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대자연의 둥그런 치맛자락을 따라 걷는 환상숲길 – 한라산둘레길

한라산둘레길1

산 허리에서 시작해 빙 둘러가는 둘레길은 한라산의 숨결을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숲길이다. 

 

자연의 둥그런 치맛자락을 따라 걷는 환상숲길 – 한라산 둘레길

 제주를 품은 어머니, 한라산 휘감은 길을 천천히 걸어본다. 그 품안에서 날것의 생명력과 태고의 신비. 대자연의 숨결을 물씬 느낀다.

 

 

올레꾼도 오랫동안 기다린 한라산 둘레길

개통 전부터 올레꾼들 사이에서 관심의 대상이었던 한라산 둘레길이 올해 4월 개통되었다. 올레 코스가 제주의 해안가를 따라 걸어가는 바닷길이라면 둘레길은 해발 600-800m의 한라산을 빙 둘러 걷는 산길이다. 경사를 타고 오르는 등반과는 달리, 산허리를 휘감아 가기에 훨씬 편하게 한라산을 걸을 수 있고, ‘환상숲길’이라는 멋진 이름이 붙여진 한라산 둘레길. 등산이 부담스러운 사람이나 조금 더 편하게 한라산을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꼭 권하고 싶은 길이다.

법정사~시오름까지의 1구간

한라산 둘레길은 법정사에서부터 시작된다. 1139번 도로에서 안내 표지판을 따라 2.2km를 더 들어가면 법정사가 나온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입구 앞 이정표도 꼼꼼하게 읽으며 걸을 준비를 해본다. 현재 개통한 둘레길은 해발 600-800m의 한라산을 둘러볼 수 있도록 조성된 1구간으로, 법정사에서 시작해 표고재배장을 지나 시오름까지 4-5시간이 걸리는 총 5.5km의 여정이다. 원래 1구간은 시오름을 지나 돈내코로 이어지지만 아직 길이 완전히 만들어지지 않아 현재 돈내코까지는 출입통제 중이므로 더 멀리 가지 않도록 유의한다. 또한 한라산을 정식으로 오르는 등반코스에 비해 편하게 걷을 수 있다고는 해도 산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반드시 등산화를 신고 출발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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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를 가릴 만큼 빽빽하게 들어선 삼나무군락에서 삼림욕을 즐겨본다.

 

입구를 지나 둘레길로 들어가자 맑은 바람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힌다. 나무사이로 들리는 바람이 오래전 남도의 대나무 숲에서 들었던 소리와 비슷하다. 시야가 어지러울 정도로 빽빽이 들어선 나무들 사이를 걸으니 ‘환상숲길’이라는 이름처럼 정말로 환상적인 기분이 든다. 한라산을 타고 걷는 길이라 그런지 평평하다가도 갑자기 나타나는 오르막이 다른 숲길과는 달리 산행의 기분을 흠뻑 느끼게 해준다. 경사를 오른 후 가쁜 숨을 몰아쉬는데 발아래로 계곡이 보였다. 잠시 쉬었다갈 요량으로 큰 기대없이 내려갔는데 돌에 낀 이끼 하나까지 투명하게 비치는 맑디맑은 계곡이다. 팔을 걷어 물장난도 치고 얼굴과 목에 차가운 계곡물을 적시며 땀을 식혀본다.

다시 산행이다. 폭신한 흙길을 지나자 펼쳐지는 돌길. 이전까지가 아스팔트길이었다면 지금부터는 본격적인 오프로드이다. 다시한번 등산화끈을 단단히 조여매고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영차영차, 돌을 밟고 내려가면 눈을 시원하게 하는 계곡을 또 만나게 된다. 둘레길을 걷다보면 계속해서 계곡을 만나게 되는데, 그것 또한 둘레길만의 특별함이다.

 

한라산둘레길2

❶ 둘레길을 걷다보면 여러번 만나게 되는 시원한 계곡.  ❷ 대자연의 신비가 그대로 남아있는 야생 버섯. ❸ 저 멀리 보이는 시오름 ❹ 귀한 수정난풀이 다소곳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한라산 둘레길은 묻혀있던 길을 복원 한 외에 사람의 손길이 거의 묻지 않아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갖추고 있다. 그 귀하다는 수정난풀이 새색시처럼 다소곳이 앉아있는가 하면 이름모를 화려한 색깔의 버섯이 시선을 잡아끈다. 또 환상숲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한라산 중턱에는 대규모 천연 동백나무 군락지가 20여km에 걸쳐 띠 형태의 벨트를 이루어 자란다. 지금은 볼 수 없지만 겨울 끝자락에 동백꽃이 수십킬로미터에 걸쳐 펴 있을 상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산속을 걸으면 지루하지 않을까 생각하겠지만, 둘레길에는 볼거리가 많다. 몇 번이나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계곡 외에도 경계용 돌담인 ‘잣성’이 여러번 보인다. 어떻게 이 깊은 산골짜기에 돌담이 있는걸까. 연유야 모르겠지만 그 옛날, 우리 할머니의 할머니, 또 할머니의 할머니들이 힘들게 하나하나 쌓아 만드신거겠지. 숙연한 마음으로 걸어다가 보면 화전터의 흔적, 4·3주둔소, 일제시대 한라산의 임산자원을 수탈해간 수송로인 ‘하치마키’ 도로 등 살아있는 역사의 흔적까지 만날 수 있다. 표고재배지를 지나고 마지막 관문인 시오름을 향해 가는 길에는 삼나무숲이 펼쳐진다. 하늘을 찌를 듯 빽빽한 삼나무에 등을 기대고 피톤치드를 온 몸으로 받으며 산행의 피로를 풀어본다. 금새 다리는 가벼워지고 발걸음에 경쾌함이 묻어난다. 삼나무 숲을 지나면 이제 시오름으로 가는 마지막 길이다. 아까보다 편한 길이지만 그래도 돌들이 군데군데 있기 때문에 조심히 걷는 편이 좋다. 어느새 약 5시간의 대 장정이 끝나고 나가는 길. 손에 잡히고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은 순수한 태초 그대로의 모습이었던 한라산 둘레길과 헤어질 시간이다. 날것의 생명력과 태고의 신비, 대자연의 숨결을 그 어떤 숲길보다 가까이서 느꼈던 둘레길에서의 산행을 마무리하고 돌아서는데 바람에 하늘거리는 억새가 잘 가라고 인사를 한다.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이유민

포토그래퍼 / 오진권

촬영장소 / 한라산둘레길 -1

●위치 : 서귀포 법정사 뒤  ●이용가능시간 : 14:00 이전  법정사에서 출발해 시오름으로 나가는 둘레길 1구간은 들어오는 입구와 나가는 곳이 다르기 때문에, 법정사에 주차를 했다면 콜택시를 타고 다시 돌아가야 한다. 택시비는 약 15,000~20,000원 정도이다. ( 서귀포 콜택시 064-763-40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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