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허벅에 담긴 생명수
물이 지천이라 하나 실상 그렇지 않다.
제주에 먹을 물은 귀하디귀하다.
바닷가로 나가면 저 푸르창창한
끝을 알 수 없는 바다가 펼쳐지나
이는 사람의 목을 축여주지 못한다.
주둥이가 좁디좁은 물허벅에 담기어
여인네 머리 참에 턱 하니 올라앉은 채
머나먼 길을 돌고 돌아 집으로 돌아온
바로 저 물이 생명수다.
귀하게 대접받은 물다운 물이다.
소중한 손님 찾아오면, 크게 기쁘고 슬픈 날이면
물허벅 지고 맑은 물, 귀한 물 찾아
집을 나섰으니 사람의 정성을
받아먹고 더욱 정이 깊어진 情水이다.
에디터 / 황정희
포토그래퍼 / 오진권
사진설명 / 물허벅은 먹는 물을 길어 날랐던 주둥이가 매우 좁은 옹기그릇이다. 물이 나는 곳이 마을과 대부분 멀리 떨어져있는 데다가 자갈투성이 비탈길을 오가야 했고, 바람이 워낙 많아 물이 엎질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입구를 좁게 하여 마개를 막고 등에 지고 다녔다. 대를 쪼개 만든 물구덕에 넣어 부엌입구인 물팡에 놓아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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