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숲의 소리에 귀 기울리며 걷는 치유의 길 – 숫모르 편백숲길

숫모르메인

숲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걷는 치유의 길 ‘숫모르 편백숲길’

고로쇠나무와 때죽나무의 사랑, 곰솔, 편백나무, 삼나무… 이어지는 나무들의 숲 찬가, 숫모르편백숲길을 오롯이 걷는다. 겨울숲 이야기에 매혹되고 자연스레 찾아든 힐링에 심신이 상쾌해져온다.

[ 한라생태숲 ~ 노루생태관찰원 ] 8km

 

편백숲길1

❶ 고로쇠나무와 때죽나무가 하나 된 연리목 앞에 서면 먼 길을 돌아서 어렵게 만난 인연이기에 나무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가 된다.  ❷ 숲을 걷는 일은 등산과는 다른 개념이다. 오감을 열고 천천히 숲을 즐겨야 한다.

 

최근 힐링(healing)의 바람이 불면서 숲길을 걷는 일이 각광을 받고 있다. 사실 숲을 걷는 일은 운동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지만 등산과는 다른 개념이다. 천천히 자신의 능력에 맞게 자연을 즐겨야 한다. 숲속으로 들어서면 마주하게 되는 상쾌한 공기는 그간에 쌓였던 스트레스를 날리기에 충분하다. 숲의 소리는 도시에서 들을 수 없는 편안함을 주고 새롭게 돋아나는 풀과 나무 그리고 아름다운 꽃은 새 생명의 기운을 느끼게 한다. 이처럼 숲에서 보내는 시간들은 그간 느끼지 못했던 휴식을 경험하게 하고 짓눌려 왔던 일상의 무게를 자연스럽게 내려놓을 수 있게 한다. 그래서 요즘은 곳곳에 숲길이 생겨나고 숲은 계절에 관계없이 사람들로 붐빈다.

한라생태숲과 절물휴양림을 연결하는 숫모르평백숲길도 힐링이라는 관점에서 단연 돋보인다. 숫모르평백숲길은 한라생태숲에서부터 시작되어 노루생태관찰원까지 8km 정도 되는 거리이다. 만들어진 지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비교적 길지 않고 제주시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장소가 되었다. 한라생태숲에서 시작되는 숲길의 입구에는 최근에 발견된 연리목이 서 있다. 고로쇠나무와 때죽나무가 뿌리 바로 위에서 붙은 것으로 수령은 대략 100년이 넘어 보인다. 연리목은 가까운 거리에 있는 두 나무가 부피생장을 하면서 생겨나는 것으로 흔한 일은 아니다. 긴 시간 동안 환경이 잘 맞아야 이루어지기 때문에 예로부터 사람들은 이를 굉장히 좋은 일로 생각했다. 온갖 어려움에도 한 몸이 된 나무는 물과 양분을 나누어 주고 서로 지탱하면서 살아간다. 그래서 연리목을 부부의 사랑, 연인의 사랑에 비유하여 사랑나무라 하기도 했다. 먼 길을 돌아서 어렵게 만난 인연이기에 연리목은 나무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한라생태숲-노루공원037

살포시 내리는 함박눈으로 숲속은 순식간에 한 방향으로 눈꽃이 피었다. 올해 처음 밞아보는 눈길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마음 속 담아 두고 쉽게 내려놓을 수 없었던 고민, 욕심들은 숲속에 모두 내려놓고 오자. 

 

숲속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군락을 이룬 곰솔이다. 곰솔과 소나무는 식물분류학적으로는 다른 나무지만 제주에서는 일반적으로 곰솔을 소나무라 부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나무와 함께 했다. 소나무로 만든 집에서 태어나고 나이가 들어 죽음을 맞이하면 소나무관에 묻히게 된다. 먹을 것이 없을 때는 소나무껍질로 끼니를 때우기도 했고 송홧가루로 떡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소나무잎으로는 송편과 솔잎차를 만들기도 했고 소나무에서 나오는 송진으로 불을 밝혀 공부를 하기도 했다. 뿌리에는 복령이라고 하는 좋은 한약재가 생기고 소나무밭에서 나오는 송이버섯은 귀한 반찬이 되어 밥상에 올라온다. 산을 오르면 가장 먼저 만날 수 있을 만큼 우리생활 깊숙이 파고든 나무이다.

조금 더 발길을 옮기면 물이 없는 조그만 하천을 만난다. 제주의 계곡은 지상으로 물이 흐르지 않는 대부분 건천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을 뿐 물이 흐르지 않는 것은 아니다. 빗물은 차곡차곡 쌓여진 현무암 사이로 빠져 지하로 계속 흐르면서 중요한 식수원이 되기도 한다. 어떤 때는 땅속에서 흐르던 물이 커다란 바위지대를 만나면 다시 위로 올라와서 물이 넘치는 계곡을 만들기도 하고 큰 절벽이 있는 곳에서는 폭포를 만들기도 한다. 하천 너머에는 아직도 단풍 든 나뭇잎을 달고 있는 느티나무가 물을 찾아 커다란 바위를 휘감고 땅 속으로 기어이 뿌리를 내렸다. 갑자기 함박눈이 내린다. 올해에 처음 눈길을 밟아보는 셈이다. 처음이라는 느낌은 언제나 설렘이 있어 좋다. 숲속은 순식간에 눈꽃이 피고 살포시 눈을 뒤집어쓴 청미래덩굴의 빨간 열매가 매혹적이다. 숲을 찾는 일이 시간이나 계절을 탓할 필요가 없음을 눈 내린 겨울숲이 이야기 해주고 있다.

 

편백숲길2

❸ 길은 오름으로 이어지고 점점 내 몸속에 숲이 온전히 들어와 있음이 느껴진다. ❹ 숲속에 서면 태고의 어느 쯤에 와 있는 듯하다. 키 작은 이끼는 햇빛이 부족해도 기어이 살아나 활력 넘치는 숲을 만든다. ❺ 끊어질 듯 오래도록 이어지는 삼나무길에는 바람이 없다. 서로 바람막이가 되어주고 보호해주는 공존의 의미를 배운다.

편백숲길3

 

길은 샛개오리오름으로 이어지고 오름 정상에서부터 편백나무길이 시작된다. 숫모르편백나무숲길이라는 이름을 얻었을 정도로 대략 50년이 더 된 아름드리나무들이 즐비하다. 편백나무길은 다시 삼나무길로 이어지면서 절물휴양림으로 들어선다. 노루생태관찰원까지 가지 못할 사람들은 1시간 30분 정도를 걸었으니까 삼나무길이 시작되는 절물휴양림에서 출발지로 돌아가도 괜찮을 듯싶다.

숫모르평백숲길은 넓게는 제주의 전형적인 온대림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처럼 사이사이에 곰솔, 편백나무, 삼나무로 이어지면서 침엽수가 많다는 것이 특이할 만하다. 침엽수에서 이른바 피톤치드라는 타감물질이 가장 많이 발생되며 이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는 것이므로 숫모르편백숲길은 숲치유의 의미가 더 있을 듯하다. 최근 피톤치드가 아토피나 비염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전국적으로 소나무, 편백나무가 있는 숲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 되었다. 특히 아토피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숫모르평백숲길을 참고해볼만 하겠다.

삼나무길 아래는 작은 돌담으로 이어져 있다. 돌담의 용도가 궁금하기도 하지만 작은 돌들이 모여 하나의 역할을 하는 것처럼 서로 지탱하며 살아가는 삼나무의 모습과 닮아 있음에 눈길이 간다. 삼나무는 키가 크고 뿌리가 깊지 않기 때문에 바람에 약할 것 같지만 각 나무에서 내린 뿌리가 얽혀 서로를 지탱해줌으로써 강풍을 이겨낸다고 한다. 각자가 아닌 공존의 의미를 삼나무가 보여주고 있다. 제주도가 바람이 많은 곳이어서 빨리 자라는 편백나무나 삼나무는 바람을 막기 위해서 심어졌다. 그러나 요즘은 향기가 좋아 집안에 방향제로 갖다 놓기도 하고 숲치유 바람이 불면서 데크시설의 재료로 이용되기도 한다. 생각지 않게 이래저래 유용한 나무가 되었다.

 

편백숲길4

❻ 키가 큰 고사리인 관중도 눈꽃을 피웠다. ❼ 숲은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품어 안는다. 걷고 있다 보면 어느새 일상을 내려놓고 자연의 일부가 되어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삼나무숲이 끝나면서 낙엽수림대가 나오고 길은 다시 분화구 형태만 남아있는 진물굼부리를 지나 거친오름 발아래까지 이어진다. 오름을 오르는 일은 중독성이 있는 듯하다. 아래에서는 보는 오름은 별로 높지 않아 금방 오를 수 있을 것 같지만 경사 급한 곳이 많아 만만히 볼 일은 아니다. 어렵게 오른 것이어서 정상에서 보는 시원한 조망은 늘 오름을 다시 찾게 만든다. 거친오름도 별반 다르지 않다. 물장오리에서 시작된 오름군은 개오리오름 삼형제를 지나 거친오름으로 이어지고 다시 절물오름, 민오름, 바농오름으로 이어지면서 한줄로 도열해 있다. 마치 오름의 제왕인 한라산을 향해 엎드려 있는 형상이다.

오름을 내려오면 숫모르편백숲길의 끝인 노루생태관찰원이다. 2시간 30분 정도를 걸었으니까 적당히 걷는 운동으로 쳐도 적당한 거리이다. 더욱이 나뭇가지 사이로 간간이 내리는 빛을 감상하는 것도 좋았고 신선한 숲의 공기를 맡으며 살갑게 내린 눈길을 걷는 일도 나를 잊게 해준다. 게다가 계절마다 피는 꽃들을 볼 수 있고 오름을 오를 수 있으며 피톤치드의 향을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는 그만이다.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이성권

포토그래퍼 / 오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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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a sim como o primeiro o filme e muito bom,honra bem o titulo gostaria que o yes colocase para download o pacto 1 e 2.OBS mas não e o com nicolas Nota: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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