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Slow Flower, 눈꽃 비경을 찾아서~

눈꽃

 

바다 한가운데 솟아있는 섬, 그곳에 동화 속 눈의 나라가 숨겨져 있다.

“SNOW FLOWER”

참을 수 없이 매력적인 눈꽃 비경을 찾아서~

겨울은 겨울답게 즐기자! 한겨울 수백 km의 바다를 건너온 눈구름이 한라산에 부딪쳐 많은 눈을 뿌린다. 제주도는 설국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섬으로 온화한 기후 때문에 해안가는 내린 눈이 미처 쌓일 겨를도 없이 녹아내리는 반면 한라산 정상부는 겨울 내내 눈의 나라를 만들고 있어 경이롭다. 하나의 섬 안에 겨울과 봄이 공존하고 있다.

 

눈꽃1

우도에 눈 쌓인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다. 바람에, 따뜻한 날씨에 금방 눈이 녹아버리곤 하는데 아주 가끔 이처럼 쪽빛바다와 섬이 어우러진 눈 풍경을 보여준다.

 

제주는 세계인이 인정하는 보물섬이다. 아름다운 자연자원과 함께 다양한 식물상을 자랑한다. 식물의 다양성은 한라산이 중심부에 우뚝 솟아올라 비고차가 많이 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형적 특징이 제주의 겨울이 각양각색 그림으로 그려지는 이유다. 제주에서는 무채색의 겨울이 알록달록하다. 한겨울에도 중문 조른모살해변의 주상절리대에는 노란 감국이 피어나고 감귤 과수원에는 탐스런 감귤이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뺨을 때리는 싸한 차가움과 달리 햇살이 따뜻하여 봄이 금방이라도 아우성대며 달려들 것만 같다. 하지만 눈을 들어 한라산을 바라보면 정상부는 설산이다. 봄 인줄 알았더니 겨울이다. 제주에서 가장 먼저 첫눈이 내리고, 봄이 바짝 다가온 4월 끝자락까지 눈으로 덮여 있는 한라산은 겨울에 가장 절정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정상의 새하얀 고깔모자는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오면 치맛자락에 묻은 눈을 털어내듯 흰빛이 옅어진다.

올겨울 제주에 눈꽃여행을 왔다면 그 최고봉은 한라산 산행이다. 제대로 즐기려면 그 곳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영하의 매서운 눈보라에 눈썹이 얼고 코끝에서는 고드름이 필 것 같지만 천지가 하얀 눈 세상을 거닐다 보면 온전히 자연과 하나 되는 느낌이다. 오로지 눈과 나만이 존재하는 한라산 눈꽃산행, 한라산의 겨울은 단 한 번의 산행만으로도 평생에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긴다. 눈이 많이 오고 바람이 세차 눈이 잘 녹지 않고 계속 쌓여 눈꽃여행지로 적격인 한라산에는 다채로운 설화가 펴 찾는 이들을 매혹시킨다. 눈꽃이 흐드러지게 핀 숲에서 만나는 동화 속 이야기, 침엽수림인 구상나무에 쌓인 눈, 살아 백년 죽어 천년이라는 고사목에 핀 상고대, 빨간 깃발만이 등산로임을 알려주는 드넓은 눈꽃세상, 남한 최고봉의 위용을 자랑하며 서있는 백록담 외벽의 장엄한 모습 등…. 눈 덮인 설산, 한라산의 겨울 풍경은 눈꽃여행의 백미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수많은 설화 속에서 상고대가 제주 바람의 드셈을 드러내고 있다. 상고대는 공기 중의 수증기가 나무에 붙어서 얼은 것으로 한쪽 방향으로 날을 세운 칼날처럼 보인다. 상고대가 핀 곳에 또 다시 물방울이 달라붙어 바람의 날개가 점차 길게 뻗어나간다. 그래서인지 제주의 상고대는 유난히 치맛자락이 길다. 눈의 터널을 지나다보면 무게를 이기지 못한 설화가 후두둑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과 달리 상고대는 나뭇가지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겨울이 끝나갈 무렵에는 빙화가 핀다. 눈꽃이 녹아 흘러내리다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면 물이 얼어붙어 보석처럼 빛을 발하는 얼음꽃이다.

 

눈꽃2

❶ 감귤은 겨울과일이다. 눈 쌓인 감귤나무에 노란 감귤이 풍성하게 매달려있어 색다른 겨울정취를 자아낸다. ❷ 눈덮힌 영실기암을 바라보며 오르는 영실코스는 눈 산행을 즐기기에 손색이 없다. ❸ 구상나무에 많은 눈이 쌓여 부러질 듯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다. ➍ 광치기해안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이다. 드넓은 모래사장에 쌓인 눈과 웅장한 성산일출봉이 매혹적인 겨울그림을 그리고 있다. ➎ 한라산은 겨울 내내 눈이 많이 온다. 계곡이 쉴 새 없이 내리는 눈으로 눈의 나라가 되었다.

 

상고대를 보려면 아이젠을 장착하고 단단히 무장하여 겨울 산을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습기와 바람이 많은 제주도에서는 한라산을 서쪽으로 가로지르는 1100도로 상에서 상고대를 만나는 행운이 간혹 펼쳐진다. 1100도로는 상고대뿐만 아니라 겨울 설경 포인트로 유명한 곳이다. 일정이 바쁜 여행자들은 1100고지 휴게소 앞에 차를 세우고 한라산의 눈꽃을 여유롭게 감상한다. 또한 한라산 동쪽을 지나는 5.16도로는 숲터널이 있어 눈꽃터널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명소이다. 비자림로 초입의 삼나무숲길은 동토에 온듯한 이국적인 분위기를 낸다.

제주도는 온화한 기후 때문에 한라산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금방 눈이 녹아내리지만 간혹 마을길 돌담위나 오름 위에 눈이 쌓인 고즈넉한 풍경을 만나기도 한다. 함박눈이 바람과 어우러져 내릴 때는 웃음보가 터질 것 같다. 후려치는 회초리와도 같은 눈보라가 일상적인 삶을 때려 깨우니 갑자기 삶이 재미나진다. 미친 듯이 흔들리며 날리는 눈, 어제 내가 있던 곳과는 전혀 다른 여행지에서 맞는 겨울눈에 나의 지리한 일상이 산산이 흩어져버린다.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황정희

포토그래퍼 / 오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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