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타임캡슐 속으로의 경쾌한 봄 나들이 성읍민속마을 속으로…

성읍

타임캡슐 속으로의 경쾌한 봄 나들이

성읍민속마을 속으로…

 

봄날의 따스한 햇볕 아래서 성읍민속마을이 기나긴 겨울잠에서 깨어났다. 겨울 매서운 추위에 종종걸음으로 관람을 하였던 시간은 이미 저 멀리 지나갔다. 이제는 따뜻한 햇볕을 즐기며 가볍게 산책하듯이 관람을 즐기는 계절, 봄이다. 마을 성벽 위에서 휘날리는 깃발이 200년 전의 마을에 와보라고 손짓한다. 그 순간 내가 타고 온 자동차는 타임머신이 되고, 성 안의 성읍민속마을은 거대한 타임캡슐이 된다. 어쩌면 그 캡슐 안에서 숨겨진 보물을 발견할지도 모르니 눈을 크게 뜨도록. 기분좋은 이끌림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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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읍민속마을은?

성읍민속마을은 제주 전통의 분위기와 함께 토속음식을 맛볼 수 있어 여행자들이 즐겨 찾으며 토산품 매장이 즐비하다. 조선조 세종 5년(1423년)부터 500년 동안 ‘정의현’이라는 이름으로 제주 동부의 중심지였던 이 마을은 정의현성이 있는 마을이라는 뜻에서 성읍리로 불려왔다. 숙종 28년(1702년)이 되었을 때 민가가 1436호, 전답이 140결, 성수비군이 664명, 말이 1178필, 흑우가 228수 가량 있었을 정도로 번영하였다. 보존되어 있는 문화 유물도 많아서 1984년에는 중요민속자료 188호 국가지정문화재가 되었다. 누구나 이 “민속자료”들을 관람료 없이 볼 수 있다는 것은 참 다행이다.

 

“정의현 500년” 흔적에도 부는 봄바람

드디어 성 안에 진입! 성곽의 모습이 먼저 보일 것이다.

성곽에 올라가면 옛날처럼 성문을 지키는 병사들은 없지만 대신 줄을 이은 깃대들이 깃발을 휘날리며 늠름하게 서 있다. 이 풍경 만으로도 사극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여 서구에서 온 외국인들은 성읍에서 가장 인상적인 풍경으로 꼽기도 한다. 훈훈한 봄바람을 맞으며 야생초가 뿌리를 내릴 만큼 세월의 흔적에 흙이 메워진 돌틈, 둥그스름하게 내려다보이는 누런 초가지붕들, 훤히 보이는 초가집 마당들……. ‘저기서 고무줄하며 뛰어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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❶ 성읍민속마을의 입구 중 하나인 정의현성 남문성곽. 정의현성은 제주도 전체의 백성들을 동원하여 불과 5일만에 쌓았다. ❷ 천연기념물 제 161호로 지정된 느티나무와 팽나무들은 이 마을에불과 몇그루밖에 남지 않은 유산이다. ❸ 튼실하게 잘 보수된 초가지붕들. 해마다 봄이 오기 전 지붕에 이엉잇기가 끝난다. ❹ 옛날 집집마다 있었던 돼지우리인 통시

 

굴뚝 없는 집에 웰빙 식생활까지?

성읍민속마을은 잘 들여다보면 옛 제주인이 어떻게 생활하였는지 알 수 있는 타임캡슐이다.

마을 안에는 제주의 집집마다 있었던 텃밭들의 흔적이 남아있다. 화분에라도 채소를 심어 먹는 현대인의 입장에서는 국 끓일 신선한 채소를 즉석에서 뽑아갔을 옛 제주인이 부럽기 그지없다. 마을에서는 집집마다 가축들도 키웠다. ‘통시’라는 돼지우리들을 쉽게 볼 수 있다.(구제역으로 당분간은 돼지를 볼 수 없다.) 통시에는 화장실과 연결하여 사람과 돼지의 배설물로 거름까지 만들던 옛 생활상이 있다. 살필수록 제주인들이 살던 모습이 더욱 깊이 눈에 들어온다. 초가지붕 아래 돌과 진흙으로 올린 집들에는 대부분 200년이라는 역사가 숨어있다. 장작이 아닌 말똥으로 작은 불을 붙였기에 굴뚝이 필요 없던 단출한 부엌, 빗물을 받으려고 새끼처럼 꼬은 띠와 항아리를 동백나무 아래 받친 ‘촘항’의 지혜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마을의 모습은 영화 ‘이재수의 난’에서 그대로 세트장으로 썼을 정도로 옛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다.

 

전통은 느림의 미학 앞에서 아름답다

느리게 걷다 보면 이 마을의 나지막한 돌담 하나라도 오래된 듯하여 기분이 남다르다.

집 입구마다 돌담이 굽이지도록 쌓아서 만든 ‘올레’들이 꽤 여러 곳 남아있다. 올레는 바람이 쉽게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고, 마루를 가려 사생활을 보호하던 제주인들의 지혜이다. 200년 전 향리들이 느릿느릿 걸었음직한 올레를 산책하듯 걸어보고, 이웃 간에 먹거리와 정담을 교환하였던 낮은 돌담 위에서 둘만의 대화를 속삭여보는 것도 즐겁겠다. 두 팔로 안아도 커다란 600살 팽나무와 1000살의 느티나무 아래를 거닐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그 나무들의 초록 잎들과 어우러지는 마을 정경을 마음에 담아둘 때도 봄의 정취를 마음껏 느낄 수 있다. 성읍리에는 이렇게 ‘정의현’때부터 이어지는, 봄의 정경까지도 보존하고 싶은 수백 살의 전통미가 있다.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현윤경

포토그래퍼 / 오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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