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자연의 생명력을 가득 품은 하례2리 트레킹코스

하례2리 숲길

하례2리 트레킹코스의 매력은 곳곳에 자연이 만들어 놓은 절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중간에 만나는 물 깊은 소(沼)의 모습도 장관이고 높고 낮은 바위와 그 위로 뻗은 나무들도 세월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자연의 생명력을 가득 품은
하례2리캘리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2리의 트레킹코스는 한라산 백록담에서 시작되어 서귀포시 바닷가로 이어지는 효돈천의 울창한 상록수림지대 안에 만들어진 숲길이다. 안내판이나 편의시설 등 사람의 흔적이 많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느낄 수 있고 길이도 2km 정도로 비교적 길지 않아 조용하고 호젓하게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장소로는 그만이다.

 

 

하례2리

❶ 숲길은 올 봄 늘푸른나무들이 떨어뜨린 낙엽이 운치를 더한다. 이 길을 걸으면 봄에도 낙엽을 밟을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❷ 이미 생명을 다한 나무 위에 한 줄기 빛을 받은 메꽃버섯부치의 모습이 아름답다.

 

 

숲길은 고살리에서 시작된다.

5.16도로 하례입구 삼거리에서 학림교를 지나자마자 한라산 방향으로 200m 올라가면 바위틈에서 샘이 솟아난다고 하는 곳이 고살리이다. 입구에 서있는 단풍나무 몇 그루. 아마 가을이었다면 숲길이 시작되는 곳에는 화려한 단풍으로 뒤덮여 있었을 듯하다. 제주의 하천이 대부분 건천인데 비해 이곳 고살리샘은 일 년 내내 마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예전에는 이곳의 물을 이용하여 이 주변에 논을 만들려 하기도 했다. 요즘은 물맛이 좋아 약수로 이용되고 있고 여름이면 더위를 피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고살리를 지나고 숲길로 들어가려면 잠깐 탁 트인 초지대를 거쳐야한다. 풀밭 사이로 난 오솔길에서 바라보는 파란색 하늘과 초록색 나무들이 보여주는 색의 조화는 마치 남쪽 어느 나라를 여행한다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숲으로 들어서면 두어 달 전 늘푸른나무들이 떨어뜨린 낙엽으로 더욱 호젓한 길을 만든다. 가을이 아닌 여름에 낙엽을 밟을 수 있음도 이 숲길을 걷는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이다. 하천을 사이에 두고 숲터널을 이룬 조록나무, 종가시나무가 넉넉한 모습이다. 그리고 그들이 뿜어대는 상쾌한 공기를 힘껏 마신다.

조금 더 올라가면 장냉이도이다. 가는 길 하천 넘어 어느 팬션으로 가는 호젓한 오솔길이 고즈넉하고 누군가 쌓아놓은 돌담 위로 뻗은 콩짜개덩굴의 모습은 더욱 청초하다. 장냉이도는 17세기 말에 양안방이라는 사람의 시신을 운구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길로 ‘영장을 넘긴 길’이라 하여 장냉이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이야기가 내려온다. 이곳 숲길을 걸을 때는 하천을 따라 자연이 만들어 놓은 크고 작은 바위와 작은 호수를 연상케 하는, 곳곳에 숨어있는 ‘소’를 봐야한다. 장냉이도 앞 절벽 아래 고인 물도 얼마나 깨끗한 지 바닥까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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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젓한 숲길에 누군가 쌓아놓은 돌담 위에는 콩짜개덩굴이 초록빛을 더하고 있다.

 

 

용암이 흘러 바위를 이룬 제주는 큰 나무들이 자라기에는 사실 좋은 환경이 아니다. 바위 때문에 뿌리를 깊게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곶자왈에서 자라는 나무들처럼 이곳의 구실잣밤나무도 판근을 만들었다. 땅 속으로 뻗어야할 뿌리가 밖으로 솟아올라 지상의 물기를 먹으며 나무 전체를 지탱해내고 있는 것이다. 곶자왈의 판근은 1m가 넘는 것이 있다고 하니 제주의 환경이 정말 척박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구실잣밤나무 옆의 소귀나무는 열매를 가득 달고 있다. 조금 있으면 붉게 익을 태세이다. 열매는 약간 새콤하면서 향기가 있고 맛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귀나무는 하례마을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나무 가운데 하나로 마을에서는 열매를 이용하여 특산품을 만들어내는 시도도 있다고 한다.

장냉이도에서 조금 더 올라 숲길을 걷다보면 이 곳에서는 꽤 유명한 속괴라는 곳이 모습을 드러낸다. 제주의 다른 하천이 그렇듯 속괴도 건천이지만 언제나 물이 고여 있다고 하고 비가 올 때는 절벽에서 떨어지는 물로 폭포를 이룬다고 한다. 절벽 위지만 기어이 살아난 조록나무, 소나무의 자태가 대견하고 절벽 아래에는 빽빽하게 돋아난 제비꼬리고사리, 진퍼리고사리 등 양치식물로 원시성을 고스란히 간직해있다. 속괴는 예로부터 무속인들이 많이 찾는 장소라고 한다. 지금도 ‘명화당’이라는 바위굴에는 불상들이 안치되어 있고 ‘신내림굿’을 하는 장소로 알려진 바위 위에는 사람이 편안히 앉을 수 있도록 시멘트로 단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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❶ 속괴의 깊은 소(沼)의 바위를 터전삼아 기어이 자라고 있는 식물. 사람들과 어울리면 한 폭의 그림이 된다. ❷ 하례천도 건천이지만 곳곳에 물이 마르지 않는 곳이 있고 비가 올 때는 폭포를 이루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❸ 탐방객의 길을 막는 산달팽이가 살아있는 숲을 말해주는 듯하다. ❹ 오래된 숲속 부엽토가 많은 곳에서만 자란다는 무엽란. ❺ 호젓한 숲길을 걷는 것만큼 기분 좋은 힐링도 없다.

 

 

속괴를 지나서 편안한 낙엽을 밟다 보면 편백나무가 줄지어 서있는 돌담길을 걷게 된다. 이 돌담은 예전 하례리 공동목장의 경계를 이루던 잣성으로 아직도 그 형태가 남아있다. 숲길 곳곳에는 참꽃나무가 지천이다. 참꽃나무 꽃은 제주를 상징하는 꽃으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아마 5월이었으면 참꽃나무의 화려함도 즐길 수 있었음직하다. 숲길을 지나면 예전 화전을 일구고 살았던 어웍도라는 곳이 나온다. 지금까지도 곳곳에 개간을 하고 있는 흔적이 보인다. 척박한 환경이지만 억척스럽게 살아가고 있는 제주사람들의 근성은 메마른 바위틈에서도 잘 자라주는 참꽃나무와 많이 닮아있다.

어웍도를 지나면 숲길 트레킹은 거의 끝나간다. 호젓한 오솔길에 피어난 노루발풀이 신기하다. 한줄기 빛이 길을 만든 숲속에서 보는 노루발풀은 군락을 이룬 것도 제멋이지만 들꽃을 만나는 일은 한 개체라도 부족함이 없다. 그리고 이곳에서 무엽란은 볼 수 있음은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일 듯하다. 오래된 숲 부엽토 위에서만 자란다는 부생식물인 무엽란은 우리나라에서는 서귀포 지역으로 와야만 만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레킹의 마지막인 남서교로 향하는 길에는 굴거리나무, 조록나무, 붉가시나무 등 늘푸른나무들이 펼쳐져있고 나뭇잎들로 가려져 있던 파란 하늘이 보이면서 숲길은 끝난다. 숲길은 5.16도로와 연결이 되어 있다. 하천을 따라 비교적 짧게 만들어 놓은 숲길이어서 잠깐 다녀올 수도 있지만 천천히 즐기면서 둘러보면 한 시간이 부족할 만큼 많은 이야기를 숨겨놓은 곳이기도 하다. 트레킹은 고살리로 시작되지만 거꾸로 남서교로에서 출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이러브제주도장


글 / 이성권(동백동산 자연환경해설사)

사진 / 오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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