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청량한 바다와 숲의 기운을 머금고, 세상을 품다! 대수산봉

대수산봉_1

청량한 바다와 숲의 기운을 머금고, 세상을 품다!

대수산봉

 

싱그러운 솔향기와 짭쪼름한 바다내음이 어우러진 상쾌한 기운이 가슴속을 파고든다. 
정상에 올라서서 제주의 숨은 속살들을 차례차례 들춰보는 짜릿함.
그곳에 서면 제주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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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2코스 중간지점인 고성윗마을을 걷다보면 만나게 되는 대수산봉은 단연 2코스의 하이라이트로 가장 돋보이는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성산읍 고성리, 수산리, 온평리에 걸쳐있는 대수산봉은 해발 137.3m, 높이 97m의 원형오름으로, 옛날 이 오름 안에 물이 솟아나 못을 이루었음에 연유하여 ‘물뫼’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보통은 그 뜻을 그대로 한자로 옮겨 大水山峰(대수산봉)이라 부른다. 고성리 일대 두 개의 오름 사이에는 물이 양쪽으로 갈라져 흐르는데, 물을 기점으로 큰 오름을 ‘큰물뫼(메)’, 작은 오름을 ‘족은(작은) 물뫼(메)’라고 불렀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송나라의 호종단에 의해 수맥이 끊기고, 샘이 말라버렸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오름 입구에는 ‘정상까지 20분소요’라고 쓰여 있지만, 나무 데크를 따라 솔향기를 맡으며 오르다 보면 어느새 대수산봉 정상이 눈앞에 다가온다. 예전에는 이름난 방목지였을 만큼의 초지였다고 하지만 지금은 오름 전체가 온통 소나무 숲이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키 큰 소나무가 아닌,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을 수 있을 정도의 아담한 소나무가 촘촘히 들어서있다. 이곳의 소나무들이 크게 자라지 못하는 이유가 매서운 바닷바람에 맞서기위한 생존본능의 법칙이라고 하니 절로 경외감이 느껴진다.

 

수산봉내지3

1>나무데크를 따라 완만한 경사로로 이어진 대수산봉은 도란도란 이야기나누며 오르기에도 부담없다. 2>여름철 제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망초. 계란의 노른자를 닮았다 하여 ‘계란꽃’이라고도 한다. 3>솔숲의 싱그러움을 한껏 느끼기에 좋은 대수산봉은 한여름 오르미들에게 시원한 휴식처가 되어준다.

 

대수산봉 정상에 오르면 산불감시초소만이 평온하게 홀로 서 있다. 조선시대 때, 이 오름 정상의 봉수대에서 북동쪽의 성산봉수와 남서쪽의 신산리 독자봉수와 교신 했었다고 하나 애써 살펴보아도 사실 봉수대라고 하기엔 너무나 아담한 형상이다. 그러나 봉수대 자리에 올라서서 주위를 둘러보면, 여기야말로 ‘제주의 중심’이 아닐까 싶은 드넓은 조망권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끝없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은 한 여름 더위에 땀 흘리며 정상까지 오른 수고로움을 단번에 보상해준다.

코앞에 선명하게 누워있는 우도부터 성산일출봉 너머 섭지코지, 시원한 광치기 해변에 눈길이 멈출 줄 모른다. 아름다운 제주 동부가 한눈에 들어오고, 그림처럼 이어지는 해안선의 아름다움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뒤를 돌아보면 한라산이 빙 둘러쳐져 오름을 감싸 안은 듯 아름다고 웅장하다. 한라산 자락을 타고 흘러내리는 올망졸망한 제주 동쪽의 오름의 수를 헤아리기 조차 힘들다. 대수산봉 정상에 서면 제주가 왜 오름의 천국인지 실감할 수 있다.

제주올레길 1코스를 알리는 두산봉(말미오름), 지미봉, 식산봉, 동쪽 오름의 대장격인 다랑쉬오름 등 봉긋봉긋 솟아있는 동부지역 오름들이 저마다 나 좀 봐달라고 고개를 내미는 듯하다. 이처럼 수많은 오름들 중에 내가 올랐던 오름이 어디 있는지 하나하나 찾아보는 재미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한참을 머무르게 된다.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 한 채 내려가는 길을 따라 걸어가면, 공동묘지로 이어지는 길로 나온다.

‘오름 나그네’에서는 대수산봉을 일컬어, “큰물뫼를 사이에 두고 마을과 공동묘지가 함께 자리하여, 이승과 저승과의 경계구실을 하는 오름, 저승 가서도 포근히 안기는 고향 오름의 품이다.” 라고 하였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두지 않았던 제주 사람들의 의식이 느껴지는 대수산봉은 ‘영원한 안식의 오름’으로 기억해도 좋을 듯하다.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황정희

포토그래퍼 / 오진권

찾아가는길 : 공항 ▶ 삼양검문소 ▶ 동회선 일주도로 ▶ 성산 ▶ 고성 교차로 ▶ 1119번 수산방면 우회전 ▶ 서성일로 좌회전하면 오름 기슭까지 시멘트포장길로 나 있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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