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용머리 세계지질공원 트레일

용머리지질트레일

용머리는 의젓한 산방산을 배경으로 편안하게 내려 앉았다. 백만년을 뛰어넘은 시간속에 현재와 과거의 모습이 섞여있다. 절벽 곳곳에 남아있는 지각운동의 흔적들, 해산물을 파는 용머리 할머니들의 사투리, 갯바위의 낚시꾼, 미끄러지듯 바다 위를 달리는 보트스키. 모두 용머리 해안에서만 볼 수 있는 정취이다. 

 

 

용머리세계지질공원 트레일

 

산방산은 언제 봐도 의젓하다. 용암돔이라고 하는 거대한 종모양의 화산암체인 산방산은 제주의 여느 오름과 닮지 않은 신비로움과 웅장함을 느끼게 한다. 산방산 앞에 서면 용머리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마치 용이 바다를 향해 뛰어드는 형상이다. 용머리의 지맥을 끊으려던 송나라 호종단의 전설을 이야기 하지 않더라도 산방산에서부터 용머리, 사계해안, 형제섬, 송악산으로 이어지는 풍광과 지세는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산방산에서 바다 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용머리해안이다.  용머리해안 탐방로 앞서 조선의 사정을 유렵에 알렸던 하멜기념관이 먼저 보인다. 그곳에서 보는 산방산은 기세 좋게 하늘로 솟아 있다. 기념관을 돌자마자 용머리가 보이기 시작하지만 탐방로가 물에 잠겨있다. 물에 잠기면 통제되기 때문에 물때를 알아보고 와야 한다는 것을 깜빡했다. 말로만 듣던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을 바로 앞에서 보고 있는 것이다. 이곳은 40년 전과 비교해서 약 20cm 정도의 해수면상승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7년 탐방로가 조성된 이후 최근 침수시간이 점점 길어져 하루 평균 4~6시간 바닷물에 잠긴다고 한다. 그래서 용머리는 기후변화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용머리의 지맥을 끊으려던 송나라 호종단의 전설을 이야기 하지 않더라도 산방산에서부터 용머리, 사계해안, 형제섬, 송악산으로 이어지는 풍광과 지세는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용머리해안094

긴 시간 동안 바닷물은 바위를 깎아 포트홀이라는 큰 웅덩이를 만들어 놓았다. 물 웅덩이속에 비치는 형형색색의 반영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만큼이나 다양하다.

 

 

탐방로 초입 오른쪽으로는 검은 모래로 이루어진 사계해안이 길게 펼쳐진다. 오랜 세월 침식된 용머리의 화산쇄설물이 바닷물에 의해 옮겨지면서 만들어낸 풍광이다. 6.25 당시 피난 왔던 화가 이중섭이 이 해안에서 게를 잡아먹으며 배고픔을 달랬다고 한다. 이 기억 때문에 이중섭이 은박지에 게 그림을 그렸다고 하는 일화는 유명하다.

용머리의 형성은 120만년전으로 올라간다. 제주의 형성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만들어진 오름 중의 하나라 해도 될 듯하다. 마그마가 지표로 올라오면서 물을 만나 수성화산분출을 하게 된다. 용머리는 수성화산분출에 의한 화산쇄설물들이 쌓이면서 만들어진 응회환에 해당된다. 지금의 용머리는 바닷물이 화산재층을 깎아 내어 분화구의 중심 부분만 절벽으로 남아있는 셈이다. 그리고 용머리를 돌다보면 갑자기 지층의 자세가 변하는 현상을 볼 수 있는데 화도가 이동하여 다른 방향에서 화산쇄설물이 쌓였기 때문이라 한다. 용머리에서는 세 번의 화도의 이동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용머리지질트레일-2

❶ 용머리의 층리는 용머리가 수성화산체임을 보여준다. 층리는 평행을 이루다가 갑자기 다른 각도로 향해있다.

 

 

물이 빠진 시간을 맞춰 다시 찾은 용머리 해안절경은 단연 으뜸이다.  탐방로는 긴 세월 깎여나간 용머리의 파식대를 따라 일주하고 있고 절벽을 따라 보이는 화산활동의 결과물들은 이곳이 지질공원의 명소임을 알게 한다. 세월의 깊이를 느끼게 하는 층리는 평행을 이루다 다시 기울어져 있다. 그 사이 사이에는 수성화산체의 대표적인 특징의 하나인 탄낭이 보이고 V-하도구조는 동물이 혀를 내민 듯 재미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제주의 드센 파도와 바람은 오름을 깎고 깎아 군데군데 굴곡진 절벽과 바로 아래에 포트홀을 만들어 놓았다. 바닷물로 가득찬 포트홀에 비친 탐방객들의 반영이 이색적이다. 갯바위 낚시꾼의 모습도 해산물을 팔고 있는 주름진 할머니의 정겨운 사투리까지도 용머리만이 가질 수 있는 풍취이다.

 

용머리지질트레일-1

 ❷ 드센 바람과 파도는 용머리에 웅장한 절벽과 굴곡을 만들어 놓았다. 이 곳에 서면 마치 낯선 외국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한다. ❸ 지금의 용머리는 오랜세월 바닷물에 의해 깍여 분화구의 중심부분만 절벽으로 남아있는 셈이다. 절벽에는 특이한 모습의 바위로 탐방객들의 눈길을 잡는다. ❹ 하늘로 솟은 산방산에서부터 바닷가 절벽 위에 앉은 송악산, 검은 모래의 사계해안, 태평양에 떠 있는 형제섬, 용머리 절벽의 역사까지 용머리 해안은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탐방로 마지막에는 일본군 진지동굴이 있다. 제주의 오름에는 진지동굴이 어김없이 발견된다. 아름다운 관광지라는 이면에 제주도만이 가지고 있는 어두운 역사의 무게이다. 언제쯤 이 무게를 가벼이 할 수 있을지. 이런 역사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인지 용머리에서는 호종단이 끊어놓았던 지맥을 잇는 ‘용머리 혈맥잇기’ 축제가 열린다. 이런 행사를 통해서라도 역사의 짐들을 조금이라도 덜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탐방로를 모두 돌았다. 천천히 걸었으니까 한 시간 정도 걸린 듯하다. 뒤돌아 본 용머리 해안에는 바람과 함께 가끔씩 거친 파도가 밀려오기를 반복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자연의 일상이고 용머리를 지금의 모습으로 변화시킨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해안을 돌면서 느끼는 마음의 여유와 풍요는 용머리가 변하지 않고 지금의 모습으로 남아 있으면 하고 바라게 한다. 용머리에서는 잠시나마 세상의 시름을 내려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파식대: 파도에 의하여 해안에 가까운 육지가 깎여 생긴 평탄면. 탄낭 : 화산탄이나 화산암이 퇴적 중인 지층 위에 떨어져 만들어진 주머니 형태.  V-자 하도구조 : 수성화산분출 기간 중에 물에 의한 침식으로 조그만 계곡이 만들어지고 다시 응회분출물이 채워져 만들어진 구조. 화도 : 화구로 통하는 화산분출물의 통로  포트홀 : 침식에 의해 만들어진 깊은 구멍. 해안에서 파도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을 마린포트홀(marine pothole)이라고 한다.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이성권 (한라생태숲 생태해설사, 4·3문화해설사)

포토그래퍼 / 오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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