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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살레’ 장인 목산 현병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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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박하나 맵시 있게… 그의 삶과 가구를 만나다.

‘제주 살레’ 장인 목산 현병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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❶ 제주 살레(찬장) – 그의 대표적인 목공작품으로 자귀로 정교하게 다듬어 만들었다. 붉은 빛이 도는 색깔과 나뭇결이 유난히 아름답다. 특히 문고리 부분에 편리함과 맵시를 더하여 전국공예대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❷ 고가구인 반닫이로 직접 만든 소가구외에 오래된 고가구를 수집한다. 제주적인 전통의 토대 위에 자신만의 디자인을 첨가하여 완성도가 높은 제주도 전통가구의 맥을 잇는 토대이기도 하다. ❸ 사오기 반닫이 : 책, 의복, 옷감, 제기 등을 보관하는 용도였으며 장식이 두툼하고 세월의 때가 묻어 있어 고풍스러우면서 소박한 미가 흐른다. ❹ 낙동법(인두로 지진 후 볏짚으로 문질러 색을 냄)으로 마무리한 3단 제주 살레(찬장)로 고태미가 흐를 뿐 아니라 소박한 가운데 균형이 잡혀 있어 편안함이 느껴진다.

 

 

새롭게 태어난 ‘제주 살레’,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그의 손에서 탄생한 제주 살레의 특징은 질박한 가운데 흐르는 맵시다. 굴무기(느티나무) 고재의 묵직한 색감과 은은한 나뭇결, 섬세하게 고안된 문고리가 살레를 가구가 아닌 작품으로 완성시킨다.

목산 현병묵(56세), 그는 평생 나무와 산 사람이다. 그래서 호(號) 또한 산의 나무, 목산(木山)이다. 하루하루 살기도 고달파서 한눈 팔 여력이 없었다고, 쫓기듯 지금에 이르렀다고 말하는 그이지만 그러기에는 지나온 외길 인생이 너무나 올곧다. 오직 나무와 함께 해온 세월이 40년에 이른다. 처음 나무를 만지기 시작한 것은 당시로서도 이른 15살. 9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어머니마저 돌아가신 때가 15살이었다. 목수일을 하는 매형의 어깨너머에서 대패질을 배우며 나무인생이 시작되었다. 본격적으로 목공기술을 습득한 것은 19살 즈음, 제주도에서 운영하는 간이공업센터 기술양성소에서였다. 6개월의 짧은 과정이었지만 그때부터 목공예품의 모양, 맵시, 빛깔이나 조화 등 어떻게 하면 아름답게 보일까에 대해 고민하였다. 그만의 목공예품 특징이 이때부터 서서히 싹을 틔운 셈이다. 그가 만든 목가구들은 질박한 미가 드러나면서도 아주 작은 부분에서 세련미를 추구한다. 제주적인 분위기를 잃지 않으면서 여기에 현대적인 감각을 미세하게 덧붙임으로써 제주목공예품의 아름다움을 견고하게 완성한다. 이러한 감각은 밖으로 표출되기 보다는 안으로 갈무리 되어 보일 듯 말 듯한 여운으로 남는다. 가장 많이 만드는 가구는 그동안 수백 개는 족히 만들었을 ‘살레’다. 살레는 제주어로 찬장을 의미한다. 가지런히 그릇을 포개어 넣거나 반찬이나 양념을 넣어 보관하는 부엌용 장이다. 팔려고 만들어둔 것을 들고 공모대전에 출품하였고 이것이 2012년 제 42회 대한민국 공예품 공모대전에서 지역대상과 국무총리상을 수상하였다. 수상의 이유는 오랫동안 고심하며 관심을 기울였던 문고리 때문이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을 실감한다. 물론 살레장의 고운 나뭇결과 균형미를 갖춘 견고함이 받쳐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더 나아가 황실문화와 관련된 공예 명장을 발굴하는 대한황실명장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수수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목공예품의 가치를 입증하는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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❶ 그의 작업실에 수십 년 그와 함께 해온 목공도구들. 손때 묻은 대패에서 나온 대패밥은 정직하게 그가 작업한 양을 말해준다. ❷ 소목장 40년 인생을 자신이 끌어 왔다기보다 세상살이에 의해서 지금에 이른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맵시를 생각하지 않고 가구를 만든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그, 과연 그는 장인다웠다.   ❸ 고재나무가 쌓여있는 창고 안에 따뜻한 햇살이 비쳐든다. ❹ 그가 취득한 가래나무 열매를 이용한 전통가구 인테리어 장식판 및 그 제조방법 특허를 활용하여 독특한 목공예품을 제작, 사회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❺ 제주 전통 가구인 살레장 문고리 부분의 독창성과 조형미로 인해 2012년 제 42회 대한민국 공예품 공모대전에서 지역대상과 국무총리상을 수상하였다. ❻ 살레 안에는 대나무 엮은 판을 대어 습기가 차는 것을 방지한다.

 

 

주로 사용하는 재료는 고재다. 고재란 오래된 목재다. 대부분 한번 사용되었던 나무로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에 이른 옛집에서 나온 대들보나 대문이다. 세월의 때가 잔뜩 묻어있어 그 자체로 색감이 고색창연하고 오랜 세월 동안 자연 건조되어 뒤틀림이 없어서 가구제작에 적합하다. 역으로 말하면 그만큼 단단하기 때문에 다루기가 만만치 않다는 의미다. 제주도 고재는 독특한 색감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지금은 구하기가 어려워서 가격이 매우 높게 형성되어 있다. 제주도 고재가 특히 더 색감이 고운 이유는 제주도 주거생활에 기인한다. 굴뚝이 없는 굴묵에서 불을 지피면 연기가 사방팔방으로 퍼져나가 집을 구성하는 목재부분을 자연스럽게 훈증시켰다. 수십 년 이런 과정이 계속되면서 독특한 색감을 띠게 된 것이다. 기와집에서 얻은 것보다 색감이 좋은 초가집에서 나온 나무, 그중에서도 나뭇결무늬가 아름다운 굴무기(느티나무), 결이 고운 사오기(벚나무)를 선호한다. 40년 경력의 장인인 그가 비축해 놓은 고재는 앞으로 수년간 살레장을 만들 수 있을만한 양이다. 눈으로 보기에는 오래된 집을 뜯어낸 나무판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의 손에 깎이고 어루만져져 제주적인 단순미와 고아한 아름다움이 흐르는 고가구로 탄생한다. 작업은 꼼꼼하고 철저하게 이루어진다. 이음새와 장식 하나하나 세밀히 살펴 완성하고 나무가 틀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문 안쪽에 나무판을 대는 등 가구를 집안에 들여놓게 될 사람의 입장에서 오랫동안 사용하여도 그대로 유지되는 가구를 만든다. 그가 관심을 갖는 것은 제주도 고가구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 한다. 전통가구 인테리어 장식판 및 그 제조방법으로 특허를 받은 가래나무 열매를 잘라 공예품을 만드는 작업에 사회취약계층이 함께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현재로서는 혼자 힘으로 해나가기엔 버겁기에 제주도나 뜻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한다. 외길 인생 40년에 소목장으로 무형문화재에 등록되는 날도 머지않았으리라 믿는다. 그가 꿈꾸는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예술적으로나 실용적으로 가치가 더욱 높아진 제주 목공예품과 함께 걷고 있을 그의 미래에 응원을 보낸다.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황정희

포토그래퍼 / 오진권

촬영장소 / 오일장공예사 (대표 현병묵) : 064-745-7979

제주관광공예협동조합의 상임이사, 제 42회 대한민국 공예품 공모대전 지역대상과 국무총리상 수상, 대한황실명장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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