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 특집

[특집] 불어라 봄바람, 걸어라 올레! 02코스

올레2코스

02 Course

바다와 오름이 전하는 찬란한 봄의 찬가

 

눈앞에 성산일출봉과 우도가 그림처럼 떠있는 물빛 고운 광치기해변에서 시작하여 제주의 동쪽 오름군락과 바다정취를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인 대수산봉에 올라 잠시 숨을 고르고 혼인지를 거쳐 온평리 소박한 바닷가까지 이어진다.

 

올레2코스지도

 

바닷길, 들길, 마을길, 산길 등 다양한 길의 묘미를 맛보며 따사로운 봄이 전하는 새 생명의 활기찬 기운을 한껏 느낄 수 있다. 다른 인기코스에 비해 화려하진 않지만 걷는 이들의 발걸음이 뜸해 오히려 호젓하게 나만의 시간을 만끽하며 사색과 감상에 젖고, 소박한 제주의 정취를 여유롭게 만끽하기에 좋다.

 

올레2코스-1 올레2코스-2

 

제주올레의 시작을 알리는 1코스가 워낙 인기가 있어서일까.

2코스는 왠지 그에 비해 특별한 볼거리도 없고 밋밋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세상의 모든 길은 걷는 사람의 발길이 닿는 그 순간 역사가 시작되고, 스토리가 만들어진다는 걸 아는지. 굳이 사진으로 증거물을 남기지 않아도 그 길을 걸었던 한 걸음 한 걸음 발자취에, 눈과 귀와 가슴에 자연스레 봄기운이 스며들어 오래도록 기억하고 추억하게 한다.

언제봐도 아름다운 바다풍광에 마음 설레는 광치기해변에서 출발하여 조그마한 저수지를 끼고 여유롭게 걸어가는데 조그마한 오솔길에 말 한 마리가 떡하니 버티고 서 있다. 제주의 조랑말은 순한 성품에 아담한 사이즈라 보기에도 만만해 거리낌없이 말과 함께 기념사진도 찰칵! 살랑살랑 기분좋게 뺨을 간질이는 봄바람을 맞으며 걷는 발걸음이 한없이 가볍게 느껴진다. 오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나지막하고 아담한 식산봉 주변은 온통 봄꽃의 향연이다.

 

올레2코스3

 

오조리 성터 입구를 지나 고성윗마을까지 좁다란 마을길을 돌아 나오면 대수산봉으로 들어서는 호젓한 산길이 이어진다.

겨우내 잔뜩 움츠러들었던 들에도, 산에도 봄의 기운이 감돌아 파릇파릇 새순들이 얼굴을 삐죽삐죽 내밀어 봄이 왔음을 가만히 일러준다. 따사로운 봄 햇살을 맞으며, 지나는 이의 행적이 드문 한적하고 좁다란 산길을 꼬닥꼬닥 걷다보면 길이 주는 행복감, 걷기여행을 통해 얻는 사소한 즐거움을 한껏 맛볼 수 있다. 청량한 바다와 숲의 기운을 머금고 세상을 품을 수 있는 대수산봉으로 한걸음 한걸음 발걸음을 옮겨보자. 올레 2코스 중간지점인 고성윗마을을 걷다보면 만나게 되는 대수산봉은 단연 2코스의 하이라이트로 가장 돋보이는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싱그러운 솔향기와 짭쪼름한 바다내음이 어우러진 상쾌한 기운이 가슴속을 파고든다. 오름 입구에는 정상까지 20분 소요라고 쓰여 있지만 나무데크를 따라 솔향기를 맡으며 오르다보면 어느새 대수산봉 정상에 다다른다. 코앞에 선명하게 누워있는 우도부터 성산일출봉 너머 섭지코지, 시원한 광치기 해변의 풍광에 눈길이 멈출 줄 모른다. 아름다운 제주 동부가 한눈에 들어오고 그림처럼 이어지는 해안선의 아름다움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뒤를 돌아보면 한라산이 빙 둘러쳐져 오름을 감싸 안은 듯 신비롭고 웅장하다. 한라산 자락을 타고 흘러내리는 올망졸망한 제주 동쪽의 오름의 수를 헤아리기조차 힘들다. 대수산봉 정상에 서면 제주가 왜 오름의 천국인지 실감할 수 있다.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 한 채 내려가는 길을 따라 걸어가면 공동묘지로 이어지는 길이 나온다.

여기서부터는 다시 호젓한 들길이 약 3km 정도 이어지는데, 오름을 오르고 나서인지 피곤함이 한꺼번에 밀려들어 발걸음이 무겁다. 더욱이 이곳 구간은 특별한 볼거리 없이 올레 표지를 따라 무념무상 걸어가야 하는 길. 인생도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고 행복과 슬픔, 환희와 고통이 교차하듯, 하나의 올레 코스를 걷는 순간에도 다양한 감정이 교차하게 된다. 아무리 힘들고 지치다고 해도 중간에 멈추거나 되돌아갈 수 없는 지점이 바로 이곳. 목표지점을 향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 그냥 그 순간을 즐기는 것이 최선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다음 목표지점인 혼인지까지 다다랐다. 제주 ‘삼성신화’에 나오는 고, 양, 부 삼신인이 벽랑국에서 온 세 공주와 혼인을 한 곳이지만, 제주 사람들도 잘 모르는 숨겨진 관광지 중 하나. 연못가득 소담스럽게 피어있는 아름다운 수련의 향연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혼인지 곳곳을 여기저기 둘러보며 잠시나마 여유를 가진 후 이제 2코스의 막바지 지점인 온평포구를 향해 걸어가 본다. 나지막한 돌담과 들꽃, 갯내음이 어우러진 전형적인 제주 바닷가 마을을 따라 걷다보면 눈앞에 온평리 바닷가가 펼쳐진다. 아직은 조금 차갑지만 싱그러운 봄 바다의 기운이 힘들게 걸어온 이에게 수고했다고 뺨을 보드랍게 어루만져준다.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홍정민

포토그래퍼 / 오진권


제주여행매거진 <아이러브제주>에 실린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 받습니다. 사전 동의 없이 무단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다음의 HTML 태그와 속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 <strike> <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