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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억새

억새

가을억새

도도한 억새의 자/아/도/취

 

단풍이 오색빛 화려함으로 가을을 물들인다면, 억새는 쓸쓸하지만 강렬한 은빛여운으로 가을전령사로서의 포스를 거침없이 내뿜는다. 바람에 흔들리는 은빛억새로 물결치는 가을, 제주 어디를 가도 억새의 파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지천으로 넘실대며 어서 오라 손짓하는 억새의 유혹을 어찌 뿌리칠 수 있으랴.

제주의 가을을 물들이는 억새는 우리말로 ‘으악새’라 불리는 볏과 계통의 다년초이다. 제주에서는 볏짚대신에 지붕을 이는 이엉으로 사용했던 풀의 이름으로 지금은 말과 소의 먹이로 사용된다. 억새와 갈대는 비슷하게 보이지만 사는 곳이 다르다. 갈대는 벼처럼 생긴 까치머리를 한 식물이고, 억새는 정갈하게 빗어넘긴 머리카락같아 보인다. 억새는 거친 들판의 마른 땅이나 습지를 가리지 않고 아무 데서나 자라지만, 갈대는 물 속에서 자란다. 제주도의 들녘을 물들이는 것은 억새이다.

 

바람이 유난히 많은 섬 제주와 억새가 만나면 제짝 만난 선남선녀처럼 하나의 몸짓으로 사랑을 노래한다. 제주의 너른 들판이 애초부터 그들만의 영역인듯 가을을 점령한 억새는, 도도한 자태를 뽐내며 가만히 바람의 선율을 타기 시작한다. 흐드러지게 피어난 은빛 몸짓으로 그렇게 가을이 왔음을 온몸으로 소리친다.  제주 억새를 더욱 강인하게 만드는 건 바로 모진 바람 때문이 아닐까. 제주 억새는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귀로 듣는 것. 가만히 눈을 감아 바람이 지나간 흔적을 되짚어 보면 그곳엔 어김없이 억새가 흐느낀다. 바람과 햇살이 영글어가는 가을, 이 계절의 여왕은 바로 나!라고 온 몸으로 소리치는 욕심쟁이, 억새를 지금 만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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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더 깊어지기 전에 억새와 함께 울어보고도 싶은 건, 억새의 나부낌이 어쩐지 너무 슬퍼보여서일까. 가만히 바람에 흔들리는 몸짓은 마치 고단한 일상을 가슴으로 삼키는 우리네 어머니의 깊은 슬픔처럼, 애잔함과 평화로움이 함께 묻어나온다.

 

바람의 섬 제주는 가녀린 억새의 몸짓으로 요동친다

가녀린 몸짓으로, 너울너울 바람따라 춤추는 억새!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의 물결은 10월부터 시작해 11월 절정을 이룬다. 발길 닿는 곳 어디에서나 모나지 않은 친근함으로 보랏빛에서 시작해 점차 은빛, 금빛으로 색을 바꿔가며 여행객을 반긴다. 어서 오시라 손짓하는 억새의 부름을 차마 뿌리칠 수 없어 가만히 따라가보면 지천으로 넘실대는 억새의 유혹에 어지러울 지경이다.

제주의 가을은 ‘도도한 억새의 물결이 춤추는 계절’이다

라고 어느 시인이 말하지 않았던가. 제주의 억새는 거친 들판이어도 좋고, 오름이나 올레 언저리도 마다하지 않고 아무 데서나 잘 자란다. 억새는 정성스런 손길, 눈길 한 번 주지 않았음에도 찬 기운이 스치면 생명이 움트는 어디에서건 꿋꿋하게 자신만의 꽃을 피운다. 멋스러움을 간직한 도도한 자태가 척박한 땅에서 비바람과 찬서리를 굳건히 견디는 제주인의 강인한 삶의 저력을 닮았다. 깊어진 가을의 들판에서 사나운 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제주의 들녘을 물들이는 억새의 끈질긴 생명력의 근원은 자아도취(自我陶醉)가 아닐까.

가을에 흐느끼는 은빛 숨결, 억새와 함께 울어도 좋다!

바람 부는 대로 춤추는 억새 사이로 난 길을 걸어가보자. 어른 키보다 큰 억새와 나란히 걷다보면 가을이 가슴 깊은 곳으로 서걱서걱 걸어 들어온다. 억새밭 사이로 난 길을 걸으며 오름 꼭대기에 올라서 보면 또 어떤 풍광이 펼쳐질까. 드높은 하늘과 봉긋한 오름, 한가로이 풀을 뜯는 마소와 한데 어우러져 기가막힌 가을 풍광을 연출한다.

지천으로 넘실대는 가을의 친구, 쉽게 찾아가는 억새 쉼터

제주억새는 느긋한 드라이브만으로도 억새를 만끽할 수 있어 좋다. 차를 타고가다 마음에 드는 풍광을 만나면 멈춰서서 억새길을 따라 트레킹을 할 수 있어 더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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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번도로 주변 / 성산일출봉에서 성읍민속마을을 연결하는 ‘억새오름길’이라고 불리는 1119번도로를 달리다 보면 은빛으로 반짝이는 오름과 조우한다. 멀리 한라산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오름과 가을 바람에 일렁이는 억새의 향연에 절로 탄성이 터져나온다.

1117번도로(제1산록도로) / 한라산 관음사코스의 출발점을 지나므로 억새와 한라산의 단풍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도로이다. 아침시간의 억새는 맑고 순수한 느낌을 주고, 해질 무렵의 억새는 또다른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1118번도로(남조로)주변 / 도로의 형태가 일직선이기 때문에 속도를 즐기며 억새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드넓은 목장지대와 어우러진 억새길은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또한 도로 남쪽은 감귤과수원이 밀집되어 있어 무르익어가는 제주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기에 그만이다.

새별오름과 주변 / 해질녘 평화로를 달리다보면 붉은 노을 속 넘실대는 억새의 매혹에 어김없이 눈길을 주고만다. 차창 밖으로 휙휙 지나면서 바라보는 억새도 좋지만 새별오름 근처에 차를 세우고 오름을 오르며 억새사이를 누벼보는 건 어떨까.

산굼부리 / 영화 `연풍연가’에도 나오는 산굼부리 억새밭은 분화구 둘레를 따라 약 2km 걸쳐 펼쳐져 있다. 능선에 서면 시야가 확 트여서 한라산과 주변의 경치가 억새와 어우러지는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특히 해질 무렵 황금빛으로 물든 억새의 색채는 가히 환상적이다.

2009 제주억새꽃축제 / 지난해까지 억새꽃축제가 열렸던 새별오름에서 자리를 옮겨 올해에는 성산해양관광단지 일대에서 열릴 예정이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성산일출봉과 섭지코지 일대에 대단위 억새 군락이 조성되면서 은빛물결을 이룬다. 억새길 따라걷는 올레 걷기체험과 다채로운 웰빙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 문의 : 제주관광협회 064)742-8861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황정희

포토그래퍼 / 오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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