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다가 일렁이는 바닷길을 걸어가고 싶다. 여름이 할퀴고 간 그 자리에 홀로 서 있을 것만 같은 가을 바다, 한낮의 태양이 떠나가는 해안길에서 나의 외로움과 온전히 마주하고 싶다.
애월~한담해안 산책로
애월해안도로 산책로는 호젓하다. 바닷길을 걷는 사람 두명 그리고 바다위에 홀로 서있는 등대와 돌담만이 가을을 즐기고 있다.
제주시와 서쪽 끝 고산의 중간쯤 어딘가 바닷가 길에서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 시작은 애월해안도로. 자그마한 애월항에는 출항을 기다리는 작은 고깃배 몇 척이 파도에 뒤척이고 있고 몇 개의 횟집들이 모여 있을 뿐 한가롭다. 애월항에서 시작되는 해안가 산책길이 만들어진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아직 길이라고 하기에는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구석이 있다. 그래서인지 바닷가를 끼고 돌며 걸어간 이들의 옅은 흔적을 걷고 내가 있을 뿐 길을 걷는 또 다른 사람을 만나지는 못했다. 바닷가 갯바위에서 낚싯대를 드리운 사람들이나 이 길을 걸어갔을까. 점차 저물어가는 해는 검은색 화산석 위에 무리 지어 자라는 키 작은 강아지풀을 보석처럼 빛나게 한다. 해님이 바다에 은빛 그물을 던진 것처럼 보인다. 밤하늘의 별들이 모두 바다에 빠져버린 듯 수면의 반짝거림이 먼바다를 향해 길을 내고 있다. 저 길 위의 반짝임이 더욱 찬란해지는 건 집으로 돌아가는 인어공주의 은빛 비늘이 더해져서가 아닐까.
애월해안도로 산책로에서는 길을 걷는 이를 한 명도 만날 수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숨어있다 우르르 뛰쳐나온 것처럼 사람들이 많아진다. 한담산책로가 시작되었구나. 이효리가 즐겨 걸었다는 길이고 ‘맨도롱 또똣’ 드라마 촬영지로 이름을 알린 해안, 이미 유명해질 때로 유명해진 곳이다.
봄날 카페 옆은 직접 바다를 만끽하려는 이들로 붐빈다. 바다로 나간 사랑하는 연인들은 함께 노를 저으며 제주의 에메랄드 빛 바다에서 추억을 쌓는다.
어디를 가나 바닷가에는 크고 작은 해수욕장이 있다. 여름이 떠난 자리에 가을 바다가 서있듯이 수평선 너머 어딘가에 나를 세워놓고 싶다.
➊ 바다와 가장 가깝게 난 길, 거대한 화산석 바위들과 자연의 푸르름이 아직 남아있는 땅이 잘 어울린다. ➋ 노을이 아름다운 한담해안길은 평탄하다. 낮은 언덕 위에 서 있을 뿐인데 하늘에 맞닿을 것처럼 보인다. 그 곳으로 향한다. ➌ 해안길을 걷다보면 물이 들고 나는 것이 확연히 드러난다. 썰물에 모래사장과 갯바위들이 모습을 드러내면 다른 해안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이제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한담길이 시작되어 얼마 되지 않아 작은 바닷가 카페가 보인다. 바다를 코앞에서 마주하는 야외석에는 하늘과 바다를 즐기는 이들로 넘쳐난다. 봄날카페를 지나자마자 더 많은 사람이 보인다. 스노클링과 카약을 탈 수 있어 바다를 직접 체험하는 활기에 마음속 외로움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제주 바다의 생기를 꾹꾹 눌러 담는다. 에메랄드빛 바다가 아름다운 한담해안길은 1.2km로 곽지해수욕장까지 연결되어 있다. 용암이 흘러 금방이라도 바다에 뛰어들 듯 기기묘묘한 용암바위들이 해안절경으로 자리 잡고 있고 바닷가 고운 모래와 맑은 물빛이 제주도에 와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이곳은 고산 수월봉에 못지않은 노을 명소로 알려져 있다. 해가 지는 시간이면 사람들이 산책하듯 걸어 나와 낙조를 바라본다. 산책로를 여유롭게 걷다가 문득 바라본 바다 너머의 하늘이 황홀하리만치 매혹적인 하늘색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외로움을 이기기 위해 찾아온 바다가 전해주는 위로는 사람들과 바다가 뿜어내는 생기와 바로 저 하늘이었구나. 나의 걸음은 곽지해수욕장에 다다라서야 멈춘다. 여름은 이미 저만치 떠났고 가을은 발밑에 일렁이건만 사람들은 곽지해수욕장의 물빛에 가까이 다가간다. 바다와 추억 하나를 쌓기 위해 찬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요동치는 파도에 함성을 던져 넣는다, 다시 만날 약속을 하면서. 나 또한 이 바다를 만나기 위해 이 길을 걷기 위해 이곳에 다시 설 날을 마음속으로 기약한다.
에디터 / 황정희
포토그래퍼 / 오진권
애월~한담해안 산책로 / 애월항 서쪽 끝에서 시작하여 곽지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해안산책로(3km 정도)로 최대한 바다와 가깝게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애월항에서 서쪽 방향 애월해안도로 산책로 표지판을 기점으로 시작되는 산책로는 돌담과 갯바위가 어우러진 제주적인 풍경이 펼쳐지며 무척 한가롭다. 이에 반해 유명세를 탄 한담해안 쪽 산책로는 많은 사람이 찾아 분주한 편이다. 일몰이 아름다운 곳이므로 해 질 녘에 걸으면 운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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