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투명한 하늘호수를 품다 “사라오름”

사라오름

사라오름에 오르니 사라는 비단이 아니었다. 물이었다. 속살을 비칠듯 말듯 차오른 호수에 풍덩 빠져들고 싶다. 기대를 뛰어넘는 기쁨, 사라오름이 이름값을 하는 이유는 이처럼 아름다운 물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투명한 하늘호수를 품다 

“사라오름”

 

오름은 오름이되 신비하다. 제주도의 360여 개의 오름 가운데 하늘호수를 품은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오름이라서일까. 사라오름은 속살이 비칠듯 얇고 색이 고운 비단, 사라(紗羅)를 떠올리게 한다.

 

사라오름2

❶ 성판악코스는 대부분 완만하다. 산을 오른다는 느낌보다는 트레킹의 느낌, 그래서 부담이 없다.  

 

사라오름(1324m)은 백록담이 지천일 듯 가깝다. 백록담에서 하얀 사슴들이 물을 마시고 놀았다면 사라오름의 하늘호수에서는 신선들이 목욕을 했으리라 싶을 만큼 물이 맑다. 백두산에 소천지가 있다면 한라산에는 사라오름을 비견할 수 았다. 사라(紗羅)는 ‘지는 해가 고아 마치 비단을 펼쳐 놓은 듯하다.’라는 의미다. 사라오름의 물빛에 딱 어울리는 표현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오름 중의 하나로, 꼭꼭 감춰져있던 한라산국립공원내 오름이었다가 2010년 11월 1일에 일반인들에게 개방되었다. 사람들에게 오름이 그리 알려져 있지 않았던 7년 전쯤 털진달래 갸웃갸웃 고개 내밀고 아그배나무에 흐드러지게 꽃이 매달렸던 어느 봄날 사라오름에 다녀왔던 기억이 있다. 그때 이후로 ‘꿈엔들 잊으랴’ 싶을 만큼 기억 속에 아름답게 남아있던 오름이다. 호수 바닥을 비춰낼 만큼 맑았던 물빛과 연두빛으로 한창 물이 오르던 숲과 한라산, 호수 너머에서 바라본 절경이 바로 어제 본듯 선명한 그림으로 떠오른다. 그때는 봄이었고 지금은 가을이다. 나뭇잎들이 노랗고 붉게 물들어가는 가을날의 호수를 그려보며 산행을 시작한다.

성판악휴게소에서 사라오름 전망대까지는 6.4km, 4시간 30분 정도면 다녀올 수 있다. 성판악코스는 관음사코스와 함께 한라산 백록담까지 다녀올 수 있는 등산로로 꽤 길지만 험난하지 않게 정상까지 갈 수 있어 많은 이들이 택하는 코스다. 한라산 정상까지 가는 지루한 여정속에 600m만 옆길로 새면 하늘호수가 있는 사라오름에 도착한다. 긴 산행에 청량제 구실을 톡톡히 하는 오름이다 싶어 들르는 이도 있고, 또 어떤 이는 사라오름을 최종 목적지로 택하여 산정화구호의 신비로움을 여유롭게 즐긴다.

 

사라오름3

❷ 삼나무숲이 조성되어 있다. 이미 자연의 일부가 되었지만 이 나무들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사람의 손길이 필요했을 것이다.  ❸ 하늘호숫가로 가는 길, 울창한 나무에 가리어 살짝 엿보이는 호수가 더 아름답다.  ❹ 전망대까지 가기 위해서는 나무데크 위로 차오른 물을 건너야한다. 신발과 바지야 젖으면 어쩌랴. 사라오름에서만 해볼 수 있는 첨벙거림조차 즐겁다.  ❺ 전망대에 서면 위로는 한라산정상이 보이고 아래로는 성널오름이 보인다. 안개가 자욱하여 시야가 맑지 않은 것이 신비로움을 더한다.

 

우리 함께 사라오름까지 걸어보자. 휴게소에서 출발하여 한라산의 속살속으로 들어가면 계절의 신비로움이 가득한 울창한 숲이 가을을 속삭이고 있다. 1시간여 숲의 아우라를 느끼며 걸었더니 삼나무림이 나타난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기상이 시원하다. 삼림욕에도 좋으니 숨을 한껏 크게 쉬어 숲의 기운으로 가슴을 가득 채워보자. 기분까지 싱그러워진다. 삼나무 군락지를 지나면 속밭대피소. 등산로 중에 오직 하나 있는 화장실을 요긴하게 이용하고 잠시 쉬었다가 길을 재촉한다. 산정호수를 빨리 만나고 싶다는 열망 탓이다. 사라오름입구 표지판이 반갑다. 표지판부터 사라오름 화구호까지는 600m, 짧지만 경사가 급해 숨이 차오르게 하는 구간이다. 이 고난을 이겨야 자연의 선물을 만날 수 있다. 한라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산정호수에 드디어 도착이다. 둘레는 250m. 안개가 오락가락해서 더 신비함이 흐른다. 최근 비가 많이 와서인지 전망대까지 가는 호숫가 왼쪽으로 난 나무데크길이 물에 살짝 잠겨있다. 건널 만은 하다. 바쁘게 왔던 길, 이제는 느리게, 느리게 걷는다. 물빛이 고운 잔잔한 호수에 손을 담그고 싶어진다. 봄의 옛 추억에 가을날 호숫가를 여유롭게 걷는 이 순간이 포개진다. 숲 색깔은 가을빛으로 물들어가고 호수는 그 가을 색을 투영하고 있다. 명당자리라는 명성이 무색하지 않게 몇 개의 산담이 보인다. 전망대에 서니 순간 말문이 막힌다. 시야가 확 트이는 전망대 남쪽 사면은 뚝 떨어질 듯 경사가 급격하다. 조릿대가 융단처럼 깔려있는 사면을 따라가다 보면 동쪽으로 성널오름이 있고 멀리 논고악이 보인다. 서귀포 시가지와 바다가 아스라이 시야에 들어온다. 사라오름은 요산요수(樂山樂水)를 단번에 경험할 수 있는 신비의 오름이다. 지혜롭게 움직여 오름에 오르고 어진 마음으로 호수를 바라볼 수 있으니 마음 다스림에 더 없이 좋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호숫가 정취는 빼어나게 아름답다. 가을의 하늘호수는 더없이 고적하고 은은한 빛깔이다. 가을 사색의 명소로서 손색이 없는 사라오름, 다시 또 가고 싶어지는 오름이다.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황정희

포토그래퍼 / 오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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