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예술가의 혼 / 자연의 예술

이중섭
예술가의 혼

예술가들이 사랑하였던  제주에서 그들의 혼을 만나다.

 

이중섭미술관과 기당미술관, 그리고 제주국제컨벤션센터내 로비를 휘돌아가며 서귀포를 그리고 제주를 지극히 사랑하였던 예술가들의 작품세계를 즐기는 미술여행을 떠난다. 그들은 제주의 바람과 햇살, 바다 그리고 제주사람들에게서 넘치는 영감을 얻었다.

제주에 예술혼을 남긴 사람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는 조선시대 제주에 유배되어 왔던 추사 김정희를 꼽을 수 있다.

 

이중섭2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가 바로 이곳 제주에서 완성되었고 겨울이 되어야만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르름을 알 수 있다니 제주의 자연 속에서 자신의 내면에 잠자고 있는 예술적 끼를 깨워보는 것은 어떨까. 제주사람들의 순수함 그리고 따뜻한 햇살, 바람을 그려나간 예술가들의 흔적을 따라 가는 예술기행을 출발해본다.

가장 먼저 발을 디딜 곳은 서귀포를 사랑했던 이중섭, 예술가를 사랑하는 서귀포에 의해 만들어진 이중섭거리이다. 이중섭 하면 떠오르는 소, 전쟁 피난통에 서귀포에서 네 식구가 가난하였지만 행복하였던 때의 기억이 제주 소들의 순수한 눈망울에 투영되어 그의 대표작인 ‘소’가 완성되었으리라 짐작하면 과한 생각일까.  초가집 한켠에 한 평 반짜리 방을 얻어 아내, 두 아들과 다리를 포개고 살았다. 배가 고파 게를 잡아먹었어도 행복했다. ‘섶섬이 보이는 풍경’ ‘서귀포의 환상’ ‘게와 어린이’가 이때 나왔다고 한다. 전쟁 중 세 들어 살던 초가 바로 옆, 서귀포항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는 이중섭전시관과 이중섭 공원이 있다. 이중섭문화의 거리에 공예공방과 조그만 찻집 ‘미루나무’가 쉬어가라고 손을 끈다.

이중섭거리를 내려와 도착한 기당미술관은 한적하다. 그래서 잔잔하게 그리고 여유롭게 미술 감상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변시지의 작품이 상설전시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변시지(1926〜)는 제주출생의 화가이다. 제주에서 출생하여 일본으로 건너가 미술을 배워 일본 광풍회전 최고상을 23세에 수상하였다. 그 후 서울에서 살다 40년만에 고향으로 돌아온다. 바로 그가 꿈에라도 잊을 수 없었던 제주도이다. 그의 그림에는 주로 제주의 바람과 바다와 말이 그리고 사람이 등장한다. 바람을 마주하고 있는 구부정한 한 사내, 그는 제주 사람 변시지 자신을 투영한 것이다. 투박한 듯 거칠지만 간결하게 제주도의 풍경을 강하게 전달한다. 폭풍과 까마귀, 돌담, 조랑말이 제주의 섬적인 순수함과 외로움 안에 숨어있는 제주의 생명력을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이는 제주가 고향인 사람이 보는 제주의 내면과 외면이다. 그렇다면 제주가 고향이 아니나 무작정 제주가 좋아서 제주에 정착한 서귀포 사람 이왈종은 어떤가. 20여년 전 1990년 45세의 나이로 교수 자리 버리고 혼자 짐을 싸서 제주의 서귀포로 내려온 이왈종, 처음에는 ‘한 5년 그림만 그리다 죽겠다’고 하였으나 벌써 세월이 이리 되었다. 그만큼 제주의 자연과 사람들 그리고 넘쳐흐르게 쏟아져 나오는 예술적 영감은 그를 서귀포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의 그림은 밝고 행복하다. 마당에 가득한 꽃, 동백꽃, 새, 달, 자동차 그리고 하늘을 나는 물고기, 최근에는 골프까지… 그는 사람과 꽃과 새가 모두 똑같아 보이나보다. 해학적이고 아기자기한 표현과 부드럽고 화사한 색감이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편안하게 그리고 웃게 만든다. 이왈종의 작품은 중문에 위치한 제주국제컨벤션센터내에 로비를 걷다보면 볼 수 있다. 통유리로 된 유리 너머 들어오는 따뜻한 햇살만큼 기분을 업 시키는 공간에서 잠시 휴식해보자. 센터내는 여러 가지 편의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면세점에서 쇼핑을 즐기거나 간단한 먹거리로 잠시 쉬어가는 여행의 한 페이지를 남길 수 있다.

 

오름매인 copy

 

자연의 예술

삶을 온유하게,  자연을 포근하게 품는 오름에서 休하고 싶다.

 

오름은 ‘오르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어느 정도의 수고로움을 기울여야 오를 수 있다. ‘오름에서 나고 오름으로 돌아간다’는 말이 있듯이 제주인에게 있어서 오름은 삶의 근원이자 생의 휴식처이다. 어느 정도의 땀 흘림이 삶을 깨운다는데 마다할 수 없다.

오름은 제주에 360여개에 이른다.

그렇게 많은 수의 오름이 제주에 있는데도 왜 여행자의 눈에 쉽게 띄지 않는 걸까. 여행이 참다울 수 있고 그 여행에 의미를 남기고 싶다면 섬세한 시각이 필요하다. 제주를 오직 관광의 목적으로 찾았다면 수많은 오름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나의 젊은 날이 그러하였다. 수학여행, 가족여행으로 찾은 제주에서 오름을 발견할 수 없었다. 나지막한 언덕들이 많아 보였으나 그것이 남다른 생성비밀을 가진 제주의 특별함임을 알지 못하였다. 화산섬, 제주는 거대한 화산폭발과 함께 한라산을 안을 수 있었고 크고 작은 기생화산들을 만들어내었다.

오름은 제주사람들에게 삶의 모태가 되는 곳이다. 백록담을 제외한 제주도에 분포하는 분화구를 갖고 있는 오름은 360여 개에 이른다. 특히 정상에 화구호를 갖는 오름이 9개가 있으며, 그 중 물영아리와 물장오리는 람사르습지로 등록되어 있어 세계적으로 보존하여야 할 독특한 생태를 지니고 있다. 다른 지역의 산들이 남성적인 느낌을 안겨주는데 반하여 제주의 오름은 여성적인 부드러운 곡선미를 품고 있어 친근하다. 오름은 화산 분출당시 원형으로 또는 약한 지형을 뚫고 말굽형으로, 그리고 원추형으로 솟아나오는 등 다양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또한 생성방식에 따라 바닷가에서 솟구쳐 올라 분출 당시의 지질구조를 볼 수 있는 성산일출봉, 용암이 종모양으로 굳은 산방산은 용암돔이다. 굼부리가 지표면보다 훨씬 아래에 위치한 산굼부리에 이르기까지 여러 종류의 기생화산이 있어 저마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제주도라는 섬에 이렇듯 다양하고 많은 형태의 기생화산이 분포하는 것은 세계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양함과 광대함! 이는 오름에 오르면 더욱 오감으로 느끼는 선물이 된다. 대부분의 오름은 그리 비고가 높지 않기 때문에 쉽게 오를 수 있으며 막상 정상에 올라 독특한 형태의 굼부리와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탁 트인 풍경을 만나면 탄성이 터져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없다. 특히 새벽녘과 저녁 무렵에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오름 능선이 조화롭게 이어지고 겹쳐지는 모습이 아름다워 제주 전체가 하나의 오름 왕국임을 실감할 수 있다.

 

오름에서의일출

 

제주에서도 오름은 제주 동부에 집중 분포되어있다. 송당 부근에는 수많은 오름이 군락을 이뤄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다행히 이 부근의 오름에는 오름 초행자라도 쉽게 오를 수 있는 완만한 오름들이 많아 찾는 이의 마음을 가볍게 해준다. 오름 중에서 초지로 된 나지막한 오름을 올라보며 오름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자. 동부권의 추천 오름으로 용눈이오름, 아부오름, 다랑쉬오름이 가볼 만한 오름으로 꼽힌다. 관광지로 이미 이름이 나있는 산굼부리는 가을 억새철이 장관이다. 제주에서 가장 인기 높은 오름이라고 하면 성산일출봉이다. 철쭉이 피는 5~6월에는 초록이 살짝 물든 암벽 사이로 붉은 철쭉이 피어나 시선을 끈다. 서쪽 끝인 고산의 당산봉은 일몰과 노을이 아름다운 명소이다. 나지막한 수월봉에 올라서 해넘이를 보아도 좋고 약간의 수고로움을 들여 당산봉에 올라 자구내포구 너머 차귀도와 어우러진 일몰을 감상하여도 좋다.

바람과 구름, 바다 그리고 이름 모를 들꽃과 방목되어진 소와 말들이 있는 오름은 제주만의 특별한 아름다움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오름은 이렇듯 다양한 형태만큼 다채로운 아름다움과 여러 가지 사연을 들려주는 마음의 안식처이다. 나그네가 아닌 여행자라면 제주의 오름을 꼭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도록 하자.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황정희

포토그래퍼 / 오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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