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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 예술을 더하다 – 아라리오뮤지엄 제주

아라리오뮤지엄메인

사슴의 표면을 크리스털 구슬로 덮어 마치 수많은 디지털 픽셀로 구성되어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작품이다.

 

추억에 예술을 더하다.

아라리오뮤지엄 제주

 

 

여행객들에게 탑동은 낯선 동네일지도 모르겠다. 바다와 광장이 있고 동문시장, 용두암, 공항, 제주목관아와 관덕정도 가까워 제주의 현재와 과거를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곳이지만 여행객들의 발길을 크게 잡아끄는 곳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제주도민들에게 탑동은 추억의 장소이다. 누구나 한 번쯤 쇼핑을 하고 사람들과 만났던 장소지만 지금은 제주도민도 예전만큼 자주 찾지 않는 곳이 되었다. 그런 탑동에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 탑동바이크샵, 동문모텔이 개관해 조금씩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아라리오뮤지엄은 과거의 흔적을 간직한 곳에서 미술작품을 전시해 예술을 새로운 경지로 끌어올리고 있다. 각 뮤지엄은 서로 다른 테마로 현대미술 작품을 전시하고 있고 아라리오컬렉션 중 160여 작품을 아라리오뮤지엄 제주에서 만날 수 있다.

 

아라리오뮤지엄1

제주 바다에 버려진 사물을 되살려 예술의 일상성을 부각시킨 작품.

아라리오뮤지엄2

좌측과 우측이 극명한 대비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작가 특유의 치밀한 철학적 사고가 돋보인다.

 

세 뮤지엄 중 중심이 되는 탑동시네마에서는 개관전 <By Destiny>가 열리고 있다. 탑동시네마는 그 이름처럼 과거 극장이 있던 5층 건물이다. 아라리오뮤지엄 제주의 테마는 보존과 창조라고 할 수 있는데 옛 건물은 그대로 보존하면서 상업건물을 미술관으로 바꾸어 기존 건물의 형태와 예술작품의 조화를 꾀했다. 탑동시네마에 입장하면 가장 먼저 만나는 작품이 1층에 전시된 코헤이 나와의 ‘사슴가족’이다. 투명한 크리스털 구슬로 덮인 사슴 4마리로 구성된 작품으로 코헤이 나와의 대표작이다. 1년 반을 주기로 전시가 바뀔 탑동시네마에서 이 작품만큼은 영원히 이곳에 전시될 예정이다. ‘사슴가족’이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의 얼굴인 셈이다. 또 하나 지나치지 말아야 할 작품이 3층에 전시된 씨 킴의 ‘By Destiny’이다. 개관전과 같은 이름인 만큼 개관전의 주제를 함축하고 있는 작품으로 제주 바다에 버려진 사물을 활용해 작가의 자화상으로 재해석해냈다. 이 작품을 만든 작가 씨 킴이 바로 김창일 아라리오뮤지엄 회장이다. By Destiny(운명적으로)는 김창일 회장의 인생에 크게 영향을 미친 단어로 자신이 예술과 만나게 된 것도, 제주에서 이곳에 뮤지엄을 세우게 된 것도 운명적으로 이루어진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우리가 제주에서 현대미술을, 아라리오뮤지엄에서 만나게 된 것도 운명이 아니었을까. 두 대표작 외에도 수보드 굽타의 ‘배가 싣고 있는 것을 강은 알지 못 한다’와 같은 거대한 작품, 리 후이의 ‘브이’와 같은 신비로운 작품 등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있다. 탑동바다가 한눈에 보이고 자체 제작한 아트제품들이 가득한 아트샵과 카페도 5층에 자리하고 있다.

 

아라리오뮤지엄3

❶ 가운데에 위치한 영화 포스터와 양쪽 컬러의 배치가 관람객들에게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❷ 실제 동물 가죽에 부처의 얼굴을 새긴 작가의 시리즈 작품 중 하나. ❸ 상형문자, 기호 등을 활용하여 작품 속에서 현대 사회의 갈등을 우회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❹ 금속 재료와 청각 장치를 결합시켜 물질세계의 비물질적 개념을 표현하는 작품이다. ❺ 인도현대미술의 지형도를 바꿔 놓은 작가의 작품으로 20m가 넘는 배 안에 일상의 오브제를 채워 넣었다.

 

 

탑동시네마를 나와 옆으로 살짝 돌아가면 나오는 탑동바이크샵은 여행사, 바이크샵 등으로 이용되었던 상업용 건물로 현재는 현대미술의 거장 김구림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매년 새로운 시도와 실험을 통해 진정한 예술가적 정신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김구림의 주요작품이 전시된다. 크지 않은 건물이지만 한 작가의 예술정신으로 꽉 채워 그의 작품세계를 돌아보는데 도움을 준다.

세 번째 뮤지엄 동문모텔까지 가려면 10분은 걸어야하지만 걷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다. 왼쪽으로 펼쳐지는 바다와 어촌의 향취가 물씬 풍기는 작은 가게들을 구경하며 걷다보면 산지천 옆에 위치한 동문모텔에 도착한다. 동문모텔은 그 이름처럼 과거 모텔, 그전에는 병원으로 쓰였던 건물이다. 모텔의 특성상 건물이 일정한 객실의 크기로 나뉘어 있었는데 이를 필요에 따라 벽을 헐기도 하고 그대로 유지하기도 하면서 미술관으로 만들었다. 탑동시네마, 탑동바이크샵보다 다른 사람의 방에 들어온 듯 개인적인 느낌이 강하다. 아라리오뮤지엄에는 보통의 미술관과 같은 화이트 월이 없다. 공간 자체에 작품들이 어우러지게 전시해 익숙한 작가의 작품이라도 색다르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아오노 후미아키의 ‘동문모텔에서 꾼 꿈’은 작가가 작품을 만드는 동안 제주에 머물면서 동문모텔에 버려져있던 물건들을 수집해 한 층의 전시공간을 꽉 채운 작품으로 동문모텔의 대표작이라 할 만하다. 또 가장 위층에 전시되어있는 한성필의 ‘해녀시리즈’와 제주를 표현한 다양한 작품 또한 놓치지 말아야한다.

 

아라리오뮤지엄4

❻ 거울에 반사되는 붉은 레이저와 인공안개가 강렬한 분위기를 내며 관람자에게 임팩트를 선사한다. ❼ 탑동바이크샵에서 열리는 김구림 개인전의 ‘Yin and Yang’ 시리즈 중 한 작품. ❽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교묘하게 뒤섞인 세계를 보여주는 작품, 해녀를 테마로 제주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❾ 인물과 피어오르는 연기, 종소리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내는 영상 작품. ❿ 동문모텔 건물에 버려져 있던 물건을 수집하고 재창조해 과거 모텔이었던 공간을 재현하였다.

 

 

아라리오뮤지엄에선 건물도 관람포인트가 된다. 과거 영화관, 바이크샵, 모텔이었던 공간이 예술을 만나 어떻게 바뀌었고 과거의 흔적은 또 어떻게 품고 있는지 찬찬히 둘러보자.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는 듯한 묘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아직 현대미술은 우리에게 낯선 존재다. 특히 아라리오 뮤지엄은 작품의 단편적 감상뿐 아니라 공간과 어우러지는 작품과 공간 그 자체도 봐야하기 때문에 더더욱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낯선 현대미술도 해석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만 버리면 오히려 흥미로운 요소가 많다. 조금은 난해할지라도 무서우면 무서운 대로, 재밌으면 재밌는 대로 자유롭게 감상하며 현대미술에 더 가까워 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5년 3월이면 동문모텔 2가 개관한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성산에도 아라리오뮤지엄을 오픈할 예정이라고 한다. 덕분에 우리는 현대미술을 더욱 풍성하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예술의 섬으로 새롭게 태어날 제주에서 현대미술을 만나자.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김지은

포토그래퍼 / 오진권

촬영장소 /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

주소:제주시 탑동로 14   전화:064-720-8201   •큐레이터 전시투어 : 매주 금요일 오후 4시

아라리오뮤지엄 탑동바이크샵 / 주소: 제주시 탑동로 4길 6-12 전 화 064-720-8204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 / 주소: 제주시 산지로 37-5 전 화 064-720-8202   운영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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