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한라산둘레길 2구간(거린사슴~돌오름)

한라산둘레길2구간-1

단풍나무, 서어나무가 반가이 손을 내밀고 조릿대가 길안내를 한다. 태양도 쉬어갈 듯한 울창한 숲길을 벚과 함께 걸을 수 있으니 삶에 여유가 찾아든다.

 

 

한라산아, 질끈 동여맨 허리춤에 이런 보물 숲길을 숨기고 있었구나!

2구간 (거린사슴〜돌오름 5.6km)

한라산둘레길

 

 

한라산둘레길2구간-2

 

한라산 속에 숨겨진 사람과 가까운 길!

삼나무숲과 표고버섯 재배지, 물이 흐르기도 하고 감춰져있기도 한 숲길, 하늘이 엿보기를 청하나 초록숲이 장막을 쳐버린 그래서 더욱 숲다운 숲, 그 길을 걸으면 숲과 내가 오롯이 하나가 된다.

 

한라산둘레길2구간-3

❶ 수평선, 지평선 안정을 지향하는 가로선을 깨는 삼나무의 수직선에 눈이 시원해진다.  ❷ 제주에서도 단풍이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한라산둘레길, 가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❸ 돌오름 정상에서 바라본 한라산 정상, 부드러운 곡선미가 돋보인다.  

 

 

한라산 허리(해발600~800m)쯤 되는 지점에 둘레를 따라 한라산둘레길이 있다. 수 십 년간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아  감추어진 길은 하늘이 쉽게 들여다 볼 수 없을 만큼 우거져있다. 총 80km에 달하는 둘레길이 한창 열리는 중으로 현재 개통된 길은 1구간(무오법정사〜시오름 5.5km,)와 2구간(거린사슴〜돌오름 5.6km)이다. 오늘은 가을빛이 유난히 좋은 길, 조릿대가 울창하여 조릿대길이라고도 불리는 2구간을 걸어본다.

한라산 둘레길 2구간의 입구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제주시에서 1100도로를 타고 서귀포자연휴양림을 지나 50m쯤 내려오면 우측에 표지판이 보인다. 둘레길은 임도를 활용한 숲길로 일제시대에는 하치마키 도로(병참로)라고 불리었던 길이다. 하치마키(はち-まき)는 머리 둘레를 감은 천이란 의미. 해발 600~800m 한라산 상단부 한 바퀴를 돌려 길이 나있다. 마치 머리띠처럼. 일본군들이 울창한 산림과 표고버섯 등을 수탈하기 위해 병참로로 만들었고, 제주 4.3 사건 때는 도민들이 숨어 살기도 했던 역사의 흔적과 제주인의 아픔이 배어있는 길이다. 제주인들은 잊고자 했고, 그 길은 잊혀져갔다. 최근 한라산둘레길이 개발됨에 따라 꽁꽁 싸매었던 숲이 열리고 사람들이 자연과 소통하는 길을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초입에 안내도가 보인다. 걷게 될 길을 눈으로 따라가 보니 시작점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어있는 코스다. 사려니숲길처럼 오르막이 없이 사박사박 산책처럼 즐기면 되는 길이다. 한껏 여유를 부리고 걷다가 혹 일행과 떨어지더라도 이곳으로 돌아오면 되니 부담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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❹ 가을 초입이라서 아직 단풍나무에 단풍이 채 물들지 않았다. 가을의 절정일 때가 기대된다.  ❺ 화산암반덩어리들과 계곡물, 가을의 담고 있는 물빛이 분위기를 돋운다. ❻ 점점 세력을 뻗어가는 조릿대, 사락사락 조릿대를 헤치고 지나는 길이 이채롭다.

 

 

가을 숲으로 들어간다. 초입에는 삼나무숲이다. 한껏 팔을 벌려 폐부 깊숙이 숲의 향취를 들이킨다. 눈을 감고 그 향을 맡으니 확 달려드는 숲내음이 느껴진다. 이래서 숲이 좋다. 싱그럽게 다가오는 피톤치드 향과 뒤 이어 밀려드는 오래된 숲의 묵직함이 작은 일상에 허우적거리는 나를 일으켜 세운다. 오랫동안 찾는 이 없었던 숲은 빼곡히 들어찬 서어나무, 졸참나무, 단풍나무가 합창하여 가을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무대였다. 하천을 지나는데 물이 없다. 화산섬 제주의 토양은 물을 확 빨아들인다. 비가 많이 쏟아져도 이틀만 지나면 자취가 없다. 숲에 제주조릿대가 많아진다. 말을 방목했을 때는 제주조릿대가 이렇게 널리 퍼지지는 않았으나 지금은 한라산 계곡과 숲에 넘쳐날 지경이다. 다른 식물들도 설 자리가 생기도록 방법이 생겨야지 싶다. 표고버섯 재배장과 숯 가마터, 4·3때의 흔적으로 보이는 돌무더기들…. 물이 고여 있는 넓은 하천에서 잠시 쉬었다가는 돌오름을 향해 다시 걷는다. 둘레길은 돌오름입구까지지만 내친김에 돌오름 정상을 밟아보고 싶다. 돌오름은 높이 1270m, 비고 71m로 돌이 많아서 돌오름, 한자로는 석악(石岳)이라고 한다. 오름 주변은 온통 수림으로 이루어져 모양을 식별하기가 쉽지 않다. 정상에 서면 그동안 숲텐트에 갇혀있다 밖으로 나온 듯 시야가 확 트인다. 한라산에서 시작된 오름들이 돌오름 정상까지 줄기를 뻗어내리고 있다. 시원한 하늘에 갈증을 해소하고 제주의 가을풍경으로 가슴을 채운다. 여유롭게 숲길을 되 집어 걷다보니 처음 시작한 바로 그곳이다.

한라산둘레길 2구간은 숲 안에 숨겨져 있는 제주 역사의 흔적을 더듬어 가며 걷는 길이다. 빛이 별로 들어차지 않는 숲의 울창함은 혼자 보다는 둘 이상이 함께 걷는 것이 좋으며 바위지역도 있지만 대부분 평탄하여서 누구나 걸을 만하다. 가을색이 유난히 아름다운 둘레길을 걸으며 제주의 가을과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나눠보자.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황정희

포토그래퍼 / 오진권

찾아가는 법 / 제주시에서 서귀포방향으로 가는 1100도로 이용, 서귀포자연휴양림 지나자마자 우측에 표지판 보임

코스 / 거린사슴 입구부터 돌오름까지 5.6km   난이도 :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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