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702번 버스여행_ 월령리~사계해안

버스1

 

버스여행

 

 BUS TRAVEL JEJU

 월령리~사계 해안

 

 버스 타고 떠나는 가을 바다 여행

 지난 호에 이어 제주시에서 출발해 제주 서쪽 해안을 더듬으며 도는 702번 버스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제주시에서 월령까지 사람들이 많이 찾아 웃음이 넘치는 여행이었다면 이번엔 가을을 맞아 월령리부터 사계리까지 작은 포구와 조용한 마을을 돌아보며 감상에 젖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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➊ 백년초가 열린 모습 본 적 있나요? ➋ 바다를 보면 절로 점프! ➌ 용천수가 솟아나는 곳엔 빨래터와 목욕탕이 깨끗하게 정비되어있다. ➍ 숭어는 못 낚았지만 이 풍경을 가슴에 담았을 낚시꾼의 뒷모습 ➎ 저멀리 비양도가 보이는 판포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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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령리에서 판포리까지 버스로 한 정거장

아직은 고요한 아침, 판포리에 들어서면 작은 포구가 낯선 방문객을 맞아준다. 유난히 맑은 물빛의 바다를 손을 잡고 산책하던 삼촌과 조카, 한편에 쪼그려 앉아 가만히 물속을 들여다보던 엄마와 아기, 그리고 낚시꾼이 마을에서 만난 유일한 사람이었다. 멀지 않은 바다에서 숭어는 풀쩍 풀쩍 뛰어오르는데 낚시꾼은 번번이 빈 낚싯대만 들어 올렸다. 아쉽게도 뭔가를 낚는 모습은 보지 못한 채 그와는 멀어져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깨는 돌담에 기대어 말라가고 동네 개들은 사람이 반가운지 연신 짖으며 꼬리를 흔들었다. 한낮이 되면 이곳은 또 어떤 생기를 띄게 될까, 궁금한 마음을 접어두고 다시 버스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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➏ 바람의 섬, 차귀도 앞을 지나는 작은 배 한 척 ➐ 오징어를 일일이 손으로 다듬고 널고 있다. ➑ 구워서 바로 먹는 맛이 끝내준다. ➒ 말라가는 오징어, 복원된 도대불. 항구의 정겨움이 느껴진다.

 

 

판포리에서 고산까지 버스를 타고 10분

제주 서쪽 끝, 고산으로 향한다. 버스에서 내려 차귀도포구까지 25분 정도 걷는 내내 제주도 같지 않은 풍경이 펼쳐졌다. 제주도는 화산이 폭발해 만들어진 섬이라 어디를 가도 오름과 경사진 곳이 많은데 웬걸, 평야가 펼쳐진다. 밭마다 다양한 작물들이 심겨 있고 스프링클러는 분주하게 돌아가며 물을 내뿜는다. 이것들이 다 자라면 무엇이 될까. 감자? 양배추? 뭐가 됐든 고산이라는 이름표를 발견하면 반가운 마음을 담아 더 맛있게 먹을 것이다.

길 한 편으로 줄을 선 오징어가 하나둘 눈에 들어오면 차귀도포구에 닿은 것이다. 차귀도를 배경으로 오징어가 뽀얗게 말라가는 곳, 제주사람들은 자구내포구라도 하는데 이곳의 오징어는 일일이 손으로 다듬어 말리고 반건조로 말려서 구워 먹으면 적당히 쫄깃하고 부드럽고 씹을 때마다 깊은 맛이 배어 나와 멈출 수 없다. 항구에 쪼르르 늘어선 가게에서는 오징어를 즉석에서 구워주기도 하니 몇 마리는 가방 속으로, 몇 마리는 구워 바로 입으로 직행이다.

오징어를 씹으며 차귀도와 사람이 누운 모습을 빼닮았다는 누운 섬, 수월봉을 감상하고 엉알산책로를 걷는다. 엉알은 언덕 아래라는 제주어로 실제로 언덕 아래를 도는 코스로 되어있다. 그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 지층은 매우 신비로웠다. 일부러 다양한 돌과 흙을 섞어 빚어도 그런 모습이 되기는 쉽지 않아 보이는데. 거기에 언덕 위에서부터 내려온 물이 산책로 주변에서 흘러내려서 시원함까지 더한다.


• 제주의 서쪽 끝 차귀도의 일몰은 아름답기로 유명하니 놓치지 말자!

• 차귀도에서 배낚시 체험으로 짜릿한 손맛도 느껴보자.

• 차귀도 트레킹 : 지질유산을 따라 차귀도를 돌아보는 코스 약 1.2km, 약 50분소요

• 수월봉 트레킹 : 차귀도포구를 시작으로 수월봉 너머까지 가는 코스 약 4.2km, 약 90분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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➊ 갈대는 춤을 추는데 햇볕은 아직 뜨겁다. ➋ 이 아름다운 곳에 이렇게 끔찍한 걸 만들다니. 일본군 갱도진지 ➌ 땅을 뚫고 나오는 ‘녹고의 눈물’, 꽤나 시원하다. ➍ 고산은 평야지대라 갖가지 작물을 재배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➎ 신비한 모습을 드러낸 지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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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에서 모슬포까지 버스를 타고 15분

아침부터 길을 나섰더니 어느새 점심시간을 훌쩍 넘겼다. 모슬포에는 고등어회, 생선조림, 밀면 등 맛난 음식이 많지만 그중에 푸짐한 해물이 듬뿍 들어간 짬뽕이 유명한 홍성방에 가기로 했다. 인원수에 따라 세트메뉴로 시키는 것이 저렴하고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어 좋다. 모든 음식이 맛있었지만 그중 탕수육이 가장 맛있었다. 돼지고기 튀김 위로 얇게 썬 양파, 적당히 짭짤하고 달콤한 독특한 매력의 소스까지. 소스에 푹 젖은 탕수육 반죽은 탄력이 있어 마치 떡처럼 느껴졌고 양파를 얹어 먹으면 개운함까지 느껴졌다. 철저히 찍먹파인 나지만 홍성방에서 만큼은 부먹도 대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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➏ 토요일이면 모슬포에선 토요시장이 열린다. ➐ 꽃게가 통째로! 유명한 홍성방의 해물짬뽕 ➑ 이용원의 간판이 그대로 남은 카페, 그 사연은? ➒ 모슬포중앙시장, 작지만 있을 건 다 있다.

 

후식은 독특한 외관에 마음을 빼앗겨 눈여겨보았던 맞은편 앙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기로 한다. 정작 카페 이름은 눈에 띌 듯 말 듯 조그마한데 해성이용원이라는 간판은 큼직하게 남아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버지가 하시던 이용원을 아들이 물려받아 카페로 변모시켰다는 것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이용원이던 시절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있는데 이렇게 그 흔적이 남아있어 분위기도 좋고 정성스러운 손놀림으로 만들어주던 커피도 맛있어 곧 제주의 명소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커피를 받아들고 모슬포포구를 산책하니 오래된 선구점, 배를 고치는 곳, 규모는 작지만 항구가 가까워 싱싱한 해산물이 있는 모슬포중앙시장까지 사람냄새가 나는 오래된 어촌 마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었다.


• 모슬포 토요시장 : 매주 토요일 10:00~20:00

• 홍성방 : 064-794-9555 /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항구로76 10:30~20:00(브레이크타임 15:00~17:30) / 첫째, 셋째 화요일 휴무

• 앙카페 : 064-794-5871 /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항구로75-1 월~토 09:00~22:00, 일 09:00~20:00

• 모슬포중앙시장 :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리 822-7

• 방어축제 : 2015.11.12(목)~15(일), 모슬포항 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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➊ 어구를 다듬고 있는 주민들 ➋ 조용한 마을길을 빠져 나오면 빨간 등대가 맞아준다. ➌ 지질유적과 바다의 신비로운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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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슬포에서 사계까지 버스를 타고 10분

사계리까지 가려면 702번 중에서도 경유하는 노선이나 750-1번을 타야 한다. 사계리는 어디에서나 산방산이 내려다보고 있는 바다가 아름다운 마을이다. 버스에서 내려 바다를 향해 걷는 길에는 이런저런 가게들이 있지만 소란함이 없이 한적함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도 산방산 아래로 자리를 옮기면 관광지 특유의 들뜬 소음으로 사라지고 마니 오늘은 그저 마을 안길을 걸어 사계해안까지만 가보기로 한다. 배가 고요히 정박해있는 포구, 누군가 금방 다녀간 듯 사랑스러운 낙서가 남아있는 백사장, 커다란 구멍이 뻥뻥 뚫인 돌 해안 등 다채로운 해안 풍경이 나타난다. 예쁜 조개껍데기를 골라 주워보기도, 파도를 피해 도망가기도 하다보면 늘 그렇듯이 바닷가에서의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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➍ 바닷가에선 모래 장난 역시 빠질 수 없다. ➎ 해변에서 그림자 사진도 찰칵! ➏ 사계리에서는 어디를 봐도 산방산이 내려다 보고있다. ➐ 구멍이 숭숭 뚫린 사계해안, 다채로운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버스정류장에서

만약 702번 버스를 코앞에서 놓쳤다면 족히 20분은 기다려야 한다. 많은 곳을 빠르게 여행하는 데 익숙한 우리는 이 시간이 지루하고 초조할 것이라 걱정했지만 뜻밖에 재미있던 것이 이 시간이었다. 어떤 사람들이 타고 내리나 구경하기도 하고 함께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시장에서 산 귤을 나눠드리니 완강히 거절하시다가 수줍게 웃으며 받아 드시던 할머니, 버스 시간표를 보면서 ‘우리 어디 갈 거야?, 어디서 내리면 돼?’ 설렘으로 가득 차 끊임없이 대화를 주고받는 귀여운 여행객, 타야 할 버스를 친절하게 알려주시던 아주머니까지. 버스에서 내리며 다정한 눈인사를 주고받으면 짧은 만남이었지만 따스함이 마음 가득 번진다. 아, 버스여행 참 재밌다.


• 사계해안에서 즐기는 잠수함 체험 : 마라도잠수함 – 서귀포시 안덕면 형제해안로13 / 064-794-0200


 

아이러브제주도장


글 / 김지은

사진 / 강일선

일러스트/강지호

버스여행정보 /

– 우리가 탄 버스는 제주시외버스터미널부터 서귀포시외버스터미널까지 서쪽으로 돌아가는 702번 버스입니다.

– 1300원부터 3300원까지 구간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니 행선지를 밝히고 탑승해야 합니다.

– 오전 5시 40분부터 오후 9시까지(제주시외버스터미널 기준) 20분 간격으로

운행합니다. 행선지에 따라 경유하는 노선에 주의합니다.

– 하차 시 교통카드를 태그하면 30분 동안 2회까지 환승 가능합니다.

– 제주버스정보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면 좀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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