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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달리는 몽생이를 빼닮은 이색적인 등대 – 이호목마등대

이호등대1

바다를 달리는 몽생이를 쏙 빼닮은 이색적인 등대

이호 목마등대

 

등대는 말이 없다.

사람들이 몸에 낙서를 하든, 밀어를 속삭이든,

슬픈 연가를 부르든 말든 서 있을 뿐.

그 무심함 뒤 숨겨놓은 우직한 연정!

하나만 바라보는 등대가 좋다.

사랑을 아는 등대가 좋다.

그래서 우리는 등대로 가나 보다.

 

이호등대2

❶ 한낮의 이글거림이 서서히 잦아들고 밤이 조금씩 얼굴을 내비치기 시작할 때, 그 시간이 바로 이호 목마등대가 가장 멋진 모습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❷ 서서히 해가 지기 시작할 때에는 이호테우해변의 물빛과 목마등대, 그리고 바다로 떨어지는 태양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❸ 등대에 가면 낭만적인 기분이 든다. 아마도 연인들이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단골 장소이기 때문이리라. 나도 그리운 이에게 마음을 담아 쪽지를 남겨본다.❹ 포구에 정박된 보트와 늠름한 목마등대가 한 폭의 그림 같다.  ❺ 위풍당당한 모습의 하얀등대. 바다위를 달리는 날쌘 몽생이처럼 보인다. 

 

제주에 트로이 목마가 있다?!

물빛이 맑고 푸르기로 소문난 이호테우해변은 서쪽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인 용담해안도로와 하귀-애월해안도로 중간에 위치해 있다. 드라이브를 즐기다가 풍덩 빠져보는 이호테우해변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명물은 바로 목마처럼 생긴 빨갛고 하얀 등대이다. 제주 몽생이(馬)인지, 아니면 진짜 트로이의 목마인지 저 멀리서부터 눈에 확 띄니 그냥 지나칠 수 없게 한다. 이호 목마등대는 제주도의 조랑말을 형상화해서 만들어져 그 어느 등대보다도 제주적인 분위기를 선사한다. 마치 몽생이가 바다를 달려가는 느낌! 해변 풍경과도 잘 어울리고 그 크기도 어마어마해 이호의 랜드마크가 된 목마등대는 제주시의 야간관광명소이기도 하다. 특히 해질녘에는 태양이 목마등대 머리에서 서서히 바다로 떨어지는 멋진 풍경을 보기 위해 사람들의 발걸음이 바빠진다. 등대는 빨간색과 흰색 두 종류가 나란히 있어 한 쌍의 부부인지 연인인지 우리를 궁금하게 한다. 혼자 외롭지 말라고 두 마리로 만들었을까? 만든이의 마음은 알 수 없지만 이렇게 멋진 등대가 두 개나 있으니 보는 사람은 즐겁기만 하다. 바다가 해를 삼키고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하면 등대 주변 산책로에 하나 둘 조명이 켜지고 환상적인 분위기가 연출된다. 8만 평 바다 위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화려한 LED조명! 철썩철썩 시원한 파도소리를 들으며 반짝이는 조명쇼를 보고 있노라면 꿈길을 걷는 듯 몽환적인 기분도 든다. 산책로를 걷다가 뒤를 돌아보면 목마등대에도 불이 환하게 켜져 웅장한 모습을 자랑한다. 등대 주변 이호테우해변은 한치잡이 배들이 별처럼 반짝반짝 떠 있어 여름바다의 운치를 더해준다. 한낮보다 더 아름다운 여름밤, 캔커피를 들고 이호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목마등대만의 특별함과 밤바다의 낭만까지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등대1

❶ 작고 아름다운 섬,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처럼 생긴 비양도에 가면 다소 짧고 통통(?)하게 느껴지는 등대가 있다. 비양봉등대에 서면 맑고 투명한 옥색 바다와  아스라이 보이는 제주본섬과 한라산 경치에 감탄하게 된다. ❷ 제주도에서 일몰이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난 고산 자구내포구에 가면 제주등대의 어머니인 도댓불 원형을 만나볼 수 있다. 생선기름을 짜서 불을 붙였던 도댓불은 어두운 밤에도 고깃배들이 안전하게 귀항할 수 있었던 이정표였다. 

 

등대3

 

등대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

여행을 하면서 무심코 지나치는 등대에는 숨겨진 이야기들이 많다. 먼저 등대의 정식 명칭은 항로표지관리소, 우리가 등대지기라 부르는 분들의 정식 명칭은 항로표지관리원이라 한다. 등대의 색은 바다의 신호등과 같아서 빨간등대는 입항하는 배를 왼쪽으로 유도하고, 하얀색등대는 출항하는 배를 오른쪽으로 유도한다. 노란색등대는 주변에 암초가 많으니 조심하라는 경고표지판으로 대부분 돌이 있는 바다 속에 서 있다. 무심코 지나친 등대에게 이런 뜻이 있었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새삼 고마운 마음도 든다. 제주도 최초의 등대는 1906년에 세워진 우도등대로, 우리나라 최초의 인천 팔미도등대가 1903년생인 것을 생각하면 그 역사와 전통이 대단히 깊음을 알 수 있다. 제주등대 중 최고령자인 우도등대는 97년간 운영되다가 노후로 인해 후배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현재는 휴식중이다. 우도에는 우리나라 유일의 등대테마파크인 우도등대공원이 있다. 등대에 관련된 다양한 전시와 전세계의 등대까지 만나볼 수 있으니 우도에 간다면 꼭 들리길 바란다. 제주등대의 둘째는 국토 최남단에 있는 마라도등대로 1915년에, 셋째 산지천등대는 1916년에 세워졌다. 제주도 등대의 역사를 더듬어 가보면 도댓불(등명대·燈明臺)과 만나게 된다.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제주사람들은 고기를 잡으러 나간 배가 무사히 포구를 찾아 돌아오도록 도댓불을 만들어 불을 밝혔다고 한다. 도댓불은 암초가 많은 제주해안에서 고깃배들이 어두운 밤 안전하게 귀항할 수 있었던 이정표였으니 제주도 등대의 어머니라 해도 좋을 것 같다. 생선 창자와 복어 기름을 짜 불을 붙였다고 하는 도댓불은 현재 개발 등으로 많이 없어진 상태지만, 일몰이 아름다운 고산 자구내포구에 가면 도댓불 원형을 만나볼 수 있어 더욱 반갑다. 예전이야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서 꼭 필요했겠지만 요즘은 GPS를 달고 항해하는 선박도 많으나 항해사들이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안전에 중요하다. 특히 기계가 고장 날 경우나 갑작스런 기상악화, 암초가 있는 곳에서는 빛이 대단한 역할을 하며 반드시 등대가 있어야만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한다. 365일 바다의 안전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등대! 이제부터는 등대를 ‘바다의 호위대장’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

 

등대4

❸ 제주항을 내려다보는 산지천등대. 산지천등대가 위치한 별도봉은 제주앞바다와 오름이 어우러진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어 도민들이 데이트나 운동을 하기 위해 많이 찾는 곳이다.  ❹ 제주도 최초의 등대는 소를 닮은 섬(牛島)에 있는 우도등대이다. 사진에서는 가운데에 조그맣게 보이는 것이 최초의 우도등대이며, 현재는 좌측의 새 등대에게 자리를 물려주었다.  ❺ 우도등대로 오르는 길에 위치한 우도등대공원. 우리나라 유일의 등대테마파크로 중국, 일본, 미국 등 전세계 등대를 만나볼 수 있다. ❻ 대한민국 최남단에 위치한 마라도 등대. 제주도 등대 중 두번째로 세워졌다.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이유민

포토그래퍼 / 오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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