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제주의 돌문화

제주의돌메인

 

제주도를 흔히 삼다도(三多島)라고 한다. 돌과 바람과 여자가 많다는 뜻이다. 화산섬이기 때문에 돌이 많고, 태풍의 길목이기에 바람이 많으며, 4.3이라는 큰 사건을 겪으면서 여자가 많아졌기 때문에 삼다도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아주 옛날에는 삼다를 석다(石多), 풍다(風多), 한다(旱多)였다고 한다. 한다(旱多), 즉 가뭄이 심한 곳이라는 뜻이다. 여자가 많다는 말은 1960년대 한 여행사에서 지어낸 이야기이다.

 

제주울담

제주 올레를 제주 미의 으뜸으로 꼽는다.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을 쌓아 올린 돌담들이 연결되며 만들어진 올레는 마치 바람결모양으로 흐르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옛날 외적들 침입이 많았을 때 쉽게 피하기 위한 방편이 되기도 했다는 사람도 있다. 이것이 바로 제주 초가의 울타리인 울담이다. 주거 문화가 변하면서 옛 울담은 민속촌이나 시골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 되어버렸다.

 

화산활동에 의해 생겨난 섬이기에 제주에는 참으로 돌이 많다. 섬 전체가 돌로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제주에선 사람들이 예부터 돌을 이용하여 살았던 흔적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또 17세기에 제주에 왔던 김상헌의 남사록 풍물(風物)편에서 당시 제주 섬의 토지환경을 기록한 것을 보면 “땅에는 바위와 돌이 많고 흙에 덮인 것이 몇 치에 불과하다. 흙의 성질은 부박(浮薄)하고 건조하여 밭을 개간하려면 반드시 소나 말을 이용해서 밟아주어야 한다”고 적고 있다. 제주 땅의 척박한 환경과 돌이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밭담2

제주도를 여행하면서 밭담을 많이 볼 수 있다. 구불구불 흐르는 모습이 살아있는 것 같기도 하다. 수백 년 전의 탐라 전원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모습이다. 밭담을 타고 자란 팽나무는 농부들의 좋은 휴식처가 된다. 30년 전만 해도 흔하디흔했던 이런 경관이 거의 사라지고 있다. 전두환 군사정부 시절에는 전근대적이라며 헐어버렸고, 근래엔 기계영농에 방해가 된다며 치워버렸다. 돌담이 사라지면 삼다도의 명성도 퇴색하는 것이 아닐지.

 

제주 돌담의 역사는 주민들이 거칠고 척박한 이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집의 울타리용으로 쌓은 돌담은 울담, 밭갈이 할 때 나온 돌로 쌓아 만든 밭담, 묘 주변에 둘러쌓은 담을 산담이라 하고 이런 것들이 제주 돌 문화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제주도는 태풍의 길목이다. 일 년이면 서너 차례의 크고 작은 태풍이 섬을 휩쓸고 간다. 외형으로 보면 허술해 보이는 초가집이 거친 바람에도 견디는 것은 바로 울담 덕분이다. 울담은 초가집이 보일 듯 말 듯 한 높이로 쌓은 일종의 울타리로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으로 만들었다. 그 안은 마당과 우영밭이 있는 생활공간이다. 이렇게 쌓은 돌담이 연결되면 바로 제주미(濟州美)의 으뜸이라는 올레(골목길)가 형성된다.

 

산담

산담이란 묘주위에 돌담을 쌓아 우마들로부터 묘를 보호할 뿐 아니라 묘주변에는 죽은 이의 시중을 들 동자석과 망주석을 세워놓고 또 신이 드나드는 시문까지 만들어 놓았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제주 돌 문화의 독특함이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제주의 밭에는 돌이 많았다. 농경생활이 시작되면서 땅을 엎어 밭을 만들려 해도 널려있는 돌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큰 걱정이었을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라도 돌을 처리해야 했는데 그렇게 밭에서 나온 돌은 자연스럽게 밭의 경계에 쌓이게 되었다. 이렇게 쌓인 밭담은 바람을 막아주고, 우마들에 의한 농작물 피해를 막는데, 밭의 경계를 표시하는 용도로도 사용되었다. 필요에 의해서든, 생활의 지혜였든 간에 제주사람들은 주변에 널린 돌을 이용하여 제주의 대표적 돌 문화를 만들어 갔다. 자연석을 이용하여 길게 쌓은 밭담은 한쪽에서 잡아 흔들면 끝까지 흔들려야 아무리 강한 태풍에도 쓰러지지 않는 잘 쌓인 담이라고 한다.

밭담의 형태를 보면 지역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크게 작은 돌을 여러 겹으로 쌓는 ‘백켓담’과 한 줄로 차곡차곡 쌓은 ‘외담’을 볼 수 있다. ‘백켓담’은 경작지 잡석을 치우면서 쌓은 것이고, 이중에서 자갈을 넓게 쌓아 사람이 다닐 수 있게 만든 것을 ‘잣벡’이라 부른다.

 

제주의돌1

❶ 돌담은 쌓는 방법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크고 작은 돌들을 여러 겹으로 쌓은 ‘백켓담’은 크게 휘어진 밭의 경계를 부드럽게 연결한다. ❷ 산담은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돌담이다. 마소나 들불로부터 조상 묘를 보호하기 위해 산담을 쌓았고 그 안에는 동자석을 세워 죽은 자의 넋을 위로하고 잡귀가 다가서는 것을 물리쳤다. 울타리와 벗이 있어 망자는 외롭지 않았을 것이다. ❸ 밭을 나누고 있는 검은빛 돌담과 녹색의 밭, 그 너머의 짙푸른 바다가 어우러져 제주만의 독특한 조형미를 보여준다.

 

또한, 돌은 망자의 집 울타리라 할 수 있는 산담을 쌓는데에도 긴요하게 이용됐다. 산담이란 묘(墓) 주위에 쌓은 돌담을 말한다. 울담이나 밭담은 육지의 시골이나 다른 섬 지역에서도 비슷한 것을 볼 수 있지만 산담은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산물이다. 산담은 제주도 무덤양식이 육지부와 다른 점을 가장 잘 보여준다. 무덤 주위를 타원형 또는 장방형으로 쌓아 방목하는 우마와 들불로부터 묘를 보호하기 위해 쌓았지만 쌓는 방식은 토속 신앙과 떨어질 수 없다. 정사각으로 쌓은 돌담에는 신이 드나드는 시문을 만들기도 하고 죽은 이에 시중을 들 동자석(童子石)을 세우기도 하는 제주의 양식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문화가 아닐 수 없다.

제주에 오거든 꼭 울담, 밭담, 산담이 세 가지 돌담을 눈 여겨 보면 제주의 색다른 돌 문화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서재철

포토그래퍼  / 서재철

1947년 제주출생 1983년   사진부장(전;제주일보)  1990년 제민일보 편집부국장(전;재민일보)  1998년 자연사랑 미술관 관장(현)

저서 : 제주해녀, 한라산, 한라산 노루, 한라산 야생화, 바람의 고향 오름, 이름모를 소녀, 몽골·몽골사람, 제주생태시리즈-제주의 야생화, 제주의 말·노루, 제주의 곤충, 제주의 버섯, 제주의 새, 화산섬 바람자리 오름, 날마다 솟는 성산, 기억속의 제주포구, 화산섬 제주, 신비의 흔적, 제주의 옛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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