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 특집

[특집] 불어라 봄바람, 걸어라 올레! 10코스

10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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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섬의 신비로움과 애잔한 역사의 하모니

 

화순금모래해변에서 시작해 송악산을 넘어 하모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해안올레로, 살랑살랑 교태로운 봄바람을 만끽하기에 더없이 좋다. 자동차를 타고 휘리릭 지나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오로지 두발로 묵묵히 걷는 이에게만 오롯이 속살을 내어놓아 올레걷기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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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섬 제주의 신비로운 자연 풍광에 새삼 감탄하고 찬사를 보내게 되는 것은 물론, 발걸음 닿는 곳곳에 우리네 아픈 역사의 흔적이 담겨있어 그 길에 녹아있는 역사의 아픔과 애잔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올레걷기 고수들이 강추하는 최고의 명품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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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코스의 출발은 작지만 아름다운 화순금모래해변!

모래가 부드럽고 입자가 고와 해수욕장 이름이 금모래해변으로 바뀌었을 정도이니 한번 직접 맨발로 모래사장을 걸어보며 금모래의 진수를 만끽해도 색다른 추억이 될 것이다. 화순금모래해변은 파도가 너무 세지도 잔잔하지도 않아 맨몸으로 파도타기에는 물론 수심이 완만해서 아이들과 해수욕을 즐기기에 좋다. 여름철에는 모래사장에 용천수 야외수영장까지 개장하여 탁 트인 바닷가 전망을 바라보며 여름철 물놀이에 제격이다. 싱그러운 갯내음을 온 몸으로 만끽하며 바다쪽으로 멀리 보이는 형제섬을 벗삼아, 내륙쪽으로는 한눈에 들어오는 산방산의 절경을 바라보며 걷다보면 한결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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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길을 따라 바위를 넘어 걸어가다 보면 마치 현실이 아닌 스펙터클한 영화에서나 봄직한 신비로운 해안절벽이 이어진다.

두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걷기에도 좁다란 흙길을 걷다보면 커다란 바위틈 사이로 비밀의 해수욕장이 길을 걷는 이들의 시선을 부여잡는다. 와~ 여긴 정말 올레길이 생기기 전, 누군가의 특별한 비밀공간이었음 직한 포스가 풍겨져 나온다. 다른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고 온전히 독립적인 나만의 공간에서의 해수욕 혹은 일광욕이라니 얼마나 낭만적인가! 이 길을 지나는 올레인들이 많이 생겨서 이제 더 이상 은밀한 해수욕장이 아닌 모두가 함께 공유하는 공간이 되어버린 것 같아 어쩐지 조금 아쉽고 미안한 감정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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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천연 모래사장.

제주가 아무리 해수욕장의 천국이라지만, 이렇게 곳곳에 당장이라도 해수욕장 팻말을 걸어놔도 손색이 없음직한 곳이 많을 줄이야. 조금 더 걸어가다 보면 모래로 이루어진 언덕이 나타난다. 보기에는 근사한데, 흙길이나 아스팔트길에 비해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랫길은 체력소모가 심해 급 피곤해지기지 쉬운 길. 걷기에 영 부담스럽다. 특히나 사정없이 불어대는 바닷바람과 정면으로 맞서며 모래밭을 걸어가다 보면 제 아무리 걷기에 자신 있어도 절로 다리가 후들거린다.

 

헉헉거리며 모래 언덕을 올라서니 산방연대가 반가이 맞이한다.

산방연대 발아래 형제섬과 바다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하멜표류 기념비에서 어린아이처럼 사진도 찰칵~! 예전엔 뭐 이런데서 촌스럽게 사진을 찍나 그랬는데, 가끔은 아날로그식 사진에 웃음지을 때도 있다. 잠시 벤치에 앉아 바다비경을 감상하며 숨을 고르다 아니 왜 이런 곳에 놀이기구? 라는 생각이 드는 커다란 배 한척이 눈에 띈다. 이곳이 바로 우리가 역사책에서 배웠던 하멜표류기의 흔적을 더듬어 볼 수 있는 역사의 현장으로 하멜기념관과 하멜이 타고 온 모형배가 색다른 구경거리를 선사한다. 이 지역의 대표 관광지인 용머리해안까지 함께 감상할 수 있어 올레를 걷는 사람 뿐 아니라 관광객들로 늘 북적이는 곳. 이곳은 거대한 퇴적암이 기기묘묘한 형태로 펼쳐져 있어 최고의 해안 경관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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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사계포구를 따라 걸어가다 보면 바다 바로 옆에 우뚝 서있는 송악산을 만날 수 있다.

워낙 유명한 관광지라 관광버스가 즐비해 서있고, 조금은 부산하고 복잡하게 느껴져 한적한 올레를 걷는 묘미는 살짝 사라졌지만, 그렇다고 송악산을 올라가보지 않고 10코스를 걸었다고 할 수는 없는 일. 힘을 내어 한발 한발 올라서다보니 어느새 송악산 정상에 다다랐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탄성소리에 섞여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송악산을 일컬어 파도가 소리쳐 운다는 뜻의 ‘절울이 오름’이라고도 부르는 이유를 새삼 알 것 같다. 정말 눈앞에 광활하게 펼쳐진 바다의 파도는 이 세상을 향해 소리쳐 울고 있었다. 북쪽으로는 산방산과 한라산, 남쪽으로는 가파도와 마라도, 형제섬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비경중의 비경을 선보이는 송악산이야말로 10코스의 백미라 할만하다. 또한 이곳은 태평양 전쟁 말기에 일본군이 만든 진지 동굴이 해안 절벽을 따라 숭숭 뚫려 있어 근대사의 아픔이 느껴지는 현장이기도 하다.

 

송악산에서 내려와 소나무밭에서 길이 헷갈렸던 것을 보완하여 코스를 살짝 재정비해 표지판을 따라 누구나 쉽게 이곳을 지나 알뜨르비행장을 거쳐 하모해수욕장으로 향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올레는 한번 길을 만들면 그걸로 끝이 아니라 올레를 걷는 사람들과 늘 소통하며 걷는 이에게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준다는 것. 제주올레의 인기가 몇 년이 지나도록 수그러들 줄 모르는 이유가 바로 올레를 가꾸고 지키는 관리자들의 세심한 배려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모래가 곱고 수심은 얕으면서도 인적이 드물어 한적한 해수욕을 즐기기에 좋은 하모해수욕장은 굳이 한여름이 아니더라도 사시사철 싱그러운 바다내음을 마시며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 이곳을 지나 큰길가를 걷다보면 10코스의 종착지인 모슬포항에 다다른다.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홍정민

포토그래퍼 / 오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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