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북채를 든 고수(鼓手) “북돌아진 오름”

북돌아진메인

 

북돌아진 오름은 주변에 새별오름, 바리메, 노꼬메, 왕이메… 등 매끈하게 잘 빠진 오름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독차지 하고 있을 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듯 말 듯 묵묵히 있다가 둥둥둥~ 북을 쳐서 느릿한 오름 장단에 얼쑤~ 추임새를 넣는다. 주변 오름들이 북소리에 맞춰 허리춤을 세우고 일어나 어깨를 들썩들썩 판을 벌인다.

북돌아진 오름은 제주시에서 서귀포 방향으로 평화로를 달리다 우측으로 새별오름이 나타날 즈음 좌측으로 보이는 오름이다. 너른 초지 위에 삐죽한 두 개의 뿔을 달고 우뚝 서있는 형태로 오름에 대한 정보가 그리 많지 않다. ‘오름 정상부에 있는 커다란 암벽이 멀리서 보면 마치 북이 돌아져(매달리다. 걸려 있다는 의미의 제주어)있는 듯하다 하여 오름 이름이 유래하고 그 모습이 동물과 비슷해 동물오름이라 불리기도 한다’는 정도이다. 알려지지 않아서 오름 입구를 찾는 것조차 만만치 않다. 다른 많은 오름들이 등산로가 잘 닦여진 것과 비교하면 아직 처녀지다. 오름 아래의 너른 초지는 삼리공동목장으로 소들이 풀을 뜯으며 유유자적한다. 오름의 형태는 동서간 산체가 길고 말굽형의 굼부리를 가지고 있다. 맞은편에 들불축제장으로 널리 알려진 새별오름이 자리하여 몇몇 사람들은 축제 인파를 피해 이곳 북돌아진 오름의 초지에서 새별오름 사면에 불이 살라지고 불꽃으로 하늘이 수놓아지는 장면을 조용히 감상하기도 한다.

서쪽 오름계의 고수 북돌아진 오름.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일컫는 고수(高手)가 아니라 북재비를 이르는 고수(鼓手)다. 정상의 암릉 두 개를 북으로 하여 두드린다. 고수는 소리판을 조절하는 사람이다. ‘얼씨구, 좋다, 아먼’ 등의 추임새와 북이나 장구를 쳐서 판소리의 리듬을 쥐락펴락한다. ‘1고수 2명창’이라 하여 명창이 되려면 좋은 고수를 만나야 한다는 말이 전해진다. 북돌아진 오름은 북재비가 되어 주변 오름들의 강약과 완급을 조절하며 날씨에 따라 흥을 돋우는 추임새를 넣는 일등공신이다.

 

북돌아진오름1

❶ 길 건너편에 새별오름과 그 너머의 이달오름이 한눈에 들어온다. 차를 세우고 억새길을 오르다 뒤돌아본 전경이다. ❷ 북돌아진 오름은 입구 찾기가 관건으로 삼리공동목장 남쪽 끝자락에 둘러쳐진 철조망 사이로 사람들이 지나다닐 수 있는 작은 등산로가 나있다. ❸ 한겨울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 조릿대와 나뭇잎을 모두 떨군 나무가 대비를 이룬다. ❹ 오름을 오르는 몇 안 되는 이들에게 나목이 우거진 숲은 겨울의 쓸쓸함을 전한다.

 

북돌아진오름2

❺ 남쪽으로 산방산과 단산 등의 오름들이 자리한다. 빛 내림 사이로 오름 능선의 아름다움이 드러난다. ❻ 북돌아진 오름 정상인 남사면 봉우리는 멀리서 보면 북이 매달려있는 듯한 모양이다. ❼ 오름의 높은 봉우리에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내려오면 삼리공동목장의 넓은 목초지가 나온다. ❽ 오름의 북동사면 정상에 서면 한라산의 위엄 있는 자태와 그 아래로 크고 작은 오름들이 무늬처럼 올록볼록 돋아있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오름 산행의 최대 관건은 오름 입구 찾기다. 사람의 흔적이 많지 않아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입구를 놓치기 쉽다. 목장 남쪽 끝 넓은 공간에 차를 세우고 오름이 보이는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억새언덕 중간쯤에 좌측으로 난 좁은 길을 지나 얕은 철조망과 느릿한 오르막을 오르면 양측에 넓은 목장지가 나온다. 이때 오름을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오름의 가장 높은 봉우리에서 능선자락이 내려오는 우측 목장지를 통과해야 한다. 오름 아래쪽으로 둘러쳐진 철조망을 유심히 살펴보면 거꾸로 꽂혀있는 페트병이 보인다. 오름 입구다. 우측에 오름으로 올라가는 오솔길이 나있다.

오름에 들어서니 이파리를 떨어트려 가지가 가벼워진 나무들이 빼곡하다. 발밑에서 그 이파리들이 바스락바스락 따라붙는다. 7부 능선 쯤 부터는 키 작은 조릿대밭이다. 나무는 헐벗었고 그 아래에는 초록의 조릿대 잎이 싱그러워 대비를 이룬다. 살짝살짝 구부러지며 이어지는 숲길은 호젓하기 짝이 없다. 나무가 빽빽하게 자라 하늘 그림자만 보이다가 불현듯 남사면 정상에 다다른다. 전망이 시원하다. 한라산 정상에서부터 시작된 폭 넓은 치마에 서쪽 오름들이 오밀조밀 무늬처럼 도드라진다. 남쪽으로 산방산이 보이고 그 너머의 겨울바다는 구름 사이로 비치는 햇살에 은빛비늘처럼 반짝인다. 정상 우측으로는 수직 낭떠러지이다. 가파른 절벽에 어찌 뿌리를 내리고 사는지 위태롭게 자리한 소나무와 쥐똥나무 등 자연림이 우거져 있는 사이에 진달래가 철모르게 꽃을 피웠다. 저 꽃이 어찌 겨울을 날지 애달프다. 한라산 방향으로 첫 봉우리보다 조금 더 낮은 또 하나의 봉우리가 보이고 두 봉우리가 이어져 북 모양이다. 장구의 허리춤처럼 연결되는 능선이 휘영청 휘어있다. 북동사면 봉우리가 한라산에 더 가깝고 넓다. 길은 계속 이어져 이웃한 괴오름과 맞닿아 있으니 내친김에 괴오름까지 다녀와도 좋다. 오름에서 만난 사람은 단 두 명이었다. 길은 한적하고 등산로를 알리는 표지판도 없다. 겨울 한라산의 정취를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으며 서쪽 오름군들의 들썩이는 어깨춤을 편안히 지켜볼 수 있다. 찾는 이 별로 없어 외로워 보이나 오름들 사이에서 북을 치며 장단을 맞추는 그가 없다면 서쪽 오름들은 무슨 낙으로 이 긴 겨울을 날까 싶다. 겨울을 잘 이겨내었다고 봄소식을 가장 먼저 전하는 오름이기도 하다. 겨울 끝자락인 2월이면 오름 아래쪽 계곡에서는 세복수초와 새끼노루귀가 눈을 헤집고 고개를 내밀어 봄이 멀지 않았음을 알린다. 북을 쳐 긴 겨울을 이겨낼 신명을 주고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리는 숨겨진 보물, 북돌아진 오름이 가깝게 다가온다.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황정희

포토그래퍼 / 오진권

찾아가는 방법 : 평화로(1135번) 새별오름 맞은편 삼리공동목장을 지나 남쪽으로 더 가면 좌측면에 들불축제때 주차장으로 이용되기도 했던 넓은 공간이 나온다. 이곳에 차를 세우고 오름 방향으로 목장을 가로질러 20분 정도 가면 기슭에 도착하며 정상까지는 20분 정도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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