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

놀멍쉬멍 걷는 올레 9코스

9코스1

 

가을바람 솔솔 부는 숲길올레, 그 시작은 짙푸른 바다였다.

그리고 그 마침표 또한 바다에서 찍는다.

 

대평포구에서 처음 걷기 시작한 발걸음이 깎아지른 박수기정 절벽 위를 올라서더니 숲길을 굽이굽이 돌아 나와 화순해수욕장의 드넓은 모래사장을 지나 수평선 너머 대양이 펼쳐지는 바다 앞까지 와서야 멈추어 선다. 놀멍쉬멍 걷는 올레9코스에서는 자연의 고요함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귀한 시간을 만날 수 있었다. 그 길은 가장 가을다웠고, 가장 외로웠다. 가을은 그렇게 올레길에서 저물어가더라.

 

 올레9코스27

 

제주도 올레길은 그 색깔이 참 다양하다. 바닷길을 따라 거닐며 절묘한 해안선의 아름다움에 취해 쪽빛 바닷물에 풍덩 빠지고 싶다가도 원시적 숲향기가 물씬 풍기는 숲길을 만나면 원초적인 자연의 내음에 푹 빠져든다. 머지않아 제주도를 한 바퀴 돌수 있도록 올레길이 하나로 연결될 것이다. 현재 17코스까지 길이 열렸고, 그중에 올레의 묘미가 가장 살아나는 길 중에 하나라고 여겨지는 올레 9코스를 가을과 함께 거닐어본다.

 

아담한 포구에서 시작되어 원시림과 계곡을 지나 다시 바다에 도착하는 숲길올레, 가을바람 솔솔 부는 날 걷기에 그만인 올레 9코스는 올레코스 중에서 가장 한적하고 원시적인 향기가 물씬 풍기는, 그래서 오롯이 혼자임을 느낄 수 있는 올레속 혼자만의 공간이다. 길이 아닌 곳에 또 다른 길이 나있고, 길인 곳을 거닐다 미궁에 빠지기도 한다. 올레 9코스를 거닐다 보면 길은 목적지가 아닌 가을의 여정이 되 버린다.

 

 올레9코스1

 

올레 9코스가 시작되는 대평포구는 올레인들에게 알려지기 전에는 한적하기 짝이 없고, 숨은 비경이 들어찬 낚시인들만이 찾아오는 곳이었다. 올레길이 열리기 전 안개가 자욱한 날 보았던 대평박수의 신비로움은 수년이 흐른 후에도 잊혀지지 않는 제주의 아름다움으로 남아있다. 지금도 안개에 휩싸인 대평박수에는 금방이라도 구름을 타고 신선이 내려올 것만 같은 신비감이 감돌곤 한다. 순수함을 그대로 간직한 자연의 장엄한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이 제주의 숨은 절경이라 꼽힐만하다. 올레 9코스는 이러한 멋진 풍광의 대평박수가 초입이다. 한적한 대평포구를 지나면 박수기정바위가 병풍처럼 동양화처럼 그렇게 눈앞에 드러나는데 박수기정의 밑바닥은 암반처럼 깔려있고 그 위로는 맑은 용천수가 흘러나오는 수려한 경치를 자랑한다. 박수기정 절벽 위를 올라서서 걷는 올레코스로 ‘설마 저 바위를 타야하나’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바위절벽 우측으로 작은 오솔길이 나있어 절벽 위까지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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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올레9코스가 시작이 되는 대평포구에서 바라본 대평박수, 반질반질한 몽돌해안과 소나무숲 그리고 박수기정의 절경이 펼쳐진다. 02 드넓은 바다와 산방산, 송악산 그리고 화순항이 눈앞에 드러나면 숲과는 다른 시원함이 느껴진다. 03 숲의 고요함과 숲의 울창함이 함께 하는 올레, 삶에 대한 이야기도 여행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러운 올레숲길이다. 04 간단한 간식거리를 준비하면 올레길이 더욱 즐겁다. 05 제주올레의 상징인 간세, 느릿느릿 게으름뱅이란 뜻의 제주어 ‘간세다리’의 파란 조랑말 형상이 반갑다. 06 안덕계곡에 접어들기 전 송악산과 형제섬이 보이는 제주바다의 절경이 탄성을 자아낸다. 07 가을이 이곳에 하늘거린다. 화순금모래해변을 코앞에 두고 나타난 가을의 전령사 억새의 물결이 마음을 어루만진다. 08 화순금모래해변의 드넓은 모래사장이다. 산방산을 지척에 두고 바닷가를 거니는 맛은 숲길올레와는 또 다른 감흥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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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을 들어서면 덩굴식물들이 나무를 친친 감고 있고 수목들이 울창하게 우거진 원시정글이 따로 없다. 혼자라면 불현듯 엄습하는 고독감과 두려움이 살짝 고개를 내밀듯한 원시성과 숲의 내밀함이 진하다. 사람 하나 겨우 지날 듯한 돌길을 꼬닥꼬닥 걷다보면 어느새 시야가 트인다. 푸르디푸른 숲의 천지를 헤매다 단비처럼 쏟아지는 파란 하늘 아래 서면 가을이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90。로 깎아지를 듯이 떨어져 내리는 절벽 위는 전혀 다른 세상으로 평평하고 너른 들판이 펼쳐진다. 길을 걷다보면 까만 밭담 너머 감귤과수원이 보이고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탐스런 감귤에 제주가 감귤의 산지임을 실감하게 된다. 바위절벽을 따라 거닐다 보면 바다가 눈앞에 펼쳐질 만하다 싶기도 한데, 나무들이 울타리처럼 둘러쳐져 자라고 있어서 바다가 숨바꼭질 하듯 애간장을 녹인다. 살짝 살짝 내비치는 처녀의 속살에 감질을 내듯, 아슬아슬 매달려 자라는 절벽 위 나무들 사이로 바다가 감질 난다. 그래서 이 코스가 더욱 묘미가 있는지도 모른다. 보여주지 않을 듯 숨기고 있다가 어느 순간 확 열어 무방비 상태가 되는 자연 앞에서 그저 감탄만이 쏟아져 나온다. 그렇게 시원한 풍경은 절벽이 끝날 즈음에야 나타난다.

 

산방산이 살짝 보이는 바다풍경을 만나니 이제 좀 쉬어가도 될듯하다. 짧은 휴식을 취한 후에 걷는 길은 온통 숲이다. 올레표시는 되어 있으나 이 길이 저길 같고 저 길이 이길 같은 방향치를 만드는 숲길이다. 그러나 올레길에서는 방향치도 무방하니 마음껏 즐겨라. 사람 걸었던 흔적을 따라 걷다보면 누군가 벗이 되어줄 이가 지날 테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숲길을 걸어도 좋다. 터덜터덜 간세다리로 걷는 그저 편안히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걷기, 올레의 참의미가 살아나는 코스가 바로 올레 9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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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이 별로 없는 제주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정도로 기암절벽이 병풍같이 둘러져 있고, 맑은 물이 항상 흐르는 상록활엽수림이 울창하게 우거져있는 안덕계곡이 자연의 멋스러움을 전한다. 숲이 끝날 즈음에는 산방산이 위용을 자랑하고 드러난다. 계곡을 따라 걷는 길이 구불구불 이어져 있고, 가을 억새가 반겨주니 운치가 깊다. 어디선가 밀려오는 바다내음, 그렇게 숲길을 걷느라 힘에 겨웠으니 이제는 가을바다를 마주할 때가 되었다. 한없이 크게 다가오는 바다, 그 바다는 올레9코스의 끝 지점이자 또 다른 코스의 시작이 되는…. 그렇게 당신의 삶은 또 다른 시작을 맞이할 것이다.

 

올레길에서 만난 사람

올레를 걷다 우연히 발견한 올레길 위에 떨어져 있는 카메라, 그 주인은 우리보다 앞서 혼자 올레를 걷던 이였다. 우여곡절 끝에 만나 카메라를 건네주며 촬영요청을 하였고 이에 흔쾌히 응해주었다. 대전에서 온 윤혜진씨는 처음에는 친구와 함께 올레를 걷다가 이제는 주말 시간이 될 때 제주에 내려와 혼자 올레를 걷는다고 한다. 보통 하루에 두 코스나 한 코스 반을 걷는데, 올레길에서 만나는 이들과의 작은 추억으로 혼자라는 외로움은 떨쳐 버리고 일상에서 벗어나 많은 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올레걷기의 즐거움에 빠져있단다. 올레는 이렇듯 홀로 있는 자신과의 대화이자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는 만남의 길이 아닐까.

 

제주토박이들이 좋아하는 소박한 식당 “중앙식당”

한치물회와 성게보말국 등 제주토속음식이 전문인 식당이다. 뚝배기도 국물 맛이 시원한 게 좋다. 한치물회는 여름별미로 꼽히는데, 올레9코스를 다 돌고 난 뒤 시원한 물회 한 그릇이면 피곤함이 싹 가신다. 이집에서만 특별히 맛볼 수 있는 성게보말국은 성게를 듬뿍 넣고 가까운 해안에서 잡은 보말(작은 고둥)을 넣어 끓인 제주도 토속음식으로 국물 맛이 진하고 고소하여 맛이 좋다.

▶ 중앙식당 :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 1077-1 ▶ 전 화 : 064-794-9167 ▶ 위 치 :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 화순사거리에서 안덕우체국 방면, 안덕농협 옆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황정희

포토그래퍼 / 오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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