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제주의 역사와 함께 달리다 “제주마”

제주마메인

 

제주도는 푸른 초원이 즐비하다. 말 목장이 산재해있고 말들은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을 벗 삼아 초록의 들판에서 풀을 뜯는다. 제주에서 이런 풍경을 만나는 것은 흔하디흔하다. 제주도는 연중 온난한 날씨에 넓은 초지와 오름 등 말 사육환경이 가장 좋은 곳이어서 탐라부터 말들을 길렀다는 기록이 나온다. 고려 말에는 조직적으로 말들이 사육되기 시작하였으며 이는 조선시대 국영목장으로 이어졌다. 그 후 말이 줄어드는 듯하다가 최근에는 다시 말 사육이 늘어나 말의 고장 제주로서의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다.

 

제주말(2014)020

제주마는 성격이 온순하다. 발굽이 매우 단단해 험한 자갈길도 잘 다니며 면역력도 강하고 건강하다.

 

제주도에서 말은 단순한 가축이 아니라 함께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가족과도 같았고 부를 일구는데 꼭 필요한 존재였다. 사람보다 귀한 대접을 받았으며 테우리(목동)의 삶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였다. 제주마의 순하고 강인한 성질은 종종 제주사람들에 비유되곤 한다. 온순한 성질과 척박하기 이를 데 없는 화산섬에서 강인하고 근면하게 생활해온 제주사람들과 많이 닮아있기 때문이다. 말은 역사, 문화, 생활 그리고 제주의 현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로 제주사람들과 함께 질곡의 역사와 회한의 땅을 밟고 일구며 살아 왔다는 점에서 말의 역사가 바로 제주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방성은 말의 조상, 탐라는 방성이 비치는 말이 잘되는 땅

제주도에서 말이 언제부터 길러졌는지 확실치는 않지만 탐라의 개벽신화인 삼성신화에 의하면 삼공주가 오곡의 씨앗과 망아지, 송아지 등 가축을 가지고 제주도에 왔다는 것을 보아 그때 당시부터 말과 소를 이용하여 논과 밭을 일구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제주는 예로부터 방성(房星: 방성은 28개별의 하나로서 이 별이 보이는 곳은 가축이 번창한다고 전함; 天駟星; 馬祖)이 임하는 곳으로 사나운 짐승들이 없어서 말 기르기에 적합한 곳으로 일컬어졌다. (한라대학교 교수, 제주마문화연구소 장덕지)

 “제주 온누리에 방성이 비치어 말들이 질병 없이 번성하고 제주 말산업이 나날이 번창하기를 기원하옵니다.” 올해 새별오름 들불축제장에서 ‘마조제’(馬祖祭)를 지내면서 한 축원사이다. 마조제는 고려시대에 말의 조상인 방성에게 바치던 목축의례로 그 당시 한양과 지방으로는 유일하게 제주도 광양에 마조단을 설치하고 큰 제를 지낸 바 있다. 민간에서도 말의 번성을 비는 마불림제를 지냈는데, 마불림제는 백중제라도고 하며 7월 백중에 말과 소의 번성을 위해 목축신인 ‘정수남’에게 올리는 제로서 테우리코 혹은 쉐멩질이라 하여 마소를 방목하는 목동들의 명절날이었다.

 

제주마1

제주도 땅은 화산회토로 메마르고 가벼워서 씨를 뿌리고 나서 땅을 단단히 밟아 주어야 했다. 말에게 단단한 통나무로 만든 남테를 끌게 하여             (밭을 밟는다)하는 모습.(사진 서재철)

 

역사에서 등장하여 고려와 조선을 지나 현재까지

역사적으로 볼 때 제주에서 말이 체계적으로 길러진 것은 고려충렬왕 2년(1276년)에 몽골말이 160마리 들어오면서부터이다. 원나라에 의해 지배된 기간이 100년에 이르고 그 당시 원은 말관리 전문가라 할 수 있는 목호들을 파견하여 제주도에서 대규모 목장을 경영하였다. 원의 지배가 끝난 후,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해발 200~600m 지대를 10개의 권역으로 나누어 10소장을 두고 군마, 어승마, 가교마, 역마, 파발마 등에 사용할 말들을 제주도에서 공마로 충당하였다. 제주목사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의 하나가 말의 점검이었다. 이에 대한 기록은 탐라순력도에 남아 있는데 탐라순력도는 1702년(숙종 28년)에 당시 제주목사 겸 병마수군절제사였던 이형상이 제주도의 각 고을을 순회한 장면을 기록한 채색 화첩으로 공마봉진(조정 진상에 필요한 말을 각 목장에서 징발하여 제주목사가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광경), 산장구마(산장에서 말을 몰아 일정한 장소에 모으고 그 수를 확인하는 모습)에서 알 수 있다. 그 당시 말은 체구와 모색(毛色)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여 다양한 분류가 있었으며 먹가라라 하여 검정색의 말을 1등급으로 쳤다. 국영목장의 말이 죽거나 분실되었을 때 테우리들은 같은 털색의 말로 변상조치 하여야 했다. 이를 위해 어미와 아내, 심지어 자식까지 팔아 그 값을 충당한 사례도 있었으니 테우리들의 삶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짐작할 수 있다. 조선후기 공마제가 폐지되고 일제 강점기에 목장조직관리가 붕괴되는 등 제주도 목축업은 점차 사양길로 접어들었으나 제주 조랑말의 가치를 보존하고자 1986년 제주마를 천연기념물 347호로 지정하여 보호육성하기 시작하였으며 2014년 현재에는 제주도에 2만여 마리의 말이 사육되고 있다. 그중 제주마는 2,000여 마리에 이르고 이중에 천연기념물로 등록된 것은 200여 마리이다. 제주마 이외의 말은 제주마와 서양종이 교잡된 것으로 한라마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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❶ 제주에서 밭갈이는 주로 말이 하였으며 사람을 실어 나르는 일도 주로 말이 하였다.(사진 서재철) ❷ 소달구지가 아니라 말이 짐수레를 끌었고 말은 생활에 여러모로 필요한 존재였다.(사진 서재철) ❸ 중산간의 소장(목장 : 목마장)경계에 돌들을 겹으로 길게 돌담을 쌓았으며 이를 잣성(城)이라고 한다.

 

제주마와 함께 해온 제주의 생활문화

잣은 제주어로 성(城)의 뜻이며 중산간의 소장(목장 : 목마장)경계에 돌들을 겹으로 길게 쌓은 돌담을 말하며 이를 흔히 잣성(城)이라고 부른다……. 한라산 고산지대(산림지대)에 쌓은 것이 상잣(上場城)이고 다른 소장의 계곡이나 산림지대로 흩어져 죽거나 찾지 못하는 것을 막기 위해 큰 하천을 이용하거나 돌을 쌓았는데 이를 間墻(선잣, 간담)이라고 하며 이것이 각 소장과의 경계이다. (한라대학교 교수, 제주마문화연구소 장덕지)

제주 말의 역사는 제주의 자연과 생활 속에 그 흔적을 고스란히 남기고 있다. 한라산 둘레길이나 곶자왈에서 볼 수 있는 숲을 가로지르는 돌담이 말 목장의 경계인 잣성과 ‘           ’이라는 제주의 풍습에서도 말이 이용되었다. ‘         ’은 제주 땅의 성질 때문에 생겨난 행위로 ‘밭을 밟는다’는 의미이다. 제주도 땅은 화산회토로 메마르고 가벼워서 씨를 뿌리고 나서 땅을 단단히 밟아 주어야 애써 뿌린 씨앗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는다. 그래서 5월이 되면 넓은 들판에서는 여기저기서         는 소리(밭 밟는 노래)가 들렸고 대부분 말을 이용하여 밭을 밟아주었다. 말 또는 소와 같은 가축이 없을 때에는 남테 또는 돌테로 굴려주거나, 손수 발로 밟아 주어야 했다. 제주에서는 밭갈이하고, 마차를 끌고, 곡식을 빻는 일도 주로 말이 하였다. 말이 없었으면 훨씬 고되고 많은 시간을 들여서 해야 할 일들이었다. 이처럼 말은 제주인에게 가장 친근한 가축이고 생활에 꼭 필요한 중요한 존재로서 집에서는 말을 정성 들여 키웠다. 말을 이용한 공예품도 발달하였다. 갓, 망건, 탕건과 붓 등이 말의 꼬리털을 이용한 공예품들로 좋은 재료로 만들어 우수한 품질을 자랑하였다.

 

제주마메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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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마와 한라마 무엇이 다른가?

제주마

제주도 조랑말이라고 부르는 제주마는 키가 암컷 117cm, 수컷 115cm 정도인 중간 체구의 말로 130cm 이하이다. 키가 작아서 과실나무 밑을 지날 수 있는 말이라는 뜻의 ‘과하마(果下馬)’ 또는 ‘토마(土馬)’라고도 한다. 성격이 온순하고 체질이 건강하여 병에 대한 저항력과 생존력이 강하고 털색은 밤색이 가장 많고 적갈색, 회색, 흑색 등도 있다. 앞쪽이 낮고 뒤쪽이 높으며 몸길이가 긴 독특한 체형으로 다른 말들보다 뚜렷하게 작다. 발굽이 매우 단단해 험한 자갈길도 잘 다니며 거친 초원에서도 연중 방목이 가능할 만큼 면역력도 강하며 건강하다. 혈통이 등록된 말은 천연기념물 제 347호 제주마로 지정되어 제주도 축산진흥원, 난지축산 시험장 그리고 농가에서 사육되고 있으며 승용마, 육용으로 활용되고 제주경마공원에 가면 제주마 경주를 볼 수 있다.

한라마

제주 재래마와 서양마의 교배종으로 키가 130~145cm, 제주마보다 크며 체형이 날씬하고 모색이 다양하다. 그동안 제주산마로 분류됐으나 2010년부터 ‘한라마’라는 명칭이 붙었다. 아랍말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기본적으로 강인한 지구력을 가지고 있다. 현재 13,000여필이 사육되고 있으며 제주경마공원에서 경주마, 전국승마장에서 승용마로 이용되고 있다.

 

제주마5

한라산 중턱에 자리한 마방목지는 드넓은 초원이 펼쳐져 시야가 탁 트이며 자유롭고 평화롭게 노니는 말들이 목가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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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말과 일체가 되어 달리는 기수들, 흙먼지를 가르며 달려 나가는 말들에게서 다이내믹한 에너지를 느낀다.

 

한라산 중턱에 자리한 말 목장 “마방목지”

제주의 목가적인 풍경이 계절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가을이다. 말과 어우러진 제주의 자연이 가장 아름다운 곳을 한 곳만 추천한다면 ‘마방목지’를 꼽을 수 있다. 한라산 중턱에 위치하여 한라산을 배경으로 드넓은 목초지가 펼쳐져 있고, 그 곳에서 뛰어노는 수 백 마리의 순수 혈통 제주마를 볼 수 있는 천연 목장지이다. 마방목지는 5·16 도로를 이용하여 제주시에서 서귀포로 가다보면 산천단을 지나서 만난다. 해가 뜨고 질 무렵, 또는 안개가 살짝 낀 날에는 카메라 셔터를 꼭 누르고 싶을 만큼 아름답고 평화로운, 그리고 신비로운 분위기이다. 제주 최고의 절경을 일컫는 영주십경의 하나인 ‘고수목마’가 바로 이곳에서 펼쳐진다. 좌측으로 제주말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안내판이 만들어져 있으니 한 번쯤 꼼꼼히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전망대가 설치되어 계단을 올라가 더 넓은 시선으로 한가로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마방목지 울타리에 다가서면 말들이 다가오기도 한다. 주변의 풀을 뜯어 내밀면 곧잘 받아먹는 유순한 말들의 모습이다. 제주마는 겁쟁이라서 잘 놀라는 편이고 말의 뒤쪽에 서면 말발굽에 채일 염려가 있으니 오름에서 또는 제주의 다른 목장에서 말이 옆에 있다면 주의하도록 하자. 사람이 나타나면 말이 귀를 쫑긋 세워 호기심을 표시하다가 가까이 다가가면 귀가 뒤로 젖혀지는데 이는 놀랍고 두렵다는 신호이므로 공격의 가능성이 있으니 그때는 더 다가가지 않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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❶ 5·16도로를 지날 때 마방목지는 꼭 들러야 할 곳, 잠시 휴식하며 제주의 풍경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말들을 바라본다. ❷ 말의 고장 제주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2014 제주마축제가 10월 17일부터 19일까지 렛츠런파크 제주(제주경마공원) 및 제주시내일원에서 열린다. ❸ 마방목지에서는 말들에게 풀를 뜯어 주며 제주 조랑말과 친숙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제주마의 질주본능 “제주경마공원”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 나가는 말의 역동적인 모습을 보고 싶다면 제주경마공원에 들러보자. 경마는 뜻밖의 행운에 생활의 활력까지 느낄 수 있는 오락이다. 경마에 대해 간혹 안좋은 시선을 보내는 이도 있지만 본인이 베팅 금액을 제한하고 한 두 번의 오락거리로만 자제해서 한다면 이색적인 경험이 될 수 있다. 제주경마공원의 특별함은 천연기념물인 제주마 경주가 있다는 것이다. 제주인과 함께 해온 제주마의 수가 급감하는데 대한 대책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 육성하는 것과 함께 제주경마공원에서 제주마와 한라마의 경주를 시행하고 있다. 아담하고 다부진 제주마가 달려나가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재미를 주고 제주 말의 우수성과 가치 또한 널리 알리고 있다. 체구는 작지만 박진감 넘치게 달리는 제주 조랑말 경마 외에도 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는 제주경마공원은 가을 피크닉을 즐기기에도 좋다. 금, 토요일 경마가 열리는 날 외에는 렛츠런파크에서 시간을 보내보자. 트로이 목마를 재현한 체험형 놀이시설인 어린이모험랜드(토~일 운영, 오전 11시~오후 5시), 말테마파크 골프장인 해피랜드(수~일 운영, 오전 10시 30분 ~ 오후 5시), 세계에서 가장 큰 말, 작은 말, 당나귀 등 세계 희귀품종 11종 33마리가 있는 세계말체험동물원(수~일 운영, 오전 11시~오후 4시)과 각종 이벤트가 열리는 꿈의 광장 등 풍부한 체험거리가 있어 휴식과 놀이가 함께 한다.

 

제주 조랑말의 모든 것을 한눈에! “조랑말체험공원”

조랑말체험공원이 있는 가시리는 조선시대 최고의 말을 사육했던 갑마장(甲馬場)이 있던 곳으로 제주마에 있어선 최고의 말을 배출했다는 높은 긍지를 가진 마을이다. 이곳에 세워진 조랑말체험공원에는 예로부터 조랑말이라고 불렸던 제주마를 테마로 다양한 시설과 체험프로그램이 마련되어있어 제주마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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❶ 조랑말박물관의 옥상정원에서 바라보는 풍경. 승마장과 오름의 능선, 풍력발전기가 어우러진다. ❷ 조랑말박물관에서는 조랑말의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다. ❸ 둥근 벽을 따라 하나하나 찬찬히 관람하면 어느새 조랑말 전문가가 되있을 것이다. ❹ 조랑말을 주제로 한 개성 넘치는 예술작품도 전시되어 있다. 

 

빙글빙글 돌아 올라갑니다. 2층 조랑말박물관과 마음(馬音)카페

조랑말박물관에서는 선사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제주와 말의 긴 인연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제주마는 20가지가 넘는 다양한 털색을 가지고 있는데 까만 가라마, 붉은 적라마 등의 색상별 생소한 이름을 사진과 함께 접해 볼 수 있다. 테우리와 제주의 목축문화, 편자와 같은 말과 관련된 도구뿐만 아니라 말의 습성은 물론 표정과 움직임, 제주마의 하루, 말총을 이용한 탕건부터 참신한 예술작품까지 다양하게 전시되어있다. 둥근 벽을 따라 하나하나 읽어보고 말에 찍었다는 낙인을 찍어 보기도하며, 말에게 걸어 밭을 갈았던 농기구를 축소시킨 모형을 굴려보는 등 즐겁게 조랑말에 대해 알아갈 수 있다. 매일 2회 진행하는 가이드투어에 참여하면 전문가의 상세한 설명과 함께 말에 대한 무궁무진한 정보를 들을 수 있다. 박물관 옆에 위치한 마음카페에서 과자 굽는 고소한 향기가 솔솔 풍겨온다. 안에 들어서자 이색메뉴가 가득하다. 초콜릿칩이 콕콕 박힌 말굽쿠키, 오렌지주스에 조랑말이 좋아하는 당근을 넣어 만들었다는 조랑말주스, 영귤주스, 감귤로즈마리차 등, 그 중 최고 인기 품목은 말의 똥(!) 모양을 본 떠 만든 말똥과자이다. 과자에 들어있는 코코넛은 말똥에 섞여 나온 건초를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준비된 반죽을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어 보는 말똥과자 체험도 마련되어있다.

빙글빙글 돌아 올라갑니다. 360도 파노라마 옥상정원

힘들다고 옥상정원을 포기하면 후회할지도 모른다. 오름들 사이에 폭 들어앉은 모양새의 건물이라 옥상에서 보는 풍경이 유난히 안온하고 아름답다. 목장에는 말이 여유롭게 서있고 아래층에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따라비오름에 억새가 하얗게 물결치고, 멀리 풍력발전소의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모습이 운치를 더하는 가을이다.

이제 야외로 나가볼까요?

야외로 나가면 초원 승마체험이 가능한 따라비승마장, 각종 예술 작품과 가시리 주민들이 재배한 농특산물을 아기자기하게 모아놓은 아트샵 모심, 몽골 천막 게르를 모티브로 한 게르 게스트하우스, 캠핑장, 갑마장식당, 베이커리 시간 더하기 등의 시설들이 마을처럼 옹기종이 모여 있다. 들어갈 때의 설렘으로 조랑말박물관의 외관을 둘러보는 것을 놓쳤다면 돌아가기 전 찬찬히 둘러보길 권한다. 소박하면서도 현대적인 멋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건물의 아름다움이 여운을 남긴다.

 

제주마9음료및말똥쿠키_누끼

❺ 제주마를 타고 오름을 누비며 제주를 한껏 느껴보자. ❻ 조랑말체험공원의 마음카페에는 말과 관련된 이색메뉴가 가득하다. 

 

가을, 바람을 스치며 달려보자. “승마체험”

제주마를 타고 제주의 자연과 바람을 온몸으로 느낀다. 온순하고 사람을 잘 따르는 제주마와 한 몸이 되어보는 승마체험은 가을과 제주 자연의 속삭임을 피부로 느끼게 한다. 승마하면 귀족스포츠라는 인식이 있지만 제주도에서만큼은 누구나, 어디에서나 체험할 수 있는 대중스포츠이다. 트랙을 따라 돌거나 주변 오름과 초원을 달리는 등 규모와 지역에 따라 각기 다른 매력의 승마장이 제주 곳곳에 위치한다. 승마를 체험하려면 모자와 옷, 부츠를 착용하고, 자신이 탈 말과 눈을 맞추며 인사를 건넨다. 말의 긴 속눈썹, 까맣고 깊은 눈망울이 제주마의 어진 습성을 드러낸다. 말은 겁이 많은 동물이다. 한 마리가 놀라면 주변에 있는 다른 말들도 지레 겁을 먹고 한바탕 난리가 날 수 있으니 조심조심 행동해야 한다. 제주마가 작다고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 올라타 보면 제법 힘도 세고 늠름해서 충분히 믿음직스럽다. 말 위에서 보는 풍경이 새롭다. 바람에 휘날리는 말갈기 너머로 오름 능선에 물결치는 억새들이 황홀함을 안긴다. 하늘은 푸르고 바람은 선선한데다 나뭇잎은 알록달록 단풍이 들어가는 지금, 가을은 어쩌면 승마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 아닐까. 제주의 자연을 흠뻑 느낄 수 있어서인지 말을 타고 있으면 마음도 한층 너그러워진다. 말이 길을 걷다 한눈을 팔아도, 길가에 풀을 뜯는데 열심이어도 그저 가만가만 목덜미를 쓰다듬어 스스로 움직이길 기다리는 여유가 생긴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체험할 수 있는 승마는 가족과 연인의 특별한 가을추억을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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❶ 말요리는 회나 찜 등의 요리 외에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말고기를 다져서 만든 마 떡갈비 스테이크는 아이들도 좋아하는 퓨전요리이다.(ICC JEJU 델리지아레스토랑 : 064-738-6400) ❷ 선홍빛의 신선한 말고기 육회, 말의 고장 제주에서 맛볼 수 있는 특미로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난다. ❸ 말안장은 승마를 위해 말 위에 얹는다. 말과 사람을 연결시켜준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❹ 조선시대 벼슬아치가 망건의 덮개로 쓰거나 갓 아래 받쳐 쓰던 탕건, 제주산 말총으로 만든 것이 유명한데 말의 고장 제주에서는 탕건 외에 망건, 갓 등의 말총공예가 발달하였다.

 

가을 더욱 제맛을 내는 촘촘한 육질의 말고기

제주의 오랜 말 사육 역사와 더불어 말고기는 제주인에게 친숙한 음식이자 영양식으로 제주에서는 그 어느 곳보다도 고품질의 말요리를 맛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말고기에 대해서는 선입견이 있다. 그동안 먹어 본 경험이 거의 없었기에 꺼려하는 마음이 있고 질길 것이라는 지레짐작을 한다. 하지만 말고기는 다른 육류보다 연하고 부드럽다. 소화흡수율이 높은 저지방 고단백식품으로 다이어트에도 좋고,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영양만점의 ‘웰빙푸드’로 알려져 있다. 옛 문헌에도 말고기는 섬유질이 많고 검붉은 빛깔에 냄새가 없으며 담백하다고 나와 있다. 동의보감에는 “신경통, 관절염, 빈혈에 좋고 특히 이명(귀울림)에 효험이 있으며 허리와 척추뼈에도 좋다”고 기록돼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임금님의 수라상 메뉴이기도 하였다. 유럽대륙의 대부분의 나라와 가까운 일본 등은 소고기보다 말고기를 상급으로 치며 말요리를 애호하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그 맛의 특별함이 알음알음 알려져 있다. 자연에서 뛰놀며 자란 제주 조랑말은 육질이 부드러우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미식가들의 입맛을 당기고 있는 제주의 말고기는 질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의외로 육질이 부드럽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 마회, 다진 말고기를 양념과 버무린 마육회, 푹 고은 영양 만점의 마갈비찜, 뽀얀 곰탕에 메밀가루가 고소한 마곰탕과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새롭게 개발된 퓨전 요리까지 종류도 가지가지이다. 본래 가격이 높았으나 요즘은 가격도 적당해지고 요리 종류도 다양화되어 색다른 요리에 도전하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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❶ 말가죽을 소지하면 행운이 찾아오며 악재를 막아준다는 이야기가 있다. 천연 색소로 염색한 말가죽제품은 고마운 이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선물로 특히 좋다. ❷ 산새미 “말뼈 농축액”은 말뼈의 성분을 이용한 건강식품으로 뼈의 건강에 특히 효과적이다. ❸ 산새미 “태고의 신비 크림”은 말의 태반을 주원료로 한 기능성 화장품으로 주름개선에 효과적이다. 피부를 탱탱하게 유지시켜 주어 피부탄력을 개선시킨다. ❹ 풍부한 보습력과 영양성분으로 피부보습에 특히 좋은 산새미 “마유”는 말기름을 주성분으로 한다.

 

화장품, 말 공예품 등 다양한 말의 쓰임새

탐라의 역사에서부터 제주인과 함께 해온 말은 제주의 척박한 환경을 이겨내는 데 큰 몫을 한 제주인의 동반자였다. 2,000년 전부터 제주의 역사와 함께 해온 제주말의 중요성에 걸맞게 제주도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마특구에 지정되어 다양한 말과 관련된 산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말을 단순히 승마용으로 인식하는 것에서 발전하여 경마, 말고기, 화장품, 말공예품, 공연 등 분야가 넓어지고 있다. 말을 이용한 화장품과 건강식품, 가죽제품으로 새로운 산업분야를 이끌고 있는 산새미는 그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다. 제주에서는 예로부터 말의 다리뼈를 신경통과 관절염에, 말기름은 화상에 특효로 사용하였다. 말뼈를 ‘     ’이라고 불렀으며 특히 1년 사계절 바다에 들어가 물질을 하는 해녀들이 가루로 만들어 즐겨 먹었다고 한다. 제주마의 뼈에 들어있는 글리코겐, 동물성 철과 인, 칼륨, 망간 등이 뼈 건강에 효과적이며 말성분을 이용한 화장품은 피부 탄력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말기름은 불포화 지방산으로 아토피와 여드름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잔주름, 노화예방에 특히 좋다고 한다. 말가죽으로 만든 지갑, 허리띠 등은 말가죽의 특성상 부드럽고 내구성이 뛰어나 오래 지녀도 변함이 없다. 가장 고품질의 말 관련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제주에서 만들어진 화장품, 건강식품, 가죽제품 등은 여행 후의 선물로도 인기가 높다.

‘말은 제주로’라는 말이 있듯이 제주마는 제주도의 경쟁력이고 훌륭한 관광자원이다. 제주의 역사·생활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말을 이용한 산업이 더욱 다양해지고 제주마가 주인공이 되는 드라마나 말을 스토리로 한 문화콘텐츠를 개발하는 등 제주도에서 말이 더욱 번성하고 활발하게 이용되어 사람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는 미래가 멀지 않았다.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황정희, 김지은

포토그래퍼 / 오진권, 서재철

도움주신 분 / 제주마문화연구소 장덕지(한라대학교 교수)

촬영협조 / 조랑말 체험공원

주소:서귀포시 표선면 녹산로 381-15   전화:  070-4145-3456

개관시간 동절기(11월~3월) 오전10시~오후5시   하절기(4월~10월) 오전10시~오후6시  매주 화요일 휴관, 마감 30분 전 입장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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