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겨울식물이야기

복수초

 

 

2015_아이러브제주(겨울호)

 

계절이 바뀌는 것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것이 들꽃이다. 아직은 추운 시기에 피는 복수초부터 늦가을 마지막으로 피는 감국까지 들꽃을 따라다니다 보면 후딱 일 년이 지나버린 느낌이다. 제시간에 맞춰 피는 들꽃들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내내 집중하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 온 힘을 다해 열정을 쏟아 부었던 들꽃들은 겨울이 되면 결실을 끝내고 내년을 기약한다. 나무들도 무겁게 입고 있었던 옷을 벗어낸다. 하지만 겨울에 제주에서 들꽃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해안가로 내려오면 초록으로 치장하고 있는 나무들도 지천이다. 겨울에도 들꽃보기를 원한다면 제주를 찾을 일이다.

사람에게나 곤충에게나 겨울에도 들꽃을 볼 수 있음이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황량할 수 있는 계절의 여백을 들꽃들이 메워주고 있다. 바닷가에는 해국이 피고 있고 오름에는 가을에 피었던 꽃향유와 당잔대가 아직도 꽃을 달고 있다. 동백꽃도 12월이 되면서 이미 꽃을 피웠고 꽃잎을 열지 않은 꽃도 금방 망울을 터트릴 기세다. 1월이 되면 복수초, 변산바람꽃이 숲을 채울 것이다. 들꽃을 보는 시간만큼 행복한 시간도 없다. 추운 계절에도 꽃을 볼 수 있음에 제주의 겨울은 제법 따스하다.

 

겨울식물1

새복수초

새해 1월이 되면 복수초를 필두로 겨우내 잠을 자던 들꽃들도 서서히 깨어나기 시작한다. 제주에서 자라는 복수초를 세복수초라 한다. 잎이 가늘게 갈라진 특징이 있고 제주의 숲에서는 어디를 가도 흔히 볼 수 있다. 겨우내 눈 속에서 싹과 줄기를 내고 있다 햇볕이 따스하게 숲 속에 비치면 노란색 꽃잎을 서서히 연다. 복과 장수를 상징하는 꽃으로 알려졌으며 얼음 사이에서 꽃이 핀다 하여 얼음새꽃이라 부르기도 한다. 노란색 꽃잎으로 오목한 안테나를 만들고 꽃잎 안으로 열을 모아 주변의 눈을 녹이면서 꽃을 피운다고 한다.

동백나무

꽃이 없는 겨울에 붉은 동백꽃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일이다.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꽃을 피우며 제주의 어느 곳에서든 동백꽃을 보는 일은 어렵지 않다. 붉은 꽃잎과 그 사이에서 올라오는 노란색 꽃술, 꽃 아래의 초록색 잎은 색깔의 조화를 잘 보여준다. 꽃잎은 5~7장으로 서로 조금씩 겹쳐져 꽃잎의 깊이를 느끼게 하고 꽃이 질 때는 꽃잎을 통째로 툭툭 떨어뜨린다. 종자에서 짜낸 동백기름은 냄새가 나지 않고 잘 마르지 않기 때문에 예전 부인네들의 머릿기름으로 이용한 것은 유명하다.

 

겨울식물2

감국

늦가을 제주의 바닷가에서 강하게 풍기던 감국향기는 겨울까지 연장된다. 한해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들꽃이어서 그런지 그 향은 코끝을 더 진하게 자극한다. 대부분의 가을꽃이 보랏빛이 꽃을 피우는 것에 반해 감국이나 산국은 비교적 강렬하지 않은 옅은 노란색 꽃을 피운다. 무리 지어 터뜨린 꽃망울은 크게 도드라지거나 화려하지도 않다. 감국은 예로부터 향이 좋아 국화차라 하여 꽃잎을 따서 차를 만들어 마셨다. 제주의 겨울풍경은 감국향이 있어 아름다움이 두 배이다.

변산바람꽃

이름처럼 변산반도에서 처음 발견된 우리나라 특산식물이다. 1월 말부터 제주에서 피기 시작하는 변산바람꽃은 복수초와 함께 2월 한 달 동안 전국의 숲을 점령한다. 발에 밟힐 정도로 군락을 이룬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장관이다. 수수한 느낌을 주는 흰색 꽃과 가녀린 꽃대의 여성스러운 느낌 때문에 변산아씨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다. 꽃잎은 퇴화하여 깔때기 모양의 꿀샘으로 변했고 꽃받침이 발달하여 꽃잎의 역할을 하고 있다. 꽃을 빨리 피우고 결실을 맺어야 하는 변산바람꽃은 꽃잎을 달고 있는 것이 거추장스러웠던 모양이다.

 

 

변산바람꽃

변산바람꽃

겨울살이

겨울살이

 

 

겨울식물4

겨우살이

1월이 되면 기생식물인 겨우살이가 노란색, 붉은색 열매를 풍성하게 달고 한라산의 쌓인 눈과 함께 장관을 연출한다. 비록 기생식물이라 하지만 겨우살이는 잎이 있어 일정 부분 양분을 만들고 부족한 양분이나 수분을 숙주나무에서 얻는다. 하지만 숙주나무의 원줄기관을 막히게 하여 가지를 말라 죽게 할 때도 있어 ‘숲 속의 약탈자’라 불리기도 한다. 열매는 과육이 발달하여 새들의 좋은 먹이가 되지만 종자에 들어있는 끈적끈적한 점액 때문에 그대로 배설되는 경우가 많다. 그 때 종자는 땅으로 떨어지지 않고 나무에 달라붙어 다시 뿌리를 내린다.

먼나무

초록색 나뭇잎 사이로 드러내는 붉은색 열매는 지금이 겨울인가 싶을 정도로 싱싱하다. 이는 겨울 색이 완연한 도심에 심겨 있는 먼나무의 매력이기도 하다. 더욱이 다른 나무에 비해 열매가 많아 먹을 것이 부족한 계절에는 새들의 훌륭한 식량창고가 된다. 새들은 열매를 먹고 먼 곳으로 가서 씨앗을 배설할 것이고 그곳에서 먼나무는 다시 싹을 틔울 것이다. 열매의 예쁜 모습은 새들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최근에는 제주뿐만 아니라 부산이나 전남 광주의 거리에서도 조경수로 심어진 먼나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겨울식물6

갯쑥부쟁이

쑥부쟁이, 감국, 산국 등을 들국화라 부른다. 바닷가에서부터 한라산에 이르기까지 쑥부쟁이류를 보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갯쑥부쟁이는 늘 그렇듯 무리 지어 피어 겨울철 바닷가의 황량함을 덜어준다. 갯쑥부쟁이도 여느 국화과 식물처럼 수많은 노란 꽃의 관상화가 도드라졌다. 관상화 주변의 연보랏빛 설상화는 은은한 아름다움을 준다. 운이 좋아 겨울철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갯쑥부쟁이를 담을 수 있다면 이보다 행복한 일도 없을 듯하다.

덩굴모밀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꽃으로 서귀포 해안에서 쉽게 관찰된다. 발견된 지는 20여 년이 더 됐지만 잘 알려지지 않다가 최근 들꽃을 보러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세상 밖으로 나온 꽃이다. 꽃은 사람의 피부색을 닮아 화려하지 않고 은은한 아름다움을 준다. 줄기 끝에 우산모양으로 달린 꽃은 늦가을부터 겨울까지 나비나 벌의 식량창고 구실을 한다. 열매는 까맣게 익어 꽃과 섞여 있어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이성권(동백동산 자연환경해설사)

일러스트 / 강지호

사진 / 오진권, 이성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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