈꽃을 감상하며 겨울 산의 매력을 즐겨보자.  <사진:신용만>

 

산 날씨는 하루에도 수 십 번 기상변화가 심하다

눈보라를 안고 겨울산행을 하기란 무척 힘들다. 귓볼이 찢어지는 느낌은 겨울 산행을 해보지 못한 사람은 알 수 없다. 체감온도 30도 이상 내려가는 날씨에 엄습하는 추위와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피하느라 고개를 숙이면 입에서 뿜어내는 하얀 증기가 콧등을 타고 눈가로 올라오면서 눈썹에 달라붙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눈을 뜨기도 힘들다. 눈을 비비고 잠시 앞을 향해 몇 발자국 걷고 나면 또 다시 눈썹이 달라붙어 시야를 확보 할 수가 없다. 이럴 때 방향을 잘못 잡아 걷다보면 허리까지 빠지는 눈 속에서 해매는 지옥 같은 등산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날씨에는 등산을 포기 할 수밖에 없다, 시야가 잘 확인이 안 되어 조난당할 위험이 매우 크기 때문에 행동을 멈추고 하산을 감행해야 한다. 이러한 겨울 한라산의 특징을 미리 염두해 두고 만반의 준비를 한 후 산행을 하여 겨울 한라산의 매력을 마음껏 느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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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신용만

포토그래퍼 / 신용만, 오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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