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람사르습지 탐방 – 1100고지습지에서 만나는 자연의 신비

1100고지습지 메인

 

지금 1100고지습지는 한라부추로 장관이다. 계절마다 피어나는 다른 들꽃으로 인해 곤충들의 놀이터가 되고 유난히 붉은 열매를 가진 덜꿩나무, 마가목은 새들의 식량창고이다. 바위정원을 떠올리게 하는 바위들은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는지 온통 초록색 옷을 입었다. 나뭇가지 모양의 물속의 날도래의 모습도 신기하다. 계절마다 시간마다 1100고지습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래서 1100고지습지는 언제 찾아도 새롭고 최적의 힐링 장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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❶ 초록색의 풀과 검은 바위 그리고 시원한 물길의 어울림은 1100고지습지의 빼놓을 수 없는 풍광이다. ❷ 습지에서만 볼 수 있는 식물들은 자기들만의 색깔로 그들만의 띠를 만들고 있다. 사진은 올챙이고랭이 군락.

 

9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1100고지습지에는 단풍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고 아침, 저녁 공기도 제법 쌀쌀해졌습니다. 습지로 오는 길 구불구불 이어진 도로에도 가끔씩 몰려오는 안개와 옷을 벗어내는 나무들로 인해 가을느낌이 가득합니다. 바야흐로 1100고지는 가을이 시작되는 모양입니다. 1100고지습지의 탐방은 지금이 제격입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습지 전체를 수놓고 있는 한라부추와 마가목, 덜꿩나무의 빨간 열매는 이 시기에 가장 아름다운 곳을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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❸ 아주 느린 걸음으로 습지로 모여든 바위는 많은 이끼류와 지의류가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이 되었다. ❹ 물속에서도 꽃을 피워 올린 개구리미나리의 모습도 이채롭다.

 

 

1100고지습지는 람사르습지로 더 유명합니다. 람사르습지는 람사르협약에 의해 지정된 습지로 람사르협약은 국제적으로 생태·사회·경제·문화적으로 커다란 가치를 지니고 있는 습지를 보호하여 체계적으로 보전하고자 하는 국가 사이의 약속을 말합니다. 탐방은 이곳이 습지보호지역이라는 설명이 있는 안내판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땅속으로 쉽게 물이 빠지는 한라산의 지질 특성상 어떻게 높은 산에 습지가 만들어졌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밖으로 드러나 있는 습지 안의 진흙을 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습니다. 축축한 모래 아래 진흙으로 만들어진 지층이 있는 것입니다. 비가 오면 빗물과 함께 이곳으로 모여들었던 모래는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단단한 진흙이 되었고 땅속으로 물이 쉽게 빠지는 것을 막아주고 있는 것입니다.

습지로 들어서면 먼저 고여 있는 물과 함께 빽빽이 자란 수생식물들을 만납니다. 이 지역은 주변에서 흘러온 빗물에 의해 운반된 퇴적물이 많이 쌓이는 곳으로 늘 축축이 젖어있는 습지의 모습을 띠고 있습니다. 저지대에서 볼 수 있는 올챙이고랭이, 송이고랭이와 비교적 높은 곳에서 만나는 흰색의 감자개발나물과, 노란색 개구리미나리가 서로 어울려 피면서 흰색, 노란색, 초록색 띠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지역에는 꽃이 너무 작아 탐방로에서는 볼 수 없지만 벌레잡이식물인 자주땅귀개란 꽃도 있습니다. 자생지가 몇 곳이 되지 않아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식물로 보호를 받고 있는 꽃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자주색 꽃을 피우는 모습이 ‘귀이개’를 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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❶ 조금 늦게 꽃을 피운 무릇이 유난히 붉은 색을 띠면서 가을이 왔음을 말해주고 있다. ❷ 잠시 짬을 내어 찾는 곳으로는 1100고지습지 만한 곳도 없을 듯하다. 가을을 맞고 있는 습지에는 아직 여름날의 뜨거움으로 가득하다. ❸ 계절마다 피어나는 다른 꽃들로 인해 1100고지습지는 언제나 화원이다. 바위틈에 핀 산비장이. ❹ 지난 봄 습지를 찾았던 흰뺨검둥오리가 어느새 새끼를 키우고 다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❺ 오랜만에 햇살을 본 참개구리도 기분이 좋았던지 한참을 볕을 쬐고 있다.

 

바로 옆 퇴적물이 많지 않아 물이 빨리 말라버리는 곳에는 한라부추가 막 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일주일 정도 지나면 아마 장관을 이룰 듯합니다. 한라부추 사이에서 흰 꽃을 피우는 개쓴풀이 이미 절정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100습지 하면 야생란을 떠올리게 되는데 지난 봄 꽃을 피웠던 닭의난초, 큰방울새란, 산제비란도 이런 환경에서 자랍니다. 또한 백록담 주변에서 자라는 설앵초, 흰그늘용담, 구름미나리아재비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1100고지습지는 넓게 보면 같은 지역 같지만 부분적으로 서로 다른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각각 다른 식생을 보여줍니다.

습지에서부터 완전한 땅으로 변한 습지 주변에는 크고 작은 나무들이 자랍니다. 덜꿩나무의 열매는 언제 봐도 영롱한 붉은색 진주와 같은 빛을 발합니다. 바로 옆 마가목의 풍성하고 붉은 열매도 가을이 왔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습지에는 바위들로 지천입니다. 누군가 일부러 갖다 놓은 것처럼 착각이 들 정도로 잘 정돈되어 있습니다. 이 바위들은 동쪽 멀리 솟아있는 볼래오름이 용암을 분출할 때 이곳까지 흘러 들어왔을 것으로 학자들은 추측합니다. 그 바위 사이를 돌아 나오는 물속에는 제주도롱룡이 꼬물거리고 깨끗한 물에서만 자란다는 날도래도 나뭇가지 같은 집을 등에 매고 물속을 헤엄치고 있습니다. 물방개도 사람의 인기척에 재빨리 몸을 숨깁니다. 주변의 풀과 같은 초록색으로 변장을 한 참개구리는 사람들의 소동에도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세월의 깊이만큼 온통 녹색으로 바위를 덮은 지의류들도 사람들의 시선을 잡기에 충분합니다. 1100고지습지는 그렇게 넓은 곳은 아니지만 신기하지 않은 것이 없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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❻ 바위들은 1100고지습지로 모두 모여들었다. 마치 누가 일부러 옮겨다 꾸며놓은 듯하다. ❼ 1100고지습지에는 너무나 자연스런 모습이 오롯이 녹아있다. ❽ 깨끗한 물에서만 자란다는 제주도룡뇽도 먹이활동이 한창이다.

 

탐방로를 반쯤 돌면 탁 트인 광경과 함께 군데군데 산철쭉, 꽝꽝나무 등 키작은 나무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마치 바다 위의 섬을 연상케 합니다. 생태섬이라 부르는 것으로 습지가 마른 땅이 되어가는 과정을 축약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한라부추의 모습도 장관입니다. 어차피 습지는 마른 땅이 될 터이지만 습지 안으로 들어온 제주조릿대, 큰김의털로 인해 그 진행은 빠르게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100고지습지에는 다양한 식물들이 철마다 꽃을 피우고 흰뺨검둥오리, 노랑턱멧새도 날아들어 이곳이 얼마나 건강한 곳인지를 알려줍니다.

제주도내 람사르습지로는 고산습지인 1100고지습지 말고도 동백동산습지, 물영아리습지와 물장오리습지도 있습니다. 동백동산습지는 제주도의 원시림이라 할 수 있는 곶자왈의 용암대지 위에 만들어져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최대의 상록활엽수림지대를 이루어 다양한 동식물이 자라는 곳입니다. 물영아리습지와 물장오리습지는 오랜 세월 퇴적물들이 쌓인 이탄층으로 인해 습지가 만들어진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장오리습지는 한라산국립공원 지역 안에 있어 출입이 허락되지 않고 있지만 다른 곳은 자연환경해설사의 유익한 설명과 함께 탐방을 즐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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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이성권(1100고지습지 자연환경해설사)

포토그래퍼 / 오진권, 이성권, 황정희

촬영장소 / 1100고지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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