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에너지와 氣 / 느림의 미학 / 섬의 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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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와 氣

푸르고 청량한 숲에서 몸과 마음을 채우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순수함으로, 날것이 꿈틀대는 생명력으로, 치유와 평화·휴식으로, 제주의 숲은 우리를 반긴다.

숲

 

컬러 테라피(Color Therapy)는 자연의 색(色)이 가진 고유한 성질과 에너지를 치료 등에 이용하는 요법이다.

컬러 테라피에서 말하기를 피로와 스트레스 등에 지쳤을 때 우리의 몸은 자연스럽게 녹색을 보기를 원한다고 한다. 또한 자연의 여러 색상 중에서도 녹색은 가장 탁월한 컬러로 손꼽히며 녹색에는 재생과 치료, 젊음과 신선함, 활력과 희망과 같은 힘이 있다고 한다.

동서남북 어디서든 초원과 오름, 군락지 등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제주. 온 천지가 녹색으로 물결치는 제주 안에서도 특별한 초록세상을 만나는 곳이라면 단연 숲길일 것이다. 제주의 숲길을 걷노라면 숲 안 모든 생명이 자신만의 악기로 생(生)의 음악을 들려주는 오케스트라 연주자라는 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것은 화려하고 웅장한 음색으로, 또 어느 것은 부드럽고 은은한 목소리로.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제 존재를 숨긴 채 묵묵히 연주하는 풀벌레가 있고 제 모습을 자랑스레 노래하는 나무가 있다. 온갖 생명들이 다 모여 숲이라는 하나의 아름다운 교향곡이 완성된다. 대지를 뚫고 올라온 봄의 희망, 시퍼렇게 꿈틀거리는 여름의 들끓음, 수확과 성숙이라는 가을의 여유, 숨을 돌리며 다음을 준비하는 쉼표의 겨울로. 비발디의 사계는 그렇게 제주의 숲 안에 울려 퍼진다. 이 얼마나 조화롭고 아름다운 생의 찬가인가!

제주에는 각기 다른 매력이 넘치는 숲길이 있다. 한라산둘레길은 제주의 어머니인 한라산의 품에 안겨 산을 따라 빙 둘러 걷는 길로, 다른 평탄한 숲길과 달리 산의 남성미와 야생미를 흠뻑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둘레길은 경사를 따라 오르며 한라산의 신비와 생명력을 온 몸으로 느끼는 숲길이다. 사려니숲길은 반기문 UN사무총장이 걸어서 더 특별해진 곳으로 걷는 것만으로도 지나온 발자국마다 평화가 가득차는 아름다운 숲길이다. ‘신성한숲길’을 의미하는 그 이름에 맞게 조용하고 성스러운 느낌이 들 뿐 아니라 제주도민과 관광객에게 큰 사랑을 받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삼다수숲길은 수천년의 세월이 고요히 남아 신비롭고 아름다운 제주 야생의 ‘곶자왈’지형을 지난다. 아직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숲길로 삼다수의 근원지역에 위치해 청정하고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시며 호젓하게 걸을 수 있다. 이 외에도 절물자연휴양림, 비자림, 장생의숲길, 교래자연휴양림, 서귀포자연휴양림 등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자연은 마음이 열린 사람에게 더 많은 것을 준다고 하니 제주의 숲길에서 만큼은 가슴을 활짝 열고 걸어보자. 숲길을 120% 즐기는 또다른 방법으로는 온 몸의 모든 감각을 하나씩 사용해보는 것이다. 눈을 감고 귀를 열어 바람이 살랑이는 소리, 새들이 노래하는 소리에 집중해보고, 숨을 깊이 들이쉬어 숲의 청량한 공기를 음미해보자. 나무를 꼭 껴안고 맨발로 걸으며 그 촉감을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그러면 어느새 청량한 제주의 숲이 내 안을 푸르게 채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올레메인 copy

 

느림의 미학

놀멍, 쉬멍, 걸으멍  올레길을 따라 제주를 걷다

 

느릿느릿 걸으며 아름다운 풍경과 마주하는 길.  바람도 햇살도 마주치는 사람도…… 모두 친구가 되는 정겨운 길. 올 봄은 유채꽃 활짝 핀 올레길에서 맞이하고 싶다.

 

느림의미학

 

뛰고 있을 때는 옆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

빨리 달려야만 하니까. 그래서 성급해진다. 하지만 걷고 있을 때는 다르다. 발꿈치와 발바닥이 땅에 닿았다가 천천히 떨어지는 느린 순간, 옆도 보고 앞도 보고 지나가는 사람도 본다. 하늘을 올려다보고 고개를 숙여 키 작은 꽃과 인사를 나눈다. 걷기가 주는 여유, 이것이 우리가 제주의 올레길을 걷는 이유다.

올레란 ‘대문에서 큰길까지 이르는 작은길’이라는 제주사투리로 현재는 제주를 걸어서 여행하는 이들을 위한 길, 자연과 함께하는 도보여행을 의미한다. 차를 타고 다니는 여행이 띄엄띄엄 점을 찍는 여행이라면 올레는 그 점을 이어가는 긴 선의 여행이다. 관광지에 들러서 점을 찍고 급히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제주의 숨겨진 아름다움과 만나는 여행. 그래서 제주의 올레를 걷는 사람은 간세다리(게으름쟁이라는 제주사투리)가 되어야 한다. 올레는 천천히 걷는 사람에게만 그 속살을 조심스레 보여주기 때문에…….

아름다운 섬 제주를 걸어서 한 바퀴 도는 올레는 1~19코스, 배를 타고 들어가 부속섬을 따라 걷는 올레에는 우도(1-1), 가파도(10-1), 추자도(18-1) 코스가 있다. 종종 ‘제주도 올레 중에서 어떤 코스가 제일 좋으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는데 사실 대답하기가 난감하다. 왜냐하면 제주올레 22개 코스 저마다 각기 다른 매력과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눈부시게 반짝이는 옥빛바다를 보며 걷는 길이 있는가하면 청량한 공기를 흠뻑 마시며 숲을 걷는 길이 있다. 제주도민들로 북적이는 번화가를 지나가는 코스도 있고 끝이 보이지 않는 밭길을 따라 걷는 코스도 있다. 제주의 역사와 마주하며 걷는 코스,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에 취해 걷는 길도 있다. 같은 제주바다라도 각 올레마다 느낌이 다르며 계절에 따라, 동서남북에 따라, 날씨에 따라, 그리고 걷는 사람에 따라 받아들이는 감동이 전부 다르다. 그러니 어찌 ‘올레는 몇 코스가 제일 좋아요’라고 쉽게 말할 수 있겠는가.

올레를 제대로 걷고 싶다면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욕심을 버리길 권한다. 사진기에 더 많은 풍경을 담겠다는 욕심, 빨리 걸어서 몇 코스 더 완주하겠다는 욕심. 또는 올레길에서 무언가 특별한 것을 얻어 가겠다는 욕심…… 너무 많은 욕심을 내면 올레여행은 쉬 피로해지고 만다.

제주올레의 테마는 ‘놀멍, 쉬멍, 걸으멍’이다. 놀면서, 쉬면서, 걸으면서…… 그렇다. 올레길은 그냥 놀면서 쉬면서 걸으면 된다. 걷다가 멈추어도, 올레표식이 가리키는 방향이 아닌 길로 가더라도, 끝까지 완주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그저 길에 길 위에 두 발을 올려놓고 지금 이 순간을 온 몸으로 느끼며 걸으면 되는 것이다.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가 통하지 않는 신기한 길. 제주의 참모습을 구석구석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길. 소박한 모습으로 때로는 유혹적인 아름다움으로 우리를 맞이하는 길.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 올해의 봄은 제주의 올레길에서 맞이하고 싶다.

 

 

 

섬 메인 copy
섬의 찬가 

외로움이 아니라 그리움이 부른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삶은 외롭다. 외로움의 절정을 느낄 때면 그 섬에 가고 싶다. 고독함을 즐기려는 사치인지 자신에 대한 위로인지 모를…. 비행기 티켓을 끊고 또는 배에 몸을 싣고 섬으로 떠난다. 그렇게 도착한 섬 속에 또 섬이 있으니 이곳은 선택받은 이들을 위한 휴식처가 아닐까.

 

섬의 찬가

 

사람들은 섬에 대한 환상을 품고 산다.

섬은 익명성과 대중성이 난무하는 도시 속에서 고독한 영혼을 달래줄 마지막 안식처가 되어줄 것만 같다. 그렇게 사람들은 설레임을 안고 섬 여행을 꿈꾼다. 섬 여행은 봄이 좋다. 겨울 섬 여행이 부산스럽지 않은데 반해 봄 섬여행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듯 행복함을 스멀스멀 피어오르게 한다. 소곤소곤 이야기를 걸어 오는 수줍은 섬처녀의 속삭임에 볼이 발갛게 물들 것만 같다. 봄이라는 계절은 사람이 섬을 달뜨게 한다. 짙푸른 바다를 건너 섬에 발을 내딛는 사람들은 섬의 외로움을 안아 그리움을 풀어 놓는다. 오도 가도 못하는 섬에서는 숱한 사연도 섬 안에 갇혀 융해되고 바닷바람을 타고 저 멀리 날아가 버릴 것만 같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에 파릇파릇 새순이 올라오고, 앙상한 나뭇가지에도 연두빛 새잎이 돋아나고 있다. 제주에는 저마다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닌 채 손짓하는 크고 작은 섬들이 60여개나 있다. 사람이 살고 있는 유인도는 8개이며 나머지가 무인도다.  봄은 우리나라 최남단에 위치한 마라도에서부터 시작된다. 가장 먼저 봄기운이 찾아오는 섬은 마라도 일 것 같지만 피부로 느끼는 봄은 우도가 빠를 지도 모르겠다. 이는 마라도의 거센 바람 탓일 듯 싶다. 드넓은 평원같은 마라도에는 바람을 막아줄 것이 없어서인지 유난히 바람이 세다. 그래서 풀들도 키가 작다. 마라도 가는 바다길목에 위치한 가파도는 낚시인들이 즐겨 찾고 해산물이 풍부하여 해녀들의 물질이 잦은 겉모습은 투박하지만 속내는 정겹기 그지없는 그런 섬이다. 4월 하순 청보리가 물결치는 가파도에 서면 마음이 넘실넘실 춤을 춘다. 청보리가 바람과 함께 사락사락 밀어를 나누고 그 너머로 짙푸른 바다가 이를 지켜본다. 봄이 청보리가 되어 나른한 휴식을 취하는 섬이다. 봄이 눈에 확연한 색깔로 다가오는 곳으로는 우도를 들 수 있다. 돌담과 유채가 어우러진 우도는 봄날 환희를 안겨주는 섬이다. 섬의 형태가 소가 드러누운 형상이라 하여 일명 소섬, 우도(牛島)라고 불리는 섬의 바닷가 쪽으로는 오랜 세월 파도에 깎여 만들어진 빼어난 해안절경이 펼쳐진다. 야트막한 풀밭이 완만한 구릉을 이루고 있는 우도봉과 주름이 겹겹이 쌓인 듯한 해안절벽, 신비한 해식동굴, 투명하고 맑은 옥빛 바다색이 아름다운 해변 등이 있다. 봄 4월 중순 이후에는 구불구불 이어지는 까만 돌담과 초록의 밭 그리고 흐드러지게 피어난 유채가 대비되어 아름다움이 더욱 깊어진다.  하얀 백사장과 에메랄드빛 바다색 위에 떠 있는 동화속 섬, 비양도는 마음을 어린 날로 돌아가게 하는 제주 서북쪽에 위치한 섬이다. 제주의 봄이 가장 나중에 찾아올 것만 같으며 그 색깔이 화려하지도 않으나 정겨움과 여유로움이 느림의 미학을 따라 걷고 싶게 만드는 곳이다. 한림항에서 뱃길로 15분이면 도착하는 비양도는 ‘어린왕자’에 나오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과 그 모습이 영락없이 닮았다. 섬 둘레길을 걷노라면 해녀들의 숨비소리가 들리고 ‘애기업은 돌’, ‘펄랑’ 등 잔재미가 있는 볼거리들도 나타난다. 섬 중앙에 비양오름이 자리하고 있다. 한라산이 중앙에 위치한 제주도와 비슷하니 작은 제주도라 불릴만하다. 비양오름 정상은 최고의 전망대이다. 주변 바다색도 옥빛에서 파란색 그리고 짙푸른 바다색까지 아름답게 파노라마를 그리고 제주도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니 이보다 더 근사한 전망대는 없을 것이다.

섬에 가보면 내가 섬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홀로 떨어져 외로울 듯 하지만 투명하리만치 순수한 가슴을 열어 나를 안아주는 섬, 나는 외로운 섬이 아니라 그리움을 남기는 대상이 되리라. 섬은 그렇게 마음에 평화를 안겨준다.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황정희, 이유민

포토그래퍼 / 오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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