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봄꽃으로 물이 오른 여인네 밥그릇을 훔치다! – 바리메오름

바리메메인

 

 

봄꽃으로 물이 오른

여인네 밥그릇을 훔치다!

바리메 오름

 

 

“여자를 이해하려 하지 말고 사랑하기만 하여라” 오름이 바로 나에게 그런 대상이다. 앎의 대상이 아니라 느끼는 대상 말이다. 봄을 느끼고픈 이라면 오름에 오르라. 그리하면 봄으로 전신이 충족되는 느낌을 받을것이다.

 

바리메오름30

 

 

여인네 밥그릇처럼 둥그런 굼부리 안에 봄꽃들이 들어차있다.
수줍은 여인의 볼이 바로 이런 빛깔일까. 철쭉꽃 피어나는 오름길에 봄이 익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오름은 자연이 만들어 놓은 천연 전망대요 사계절 들꽃들이 지천으로 피어나는 야생화 정원이다.

오름의 생성, 모양새, 우연히 마주치는 들꽃의 이름들까지, 오름이 잉태한 그 모든 것들에 대해 아는 것 쥐뿔도 없이 찾아도 그저 좋기만한 것이 오름이다. 한발자국씩 떼어 오름에 오르다보면 가슴에 먹먹한 기쁨이 한 칸씩 가슴을 채우며 올라오고 안하던 운동에 숨가쁨이 느껴진다 싶으면 어느새 오름 정상에 다다른다. 정상 굼부리에 설 때 느끼는 감동을 어찌 말로 형언할 수 있을까. 갑자기 밀어닥치는 자연의 경이로움에 오름에 대한 애정이 절로 솟아나게 된다. 그래서 여전히 아는 것 그리 없어도 오름 사랑을 그칠 수가 없다. 오름에 봄이 오면 이곳저곳에서 고개를 내미는 들꽃들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이봄 들꽃을 만나기 좋은 오름으로 제주시 애월읍에 위치한 바리메를 올라본다. 오름의 이름에는 제주인들의 얼과 혼이 서려있다고 할 수 있다. 산 정상 분화구(굼부리)가 움푹 팼는데, 그 팬 모양이 `바리메'(절에서 쓰는 중의 공양그릇이나 놋쇠로 만든 여인네 밥그릇)와 같이 생긴 `메'(山)라는 데서 일찍부터 바리메라 불렀다고 하니 정상에 올라 밥그릇에 수북하게 봄꽃 한 사발을 담아보련다.

 

 

바리메2

❶ 수목이 들어차있는 오름 산행로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준다. 삼림욕을 즐기기에 그만인 코스이다. ❷ 바리메오름 정상에서 바로 보이는 제주도 서부해안 전경이 시원하다. 저 멀리 보이는 섬이 비양도이다. ❸ 오름 정상에 올라 원형의 굼부리를 따라 걸으며 산행도 즐기고 경치도 즐긴다. ❹ 키가 작은 보랏빛 금창초가 피어있다. ❺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듯, 푸르른 잎이 싱그러움을 더한다. 

 

 

바리메는 한라산을 가로지르는 1100도로와 평화로를 연결하는 산록도로상에 위치한다.

1100도로 쪽 어승생 삼거리에서 9.8km 지점 좌측에 웅진리조트 입구푯말을 따라 1.9km쯤 들어가면 오름 기슭에 도착한다. 오름을 찾는 이들을 위해 주차장과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주차장 하면 작은 초지를 눈여겨보자. 운이 좋으면 타래를 틀듯 꽃분홍색 꽃을 피우는 타래난초를 만날지도 모르니 바닥을 잘 살펴보기를… 오름 정상까지는 30분 정도 소요되는데 경사진 길을 바로 치닫고 올라갈 수도 있고, 산을 바라보고 좌측으로 난 소로를 따라서 오를 수도 있다. 정면 돌파는 경사도가 꽤 있고 측면 돌파는 산허리를 타고 도는 숲길 산책이 이어져 나름 묘미가 있다. 산행은 대부분 숲길이다. 식물상이 다양하여 나무로 들풀로 넘어가는 시선을 즐길 만하다. 정상부는 사방이 뻥 뚫려있다. 바로 이웃한 족은바리메, 노꼬메와 그 너머의 오름군들을 지나 버섯 모양의 한라산 정상부까지 파노라마처럼 연결된다. 눈을 돌려 서쪽을 보면 산방산과 비양도까지 아우르는 제주 서부해안의 전망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렇듯 약간의 수고로움 뒤에 찾아오는, 갈증을 순식간에 씻어 내리는 시원한 경치는 삶이 팍팍할 때 목젖을 시원하게 씻어내려주는 단물과도 같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오름 능선의 아름다운 곡선들이 끊어질 듯 이어지면서 바다까지 내 달리고 있으니 그 풍광을 감상하다 보면 커피의 향기처럼 잔잔하게 여운이 남는다. 굼부리를 따라 돌아보자. 밥그릇 모양이라 하였으니 그 모양새는 원형이 분명할 터이다. 마침 철쭉이 한창이다. 초록으로 물이 오를 대로 오른 바리메에 철쭉 꽃 여인이 찾았으니 그 색깔이 참 곱다. 나무그늘이 많아서 여름에 오르기 좋은 오름으로 꼽히던 오름이나 이제 보니 봄이 훨씬 맛깔스럽지 않은가. 두견주 한 잔 곁들이면 그만일 것 같은 봄을 노래하는 오름 산행이 마냥 싱그럽기만 하다.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황정희

포토그래퍼 / 오진권

찾아가는 길 / 평화로(1135번)와 산록도로(1117번)가 만나는 어음1리 교차로까지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다. 여기서 1100도로(1139번)쪽 1.2km 지점(웅진리조트 입구-1100도로변의 어승생 삼거리에서는 9.8km) 오른쪽에 오름으로 연하는 길을 따라 1.9km를 가면 기슭(오름 표지석)에 도착. 정상까지는 30분 정도 소요된다.


제주여행매거진 <아이러브제주>에 실린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 받습니다. 사전 동의 없이 무단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다음의 HTML 태그와 속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 <strike> <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