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아! 한라산, 제주 겨울이여…

한라산메인 사본

 

봄의 환희, 여름의 열정, 가을의 낭만을 지나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겨울의 한라산을 보라. 아! 과연 어떤 산이 너의 순백의 위엄에 맞설 수 있을 것이며 어느 계절이 너의 겨울과 견줄 수 있겠는가. 겨울은 한라산의 절정이요, 완결이다. 자신 있게 말한다. 겨울의 한라산을 올라본 적이 없는 사람은 산의 진면목을 보지 못한 것이며 진정한 겨울 산의 매력을 만나지 못한 것이다. 이 겨울, 한라산이 부르고 있다. 온통 하얀 속살을 드러내놓고 한없이 순수하지만 너무나 치명적인 유혹의 손짓으로…. 눈꽃 향연의 한라산에서 산중의 최고봉이 펼쳐놓은 최고의 겨울 만찬을 만나보자.

 

한라산(2013성판악)황정희015

눈의 왕국 한라산에 들어서면 눈꽃으로 치장한 나무들이 맞아준다. 아치형으로 구부러진 나무줄기는 눈의 터널을 만든다.

 

 

순수의 겨울

온몸으로 스며드는 한기가 손끝, 발끝을 오그라들게 하고 가슴까지 서서히 얼어붙게 만들 것만 같은 한겨울, 이 계절에 눈이 없다면? 저 높은 하늘에서 나풀나풀 떨어지는 하얀 눈꽃은 차디찬 겨울에 던지는 따뜻한 위로다. 차가운 주변 공기로 인해 미처 비가 되지 못한 영혼들이 서로를 의지하여 지상으로 천천히 내려와서 겨울에만 읽을 수 있는 동화를 짓고 그림을 그린다.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오늘 아침, 도심의 빌딩 숲 사이로 눈이 내렸다. 아웅다웅 삶을 이어가는 도시뿐만 아니라 시골, 강, 바다 그리고 산에도 차별 없이 위로의 메시지가 전해졌을 것이다. 도시나 자연은 제각기 다르게 그들만의 방식으로 눈을 맞이한다. 강과 바다는 눈을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린다. 눈의 결정은 물 입자로 변해 강과 바다의 본체에 형체도 없이 녹아들어 사라진다. 도심의 눈은 햇빛과 염화칼슘에 의해 지저분하게 생을 마감한다. 불과 몇 시간 만에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한다. 도심에서 눈의 순수성이 유지되는 시간은 너무나 짧다. 눈이 눈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곳은 산이다. 산은 눈을 차곡차곡 쌓아 찾는 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눈의 생애 안으로 걸어 들어가 천년 백설을 만나고 싶은 이들이여 제주에 가자. 겨울의 순수 속에서 마음을 정화시키고 싶다면 한라산의 겨울 빗장을 열어라. 당신이 상상하는 그 이상의 겨울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다.

 

한라산1

❶ 구상나무림에 눈이 두껍게 내려앉았다. 눈의 갑옷을 입고 출정을 서두르는 듯 장엄하다. ❷ 어리목코스와 영실코스는 한라산 정상까지 오르는 등산로는 아니지만 두 코스가 만나는 윗세오름 정상에 서면 한라산 정상의 겨울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눈의 종류

우리말에 눈과 연관된 단어가 많다. 눈의 나라에 사는 북극 에스키모인의 눈에 관한 단어 수 못지않다. 눈은 과학적으로는 차가운 기온에 비로 내리는 물방울이 얼어붙어 결정을 만들고 이 결정들이 합쳐져 눈송이로 변해 하늘에서 떨어지는 현상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눈은 가루눈과 함박눈이다. 날씨가 아주 추울 때는 눈송이가 뭉쳐지지 못하여 고운 떡가루처럼 가루눈으로 내린다. 가루눈으로는 눈 뭉치를 만들기 어렵다. 비교적 포근한 날에는 눈송이가 엉겨 붙어 함박눈으로 풍성하게 내린다. 함박눈이 내리는 날에는 날씨가 따뜻하다고 하는 이유다. 싸락눈이나 우박은 눈보다는 얼음에 가깝다. 투명한 얼음알갱이는 싸락눈이고 그 주위에 물이 얼어붙으면 우박이 된다. 0℃를 넘나드는 날씨에는 눈과 비가 섞여서 진눈깨비가 내린다. 눈의 종류 외에 눈이 온 상태나 시기 등으로 눈을 부르는 말이 꽤 많다. 가랑눈, 가루눈, 길눈, 도둑눈, 마른눈, 만년눈, 밤눈, 복눈, 봄눈, 소나기눈, 솜눈, 숫눈, 자국눈, 찬눈, 첫눈 등. 자고 났더니 밤사이에 눈이 왔더라 하면 도둑눈이 내린 거다. 소나기처럼 별안간 내리면 소나기눈, 누가 밟은 자국이 없는 곱게 쌓인 눈은 숫눈, 한길만큼 많이 내린 눈은 길눈, 지면을 쓸 듯이 움직이는 눈을 땅날림눈이라고 부른다. 눈과 다른 단어가 합쳐지기도 한다. 눈보라, 눈바람 등이 그 예이다. 나뭇가지에 눈이 꽃처럼 쌓이면 눈꽃이 피었다고 한다. 한라산은 눈꽃의 향연이 펼쳐지는 눈의 왕국이다.

 

한라산2

❶ 한라산 산행의 초입은 얇게 눈꽃이 피어 나뭇가지가 어렴풋하게 드러난다. 수묵화의 느낌이 들어 멋스럽다. ❷ 구상나무에 눈에 쌓였다가 따뜻한 날씨로 인해 녹아내리기를 반복한다. 밤 사이에 기온이 급강하하면 주렁주렁 고드름으로 나무에 매달린다. ❸ 북해도의 스노우 몬스터를 보는 듯 눈꽃과 상고대가 뒤범벅되어 있다.

 

 

한라산(2013성판악)121

눈의 왕국에 난 작은 오솔길을 걷는 등산객들은 눈꽃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랴, 산행을 서두르랴 마음이 바쁘다.

 

그리운 설산

그리우면 만나러 가자, 설산은 얼마나 매혹적인가.

지난겨울 어렵사리 나섰던 겨울산행의 기억이 밀려온다. 얼마나 추웠던지 눈썹에 고드름이 자라지를 않나 얼어붙은 빨랫감처럼 추위에 굳은 몸을 펴기가 쉽지 않았다. 얼굴을 후려치는 칼바람에 매서운 추위와 맞닥뜨리며 걸어야 하는 겨울산행은 한파도 한파거니와 푹푹 쌓이는 눈을 밟고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체력소모가 훨씬 심하다. 영하 10여도가 내려가는 맹추위에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를 정도로 땀이 흐르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힘든 기억은 잊은 채 겨울만 되면 열병처럼 마음이 들뜬다. ‘그 힘든 걸 또?’라며 고개고개를 설레설레 젓다가도 머릿속에는 한라산의 눈꽃 세상을 아삼아삼 걷고 있는 내 자신이 보인다.

겨울산행에 대한 갈망은 직접 겨울 산을 올라본 이들만 느낄 수 있는 그리움이요, 뜨거움이다. 그동안 겨울 눈꽃산행을 해볼 기회가 없었다면 올해에는 흰 눈이 쌓인 산길을 걸어보라. 그 중에서도 수많은 눈꽃들이 앞 다투어 피어나고 정상에서는 신비의 화구호를 만날 수 있는 남한 최고봉, 한라산은 겨울 산행의 최고봉이기도 하다. 하얀 솜이불을 너르게 펼쳐 마음을 다독이고 힘겨움을 극복하라고 당신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는 겨울 산은 준비된 자에게만 그 문을 연다. 진실로 겨울의 심장부로 들어갈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만이 최고의 성찬을 즐길 자격이 있다. 한라산 산정에서 은하수를 잡아당기고 설산 화구호에서는 흰 사슴이 노닐었던 발자국을 상상해보라. 한라산에 전해지는 신비로운 이야기들을 곱씹으며 그리운 겨울 한라산을 향하는 발걸음이 날듯이 가볍다.

 

한라산3

❶ 성판악코스에서 눈꽃 사이로 정상에 호수를 가지고 있는 사라오름과 그 너머로 성널오름이 보인다. ❷ 순백의 눈꽃세상에서 울긋불긋한 옷을 입은 등산객들이 옹기종기 모여 간식을 먹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한라산4

 

순백의 이어도

순백의 섬이 생겼다. 그곳은 겨울에만 보이는 이어도다.

저 멀리 마라도를 지나 바닷속에 감추어진 상상의 섬, 이어도. 한라산은 겨울에 섬이 된다. 제주도는 연평균 강우량이 1,975mm에 달한다. 태평양 상공의 수증기가 한라산에 부딪치면 많은 비를 뿌린다. 겨울 한라산 산중은 대부분 영하의 날씨이기 때문에 비는 눈으로 바뀌고 제주에 눈이 왔다 하면 십중팔구 산간지방에는 대설주의보다. 한겨울에 제주시나 서귀포 시내에서 바라보면 제주도 중앙부에 솟아있는 한라산만 하얗게 칠해져 있음을 볼 수 있다. 간혹 산 아래쪽에 눈이 녹은 모습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한라산 정상부는 눈의 섬, 이어도이다. 특히 백록담을 받들고 있는 부악 주변은 겨우내 흰 눈에 휩싸여 겨울을 난다.

올해는 전년보다 며칠 빠른 11월 3일에 한라산에 첫눈이 왔다. 산 아래와는 전혀 다른 세상을 보여줄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탄이다. 점차 눈이 내리는 날이 잦아지고 적설량도 늘어나 눈의 왕국이 세워지고 있다. 한라산이 순백색의 이어도가 되는 시간은 꽤 길다. 11월부터 내린 눈이 봄이 한창인 4월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많은 눈은 한라산의 뜨거운 가슴을 식히는 차가움이다. 화산폭발에 의해 만들어진 한라산, 수만 년동안 크고 작은 폭발과 분출에 의해 한라산과 산정화구호가 생겨났다. 불덩어리를 끌어안은 땅에서 쉴 새 없이 이글거리는 용암이 흘러나왔고 돌덩어리들을 토해냈다. 이 겨울에 내리는 많은 눈이 모태에서부터 품고 있는 제주 안의 뜨거움을 식혀주고 있는 것이다.

 

눈의 축제

한라산의 겨울은 온갖 눈들이 축제를 벌이는 눈의 나라다.

한라산은 사계절 각기 다른 색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봄철 진달래와 철쭉, 여름은 짙은 녹음, 가을의 단풍, 그리고 겨울의 눈이다. 한라산이 계절마다 선보이는 색의 파노라마도 훌륭하지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백색으로 차려입고 사람들을 맞는 겨울은 신비로움과 순수함의 절정이다. 산에서 만날 수 있는 눈으로 피운 꽃, 눈꽃은 꽃보다 화려하고 차가운 매력의 정화이다. 특히 한라산의 눈꽃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눈꽃에는 설화(雪花), 상고대, 빙화(氷花)의 3가지가 있다. 눈이 나뭇가지에 쌓여있으면 설화다. 가장 흔히 보는 눈꽃으로 바람이나 무게에 의해 밑으로 떨어져버리는 설화와 달리 서리가 얼어붙어 나뭇가지에 달라붙어있으면 상고대다. 바람이 불어도 꿈쩍도 안하며 바람에 따라 결을 만들어 얼어붙기 때문에 그 모양이 치맛자락 날리는 것처럼 보인다. 빙화는 얼음꽃이다. 눈꽃이 녹아 흐르다 갑자기 기온이 급강하해서 얼어붙은 것으로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설화는 솜이불처럼 부드럽지만 차갑고 상고대와 빙화는 얼음의 투명함과 청명함을 가지고 있다. 눈꽃과 상고대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한라산의 눈꽃은 칼날처럼 매서운 추위를 잊게 하는 신비로움이다.

마음 속에 휘몰아치는 감동, 뜨거운 황홀감이 매서운 삶의 겨울을 잠재우리라. 당신의 삶에 특별한 순간을 선물하는 한라산 눈꽃산행을 시작할 준비가 되었는가?


 2015 한라산 겨울이벤트

▶ 일시 : 2014년 12월 20일 ~ 2015년 1월 31일 ▶ 장소 : 한라산 어리목광장 ▶ 문의 : 064-740-6049 ▶ 상설운영 : 눈썰매장, 스키체험, 포토존, 전통놀이체험 ▶ 주말운영 : 행운의 룰렛, 대나무 스키, 캐리커처, 페이스페인팅, 한국음식체험

 

 

한라산(2013성판악)062

전날 폭설로 입산이 금지되어 한라산을 오르지 못한 이들까지 합쳐진 탓인지 대설주의보가 내린 다음날 맑게 갠 한라산은 사람들로 긴 행렬을 만든다.

 

 

은빛 산행

겨울왕국으로의 여행, 은빛 한라산을 오르다. – 성판악 코스

어제 지독히도 많은 눈이 내렸다. 도저히 산행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바람과 눈이 휘몰아쳤다. 입산이 금지되었고 눈꽃 산행 준비를 했던 이들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하늘을 보니 언제 그랬냐는 듯 파랗게 열리고 있다. 날씨도 매섭지 않다. 그 억센 칼바람은 다 어디로 갔는지. 이런 날씨에 한라산 눈꽃산행을 할 수 있다니 마음이 들뜬다. 겨울산행은 준비가 중요하다. 장갑, 모자에 목토시까지 껴입을 대로 껴입었다. 이렇게 좋은 날이라면 한라산 등반코스 가운데 가장 긴 백록담 정상까지 가는 성판악코스의 긴 여정도 충분히 즐길 수 있겠다. 얼마나 오랜만에 한라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겨울산행인가. 백록담은 잘 있겠지. 가슴 속에서 아릿하게 그리움이 흘러나온다.

출발점인 성판악휴게소에서 아이젠과 스패츠를 착용한다. 어제 산행을 포기했던 사람들까지 합세해서인지 인파 수준의 사람들이 주차장에 시끌벅적하다. 정상까지 대략 4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출발을 서둘러야겠다. 온통 하얀 세상인 한라산은 길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에 푹 파묻혀있다. 하얀 솜털 옷을 두껍게 껴입고 겨울을 나는 한라산의 속살이 기쁨의 탄성과 함께 눈앞에 드러난다. 앞서간 이의 발자국을 따라 한걸음 뗄 때마다 겨울 한라산의 심장부로 조금씩 다가간다. 한라산 겨울산행의 묘미는 다채로운 눈꽃을 감상하고 차가운 날씨를 이겨내며 묵묵하게 한 걸음씩 내디디는데 있다. 산을 오르내리는 이의 얼굴을 자세히 보라. 겨울산행의 묘미를 발견한 이들의 얼굴에는 생의 윤기가 흐른다. 겨울산행을 하며 느끼는 삶의 카타르시스이다. 하루하루의 일상이 무료하고 조그만 일에도 나약한 마음이 들 때는 한라산 눈꽃산행이 마음에 경종을 울려준다. 정오인 12시까지 진달래밭 통제소를 통과해야 정상까지 갈 수 있다. 진달래밭까지는 보통 3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이렇게 눈이 많이 와 길이 미끄럽고 발이 푹푹 빠지는 날에는 시간이 더 걸린다. 눈길걷기가 쉽지 않은 것도 있지만 눈꽃의 천국답게 기기묘묘한 눈꽃과 얼음꽃들이 도열하듯 길 양옆을 메우고 있어 앞으로 나아가기 보다는 길옆의 은빛 풍경에 매료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라 더 지체되었다. 중간기점인 속밭대피소를 지나 진달래밭까지는 거의 평탄한 숲길이다. 숲은 겨울왕국으로 가는 작은 오솔길만을 허락하고 있다. 그 길을 벗어나 숲 쪽으로 한발을 짚었더니 수렁으로 빠지듯 허벅지까지 푹 파묻힌다. 혼자 힘으로 빠져나오지 못할 정도로 깊이 빠져든다. 한라산 겨울산행에서 등산로가 아닌 곳으로 가는 것은 목숨을 담보로 하는 위험한 일임을 실감한다. 파란 하늘 아래 순백의 세상 속으로 줄을 지어 걸어가고 있는 등산객들이 행렬을 만들고 있다. 은빛 정적을 깨는 울긋불긋한 선이 길게 길게 이어진다. 진달래밭 광장에서는 일렬로 이어졌던 선이 점으로 흩어진다. 이곳에서 간단한 요기를 하고 쉬면서 정상까지 올라갈 힘을 추슬러야 하건만 그럴 시간이 없다. 12시까지 진달래밭 통제소를 통과해야만 한다. 시계를 보니 10여분 밖에 남지 않았다. 서둘러 등산로에 들어서는데 많은 사람들이 합쳐지고 엉켜 나 스스로 걷기보다 떠밀려서 간다. 길이 좁아져 병목현상이 생겨 더하다. 12시를 불과 2~3분 남기고 통제소를 간신히 통과하였다. 휴!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겠다.

통과했다는 것에 안도의 숨을 쉬던 것도 잠시, 갑자기 경사가 급해지는 길에 숨이 가빠온다. 그동안이 숲길 산책의 수준이었다면 지금부터는 진짜배기 산행이다. 길도 더 좁아져서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정도의 폭이다. 숨소리도 거칠어지고 손도 시리다. 입도 꾹 다물어진다. 다른 이들도 굳어진 얼굴로 앞 사람의 발끝만 따라가고 있다. 꼬리를 물 듯 발뒤꿈치를 따라 걷다보니 급경사의 숲이 끝난다. 갑자기 너른 벌판이다. 눈이 시원해지고 힘겨움도 가벼워진다.

 

한라산5

❶ 성판악휴게소 앞 광장이 아이젠과 스패츠를 착용하고 한라산 겨울산행을 시작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❷ 한라산 초입의 눈꽃은 두껍지 않다. 정상부보다 높은 기온 때문에 눈이 녹아내려 나뭇가지가 드러난다. ❸ 겨울산행을 하다보면 혼자 보다는 여럿이 함께 모여 눈보라와 바람을 피하게 된다.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남은 산행을 위해 휴식을 취한다. ❹ 12시까지 진달래밭 통제소를 통과해야만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까지 다녀올 수 있다. 통제소 아래에 있는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등산 중에 흩어진 일행을 기다려 함께 출발을 서두른다.

 

숲 안에서와 달리 바람이 매서워져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감싸고 걷는다. 뒤로는 정상을 향한 행렬이 여전히 꼬리를 물고 있다. 눈벌판에 서있던 푸른 잎의 구상나무는 많은 눈에 쌓여 위엄 넘치는 동장군이 되었다. 물방울들이 얼어붙어 눈과 범벅이 된 채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하며 갑옷이 갈수록 두터워졌다. 북해도 눈벌판에서나 볼 수 있는 ‘스노 몬스터’처럼 우람하다. 정상에 가까울수록 빙판길처럼 위험하고 바람 자국이 살을 에듯 날카롭다. 길게 자란 상고대가 바람의 매서움을 드러낸다. 간혹 까마귀가 날아들어 온통 하얀 세상에 검은 색 점을 찍는다.

점차 가까워지는 백록담이 이곳이 북해도나 동화 속 겨울 왕국이 아니라 제주의 한라산임을 일깨운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묵묵히 발을 내디뎌 오랜만에 만나게 될 백록담 정상 모습을 떠올리며 위로, 위로 향한다. 어느 순간 더 이상 올라가기를 멈춘 길, 정상이다. 매서운 바람이 귓불을 떼어내듯이 후려치지만 백록담을 볼 수 있는 날이 그리 많지 않음을 생각하면 이 시간은 축복이다. 뻥 뚫린 화구호 안에 흰 눈이 수북하다. 파란 하늘 아래 순백의 화구호는 한라산이 쉽사리 보여주지 않는 신비경이다. 손이 얼어붙어 겨우 몇 장의 사진만 남기고 하산을 서두른다. 2시까지 정상에서 내려가야 한다며 하산을 종용하는 호루라기소리가 산정에 메아리치고 있기 때문이다. 백록담과의 눈인사는 짧았지만 그 여운은 강렬하다. 서둘러 산을 내려간다. 그토록 화려하고 소담스러웠던 눈꽃들이 햇살 아래 점차 녹아들고 있다. 붉은겨우살이 열매들도 빨간색을 조금씩 드러내며 눈을 털어내고 있다. 해질녘의 황금빛 여운이 그림자를 드리우는 순간 순백의 영혼들이 금빛 치장을 한다. 길만을 내려다보고 걷는 이가 아닌 숲과 산 너머에 그리고 하늘에 시선을 주는 이들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순백의 한라산이 뒤에 남았다. 은빛 동화책을 덮어야 할 시간이다. 아쉬운 마음으로 순백의 겨울 여행을 마무리하고 동화책을 덮는다. 일상의 나태함이 나의 마음속에서 빠져나갔고 그 자리를 삶의 활력으로 채웠다. 겨울산행이 준 선물이다.

 

한라산6

❶ 한라산 정상부로 갈수록 눈벌판이 넓어진다. 칼바람에 산이 에이듯 눈이 바람자국을 남기며 얼어붙어있다. ❷ 어디가 구름이 뭉실뭉실 피어오르는 하늘이고 어디가 겨울왕국인 한라산인지 경계가 모호하다. 순백의 눈꽃 세상으로 행렬을 만들며 걷고 있는 등산객들이 오르고 내리며 즐거운 산행인사를 나눈다. ❸ 나무로 된 난간이 그 형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두껍게 자란 상고대에 뒤덮여있다.

 

한라산 겨울등반 산행 Tip!!

한라산은 외형적으로는 완만한 형세를 보이지만 급변하는 기후와 눈이 많이 오는 겨울 날씨로 인해 각종 조난사고가 빈번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날씨 점검과 겨울산행에 대비한 만반의 준비는 필수. 산중에 폭설이 내리는 당일에는 길을 잃을 염려가 높기 때문에 국립공원측에서 입산을 금지하기도 한다. 눈이 많이 온 뒤 맑은 다음날이 눈꽃산행의 최적이다.

겨울산행 준비물

눈길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아이젠은 필수!! 최근에는 빠르게 신고 벗을 수 있는 체인스타일 아이젠이 보편적으로 사용된다. 양말이나 신발 속으로 눈이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는 스패츠도 함께 준비하면 좋다. 옷은 보온성을 높이도록 얇은 옷을 여러 겹 껴입는 것이 좋으며 폴라폴리스나 모직이 가볍고 따뜻하다. 방수기능이 있는 등산화, 등산용 스틱, 귀를 덮는 모자, 방수 재질 장갑 외에 여벌옷과 양말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초콜릿, 사탕, 에너지바와 같은 칼로리가 높은 간식을 챙기는 것도 잊지 말자. 눈꽃촬영을 위해 카메라를 가져갈 때는 여벌의 배터리를 준비하고 낮은 온도에 배터리가 제 기능을 못할 수 있으니 산행 중에는 따뜻하게 보관했다가 촬영 시에만 꺼내 쓰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황정희

포토그래퍼 / 오진권, 황정희

촬영장소 / 겨울한라산 산행 추천 성판악코스 전화 064-725-9950

성판악 탐방안내소 > 속밭대피소 > 사라오름입구 > 진달래밭 > 정상(동릉) (진달래밭 3시간, 정상 4시간 30분) 9.6km

입산통제시간 : 동절기 11~2월 12:00(진달래밭통제소까지), 15:00(사라오름통제소까지)

 매점 성판악휴게소 (식수, 김밥, 국수, 해장국, 과자류, 아이젠, 비옷 등 등산장비) 진달래밭대피소 (식수, 컵라면, 면장갑, 비옷 등) 화장실 성판악사무실, 속밭대피소, 진달래밭대피소


제주여행매거진 <아이러브제주>에 실린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 받습니다. 사전 동의 없이 무단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다음의 HTML 태그와 속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 <strike> <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