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퍠청보리밭 일렁이는 가파도, 찾는 이 적던 외로운 섬이더니 봄볕 좋은 날 바람과 봄의 노래에 매혹되어 찾아든 이들이 하나둘씩 늘어났다. 청보리밭과 돌담, 파란 바다너머 송악산과 산방산, 제주섬 전체가 보이는 장엄함이 감동을 안긴다. 봄이다!
섬길
그리움에 말을 걸면 청보리밭이 대답하는 봄의 섬,
그 길을 걷고 싶다.
얼어붙은 겨울을 이겨내고 새싹을 돋우는 봄은 사람들의 마음에 분홍빛 바람을 불어넣는다. 향긋한 봄바람에 달뜬 가슴을 일렁일렁 춤추게 하는 섬으로 떠나보자. 봄과 섬이 두 손을 마주잡아 길을 내었으니 봄으로 가는 여정이다. 그곳에 파란 바다에 둘러싸인 청보리밭이 넘실넘실 바람의 연주 속에 공연을 펼친다.
❶ 마라도가 지척이다. 섬이 또 다른 섬을 부른다. ‘마라도 그만 가파도 그만’ 붉은 송이흙을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보면 마음은 어느새 마라도에 닿아있다. ❷ 올레에서 만나는 파란깃발, 오렌지색 깃발. 올레는 가이드가 없다. 이 깃발이 안내자인 셈이다. ❸ 올레의 또 하나의 이정표는 게으름뱅이 조랑말 ‘간세’다.
제주 봄여행!
뺨을 스치는 시원한 바닷 바람을 뒤로 하고 도착한 섬, 가파도에 발자국을 내디뎌 출발한다. 제주에는 60여개의 크고 작은 섬이 있다. 제주도가 워낙 큰 섬이라 꽤 많은 수의 섬이 있는데도 흩어져 있는 탓에 사람들에게는 몇 개의 섬만 기억된다. 대표적으로 제주 섬 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우도는 섬內를 줄기줄기 잇는 돌담과 유채밭이 수채화를 그리는 이른 봄이 좋다. 국토 최남단이라는 마라도는 억새가 섬을 뒤덮는 가을이 제격이고 쪽빛 바다위에 조각배처럼 떠있는 비양도는 땀 흘리면서 오른 비양오름 정상의 등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압권인 여름을 추천한다. 전남의 문화와 풍취가 짙은 추자도는 제주도에서 당일로 다녀올 수 있는 이색적인 제주도내 부속섬이다.
가파도는 섬길이 가장 아름답고 정겨운 섬으로 꼽힌다.
몇 년 전만하여도 한반도 남쪽 제일 끝자락에 위치하는 마라도 가는 배는 사람들로 북적이는데 반해 그 길목에 위치한 가파도는 가는 배편수도 하루에 두 번, 한산한 배에는 낚시장비를 가득 든 낚시인들이 대부분이었다. 모슬포에서 5.4km 거리에 가파도가 있고 이곳에서 5km 더 가야 마라도다. 마라도 가는 뱃길의 중간쯤에 있고 면적을 비교해보아도 가파도가 0.84m², 마라도가 0.3m²로 약 3배 이상이나 큰데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못했다. 너무 낮아서 눈에 띄지 않았던 걸까. 송악산 전망대에서 보면 납작한 빈대떡처럼 수면위에 떠있는 가파도가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사람이 사는 섬 가운데 가장 비고가 낮은 섬(최고점이 20.5m)이라고 한다. 몇 년 전만 하여도 알려지지 않은 탓에 한적하고 평화로운 조용한 포구가 있는 소박한 섬이었다. 제주 섬 속의 섬중에서 가장 늦게 세상밖으로 얼굴을 내밀었고 그래서인지 순박한 섬내음이 곳곳에 묻어난다. 올레10-1코스가 열린 이후에 부쩍 찾는 이들이 늘어났다. 특히 청보리가 물결치는 4~5월은 많은 이들이 보리밭 일렁이는 섬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 찾는다.
❹ 가파도에 이곳저곳에 있는 고인돌, 그저 커다란 바위덩이가 아니라 청동기시대까지 거슬러올라가는 문화유적이다. ❺ 바닷가에 돌담을 높이 쌓아 왜적의 침입을 막았던 환해장성처럼 보이는 돌담이다. 바람에, 세월에 많이 무너져 내렸지만 그 안에 역사의 흔적은 남아있다. ❻ 섬에서 만나는 특별한 밥상, 용궁정식은 섬 특유의 짭조롬한 바다내음이 나는 진수성찬이다.
가파도 섬길은 청보리밭 물결치는 4월의 봄날이 가장 좋다.
가파도의 청보리는 늦가을에 씨가 뿌려 겨울을 난후 3월이면 쑥쑥 새순을 돋고 키를 키운다. 싱그러운 초록빛 보리 이삭이 나오는 4월 중순에서부터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5월 중순까지가 절정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가파도는 대부분이 밭이다. 그것도 보리밭. 이즈음에는 바람에 흔들리는 청보리가 소리를 내어 오페라처럼 드라마틱하게 가파도의 봄을 노래한다. 타박타박 섬길을 걷다보면 초록의 바다 너머로 제주본섬이 장엄하게 드러난다. 바다가 품을 열어 한라산을 머리에 얹은 제주도를 껴안고 있다. 청보리밭 사이사이 울긋불긋 사람들이 걸어가고 검은빛 현무암 돌담은 또 다른 길을 안내하고 있다. 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져 그림을 그리는 봄날이 따뜻하다. 청보리밭 사이사이 돌담을 눈여겨보다 보면 큼지막한 바위덩이도 눈에 띈다. 우리나라 섬 가운데 가장 많은 95기에 달하는 고인돌이 바로 이곳 가파도에 있는 것을 아는 이는 드물다.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면 파란 하늘에 구름이 피어나고 초록의 청보리가 바람결에 흔들린다. 상동 선착장에서 출발하여 길을 나아가면 송악산, 산방산과 한라산까지 조망되고 청보리밭 사잇길을 섬처녀인양 시름 다 잊고 걷다보니 어느새 섬의 끝자락 하동포구에 이르러 이웃한 섬 마라도를 바라본다. 섬길은 5km, 3시간정도면 다 거닐 수 있다. 오르막이 없어 어린아이가 함께해도 무리가 없는 길이다. 무대가 넓디넓은 파란하늘과 더 새파란 바다인 청보리빛 봄공연을 만끽하고 싶은 이라면 가파도 섬길을 꼭 걸어보자.
에디터 / 황정희
포토그래퍼 / 오진권
가파도를 가려면 / 모슬포항에서 여객선을 타야한다. 가파도까지 20분 정도 소요된다. 전화 : 삼영호 064-794-3500/ 794-5490 바다날씨의 영향을 받으므로 배의 출항 여부는 사전에 체크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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