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가을을 온몸으로 노래하는 오름, 정물오름

정물오름1

가을을 온몸으로 노래하는 오름  “정물오름”

 

억새 울어대는 계절,

가을을 절절히 노래하는 오름에서 만난 해넘이,

그 아스라한 감동이 가을밤을 적신다.

 

JJ-11

>억새는 오름에 물결치는 파도다. 바람이 유난히 많은 제주에서 가을억새를 만난 사람들, 그들은 충분히 가을 만끽하리라

 

 

정물오름은 가을바람 냄새가 난다. 사라락 사라락 울어대는 억새울음소리, 오름 기슭을 훑고 지나는 바람에 실려 온 가을 냄새가 제주가 온통 가을로 물들었음을 전한다.

오름 기슭(표지판 옆)에 예전에 식수로 이용했던 `정물샘(쌍둥샘 즉, 안경샘)’이 있어 정물+오름, 이를 한자로 정수악(井水岳)이라 불리었다. 말과 소들이 목을 축이는 샘이 여럿 있고, 오름 서쪽에 조그만 알오름이 보인다. 오름 동쪽 자락에는 대단위의 이시돌목장이 자리하고 있다. 유난히 묘지가 많이 보이는데 아니나 다를까 연유가 될 듯한 설화가 전해내려 온다.

금악리에 살던 한 사람이 죽었다. 묏자리를 찾지 못해 애를 태우는데 그 집 애견의 거동이 수상해졌다. 자꾸 이 오름에 와서 가만히 엎드렸다 돌아가서는 상제의 옷자락을 물며 끄는 시늉을 하는 것이었다. 이상히 여겨 지관과 함께 따라가 개가 엎드리는 곳을 살펴본즉 그곳이 바로 玉女金襁形(옥녀금차형-옥같은 여자가 바단을 짜는 형) 명당자리였다. 후에 개도 오래도록 한 식구로 살다 죽자 그 곁에 묻어 주었고 후손들은 발복하였다고 한다.

 

JJ-5정물오름(08-11)07

>정물오름은 남서쪽이 다소 가파르게 솟아올라 꼭대기에서 북서쪽으로 완만하게 뻗어 내린 형태이다. 다소 가파른 남서사면에도 어김없이 억새가 자라고 있다. >정물오름 말굽형 분화구 정상에 서서 해넘이를 바라본다. 노을빛이 은은히 감싸고 있는 제주땅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한참을 머무른다.

 

억새가 우거지는 가을이면 은빛으로 빛나는 오름이 다정한 여인네의 품처럼 편안하게 느껴지는 정물오름은 제주 서부권 오름 중에서 유난히 매끈한 형태의 오름이다. 넓게 벌어진 말굽형 화구를 가진 오름 남동쪽에는 당오름이 이웃해 있다. 오름을 편안히 다녀오고 싶다면 1115번 도로 좌측으로 올라 굼부리를 돌아 나오는 것이 좋다. 정물오름에서 감상할 해넘이를 위해 늦은 오후 오름을 찾은 우리 일행들이 택한 코스이기도 하다. 표지판에도 써있듯이 오름의 형태는 남서쪽에서 다소 가파르게 솟아올라 꼭대기에서 북서쪽으로 완만하게 뻗어 내린 형태인 탓이다. 올라가는 데는 큰 힘이 들지는 않는다. 20여분이면 정상까지 단박에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오름 오르는 묘미가 빨리 오르는 것에 있지 않으니 가을이 절정을 이룬 오름을 천천히 오른다. 오름은 온통 억새밭이다. 간혹 바람을 이기고 선 해송이 멋스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오름 능선을 타면 한라산을 중심으로 올망졸망한 오름들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온다. 정상에서 보는 한라산과 오름들,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시원한 경치도 좋으나 숨바꼭질하듯 조금씩 드러나는 제주의 자연미는 감칠맛이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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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휴식년제가 시행되고 있는 도너리오름과 그 너머로 산방산이 보인다. 아스라이 보이는 바다까지…. 가을 억새와 어우러지니 한 폭의 그림이다. >정물오름 정상에서 바라본 한라산, 제주도 섬 주위는 낮은 경사의 화산대지를 보이나 중앙부로 갈수록 경사가 급해지며 중앙부에 1,950m의 한라산이 위치하고 있다.

 

 

시골집에 놀러 가면 할아버지께서 다락방에 숨겨놓은 꿀단지에서 다른 애들 몰래 꿀 한 수저를 떠 주셨던 기억, 그 기억처럼 꿀처럼 아름다운 자연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달콤함으로 다가온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오름은 바람의 아들이 아닐까 싶다. 오름 아래에서는 잔잔하던 바람도 오름 자락부터 바람을 몰아오기 시작하여 정상에서는 온몸이 휘청거리도록 바람을 때려대기 십상이다. 정물오름처럼 억새가 가득 자란 오름은 특히 바람의 총애를 받고 있는 오름이다. 자연이 합주를 한다. 억새와 바람이 어우러져 가을을 이토록 절절히 노래하고 있으니, 계절이 변화함에 무심한 이라도 가을을 가슴으로 느낄만한 오름이다. 정물오름은 서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해넘이를 하기에 좋다. 정상에서 해넘이를 기다리며 한라산에서 시작되는 오름의 파고가 바다로 이어지는 모습을 천천히 감상하는 여유로운 시간을 즐긴다. 이질적인 풍경인 골프장은 인간과 자연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제라진 해넘이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분위기 그윽했던 해넘이를 감상하며, 다음에 정물오름을 찾을 때는, 그때도 가을이면 좋으리라, 한라산너머로 솟아오르는 해를 맞이하기 위해 새벽녘에 와보고 싶다.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황정희

포토그래퍼 / 오진권

찾아가는길 / 평화로(1135번)와 산록도로(1115번)가 만나는 광평교차로까지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음. 여기서 금악리 쪽으로 2.8km 오름 표지석, 한창로(1116번)변의 블랙스톤골프장 정문에서 창천리 쪽 200m 지점에서도 오를 수 있음. 오름 비고는 151m로 정상까지 20분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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