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posts filed under: 백대비경

46호 백대비경1

가을소식의 시작은 제주의 하늘

  가을소식의 시작은 제주의 하늘   여름날의 뜨겁던 열망은 사라지고 가을날의 서늘함이 자리한 가을이다. 푸르디푸른 저 하늘색은 제주의 가을을 그려나갈 드넓은 캔버스 하얀 몽실몽실 구름이 피어오른 하늘을 보라 제주의 가을하늘이다. 그 하늘을 한 웅큼 부여잡아 맛보면 서늘한 가을 맛이 난다. 가을을 가장 먼저 느끼고 싶다면 제주의 가을하늘을 보라! 그곳이 가을의 고향이다.     에디터 / […]

백대비경3

옥빛으로 그려낸 제주바다

옥빛으로 그려낸 제주바다 바다가 투명한 쪽빛 물이 들었다. 하늘이 해사하게 열리던 날이다. 카약을 타는 이들의 웃음소리가 공기를 뚫고 예까지 들린다. 일렁이는 물결 따라 여행의 짧은 순간을 아낌없이 즐기는 사람들이 바다 그림에 점을 찍는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바다의 검은 빛은 제주섬의 탄생 비화를 전하는 바위와 돌들. 바다의 무늬다. 머물다 떠나는 이들의 삶의 결이 차곡차곡 쌓여 쪽빛의 바다를 […]

61호 백대비경1

바다와 연애하다

  처음 바다를 만났을 때 잰 걸음으로 달려가 붙잡으면 내 손에 잡힐 줄 알았다. 그랑블루(Le Grand Bleu)는 커다란 파랑 그 바다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것에 익숙한 파랑 손안에 잡을 수 없는 바다는 나의 짝사랑의 상대 또 누군가의 외사랑의 대상 바닷가에서 스치는 인연에 마음 아려한 이들 그들이 흘린 눈물이 모여 더 물빛이 아름다워지는 바다 여름은 바다와 […]

45호백대비경3

여름, 그 끝 갈 곳 없는 열망!

여름, 그 끝 갈 곳 없는 열망!   씨앗으로 떠난 멀고 먼 바다여행길 얼마나 목마르고 고달팠을까. 제주섬 동북단 토끼섬에 자리 잡고 보니 고향생각 치받아 오르는 계절 여름만 되면 끝 갈 곳 없는 열망이 피어난다. 뜨겁디뜨거운 8월 첫날이 그들의 성인식날쯤 되려나 온 섬을 뒤덮으며 하얗게 피어난 문주란이 바람결에 춤을 춘다.     에디터 / 황정희 포토그래퍼 […]

백대비경3

바다는 말이 없고, 그 침묵이 고맙다

  바다는 말이 없고, 그 침묵이 고맙다   바람 많은 제주에서 바람이 자는 날은 많지 않다. 옥빛 버선발로 마중 나온 어머니 그동안 무엇하다 이제 왔냐고 사는 건 팍팍하지 않냐고 이것저것 캐물을 줄 알았는데 그저 두 팔 벌려 꼭 안아주신다. 아무 말 없이…….   아주 가끔밖에 이 바다에 올 수 없다. 눈물겹게 그리워도 참는다. 어렵게 만든 […]

백대비경-1 800

메밀꽃 필 무렵, 비치미오름에서

  그대는 흰 메밀꽃이 만개하는 날 어디로 가는가. 오름 자락 아래, 하얀 설렘이 나부낀다. 제주도 메밀이 우리나라 메밀의 3분지 1을 차지한다. 메밀밭도 많고 그 메밀꽃을 흔들어대는 바람도 잦으니 그 풍경이 수채화 한 폭이다. 제주에 논은 없고 돌이 뒹구는 밭투성이다. 흰쌀은 구경도 힘들었고 감자, 보리, 조, 메밀뿐이었다. 메밀은 몸에는 좋으나 많이 먹으면 기가 빠진다. 하지만 무와 […]

48호 백대비경2

가장 찬란한 인생의 봄

장 찬란한 인생의 봄   혹독했던 지난 겨울이 머물던 자리에서 꽃망울이 터져 나온다. 그들은 배우지 아니하여도 제 살 바를 찾아 살아나간다. 차가운 한기를 피하려고 꼭꼭 숨었던 생명의 기운들이 어느새 봄이 왔음에 환희에 찬 노래를 부르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그리도 어려웠던 순간도 어제 일이 되버린다. 어제는 오늘의 기억이고 내일은 오늘의 꿈이라 하지 않던가. 지금 이 순간 […]

60호 백대비경1

노란바람, 벌거벗은 봄이 나부낀다

  제주의 봄은 노란 색정  흔들리는 바람에 옷을 벗는다. 짙은 유혹의 몸짓에 주체할 수 없이 솟구치는 봄의 욕망 누가 제주의 봄에 노란 유화물감을 뿌려놓았는가. 흔들리며 피는 꽃이 아름답다. 세상사에 초연한 나그네로 살기보다는 봄바람이 쥐고 흔드는 대로 거침없이 나부끼며 세상의 질곡을 온몸으로 부대끼며 살겠다. 제주의 노란 바람이 그렇게 마음을 흔드는 봄이다. 석화된 마음 위에 덧 입혀진 […]

백대비경1

어멍은 바다에

어멍은 영하의 차가운 날씨에도 바다로 갔다. 하루는 어멍을 따라갔다. 바람이 드세고 눈보라는 볼을 세차게 때렸다. 손끝을 살짝 바닷물에 넣었다 뺐는데 바닷물의 냉기보다 그 물기를 채가는 매서운 바람에 몸이 오그라들었다. 어멍은 잠수복을 입고는 바다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 이후로 촌을 떠나기만 소원했다. 촌이 싫고 바다가 싫었다. 지금 나는 도시에서 산다. […]

59호 백대비경2

연인은 무지를 타고

  칼바람 불던 날에 쌍무지개 피는 바닷가로 나갔다. 헤어지는 연인들의 마지막 만남이련가. 갈매기 한 마리는 그들의 전령, 모진 바람을 뚫고 소식을 나른다. 바다와 육지에 떨어져 있는 그들 그리워, 그리워 뿌리는 눈물이 두 개의 다리를 만들었구나. 그 짧은 순간이 아쉽고 또 아쉬워 파도는 목 놓아 울고 바람은 세차게 도리질한다. 만남의 순간이 영원처럼, 이별의 고통이 찰나처럼 무지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