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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만 스쳐도 기상천외한 작품으로 탄생하는 미다스의 손 – 별난조각가 문정호씨

문정호

 

손끝만 스쳐도 기상천외한 작품으로 탄생하는 미다스의 손

별난 조각가 문 정 호씨

 

 

버려진 식탁도, 의자 다리도 투박한 손을 거치면 호랑이, 거북이가 되고 사람이 된다. 조각칼 몇 개, 물감과 나무만 있으면 세상에 둘도 없는 멋진 작품이 탄생하니, 실로 미다스의 손을 가진 별난 조각가라 불릴 만하다.

우리는 취미를 가지고 살아간다. 기타를 치거나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하고 사진을 찍으며 활력을 얻는다. 문득 취미(趣味)의 뜻이 궁금해 사전을 펼쳐보니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감흥을 느끼어 마음이 당기는 멋’이라 적혀있다. 그런데 오늘의 주인공은 그 사전적 의미와는 달리, 취미생활을 넘어 어떤 높은 경지(?)에 도달한 듯 보이는 고수(高手)다. 가지치기로 떨어진 나무만 봐도 절로 작품 구상이 시작되고 책상, 의자, 밥상 등 눈에 보이는 나무는 다 깎아 보았다니, 보통 취미는 아니지 않은가. 수 십 년간 거의 매일 조각칼을 들었다는 사람,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감각으로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 온 괴짜 조각가. 문정호씨(75)다.

 

조각가 문정호018

 

나무에 숨을 불어넣는 미다스의 손

그를 보고 있으면 손대는 것마다 황금으로 변했다는 그리스 신화 속 미다스 왕이 떠오른다. 누군가 버려놓은 밥상이며 의자 다리 같은 것들은 본디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알록달록 때때옷을 입은 새 생명으로 변신해 있다. 사실 별난 조각가가 있다는 소개를 받고 취재를 가기 전까지는, 하르방과 같이 제주적인 냄새가 나는 작품을 만드는 분이 아닐까 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문정호씨를 만난 순간 그 예상은 와장창 깨져버리고 말았다. 별다른 작업실도 없이 거실 한 켠에 마련된 소박한 공간에는 나무 조각품들이 살아서 숨을 쉬고 있었다. 꿈틀꿈틀 또아리를 튼 이무기, 엉금엉금 기어가는 거북이, 어흥-하고 소리치는 범, 거기에 자비롭고 인자한 금색의 부처님까지! 미다스 왕이 손에 잡히는 것마다 생명을 없애버렸다면, 문정호씨는 손에 닿는 것마다 생명을 선물했다. 그래서일까, 작품 하나하나마다 생기(生氣)가 느껴진다.

 

문정호-2

그의 손에 닿는 나무는 생(生)을 얻는다. 초원을 달리는 범이 되고 예쁜 소리로 노래하는 새도 되며 천년을 사는 거북이도 된다. 알록달록 화려한 색채와 독특한 구도의 작품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느끼는 대로, 손이 가는 대로…. 자유로운 작품세계

문정호씨의 조각품에서 제주적인 냄새는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오히려 작열하는 태양의 대륙, 아프리카의 어느 부족이 만든 것 같은 강렬한 색상, 고대 마야문명에서 본 것 같은 기하학적 무늬가 눈을 휘둥그레 하게 만들었다. 모든 작품에는 무채색이 거의 없는 것도 특징이다. 빨강, 노랑, 파랑, 초록…. 눈이 따가울 만큼 강한 원색이 주를 이룬다. 검정색이 대부분인 곤충들조차 빨간색, 노란색으로 채색해 벌레가 아니라 마치 꽃처럼 느껴졌다. 조각된 형태도 독특하기 그지없다. 한국 사람이라면 숱하게 봐 온 부처상과 탑조차도 일반적인 모양새와 다르니,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미술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지를 묻자 교육은 전혀 받아본 적이 없으며 그저 생각나는 대로, 마음가는 대로 구상하고 조각한다는 대답에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조각칼을 쥐고 여생을 보내고픈 노신사

문정호씨가 조각을 시작하게 된 것은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나무들을 보고 ‘저걸로 뭔가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충동에서 였다. 제주의료원에 근무할 때부터 화단이나 산, 소각장 등에 떨어진 나무를 가져와 하나씩 만들기 시작한 것이 어느 덧 전시회를 열어도 될 만큼 많은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지금도 작품을 만드는 일이 너무나 즐거우며 기회가 되면 본인의 이름을 건 작품전도 열어보고 싶다고 수줍게 말하는 문정호씨. 앞으로도 더욱 건강한 모습으로 멋진 작품 활동을 해주기를 바란다.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이유민

포토그래퍼 / 오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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