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모쉬가 다니던 신비의 숲길 – 산양곶자왈

산양곶자왈메인

 

어지럽게 흩어진 돌무더기 사이로 자라난 잡목들이 무성하다. 이곳을 소와 말이 다니던 신비의 숲이라 했다. 얼기설기 엉킨 나뭇가지들과 곳곳에 펼쳐진 속 깊은 함몰구는 산양곶자왈의 신비로운 자태를 마음껏 풀어낸다. 거대한 바위를 휘감은 후추등과 깊은 바닥에서부터 빽빽이 자란 밤일엽 군락은 곶자왈의 원시성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산양곶자왈1

>산양곶자왈에는 신비롭지 않은 것이 없다. 특히 밤일엽의 엄청난 세력은 탐방객의 발길을 멈추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함몰구와 그곳에서 자란 나무들이 어울리며 숲은 너무나 원시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아직 겨울 기운이 남아있는 시기이지만 산양곶자왈의 숲은 생동감이 넘친다.

종가시나무를 타고 올라가던 노박덩굴은 다른 나무가 행여 쓰러지지나 않을까 단단히 붙잡고 있다. 얼기설기 뒤엉킨 나뭇가지들과 연이어 펼쳐지는 깊은 함몰구의 신비는 탐방객의 마음을 훔치기에 충분하다. 제주의 드센 바람과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쓰러진 나무 위에 돋아난 버섯들. 그 사이에서 싹을 낸 어린 나무는 앞으로 건강한 숲을 기대케 한다. 이와 함께 집체만한 바위를 겹겹이 휘감은 후추등과 함몰구 깊은 바닥에서부터 빽빽이 펼쳐진 밤일엽 군락은 곶자왈에서만 느낄 수 있는 원시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종가시나무 잎이 부딪치는 소리가 살갑다. 결 고운 바람이 불어오기라도 하면 수많은 소리들이 한 방향으로 곶자왈을 채우고 있다. 덩치 큰 종가시나무 아래에는 여느 곶자왈처럼 가는쇠고사리가 점령하고 있고 그 사이에 탐방로를 만들었다. 탐방로는 함몰구와 함몰구 사이의 좁은 길을 연결하고 그 주변은 다른 곶자왈에서 볼 수 없는 신비스러움이 충만하다.

 

도너리오름에서 시작된 월림-신평곶자왈 용암류는 11km 이상 이어지며 넓은 곶자왈을 만들었다.

 이 용암류는 크게 두 갈래로 흐르는데 한 갈래는 마중오름을 지나 저지 방면으로 이어지고 한 갈래는 청수 지역을 지나 산양과 무릉 방면으로 이어진다. 산양곶자왈은 월림-신평곶자왈의 한 지류에 해당되는 셈이다. 산양곶자왈 탐방로로 들어서자 여기저기에서 함몰구가 드러난다. 더 깊고 넓으면서 연이어 이어지는 함몰구는 다른 곶자왈에서도 볼 수 없는 아주 특별한 모습이다. 이와 더불어 그 깊은 곳에서 펼쳐지는 밤일엽 군락은 산양곶자왈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듯하다. 그리고 함몰구 바닥에서부터 시작된 영주치자와 후추등은 큰 바위로 연결되고 바위 아래에서는 다시 다른 나무들이 자라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이곳을 ‘큰엉곶’ 이라 했다.

‘곶’은 곶자왈이고 ‘엉’은 바닷가 절벽에 큰 굴을 말하는데 함몰지형이 잘 발달한 곳이어서 부른 듯하다. 함몰구란 점성이 낮은 용암이 흐르면서 동굴을 만들고 그 천정이 무너져 내린 지형을 말한다. 함몰구는 비가 내리면 빨리 땅속으로 빠르게 흘러드는 통로역할을 한다. 제주사람들은 이 물길의 통로를 ‘숨골’이라 부른다. 제주의 곳곳에 흩어져 있는 곶자왈은 숨골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곶자왈은 제주의 생명수을 잘 보관하고 있는 아주 소중한 공간이다. 이밖에 곶자왈의 숨골은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이 나오고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풍혈기능도 한다. 그래서 곶자왈은 일정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면서 다양한 식물이 자라난다.

 

산양곶자왈2

❶ 화전을 일구고 그 경계로 쌓았음직한 돌담. 척박한 곶자왈을 농토로 만들면서 고단한 삶을 살았던 제주사람들의 생활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❷ 제주의 곶자왈은 늘푸른 나무들과 초록색 양치류로 겨울에도 생기가 넘친다. 곶자왈 숲을 점령하고 있는 가는쇠고사리 군락. ❸ 곶자왈에는 유독 덩굴성 식물들이 많다. 이들은 나무와 나무를 연결하여 서로 지탱하게 함으로써 매서운 제주바람을 견디게 한다. ❹ 흙이 많지 않아 뿌리를 깊게 내릴 수 없는 곶자왈의 나무들은 바람에 뽑히기 일쑤이다. 쓰러진 나무들은 더욱 깊은 숲을 만들 수 있는 양분이 된다. ➎ 곶자왈은 넘치는 생명력이 자랑이다. 겨울에도 늘 푸름을 유지하는 콩짜개덩굴.

 

산양곶자왈의 원시성을 잘 나타내주는 것은 함몰구를 따라 장관으로 펼쳐지는 양치류이다.

함몰구 바닥에는 밤일엽, 큰봉의꼬리가 자라고 사면을 따라 더부살이고사리, 큰족제비고사리, 큰개관중, 검정개관중이 보인다. 그리고 조금 더 위쪽의 지상부에는 가는쇠고사리 군락이 일품이다. 더부살이고사리는 독특한 번식방법을 가지고 있다. 포자가 달릴 때면 잎 끝을 길게 늘어뜨려 땅에 닿게 하는데 그곳에서 다시 싹이 돋아난다. 이것은 곶자왈 지대의 돌무더기에서 자라는 더부살이고사리가 살아가는 데에는 꽤 유리한 방식일 듯하다. 산양곶자왈의 또 다른 특징은 용암제방이 간간이 관찰되는 것이다. 용암제방은 용암이 흐르면서 긴 둑 모양으로 굳어진 것을 말한다. 이곳 용암제방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식물이 바로 몇 년 전 발견된 빌레나무이다. 빌레나무는 빌레나무과의 키작은나무로 함몰구의 사면을 따라 자라며 건조한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곶자왈의 대표적인 나무이다.

 

숲길은 함몰구와 함몰구 사이를 돌아 농로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 길에는 종가시나무가 우점하고 있다. 그 밖에 붉가시나무, 참식나무, 구실잣밤나무 등 늘푸른나무와 그 사이로 때죽나무, 팽나무, 예덕나무 등 잎이 지는 나무들도 보인다. 이곳의 나무들도 인위적인 간섭에 의해 주 줄기는 없어지고 어린 싹이 자라서 만들어진 숲이라 할 수 있다. 마을 사람들은 오랜 세월 곶자왈의 나무를 베어다 집을 만들고 숯을 구웠다. 그리고 일제 강점기에는 군수물자로 쓰기 위해 많은 아름드리나무가 베어졌다, 이런 이유로 곶자왈의 나무들은 크게 자랄 수 없었고 나무 밑둥치에서 올라온 어린 싹이 다시 크게 자라 이른바 맹아림이라고 하는 숲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곶자왈을 일구어 농사를 짓기도 했다.

이것을 알 수 있는 것이 사람이 살았던 움막터와 밭을 일구었던 산전이다. 자연보호가 강조되면서 이곳에는 삼나무가 심어지고 다른 나무와 풀로 덮여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곳이 되었다. 하지만 비교적 평평한 곳을 따라 두른 돌담은 거칠고 척박한 곶자왈에서 화전을 일구고 살았던 제주사람들의 생활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산양곶자왈 주변에는 당시 화전으로 보이는 잘 정리된 밭들이 꽤 보인다. 곶자왈에서는 화전을 일구고 농사만 지었던 것은 아니다. 곶자왈 주변은 돌담을 두르고 소와 말을 놓아 키웠다. 곶자왈에서는 겨울철에도 싱싱한 풀이 있기에 가축을 기르는 데는 이만한 곳이 없었던 것이다. 산양곶자왈이 방목터로 이용되었던 것을 말해주는 듯 탐방로를 열면서 마을사람들은 이 숲길을 ‘     (소와 말)가 다니는 신비의 숲길’이라 했다. 이처럼 곶자왈은 고단한 삶을 살았던 제주사람들을 품어왔다.

 

조금 더 숲 안으로 들어간 탐방로 주변에 오붓하게 놓인 의자 몇 개. 곶자왈 야외교육장이라 했다.

야외교육장은 숲이 내어준 길을 따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몇 곳에 만들어졌다. 많은 아이들이 이곳에서 밤일엽을 보거나 종가시나무의 열매를 주우면서 자연을 생각했을 터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숲길을 걷다 의자에 잠시 앉아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겼음 직도 하다. 이런 저런 생각에 의자에서는 사람들이 바로 어제 앉았던 것 같은 온기가 느껴진다. 숲으로 떠나는 여행은 이처럼 사람과 자연의 관계맺음을 통해 사람과 사람이 연결이 되고 함께 호흡 할 수 있으면 가장 좋을 듯 싶다. 한 시간 남짓 걸었다. 그렇게 먼 길은 아니지만 다른 곶자왈에서 느낄 수 없었던 기분 좋은 산행이었다. 제주의 곶자왈을 제대로 보고 싶으면 신비감과 원시성으로 가득한 산양곶자왈로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이러브제주도장


프로젝트에디터 / 이성권(1100고지습지 자연환경해설사)

포토그래퍼 / 오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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