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제주의 여름 Color Of “Forest” – Healing Story

그린

 

회색 일색에 그 회색을 지우기 위해 천박하리만치 화려한 색깔들이 넘치는 도시, 그 도시를 벗어나는 상상을 한다. 그린의 숲터널이 나를 어딘가로 데려갈 것이다. 그곳은 고독하면서도 충만하며 적막하면서도 뜻밖의 즐거움으로 미소 지을 수 있는 그런 곳이다.   혼자 걸어도 좋으며 둘이 걷는다면 말소리는 소곤소곤 내야한다. 숲의 평화에 초대받은 사람으로서의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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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숲에 고요가 흐른다.

바다 위에 둥실 떠 있는 섬, 천연의 자연이 손짓하여 숲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라고 속삭이고 있다. 새소리가 귓가에 노래처럼 울려 퍼지고 바람에 떠는 나뭇잎소리는 한편의 교향악처럼 내 주위를 감싼다. 제주의 숲은 번잡하지 않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향해 말을 걸 수 있다. 자연의 소리와 벗하고 내 안의 작은 울림에 미소 지으며 걷는 숲길이다. 숲은 여름이라는 계절을 한풀 꺾이게 하는 자연텐트다. 뜨겁고 강렬한 태양은 숲의 차양막 아래로 내려오면 힘을 잃는다. 초록의 잎사귀가 창조한 여름 속 전혀 다른 공간, 그린의 숲에서 사람들은 창조의 자연을 만나고 자신과 대화를 나눈다.

 

61호 여름특집5

❶ 곶자왈 숲의 울창함은 교래자연휴양림, 삼다수숲길, 머체왓숲길에서 만날 수 있다. 고사리와 덩굴식물이 울창하여 밀림을 연상시킨다. ❷ 숲에는 습기가 풍부하다. 선명하게 낀 초록의 이끼가 생명의 숲 느낌을 전한다. ❸ 숲길을 걷노라면 하늘을 찌를 듯이 자란 삼나무숲이 나타난다. 삼나무숲은 피톤치드 성분이 풍부하여 삼림욕에 좋다. 

 

제주의 숲은 전국의 흔하디 흔한 숲길, 수없이 많은 산을 감싸 도는 둘레길과는 차원이 다르다.

배타고 비행기타고 그렇게 먼 여정의 끝에 자리한 섬이라는 위치는 쉽게 가보기 어려운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여름에도 호젓함과 적막을 선물한다. 도심 근교나 유명산에서 사람들에 치여 잎사귀 하나 꽃잎 하나 돌아볼 여유를 갖지 못하였던 것을 떠올리면 제주의 숲은 오롯한 평화의 숲길이다. 간혹 노루들이 사람 소리에 놀란 듯 숲 안쪽으로 뛰어가는 발자국 소리가 숲의 고요를 깰 뿐이다. 또 가끔 삐쭉삐죽 울어대는 휘파람새에 기꺼이 걸음을 멈추고 눈을 들어 그들을 찾는다. 뺨을 스치는 그린색 바람은 살랑살랑 길동무다. 제주의 숲이 남다른 이유는 원시성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지나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임도나 조성된 숲길을 벗어나면 고사리와 덩굴식물이 번성하여 자라고 있는 원시림이다. 울창한 숲에 나무들이 서로 얼키설키 얽혀있고 그 나무줄기를 타고 마삭줄, 담쟁이, 등수국, 바위수국이 친친 감아 올라가고 있다. 축축한 공기는 초록 이파리들의 생명력을 부추기고 있다. 제주에만 있는 숲 형태인 곶자왈은 더 밀림 같다. 곶자왈 숲 바닥은 시원스레 뻗은 고사리 잎과 이끼 낀 바위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쉽게 걸음을 내딛기 어려운 너덜지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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❹ 풍부한 생명력은 달팽이까지 크고 살찌게 만들었다. ❺ 버섯은 숲의 분해자다. 제주의 숲에는 버섯들이 많이 자란다. ❻ 숲의 요정이라고 불리는 나도수정초는 흰색으로 엽록소가 없는 부생식물이다.

 

숲에 들어서면 도시의 생활과 완전히 단절되는 느낌을 받는다.

나무, 꽃, 돌, 흙, 바람, 새, 동물, 버섯, 곤충, 풀, 이끼……. 이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공간이 숲이다. 제주의 숲에 초대된 당신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뜻밖의 선물에 눈을 동그랗게 뜰지도 모른다. 제주의 숲은 자연이라는 깜짝 놀랄 만한 선물을 한 아름 안기는 매력덩어리기 때문이다. 숲 느낌이 천편일률적인 다른 지방과는 확연히 다른 제주의 숲, 가로축 73km, 세로축 41km의 섬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있다.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잠을 청하는 휴양림, 곶자왈 숲속 산책로에서 숲의 원시성을 깊이 들이마시기도 하고, 한 두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만한 호젓한 길이 이어지는 숲길을 천천히 걸어 볼 수도 있다. 저마다 다른 숲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제주 숲의 매력이다. 숲에 들어서면 잠시 눈을 감고 숲의 이야기에 귀기울여보자. 제주 숲길 중의 으뜸은 ‘사려니숲길’이다. 제주숲길의 최강자로 몇 년 째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삼다수숲길’과 ‘머체왓숲길’은 사람의 흔적이 드문 숲길로 가장 자연에 가깝게 그리고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기 좋다. 숲길을 걷는 것만으로 제주의 숲을 온전히 느낄 수 없다라고 생각하는 이라면 휴양림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이틀 밤도 괜찮다. 여름성수기에는 휴양관 예약이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우니 장기간의 계획을 가지고 예약을 해야만 한다. 미처 휴양림내 숙소를 못 구하였다면 진짜배기 달밤, 별밤 즐기기인 텐트에서의 캠핑도 좋은 방법이다. 숲의 새벽공기는 자연이 주는 특별한 선물, 이슬방울 맺힌 이파리들, 서서히 기지개를 켜는 숲과 함께 깨어나는 아침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황정희

포토그래퍼 / 오진권

추천 숲 : 절물자연휴양림(절물오름과 물맞이 약수터 064)721-7421) / 서귀포자연휴양림(한라산에 자리한 자연생태학습장 064)738-4544) / 교래자연휴양림(곶자왈지대에 조성된 휴양림 064)783-7482) / 사려니숲길(제주 숲길의 원조이자 가장 편안한 숲길) / 삼다수숲길(돌과 나무가 뒤엉켜있는 원시림) / 머체왓숲길(원시의 생명력이 넘치는 숲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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