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무녀의 고깔모자, 그 속을 들쑤시다! “민오름”

민오름_1

 

무녀의 고깔모자, 그 속을 들쑤시다!   “민오름”

 

첫봄을 잉태하는 곶자왈 위에 우뚝 솟아오른 민오름은 온갖 식물들과 거칠 것 없는 풍광이 어우러져 무녀의 춤사위를 보는 듯하다.

 

 

복수초 지천으로 자라난 민오름 아랫자락에서 시작된 봄이 오름 위로 오르더니 잔설이 가시지 않은 한라산정으로 달려가리라.

민오름_2

복수초군락 >봄철 한라산 중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황금색의 복수초는 잎이 가는 세복수초로 4월이면 황금 융단을 깐듯 복수초들이 군락으로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민오름 이라는 이름에 떠오르는 오름을 꼽아보면 마을 주민들이 산책코스로 애용하는 연동에 있는 신제주 민오름과 성읍마을 가는 길가에서 송당목장 따라 들어가는 송당 민오름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삼나무 숲길따라 걸어 들어가서 민오름으로 접어들면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스러져가는 이승만 대통령의 별장이 있고 그 마당에는 느티나무 고목이 반겨주는 곳이 송당 민오름이다. 두 민오름 이외에도 선흘, 수망, 오라에 민오름이 있다. 이렇듯 제주에는 민오름이라 불리는 오름이 여럿 있어 지역을 말하지 않으면 헷갈린다. 민오름은 말 그대로 민둥오름을 뜻한다. 초지로 되어있는 그리 높지 않은 오름 말이다. 예전에는 오름들이 대부분 초지로 되어있어 말과 소들을 놓아 키웠더랬다. 제주의 유명한 흑도새기도 그런 자연방목지에서 자라서인지 쫄깃거리는 육질과 맛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럽다.

360여개의 오름 이름이 다 제각각인데 유난히 같은 이름이 많은 민오름, 그 중에서도 오늘 우리가 가볼 오름은 절물약수를 품고 있는 절물오름 맞은편에 자리한 봉개 민오름이다. 절물오름과 민오름 주변은 멋진 드라이브코스와 산책로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곳이다. 1112번도로 초입에 위치한 하늘을 향해 쭉쭉 자란 삼나무숲길은 여름과 겨울 최고의 드라이브코스이다. 전국에서 제일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된바 있는 명품도로이다. 이 삼나무숲 비자림로를 달려 요즘 젊은이들 말대로 하면 인기 짱인 사려니숲길은 비자림로 끝나기 전 우측 물찻오름 방향으로 난 개방코스가 8km가 넘는 울울창창한 숲길이다. 5~6월, 시간되는 만큼만 걸어 들어갔다 되돌아 나와도 제주 봄의 기운을 듬뿍 안아갈 만한 걷기코스이다. 해안올레와 견줄만한 숲길올레이다. 사려니숲길 입구를 지나서 조금 더 진행하면 삼거리가 나온다. 비자림 방향과 좌측 절물오름 방향이다. 좌측으로 진입하면 왼쪽에 오름 능선이 보인다. 두 봉우리로 이루어져 큰 봉우리를 큰대나, 작은 봉우리를 족은대나라 부르고 있으며, 큰대나오름에 이어진 오름이 절물휴양림이 있는 절물오름이다. 우리는 절물오름 입구까지 갈 필요 없이 우측으로 눈을 들어 바라보이는 오름을 오르게 된다.

 

민오름_3

1>민오름은 곶자왈지역을 품고 있어 다양한 식생이 분포한다. 2>등산로가 잘 정비된 민오름 산행, 봄의 기운을 느낀다. 3>민오름 정상은 조릿대가 분포하고 정상에서 한라산 정상과 사라오름, 견월악, 절물오름을 볼 수 있다.

 

오름명의 유래를 보면 오름에 나무가 없다는데서 ‘민오름’이라고 부른다고도 하나 현재는 자연림이 빽빽이 차 있어 길 찾기가 만만치 않을 정도이다. 달리 ‘무네오름’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세모진 산머리가 ‘송낙’같다는데 기인한다고 한다. 송낙은 소나무 겨우살이로 만든 여승의 모자로 제주무당들이 쓰는 고깔을 말한다. 민오름은 곶자왈을 남서사면에 품고 있다. 이른 봄 눈 사이를 뚫고 피어나는 복수초와 가녀린 몸짓으로 봄이 왔음을 전해주는 변산바람꽃이 지천으로 자라는 곳이 바로 이 민오름이 시작되는 곶자왈이다. 첫봄을 알리는 산골소녀같은 순수함으로 다가와 무녀의 화려한 나부낌으로 화답하는 오름이다. 봄철에는 박새가 녹빛을 띤 꽃을 피워 사람들을 반긴다. 박새의 새순은 새우난초와 비슷해 사람들이 새우난초 군락지라며 좋아들 한다. 난초나 그저 그런 들꽃이나 겨울을 이기고 철따라 제주산야에 꽃을 피우고 있으니 다들 장하다.

민오름은 말굽형 화구형태이다. 절물휴양림 입구에서 보면 민오름의 화구형태를 확연히 구별할 수 있다. 화구 안에는 수풀이 우거지고 오름 전사면은 울창한 자연림이다. 등산은 억새와 청미래 덩굴이 우거진 남사면에서 시작되어 정상에서 절물오름방향 남서사면으로 내려온다. 등산로는 오름 입구에 가면 상세히 그려진 지도가 있으니 참고하면 좋겠다. 민오름 정상에 서면 한라산자락에서 뻗어 내린 줄기가 사라오름, 견월악, 절물오름과 민오름을 지나 지그리오름과 바농오름으로 이어져 내려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는 화산 폭발의 기운이 흐르다 약한 지반층을 만나면 불룩불룩 솟아오른 형상이다. 곶자왈이라는 특이한 제주만의 지형을 품고 있고 삐뚤삐뚤하긴 하지만 줄을 선 오름 라인이 신비롭기까지 한 민오름, 봄날 산골소년, 소녀가 되어 찾아가보자.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황정희

포토그래퍼 / 오진권

찾아가는길 / 공항 ▶ 신제주 ▶ 제주대학 방면 ▶ 5·16도로(1131번도로)진입 ▶ 산천단 ▶ 제주산업정보대학 ▶ 마방목지

▶ 비자림로 진입(1112번도로) 직진하다 절물자연휴양림 방면으로 우회전후 1km 정도 직진후 오른쪽편에 등산로가 보임(40분정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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