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상상 그 이상의 감동, 객석은 대수산봉

대수산봉

 

AM 07 :27

상상 그 이상의 감동, 객석은 대수산봉

Touched more than Expected, “Daesusanbong”

겨울 일출은 남다르다. 어머니의 품속이라고 비견되는 오름에서 맞이하는 일출은 탯줄을 끊고 나오는 태양의 첫울음이다. 세상을 향해 울부짖는 외침이 겨울의 차가운 공기를 뚫고 퍼져나간다. 일출이 가장 장엄하게 느껴지는 계절은 겨울이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계절이 겨울인 때문이기도 하지만 고난 뒤의 영광이라고 살을 에일 듯한 새벽바람을 헤치고 오른 산정에서 맞이하는 일출은 자연의 경이로움으로 새롭게 삶의 에너지를 채워주기 때문이다. 가벼운 산행으로 장엄한 일출을 만날 수 있는 대수산봉을 올라보자.

 

 대수산봉1

대수산봉 정상에서 맞이하는 일출, 바다를 바라보다 뒤돌아 한라산쪽을 보면 제주가 태양빛에 서서히 깨어나는 것이 느껴진다.

 

대수산봉은 올레2코스인 광치기~온평 올레의 중간쯤에 위치한다. 광치기는 성산일출봉을 가장 아름답게 감상할 수 있는 해변이고 온평리는 삼성신화의 무대이다. 고·양·부, 세 신인이 떠내려 온 궤짝에서 벽랑국의 세 공주를 발견한 바닷가가 온평리이다. 풍경이 아름다운 곳과 신화의 신비함이 가득한 두 곳을 잇는 중간에 대수산봉이 위치한다. 역사적으로도 가치가 있다. 이 오름 일대는 고려 시대 원에 의해 세워진 목마장의 발상지로 전해진다. 워낙 조망이 좋아 조선 시대에는 이 오름에 봉수대가 세워졌다. 북동쪽으로 성산봉수, 남서쪽으로 독자봉수와 교신했던 봉수대 흔적이 현재에도 일부 남아 있다. 예전에는 이 오름에 물이 솟아났다고 하여 물+메(뫼, 미)라 불리다가 동쪽에 있는 족은물메와 견주어 큰물메(뫼,미), 대수산봉(大水山峰)이라 불리게 되었다.

 

대수산봉2

❶ 소가 누워있는 듯한 형태의 섬 우도가 가까운 바다에 떠있다. 낮게 솟아오른 숲이 무성한 오름은 식산봉이다. ❷ 해가 성산일출봉과 섭지코지 사이에서 떠오르고 있다. 수면에 드리운 해 그림자가 일출의 그림을 다채롭게 표현하고 있다. ❸ 그저 해를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감동적인데 아름다운 제주해안풍경과 어우러져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❹ 일출을 맞기 위해 어둠을 뚫고 올랐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오름 풍경들, 가을의 전령사였던 억새가 하얗게 샌 머리를 흔들고 있는 길을 내려간다.

 

대수산봉은 해발 130여m, 비고 97m로 그리 높지 않다. 20여분이면 정상에 도착한다. 일출 포인트로 알음알음 알려진 숨겨진 명소이다. 시작은 미비할지라도 끝은 창대하리라, 바로 그런 일출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대수산봉이다. 전 사면이 완만하여 산행이 가볍다. 일출을 맞이하러 오른 시각은 어둠이 짙게 깔린 6시경. 오름 초입은 나무데크로 정비가 되어 있으며 타이어매트길과 자연스런 흙길이 들고 난다. 소나무 숲이 많아 알싸한 새벽공기를 뚫고 나무향이 은은하게 느껴진다. 헤드렌턴에 의지하여 한걸음씩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숨 가쁠 새도 없이 서쪽 봉우리에 다다른다. 산불방지 초소가 있는 정상이다. 정상 부근은 꽤 넓은 산마루가 길게 이어지면서 타원형의 얕은 분화구는 풀과 잡목이 무성하여 그 형태가 분명치 않다. 홀로 자리한 벤치가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다. 상상 그 이상의 감동을 위해 마련된 객석이다. 바로 곁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이라는 윤동주의 서시 한 구절이 새겨진 나무판이 보인다. 별이 아직 총총한 새벽녘, 렌턴을 끄고 벤치에 앉아 하늘을 마주하며 별을 헤는 순간이 행복하다. 동동 발을 구르며 추위에 오돌오돌 떨 때는 따뜻한 커피한잔이 그립다. 향긋한 커피 향기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이 호호 부는 입김과 섞인다. 저 바다에서 곧 해가 떠오를 터이다. 대수산봉 정상은 시흥부터 광치기 해변까지 아름다운 제주 동부의 풍광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최고의 전망을 자랑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최고의 일출도 기대할 수 있다. 칠흑 같은 어둠이 서서히 걷힌다. 여명 빛 사이로 외롭게 떠있는 섬 우도와 성산일출봉 그리고 섭지코지가 서서히 드러난다. 대수산봉은 섭지코지를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으나 섭지코지에 보광휘닉스아일랜드가 순수함이 많이 가셔진 느낌이라 아쉽다. 일출의 순간은 아주 짧았다.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바다 위에서 떠오른 해를 응시한다. 태양과 함께 성산일출봉이 그 위용을 드러내고 제주가 점차 깨어나고 있다. 자연과 합일의 시간, 무한한 우주에서, 넓은 지구에서 그리고 외딴 섬 제주에서 지극히 미비한 인간의 존재를 깨닫는다. 일출은 자연속 인간의 존재를 일깨우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비로운 인간의 삶을 비춘다. 오름의 평범함 속에 감추어진 일출의 비범함을 맞으며 새해에 대한 희망이 타오른다.

 

Tip : 일출은 역시 제주의 동부권이다. 성산일출봉은 널리 알려진 해맞이 명소로 특히 신년 일출맞이 때는 엄청나게 많은 인파가 몰려 일출축제의 장이 된다. 성산일출봉이 아니더라도 제주도는 겨울 일출감상에 좋은 오름들이 많다. 정상까지 10분이면 도착하는 올레1코스의 두산봉도 일출맞이에 빼놓을 수 없는 오름이다. 많은 이들이 성산일출봉에 올라 일출을 맞이해야 한다고 하지만 성산일출봉과 어우러진 일출을 감상할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인 일출명소로 두산봉을 꼽는 이들도 많다. 제주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색다른 일출을 원한다면 좌보미오름을 추천한다. 좌보미오름은 동쪽 오름왕국에 위치하여 성산일출봉, 우도, 섭지코지와 수많은 오름들 그리고 한라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일출의 감동을 느끼게 한다.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황정희

포토그래퍼 / 오진권, 황정희

찾아가는 방법 / 일주도로(1132번)변의 신양교차로에서 한라산 쪽 400m 지점 오른쪽에 오름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고 이를 따라 300m를 가면 오름 안내표지판에 도착한다. 정상까지는 20분 정도 소요 (네비에 대수산봉을 검색하면 쉽게 찾아 가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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