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구름위의 Drive Way 5·16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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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cooooooool~!

달리는 것만으로 시원함이 가슴속까지 밀려온다

 

자연의 향기에 취하는 구름위의 Drive Way

“숲이 내게로 오지 않아 내가 숲으로 갑니다.” 무더운 여름, 뜨겁게 달궈진 콘크리트의 답답함에서 잠시라도 벗어나 시원한 숲길을 달려보는 건 어떨까요?  1백32고개의 굴곡을 따라 원시림의 신비로움과 청량함을 동시에 간직한  5·16 드라이브 길을 쿨~하게 달려봅니다.

제주의 도로 풍경이 변해간다. 소박하고 아기자기함이 매력이었던 이차선 길들이 언제부턴가 얄금얄금 성형을 하더니 어느새 완전히 다른 느낌의 아이가 되어버렸다. 점점 넓어지고 매끈하게 포장된 길에 맞춰 차의 속력 또한 자꾸만 빨라진다. 휘리릭~ 차창밖으로 스치는 풍광은 빛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내 안구에서 마음을 지나 바람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아, 방금 스쳐간 신록의 정취가 아스라하다. 가끔은 구불구불 돌아가는 산길이 그리울 때가 있다. 간밤에 내린 비로 지상의 떠도는 먼지마저 씻겨져 온 세상이 투영한 날, 추적추적 안개비가 흩뿌리는 날, 곱게 빗어넘긴 머리카락을 헝클고 도망가버리는 바람이 부는 날, 나는 때때로 그 길을 천천히 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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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더위에 물먹은 솜이불마냥 몸이 축축 처져 있다면, 한라산 원시림 사이로 구불구불 돌아가는 5·16도로를 달려보자!

 

신선한 산의 기운이 무더위에 지친 몸을 깨어나게 한다.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5·16도로는 한라산을 가로질러 해발 750m까지 올라가는 산속의 길. 비가 오거나 흐린 날에는, 10m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도로에 안개가 자욱해, 구름 위를 달려가듯 묘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여유로움의 극치, 나도 ‘馬’이고 싶어라~

제주시에서 출발하여 산천단을 지나다 보면 넓은 초원에서 유유히 풀을 뜯고 있는 말의 무리를 만나게 된다. 봉긋한 오름과 초록빛의 들판에서 뛰어노는 말들의 모습에 가던 길도 잠시 멈추게 만드는 이국적인 곳! 잠시 차를 세워 자연이 주는 여유로움을 한껏 누려보자. 마방목지의 말들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순수한 제주의 혈통 조랑말로, 다리가 짧고 아담한 몸집이라 보기에도 만만하다. 그래서인지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 조랑말과 함께 사진 찍는 사람들의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 하지만 말이 뒷모습을 보인다면 뒷발질로 사람을 걷어찰 수 있다는 신호이니 각별히 주의하도록. 나무 그늘 아래서 한가로이 낮잠을 청하는 조랑말, 어미 옆에 꼭 붙어 어리광을 피우는 앙증맞은 망아지, 지상에서 가장 정겹고 한가로운 그림엽서다.

 

비내리는 날에는 삼나무 숲길이 그립다

5·16도로를 타고 20여분을 달리다 교래리 방향으로 좌회전해 1112번 도로를 따라 달리면 ‘삼나무 숲길’이 펼쳐진다. 울창한 숲이 꼬불꼬불한 도로를 따라 줄지어 서서, 마치 길에 들어서는 차들을 호위하듯 쭉쭉 뻗어있다. 따가운 여름 햇살은 없고, 시원한 그늘만이 가득한 이곳에서는 잠시 차를 도로 한편에 세워놓고 숲의 푸르름을 마셔보자. 삼나무 향이 코끝으로 스며들어 폐속 깊은 곳까지 파고든다. 삼나무에서 뿜어대는 피톤치드는 아무리 비싼 향수나 방향제라도 흉내낼 수 없는 천연 그대로의 향이다. 비가 오는 날이면 삼나무 숲길이 더욱 환상적으로 변한다. 차창의 빗방울을 와이퍼가 닦아낸 자리에 어릉어릉 초록빛이 스며들어 상쾌함이 밀려온다. ‘연풍연가’ 영화 속 주인공이 이곳을‘낭만 있는 곳’이라 소개하지 않았던가. 제주어로 ‘낭’이 나무를 뜻하니 정말 ‘낭! 만 있는 곳’ 맞다.  고요한 삼나무 숲 사이로 언듯언듯 바람이 스친다. 혹시 바람이 전하는 말이 들리는가.

 

숲이 터널을 이뤄 여름햇살을 온 몸으로 막아내다

삼나무 숲을 한바퀴 돌고 나와 다시 5·16도로의 오르막 길을 오르면 해발 750m의 성판악 휴게소에 다다른다. 성판악은 5·16도로의 최고지점, 이 때부터는 내리막길일 뿐 만 아니라 S자 코스가 많아 운전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 서귀포 방면으로 더 달리다 보면 도로 양쪽으로 뻗어있는 나뭇가지들이 얼기설기 얽혀 하늘을 가리우는 ‘숲터널’을 만나게 된다. 숲 터널이 뜨거운 햇살을 필사적으로 막아내어, 서늘한 기운만이 주위를 감싼다. 이곳을 지나갈때는 차 안의 에어컨을 잠시 꺼두고 차창문을 내려 숲의 청량함을 한껏 들이키자. 차창에 드리운 나무의 그림자, 그 사이로 살짝살짝 새어 들어오는 햇살이 주는 아늑함, 그리고 자연 그늘막의 절묘한 조화로움! 하지만 좁은 급커브 길이 이어지므로 사진을 찍기 위해 아무데나 차를 세우거나 걷는 것은 위험하다. 속도를 줄여서 천천히 감상하는 것으로 만족하도록.

숲 터널을 지나 내리막으로 접어들면 수악계곡을 만날 수 있다. 건천이라 평소에는 계곡이 있다는 것 조차 모르고 지나치지만, 비가 촉촉이 대지를 적셔주는 날에는 다리 아래로 폭포의 울림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운치를 더한다. 수악계곡을 지나 계속 내려가면 여전히 길은 구불거리지만 양옆의 숲이 조금씩 멀어지면서 서귀포시 전경과 함께 바다가 눈 앞에 펼쳐진다. 이렇게 길은 끝이 났지만 마음은 여전히 구름위를 달리고 있다. 도로 옆으로 아름드리 자란 나무들의 원시적 경관에 초록의 싱그러움이 가슴 속 깊이 묻어나는 곳. 한여름 숲속 드라이브 여행은 꿈을 꾼 듯 여운을 남기고, 사진을 남기고, 이야기를 남긴다.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황정희

포토그래퍼 / 오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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