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바다 위 지질공원 – 비양도

비양도 지질공원1

비양도 여행은 차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에서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양도에서 일상을 내려놓고 오름과 들꽃을 만나며 편안한 휴식을 가져보자. 해안을 따라 산책로가 잘 꾸며져 있고 길 가까이 호니토, 화산탄 등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생태해설사와 함께하는 세계지질공원 트레일

바다 위 지질공원 비양도

 

여름 무렵  비양도를 다녀올 수 있으면 그것보다 더 좋은 여행은 없을 듯하다. 한림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어 접근하기가 어렵지 않고 경우에 따라서는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아도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넓지 않은 섬이지만 많은 볼거리와 더불어 그곳에서 느낄 수 있는 자유는 어느 곳 못지않다.

여행객을 실어 나르는 44명 정원의 작은 배가 한림에서 출항하면 여행은 시작된다. 7~8년 전만 하더라도 찾는 이들이 드물어 정원을 채우지 못한 채 출발했지만 요즘은 비양도의 인기를 반영하듯 여행객을 모두 태우지 못하고 중간에서 잘리는 일이 다반사라 한다. 바다에서 보는 비양도의 모습은 여름이라는 계절과 정말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바다 가운데 섬이 있고 그 뒤로는 뭉게구름이 흘러간다. 그 구름은 한바탕 소나기를 몰고 와도 괜찮을 듯싶다.

 

지질탐방(비양도)015(수정)

애기업은바위 : 마치 아기를 업고 바다를 응시하는 것 같은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런 생김새 덕분에 아기와 관련된 전설이 내려오며 치성을 드리는 장소로 이용되기도 한다. 

 

선착장이 있는 ‘압개포구’에서는 비양도 천년기념비와 드라마 ‘봄날’의 촬영지임을 알리는 기념 안내판이 여행객을 맞는다. 10여년 전 만들어 놓은 해안도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드라마 ‘봄날’의 촬영지로 유명한 한림초등학교 비양분교가 나온다. 몇년 전 까지만 해도 학생이 2명밖에 없다고 했는데 지금은 6명이 다니고 있다고 한다. 폐교위기에서 학교를 지켜내고 있는 마을사람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학교를 지나면 펄랑이다. 펄랑은 바닷물이 지하로 들고 나면서 만들어진 염습지로 예전에는 제주도 곳곳에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메워져 육지로 변해 없어졌고 비양도에 남아있는 것이 유일하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펄랑에는 산책하기 좋게 데크가 만들어져 있고 주변에는 바닷가에서 자라는 야생화가 눈에 띈다. 그 너머 오름 아래에는 왜가리가 자기 구역임을 소리내어 알리고 있다.

 

비양도지질공원1

❶ 비양도 관문인 압개포구에는 드라마 ‘봄날’의 촬영지임을 알리는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❷ 펄랑이라고 하는 염습지. 밀물 때는 바닷물이 용암의 하부로 밀려오고 썰물일 때는 바다로 빠져나간다. ❸ 비양도 여행에는 도시의 소음에서 해방되어 조용하게 걸을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걷다보면 한결 가벼워진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펄랑을 지나는 길은 일명 수석거리로 연결된다. 이곳에는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화산탄 등 특이한 암석들을 한 곳에 모아 놓고 있다. 길 맞은 편 바닷가에는 아기를 업고 바다를 응시하고 있는 모습의 ‘애기업은돌’이 버티고 서있다. 지질학적 용어로 호니토라 부르는 8m 높이의 바위는 굴뚝모양을 하고 있다. 아기를 업은 것 같은 특이한 모습 때문에 아기를 가진 여자와 관련된 전설이 내려오기도 하고, 아기를 가지려는 사람들의 치성을 드리는 장소로 이용되기도 한다. 굴뚝 모양의 호니토 외에 팽이버섯 다발모양을 하고 있는 것도 특이하다. 호니토의 모습을 잘 간직한 곳이 우리나라에서는 비양도가 유일하다 하니 지질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 비양도를 찾을 일이다.

길을 따라 바닷가에는 참나리와 해녀콩이 꽃을 피우기 위해 준비를 하고 절벽 위에는 노란색 땅채송화가 위태롭게 피어있다. 조금 더 지나자 이른바 ‘코끼리바위’와 거대한 화산탄들이 눈에 들어온다. 코끼리바위는 멀리서 보면 실제로 코끼리가 코를 바다에 들이밀고 물을 한껏 마시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드센 바닷바람과 파도는 거대한 바위 덩어리를 깎아 코끼리바위라 부르는 20m 높이의 해식구를 만들어 놓았다. 이 바위를 마을 사람들은 ‘큰가지바위’라 부르기도 한다.

 

비양도 지질공원2

❹ 코끼리바위 : 멀리서 보면 코끼리가 코를 박고 물을 마시는 형상이다. 거센 바닷바람과 파도는 오랜 세월 화구 부근에 형성되었던 거대한 바위를 깎고 깎아 20m 높이의 해식구를 만들었다. ❺ 비양봉으로 가는 길은 돌담으로 이어져 있다. 돌담을 이루는 돌 하나하나는 제주 본섬의 것보다 더 매끄럽고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❻ 비양봉 정상에서는 한라산도, 하늘도, 한림과 비양도를 연결하는 바닷길도 모두가 파란색이다. ❼ 남서쪽 해안에는 거대한 화산탄들이 즐비해 볼거리를 제공해준다. 어떤 것들은 서로 뭉쳐있기도 하고 큰 것은 길이가 4m에 이르는 것도 있다.

 

코끼리바위 주변에는 방금 녹아내린 듯 표면이 매끈하고 거대한 화산탄이 즐비하다. 어떤 화산탄들은 서로 뭉쳐있기도 하다. 큰 것은 길이가 4m에 이르는 것도 있는데 이곳처럼 화산탄이 많이 분포하는 곳도 없다고 한다. 이렇게 화산탄이 많이 모여있는 것을 보면 이 주변에 비양봉 외에 또 하나의 오름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더욱이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일주도로변에는 지금의 비양봉과는 다른 경사를 갖는 분석구의 일부가 남아 있기도 하다.

해안가의 전경초소에 다다르면 비양도를 거의 일주한 것이나 다름없다. 몇 년 전 이곳에서는 4~5천년 전 것으로 밝혀진 신석기 유물인 ‘압날점렬문토기’ 2점이 발견되어 비양도가 천년섬이라 하여 세운 ‘천년기념비’를 무색케 했다. 이것은 이미 비양도에 적어도 4천년 전에 사람이 살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욱이 지금의 바다 수면이 5~6천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지질학적으로도 비양도는 물을 만나 폭발을 일으키는 수성화산체의 흔적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비양봉은 물이 없는 환경에서 만들어진 분석구라는 점이 특이하다. 더 구체적이고 정확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듯하다.

 

지질탐방(비양도)024

마그마가 금방 굳어 바위가 된 것처럼 너무나 생생하다. 비양도는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지만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기암괴석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비양봉 가는 길은 오름의 남서쪽 방향 돌담으로 이어져있다. 그러나 돌담을 이루는 돌 하나하나는 제주 본섬의 것보다 더 매끄러워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오름을 오르는 길은 은근히 경사진 길이어서 숨이 차다. 정상까지 이어진 나무데크를 따라 오르면 하얀색 무인등대가 반긴다. 오름은 두개의 분화구를 숨겨놓고 있다. 정상에서는 한라산도, 하늘도, 한림과 비양도를 연결하는 바닷길도 모두가 파란색이다.

파란색에는 여름을 상징하는 이미지가 있다. 그래서 비양도는 여름이 제맛이다. 천천히 걸으며 곳곳에 산재해 있는 화산활동의 흔적을 찾아보는 일도 좋고 해안가를 따라 피어난 야생화를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혹 돌아오는 배시간을 놓치면 민박을 해도 좋을 듯싶다. 비양도에서는 제주 본섬의 야경과 너무나도 깨끗한 밤하늘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순간순간이 모여 하나의 그림이 되었던 몇 해 전 1박 2일의 첫 비양도 여행은 나에게 아직도 그리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1. 호니토 : 용암은 대기와 접한 부분부터 먼저 굳게 되고 그 아래쪽에는 아직 식지 않은 상태여서 계속 터널을 따라 흐르게 된다. 흐르던 용암이 굳어진 지표면에 들어 올 경우 이 틈을 따라 지표 위로 솟아나와 식은 굴뚝모양의 바위.  2. 해식구(sea stack) : 파도의 차별침식에 의해 고립되어 생성된 암석 덩어리.  3. 화산탄 : 화산 폭발 중에 분출된 액체 상태의 용암 덩어리가 공중에 머무르는 동안 굳어져 형성된 지름 32mm 이상의 화산물질.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이성권(자연생태해설사, 한라생태숲 숲해설가)

포토그래퍼 / 오진권

찾아가는 방법 : 제주시에서 서쪽방향으로(1132)번도로를 이용하여 ▶ 하귀 ▶ 애월 ▶ 한림항 (공항에서 40분소요) 비양호 정기 운항시간 : 09:00 15:00 (주말은 12:00 운항함) 한림항 도선대합실 : 064-796-7522 ※여름 성수기에는 추가 운항되기도 하므로 전화로 확인하고 출발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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