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생태해설사와 함께하는 제주곶자왈 이야기 – 총정리편

산양곶자왈060

 

곶자왈(캘리)

곶자왈은 제주사람들의 삶과 떼어놓고 이야기할 수가 없다. 농경사회 이전에는 사냥을 하는 장소, 나무열매를 따서 식량을 얻을 수 있는 장소였고 농경사회로 들어서고 정착생활 단계로 들어서면서는 농사를 짓기 위한 공간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지하수를 함양할 뿐만 아니라 생태적으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번 호에서는 대략적인 서술이긴 하지만 제주의 전체 곶자왈을 훑어보면서 제주사람들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살펴보려 한다.

이것은 본지에서 지금까지 탐방했던 각각의 곶자왈을 총정리하는 뜻이기도 하다.

곶자왈1

❶ 일정한 습도와 온도가 유지되어 곶자왈 안은 겨울에도 푸른 이끼로 가득하다. ❷ 곶자왈은 양치류의 천국이기도 하다. 사진은 가는쇠고사리. ❸ 바위와 돌멩이 위에 나무들이 자라 곶자왈이란 숲을 만들었다.

 

 

곶자왈이란?

제주사람들은 돌이 많고 나무와 가시덩굴이 엉켜있는 숲을 ‘곶자왈’이라 부르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수풀’을 뜻하는 ‘곶’과 ‘돌이나 자갈이 있는 곳’을 뜻하는 ‘자왈’의 합성어이다. 그리고 지금도 지역에 따라 ‘곶’, ‘곶이’, ‘곶디’, ‘자왈’이라 부르고 있다. 또한 조선시대 문서에도 곶자왈의 용어가 등장하는데 고지도인 제주삼한도, 제주삼읍총지도, 탐라순력도 등에 숲을 뜻하는 ‘곶(藪)’이라 쓴 것이 그것이다. 이런 사실에서 오래전부터 제주사람들이 곶자왈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최근 제주어 사전(2009)에 곶자왈은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엉클어져 수풀같이 어수선하게 된 곳’으로 정리하고 있다. 대부분 숲을 뜻하는 ‘곶’을 강조하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최근 지질학적인 의미에서 곶자왈을 정의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제주시 디지털문화대전에는 ‘화산이 분출할 때 점성이 높은 용암이 크고 작은 바위 덩어리로 쪼개져 요철 지형이 만들어지면서 나무, 덩굴식물 등이 뒤섞여 숲을 이루고 있는 제주어’라고 쓰고 있다. 또한 (사)곶자왈사람들의 홈페이지에도 ‘화산분출 시 점성이 높은 용암이 크고 작은 암괴로 쪼개지면서 분출되어 요철지형을 이루며 쌓여 있기 때문에 지하수 함양은 물론 보온, 보습효과를 이루어 북방계식물과 남방계식물이 공존하는 독특한 숲’이라고 쓰고 있다. 모두 ‘숲’이라는 단어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돌멩이나 자갈을 뜻하는 ‘자왈’에 조금이라도 무게중심이 가 있는 느낌을 준다.

일반적으로 곶자왈은 쓸모없는 땅으로 생각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곶’은 쓸모 있는 지역이었다. 그곳에서 사냥을 해서 먹을거리를 구하기도 했고 숯을 구워 생활에 보탬을 주기도 했다. 꼭 구분해서 말한다면 자갈이나 밭을 자갈밭을 뜻하는 ‘자왈’이 대체적으로 쓰임이 많지 않았던 곳이라고 해야 맞을 듯하다.

 

곶자왈의 분포

현재 제주도가 사용하고 있는 ‘지리정보시스템(GIS) 주제도’에 의하면 제주도의 곶자왈은 총 5개 지역으로 구분하고 총면적은 제주도 전체 면적의 6.1%(113.3㎢)로 차지한다고 되어있다. 한편 송시태 박사는 연구논문에서 제주의 곶자왈을 크게 한경·안덕곶자왈, 조천·함덕곶자왈, 애월곶자왈, 구좌·성산곶자왈 등 4개 권역으로 구분하고 있다. 제주도 GIS의 곶자왈 분포에는 송시태 박사의 연구논문의 4개 권역 외에 남원읍과 색달동 곶자왈 지대를 포함하고 있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의 GIS자료는 곶자왈의 분포면적이라기보다 물이 빠지는 성질을 가진 지질구조 중 곶자왈의 분포이다. 결국 어디까지 곶자왈의 경계로 해야 것인가에 대한 공식적인 정리가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서 곶자왈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분포면적에 대한 공식적인 조사와 함께 학문적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어쨌든 아직까지는 송시태 박사가 구분한 4대 곶자왈이 대세가 되고 있는 듯하다. 이것을 다시 용암의 흐름에 따라 한경·안덕곶자왈은 월림·신평곶자왈과 상창·화순곶자왈로, 조천·함덕곶자왈은 함덕·와산곶자왈, 대흘곶자왈, 선흘곶자왈로, 구좌·성산곶자왈은 종달·한동곶자왈, 세화곶자왈, 상도·하도곶자왈, 수산곶자왈로 구분하고 애월곶자왈을 포함하여 모두 10개 지역으로 나누고 있다.

 

곶자왈2

큰 바위 위에서 싹을 틔웠던 나무는 뿌리를 내리려 바위를 감싸 안았다. 곶자왈에서는 이런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곶자왈의 환경적 특징과 식생

 일반적으로 곶자왈은 크고 작은 바위들이 쌓여있기도 하고 함몰되어 있기도 하여 요철지형이 발달하고 있다. 이것은 땅속으로부터의 수분 증발을 억제하고 공중습도를 높게 하는 요인이 된다. 더욱이 용암동굴이나 숨골이 있는 곳에는 여름철에는 시원하고 겨울철에는 따뜻한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곶자왈에서 자라는 식물들은 이런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왔다.

흙 속에서 나무들은 싹을 틔워야 하지만 곶자왈에서는 바위틈에서 자라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열악한 환경 때문에 나무들은 성장속도가 느리고 깊게 뿌리를 내리지 못할 뿐 아니라 바위 위로 뿌리가 드러난 경우도 흔히 볼 수 있고 태풍 등 강한 바람에 쉽게 넘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뿌리 중심에서 갈라져 나간 작은 뿌리가 발달하기도 한다. 그래서 뿌리는 땅 위로 나와 작게는 수십 cm 크게는 수 m 높이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것은 나무가 넘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환경에 대한 나름대로의 적응방식으로 구실잣밤나무나 팽나무 등에서 흔히 보인다.

곶자왈의 식생은 크게 종가시나무가 우점하고 있는 지역과 때죽나무가 우점하고 있는 지역으로 나뉜다. 종가시나무숲은 종가시나무 외에도 참식나무, 생달나무 등 녹나무과 나무와 구실잣밤나무, 동백나무 등 상록수가 숲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작은키나무는 잘 보이지 않고 음지에서도 잘 자라는 양치식물들이 주종을 이룬다. 곶자왈 가운데에서도 비교적 건조한 지역에는 가는쇠고사리, 도깨비쇠고비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습도가 많은 함몰지역에는 더부살이고사리, 가지고비고사리, 밤일엽 등이 자라고 있다. 특히 저지곶자왈과 선흘곶자왈의 개가시나무와 녹나무, 백서향, 선흘곶자왈의 제주고사리삼은 특기할 만하다.

때죽나무가 우점하고 있는 지역은 비교적 해발고도가 높은 곳에 위치하며 단풍나무, 팽나무, 무환자나무, 예덕나무가 주가 되어 숲을 이루고 있다. 초본식물로는 골고사리, 일색고사리, 큰톱지네고사리가 우점하고 있다. 하지만 이 지역에도 비교적 적은 수이기 하나 하층에 구실잣밤나무, 종가시나무 등 상록성 식물들이 자라고 있어 상록수림으로 천이가 진행될 것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곶자왈과 생활문화

곶자왈은 오랜 옛날부터 제주사람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그래서 곶자왈에는 제주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그대로 녹아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며 지금도 그 흔적은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곶자왈에서 사냥을 해서 먹을거리를 구했고 숯을 구워 팔아서 생활에 보탬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땔감을 구해서 겨울철을 따뜻하게 났으며 화전을 일구어 농사를 짓기도 했다.

 

곶자왈3

❶ 점성이 낮아 멀리 흘러가는 용암은 동굴을 만들기도 한다. ❷ 곶자왈은 소나 말을 키우던 목축장소이기도 했다. ❸ 곶자왈 안의 아침은 생동감으로 넘쳐난다. ❹ 상쾌한 공기로 시원한 숲은 탐방객에게는 언제나 힐링의 장소이다. ❺ 비가 오면 숲 속은 여기저기서 버섯들이 피어난다. 사진은 수레바퀴애주름버섯. ❻ 곶자왈 내의 습지를 숲 속의 나무들과 함께 다양한 생태환경을 만든다. ❼ 곶자왈은 계절마다 풀꽃들로 채워진다. 사진은 여름 숲 속의 호자덩굴.

 

숯가마터

겨울철 농한기를 이용해서 숯을 구워 집안의 대소사에 쓰기도 했으며 팔아서 가정경제에 보탬을 주기도 했다. 숯을 굽는 일은 ‘숯돈이 돈다’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제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이었다. 연탄과 석유가 보급되는 등 연료의 발전으로 빛을 잃었지만 197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곶자왈 전역에서 이루어졌다. 나무가 풍부한 데다 비교적 마을과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하기 때문에 운반하기도 좋고 많은 양을 구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숯을 굽는 일은 적게는 2~3명, 많게는 10여 명이 그룹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다. 보통 5일 정도가 걸리는데 며칠간 숲에서 임시 거처를 만들고 생활하면서 작업을 진행했다. 숯을 굽는 재료로는 가시나무류, 밤나무, 산딸나무, 서어나무 등이 쓰였고 구운 숯은 똑같이 나누어 시장에 내다 팔거나 보리나 조 등 생필품으로 교환하기도 했다. 당시 숯을 구웠던 숯가마터가 도내 곶자왈 곳곳에 남아 있으며 숯굽기에 따른 숯막 등도 함께 발견된다.

옹기가마터

숯을 굽는 것과 함께 곶자왈에서 발견되는 생활유적으로 옹기가마터를 들 수 있다. 옹기를 굽는 가마를 제주에서는 ‘굴’이라 불렀는데 노란 그릇을 만들던 가마를 ‘노랑굴’, 검은 그릇을 만들던 가마를 ‘검은굴’이라 했다. 노랑굴에서는 물허벅과 항아리, 된장독과 같은 생활용품을 만들었고 검은굴에서는 떡시루, 사발, 대접 등 제사용품을 중심으로 만들었다. 전통옹기를 만드는 흙으로는 황토와 질흙을 사용했는데 곶자왈에서는 이런 흙을 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가져와야 했다. 곶자왈 지대에 남아있는 대표적인 것으로는 대정읍 신평리와 구억리, 한경면 산양리, 청수리 등의 옹기가마터를 들 수 있다.

사냥터

사냥은 사람이 이 땅에 살기 시작하면서 식량을 구하기 위해 행했던 생존수단이다. 척박한 제주환경에서 살았던 제주사람들에게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사냥은 제격이었다. 사냥방법으로는 개를 풀어놓거나 총으로 쏘기도 하고 코를 만들어 놓기도 했다. 그리고 노루를 잡기 위해 노루텅이라는 100~150cm 높이의 함정을 만들기도 했다. 대표적인 노루텅 유적은 교래곶자왈이나 선흘곶자왈 등에서 발견된다.

산 전

제주도는 돌이 많아 농사를 지을 토지가 부족한 곳이다. 그래서 척박한 곶자왈을 개간해서 농사를 짓기도 하여 도내 곶자왈 곳곳에 농사를 지었던 흔적이 발견된다. 돌멩이를 줍고 풀을 베어내고 불을 태워서 농사터를 개간했는데 화전농업의 한 형태였다. 그리고 돌담으로 경계를 둘렀다. 산전에서 재배되는 농작물은 조, 보리, 피 등이었으며 수확량은 많지 않았다. 대량생산을 위해 농사터를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개간이 가능한 지형을 이용해 개간했다. 척박하고 조그만 흙이지만 생활에 이용하려했던 제주사람들의 마음을 알 수 있다. 산전터가 대표적으로 남아있는 곳으로는 선흘곶자왈, 교래곶자왈, 저지곶자왈, 청수곶자왈 등을 들 수 있다.

목마장

곶자왈은 사철 푸른 나무가 있고 초지에는 풀이 있어 말이나 소를 키우기에 알맞은 장소였다. 음력 2월이 되면 방목지에 불을 놓았는데 이른바 ‘방앳불 놓기’이다. 진드기 등 해충을 없애고 새풀을 잘 돋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방앳불 놓기가 끝나면 적당한 날을 골라 소나 말에 낙인을 찍고 소나 말의 귀 일부를 잘라내는 귀표를 했다. 자신의 소나 말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한 조치였다. 또한 이른바 잣성을 만들고 농사를 짓는 곳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조치도 이루어졌다. 그리고 나면 한라산이나 곶자왈 등의 방목지에 방목을 했다가 겨울이면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되고 새해가 되면 다시 올려보냈다. 현재 도내 곶자왈 곳곳에는 잣성 등 소나 말을 방목했던 흔적이 남아있다.

함께 가야 할 곶자왈

예로부터 곶자왈은 제주사람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깊은 숲이었지만 큰 위험이 없이 찾을 수 있는 곳이었다. 곶자왈에서 숯을 구워 팔았고 농사를 지었으며 소나 말을 놓아 키웠다. 그리고 곶자왈에서 집을 지을 재목을 구했으며 나무를 가지고 와서 농사에 필요한 농기구를 만들었다. 언제나 곶자왈은 제주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내주는 곳이었다.

곶자왈은 한라산과 중산간, 해안을 잇는 중요한 생태축의 역할을 하고 있다. 곶자왈의 훼손은 곧 제주생태의 한 축이 무너지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대부분의 곶자왈은 제주의 생명수라고 하는 지하수 함양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처럼 곶자왈의 가치가 서서히 알려지면서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곶자왈의 중요한 가치들이 세상에 모두 알려지기를 두려워하는 것인지 개발이라는 바람에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사람들과 함께 가야 할 곶자왈이다. 곶자왈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지켜내는 일은 오롯이 우리의 일임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생태지도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이성권(동백동산 자연환경해설사)

포토그래퍼 / 오진권

가볼만한 숲길, 곶자왈 /

제주시지역 : 1. 숫모르숲길  2. 선흘곶자왈  3. 김녕지질트레일

서귀포지역 : 4. 머체왓숲길  5. 화순곶자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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