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느지리오름

느지리오름

봉수대와 용암동굴을 품고 있는 오름, 

만만하게 올라 장엄하게 제주풍경을 만나는 “느지리오름”

 

느지리오름은 서쪽 오름의 숨겨진 전망대다. 나지막한데 막상 올라서 바라보는 경치는 제주의 3분의 2를 품고 있으니 작은 수고로 이러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면 더할 수 없이 멋진 전망대가 분명하지 않는가. 특히 서쪽 해지는 풍경은 날마다 그 풍취가 다르니 오르는 재미가 크다.

 

느지리오름1

❶ 느리지오름 전망대에 오르기 전 서쪽으로 눈을 돌리면 비양도가 눈에 들어온다. 어린왕자의 코끼를 삼킨 보아뱀이 떠오르는 형상이 독특하며 주변의 옥빛 바다가 맑고 투명하다.

 

서부 일주도로를 가다보면 능선 두 개가 이어져 봉긋이 솟아있는 것이 편안하게 느껴지는 오름이 있다. 한림읍 상명리에 위치한 오름으로 느지리는 상명리의 옛 이름이라고 한다. 그러나 느지리가 무슨 의미인지 확실히 알려진 바는 없다. 한자어 표기로 망오름이라 불리다 느리지오름으로 이름이 굳혀졌다고 하는데 지금 것이 훨씬 정감이 간다. 망오름이라고 불리운 연유는 조선시대에 이 오름에 봉수대(만조봉수)가 설치되어 있었던 때문이다. 봉수대가 설치되었었다고 하니 그 정상의 조망이야 더할 나위 없이 시원하리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비고 85m로 이렇듯 대담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니 천연전망대인 오름에 대한 각별한 애정은 오름왕국 제주의 저마다 다른 오름을 오를 때마다 솟구쳐 올라 감동으로 갈무리하게 한다.

느지리오름은 어린이도 연세가 드신 분도 가벼이 오를 수 있는 오름이다. 비고도 나지막하지만 등산로가 오름의 완만한 능선과 두 개의 굼부리 둘레를 따라 조성되어 있어 급경사가 거의 없이 평탄하게 이어져 있다. 둘레둘레 이어진 길도 15분이면 정상조망대까지 다다르니 짧고 굵게 즐길 수 있는 오름이지 싶다. 나무데크길과 흙의 감촉이 살아나는 길을 따라 걷다보면 갈림길을 몇 번 만나게 되는데 그때마다 친절하게 코스 안내지도가 나와 있어 마음이 동하는 곳을 선택하여 오르면 된다. 오름 전체는 숲이 울창하다. 특히 소나무(해송)가 많이 보이고 상수리나무, 보리수나무, 자귀나무가 청미래덩굴, 쥐똥나무 등과 어우러져 빽빽하게 자라고 있다. 이렇듯 우거진 나무들이 추운 겨울바람을 막아주어 숲속에 난 오솔길인 등산로는 안온함을 안겨준다. 자금우 빨간 열매의 앙증스러움에 눈길을 주면서 흙길을 걷노라면 자연의 품에 푹 안긴 듯한 느낌이다.

 

느지리오름2

 ❷ 전망대에 오르기 전 주변의 평평한 초지를 거닐명 봉수대의 흔적을 찾아본다. ❸ 두 개의 굼부리를 연결하는 등산로는 나무데크로 놓여져 있어 운치와 호젓함을 안겨준다. ❹ 정상 전망대에 서면 바람이 세차게 부는데도 주변 경치의 장엄함에 추위도 잊고 감상에 빠진다. ❺ 느지리오름의 아름다운 경관과 함께 인증샷을 찰칵! ❻ 오름에 오르기 위해서는 약간의 오르막을 살짝 힘겨워하며 올라줘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등산로를 걷다보니 나무 몇 개로 입구를 막아놓은 정체모를 동굴 입구가 보인다. 이것은 제주의 지하세계를 혈맥처럼 연결하는 용암동굴인 소천굴과 연결되어 있는 입구로 알려져 있으며 가스 분출에 의해 구멍이 무너져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제주가 화산섬이며 세계지질공원에 지정된 지질명소임을 재확인하며 현재는 개방되어 있지 않으나 총길이는 2,980m로 우리나라에서 네번째로 긴 화산동굴이며 세계에서 보기 드문 동굴지형을 지니고 있다니 훗날이라도 그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약해 본다.

겨울바람은 막아주고 따뜻한 햇살을 숲 사이로 비추어 길을 인도하니 걷기가 즐겁다. 오르락내리락 깔때기 모양의 큰 분화구(깊이 78.2m)와 작은 분화구(깊이 49.8m)가 나란히 이어져 있는 2개의 원형분화구를 따라 걸으며 분화구의 모습을 확인하고 싶으나 워낙 숲이 우거져 있어 본 형태를 분간하기는 쉽지 않다. 정상 전망대에서 그 모양을 확인할 수 있으나 겨울에도 여전히 초록 색감이 짙은 분화구는 그 모습과 깊이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느지리오름의 숲길 산책도 좋지만 정상의 전망은 명불허전이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해안과 석양의 모습(상명망봉:上明望峰)은 장관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하는데 이를 증명하고도 넘칠 정도로 광대한 경치가 펼쳐진다. 나무가 울창하여 시야를 가린 탓인지 전망대가 2층으로 만들어져 있다. 봉수대의 흔적이 어렴풋이 남아있는 그 위에 관리초소가 세워져 있어 안타까움이 인다. 계단 몇 개를 오르니

절로 감탄이 쏟아진다. 그동안 겨울바람을 비껴서 왔으나 이곳에 서면 제주를 뒤흔드는 겨울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한라산 북쪽의 제주풍경을 파노라마처럼 연결하는 느지리오름 정상의 전망을 가슴 가득 품는다. 느지리오름은 해넘이가 특히 장관이다. 해안과 멀리 떨어져 있으나 주변에 높은 오름이 없어 가슴이 뻥 뚫리는 듯 시원스럽다. 전국 최고의 노을명소인 수월봉이 남서쪽에 자리하고 당산봉과 차귀도와 이웃하여 일몰의 장관을 연출한다. 겨울 해넘이의 명소를 찾는 이라면 이색적인 오름 일몰을 추천한다. 차귀도 주변으로 해가 떨어질 즈음 한라산을 바라보니 산 능선과 하늘이 붉게 물들어간다. 태양의 마지막 열정적 탱고를 보는 듯한 일몰, 느지리오름에서 기대해도 좋다.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황정희

포토그래퍼 / 오진권

찾아가는 방법 / 일주도로 (1132번) 변의 협재사거리 까지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음. 여기서 월림리 쪽으로 3km(월림리 삼거리에서는 1.6km)를 가면 오름 표지석이 세워져 있음. 기슭에 연한 길을 따라 상명리쪽으로 50m를 더가면 등정로가 있으며 정상까지는 15분 정도 소요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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