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숲속 롤러코스터 “머체왓숲길”

머체왓숲길

 

머체왓숲길1

 

머체왓 북쪽에 머체오름이 있어 머체왓 숲길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머체’는 돌이 많거나 무더기로 쌓여있는 곳을 가리키는 제주방언이다. 돌무더기 땅에서 나무들이 어떻게 뿌리를 내렸으며 그 나무들이 거목으로 자라 울창한 숲을 이룰 수 있었을까. 척박한 자연을 이기고 신비로운 숲 생태계를 완성하고 있는 머체왓 숲길로 힐링투어를 떠난 날은 전날 비가 내린 탓인지 숲이 더욱 파릇파릇 생명의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머체왓숲길2

❶ 숲은 초록으로 무성하다. 덩굴식물이 나무줄기를 타오르고 지표면에는 고사리류가 번성하여 자라고 있다. ❷ 원시림을 걷는 듯한 느낌이다. 거의 평지느낌이지만 가끔씩 오르내리는 길이 있어 숲길 걷는 재미가 좋다. ❸ 하늘을 가리울 듯 나무들이 울창하다. 층층이 뻗어내린 가지와 나뭇잎 사이로 작은 하늘이 보인다. ❹ 커다란 바위 위에 뿌리를 내린 제밤낭(구실잣밤나무)이 자연의 신비로움으로 다가온다. 커다란 나무둥치에 달팽이가 느릿느릿 기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조용한 산간마을에 숨겨져 있던 보물 같은 숲길

머체왓 숲길은 한남리감귤복합처리가공공장 동쪽에 있는 방문객지원센터에서 출발해 머체오름과 서중천을 끼고 돌아오는 총 6.7㎞ 코스다. 목장길과 울창한 숲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숲길로 한 바퀴 돌아 나오는 데는 2시간 40여분 정도 걸린다. 숲길이 위치한 한남리는 마을민들의 95%가 감귤농사를 짓고 있는 제주의 전형적인 중산간마을이다. 조용한 산간 마을 안에 깊숙이 숨겨져 있던 보물같은 숲길은 최근에야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숲길이 사람들에게 문을 연 때는 2012년 12월, 흰눈 위로 첫 발자국을 뗀 후 몇 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숲길의 매력이 진하여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걸었고 다시 걷고 싶어지는 길로 꼽히고 있다.

 

목장에서 시작하여 잣성을 지나는 초입은

소들이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목장과 그 너머 한라산이 좌정한 풍경으로 시작한다. 방목중인 소들이 숲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하여 입구가 꺾어져서 만들어져 있고 양측에는 돌담이 있다. 돌이 많은 제주도답게 어디를 가나 돌담을 쉽게 볼 수 있는데 돌담은 쓰임새에 따라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밭을 경계 짓는 밭담, 마을길에서 집으로 들어가는 구부러진 길 양옆의 올레, 무덤 주위에 마소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둘러친 산담 등, 머체왓 숲길 안쪽에 있는 돌담은 잣성이다. 조선시대에는 군마와 역마를 기르는 국영 마목장의 상, 하 경계를 짓기 위해 돌담을 쌓았으며 한라산 위쪽은 상잣성, 해안지대 가깝게는 하잣성이 있다. 머체왓 숲길에서 볼 수 있는 잣성은 중잣성으로 상잣성과 하잣성 사이의 공간을 둘로 나눈 지점에 농경과 목축을 교대로 할 요량으로 쌓아 올린 돌담이다. 워낙 숲이 깊고 은밀한 탓에 원형 가까이 보전되어 있어 옛 제주인의 생활상을 그려볼 수 있다.

 

머체왓숲길3

❶ 머체왓 숲길 안은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있다. 동백나무숲길이 몇 번 나오는데 겨울이 끝나는 이른 봄쯤 찾아와 동백꽃 꽃길을 걷고 싶다. ❷ 숲은 습기를 잔뜩 머금고 있다. 돌에 자연스럽게 돋아난 초록이끼가 싱그럽다. 마삭줄 꽃이 이끼 위에 떨어져있다. ❸ 삼림욕에 특히 효과가 좋은 침엽수림인 삼나무와 편백나무 숲이 몇 번에 걸쳐 나오므로 큰 호흡으로 신선한 공기를 가슴가득 채워본다.

 

동백낭, 제밤낭 그리고 숨막힐 듯 싱그러운 초록林

숲 안으로 한참 걸어 들어가니 목조다리가 보인다. 평상시는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이나 한라산에 비가 많이 내린 날에는 하천이 범람하기도 한다. 그래서 느쟁이왓다리가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짐작으로 이외의 장소에 있는 다리에 대한 의문을 푼다. 화전농을 했던 흔적이 남아있는 방애혹은 산굼부리처럼 안쪽이 움푹 들어간 형태가 방애를 찧는 절구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숲길 사이사이 동백낭길이 시나브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낭은 나무를 뜻하는 제주 방언이다. 동백꽃은 3월 말경 절정으로 피어나는 꽃. 붉은 꽃잎 속에 흐드러진 노란 꽃술의 동백꽃이 꽃송이 째 툭툭 떨어져 붉은 낙화의 진수를 볼 수 있을 내년 봄쯤 다시 이 길을 걸어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다. 굽이치듯 돌무더기 위에 신비롭게 자리한 숲길을 지나고 숨 막힐듯 싱그러운 초록林을 벗어나면 시야가 트이는 평평한 길이 나온다. 몇 번의 숲길이 있었고 하늘빛이 선명한 평지길이 몇 번이었는지 세는 것은 그만두었다. 온전히 숲길의 다채로운 매력에 저항 없이 빠져들 참이다. 지루할 틈이 없이 저마다 다른 느낌의 길이 교차하듯 나온다. 걷기를 멈추고 휴식을 취한 곳은 거대한 바위 위에 뿌리를 뻗어 내리고 거목으로 자란 제밤낭 앞이다. 돌밭 위에 자라는 나무의 뿌리는 지표에 노출된 채 사방으로 뻗어나가며 나무를 지탱한다. 나무 나름의 생존전략이다. 제밤낭이 마침 뿌리를 내린 곳에 바위덩어리가 있었고 살기위해 오랜 세월 동안 뿌리를 살찌우고 뻗어내려 바위를 얼싸안은 형상이 되었다. 기원쉼터라는 푯말이 무색하지 않게 신령스러운 기운을 뿜어내는 나무다. 제밤낭은 구실잣밤나무를 말한다. 꽃이 필 때 밤꽃 향기가 나서 특이하다. 가을에는 아주 작은 열매가 달리는데 그 맛은 달짝지근하여 날로 먹거나 구워서 먹었고 떡에 넣어 먹기도 했다고 한다. 숲의 습기가 달팽이를 살찌웠는지 평상시 보던 크기의 서너 배는 족히 돼 보이는 달팽이가 나무 등걸을 천천히 타고 있다. 느리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차근차근 살아가는 모습이 대견하다. 머체왓 숲길에는 구실잣밤나무를 비롯한 난대수종이 번성하여 자라고 있다. 조록나무, 붉가시나무, 종가시나무 등 상록활엽수림대가 울창하게 숲텐트를 펼치고 있다. 그렇다고 활엽수림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머체왓

> 두루미천남성이 한그루 피어있다. 두루미천남성은 땅이 비옥하고 습지가 많은 곳에 피며 9월에 매달리는 빨간 열매는 독이 있다.   > 동백낭 숲길로 나무의 수형이 자유롭다. 오솔길을 사이에 두고 줄기들이 얽히어 아치형의 터널을 만들고 있다.

 

 

푹신한 흙길, 삼림욕과 역사의 흔적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삼나무, 편백나무 숲에 다다르면 향긋한 숲내음을 맡으며 삼림욕을 즐긴다. 침엽수림대 바닥은 푹신한 흙 감촉이 살아있는 평평한 길이다. 그 길 위를 걷는 느낌도 좋고 돌과 바위가 엉클어진 곳에 형성된 활엽수림 지역은 모험을 감행하듯 돌길, 숲길을 헤쳐 나가는 느낌이 이채롭다. 숲에 자연적인 롤러코스터가 설치된 듯하다. 숲길에 익숙해질 때쯤이면 확 바뀐 숲이 펼쳐지길 여러 차례, 숲길의 분위기가 돌변할 때마다 저절로 탄성을 쏟아낸다. 삼나무숲과 우측 철조망 너머 목장의 푸르른 풀밭 사이를 걷다보니 머체왓 집터이다. 주위에 대나무가 심어져있어 사람이 살았던 곳임을 알 수 있는 곳으로 지금은 쓸쓸하게 집터만 남아있지만 제주의 아픈 역사 4.3으로 인해 소개된 마을터는 세월의 무상함을 전하고 있다. 잠시지만 목장옆 시멘트 길을 걸어야 하는 구간도 있다. 숲으로 길을 내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으로 숲 안쪽을 들여다보니 칠흑처럼 어둡다. 너무나 많은 나무가 베어져 나가고 숲의 구성원들이 제자리를 잃을지도 몰라 어쩔 수 없이 시멘트길이 포함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절벽 아래로 서중천이 보인다. 서중천은 한라산 흙붉은오름에서 발원하여 남원리 해안으로 흘러간다. 사려니 숲길을 지나고 이곳 머체왓 숲길까지 흘러내리는 하천이다. 하천 폭이 좁고 바닥이 현무암과 기암절벽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용암층 밑으로 지하수가 흐른다. 오리튼물에서 알 수 있듯이 오리를 비롯한 새가 찾아드는 곳이다. 용암이 흘러내린 모양새에 따라 각양각색의 기암절벽이 형성되어 있고 어제 내린 비로 꽤 많은 물을 담고 있어 새들이 놀기에 제격일 듯하다. 나뭇가지로 듬성듬성 집을 지어 숲체험 활동을 했던 흔적이 남아있는 숲속 유치원과 제주의 나무인 참꽃나무 숲길을 지났다. 서성로 옆의 작은 오솔길을 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시작점에 다다른다. 휘휘 돌아 숲길을 걸어 어느새 제자리다.

머체왓 숲길은 매력적인 여인이었다. 팜므파탈은 아닐지라도 짙은 초록색으로 유혹하는 법을 알았고 소박함으로 편안함을 안겨줄 줄도 알았다. 풍성하고 짙은 숲의 치맛폭을 펼쳐 숲길을 걷는 이들을 감싸 안았다. 드러난 돌과 나무뿌리는 육감적인 여인네의 모습으로 다가왔고 크고 강하게 자란 나무들은 척박한 환경에 굴하지 않고 이를 이겨 내어 살아가고 있는 제주인을 떠올리게 하였다. 머체왓 숲길은 제주인과 자연이 어우렁더우렁 감싸 안은 길이다. 잠시 지나는 여행자에게 제주의 문화와 자연을 풍성하게 내어주고는 편안히 쉬다가라고 한다. 굴곡 많은 인생처럼 굽이치는 숲길에서 자연의 생명력과 인간의 조화 그리고 힐링을 만난다.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황정희

포토그래퍼 / 오진권

찾아가는 방법 / 제주시에서 97번국도(번영로) ▶1118번 도로(남조로) ▶부영골프장에서 1119번 도로(서성로) 우회전

▶ 태풍센터 지나고 한남리감귤복합처리가공공장 가기 전 우측에 위치

탐방시간 : 6.7km, 2시간 40여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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