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둘레둘레 돌아돌아 생명의 숲길~ 저지오름

저지오름1

저지오름 정상 전망대에서 바라본 제주전경, 한라산과 오름 능선이 굽이굽이 이어져 한편의 자연 파노라마를 연출한다.

 

둘레둘레 돌아돌아 생명의 숲길 ~

저지오름

 

보송보송한 흙길을 타박타박 걸으며 생기 넘치는 숲 기운을 들이마신다. 살며시 불어와 볼가를 스치는 바람을 느끼며 크고 작은 오름 둘레길 두 곳을 걸어 분화구 안으로의 미지여행을 떠나보자. 그곳에서 숲 생명이 용솟음치고 있음을 느껴보라.

이렇게 숲 내음이 요동치는 오름이 있을까. 원형에 가까운 산체를 지니고 있는 저지오름은 특이하게 오름 둘레길 두 개로 산행로가 되어있다. 나선형으로 길을 내지 않고 원형으로 길을 내어 숲에 머무는 시간을 길게 하고 조금이라도 숲 느낌을 많이 가져가라는 의도가 숨겨져 있는 듯하다.

 

저지오름55

오름 정상 전망대에서 하산 길을 재촉한다. 일몰을 이곳에서 맞이하면 좋으리라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사람 하나 지나갈만한 작은 오솔길이 나오고 그 길을 천천히 걸어서 내려가다 보면 690m 분화구 둘레를 표시하는 갈림길을 만날 수 있다. 길은 길로 이어져 있다. 저지오름은 사람 사이에 연결된 길, 자연으로 향하는 여정을 초록의 숲 가운데 난 붉은 송이흙길로 보여준다. 그 길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저지오름 은 어떤 의미로 이름 붙여진 것일까. 저지오름이 위치한 곳이 한경면 저지리이다. 저지리의 옛 이름은 ‘닥몰’로 닥나무가(楮)가 많았다는데서 연유한다고 한다. 2007년 생명의 숲, 대상에 선정된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숲이다. 올레 13코스에 저지오름 정상과 둘레길이 두루두루 걸쳐져 있어 오름을 오르는 길에 올레꾼들을 심심치 않게 마주치게 된다. 사람은 저마다 자신의 속도와 자신만의 느낌을 추구하며 길을 간다. 내가 오늘 선택한 길은 저지오름을 샅샅이 느끼며 여유롭게 즐기는 산행을 하는 느림의 여정이다. 오름 초입에서 돌담길 옆 과수원에 어린 감귤이 여물 때를 기다리며 여름햇살을 즐기고 있다. 동네 분들이 가벼이 운동할 수 있도록 몇 개의 운동기구들도 설치되어 있으며, 오름이 생명의 숲에 지정되었다는 안내판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오름 산행이 시작된다. 저지오름은 아주 천천히 걷고픈 길이다. 둘레길은 거의 평지에 가까워서 걷기에 전혀 무리가 없다. 숲 내음 한껏 들이키며 도시의 시름 따위는 내려놓고 초록의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하늘을 가린 울창한 숲으로 걸어가는 오솔길은 오랜 세월 작게 부서진 붉은 송이흙길이다. 송이는 먹는 송이버섯이 아니라, ‘스코리아’라는 붉은 화산재 알갱이를 가리킨다. 발바닥에 전해오는 흙 느낌을 온전히 느끼고 싶다면 맨발로 걸어도 좋겠다. 송이흙이 미용에 엄청 좋다는 것을 떠올리며…….

 

저지오름2

❶ 파란색 화살표는 올레길 순방향, 주황색 화살표는 올레길 역방향을 표시하므로 올레코스를 걷는 이라면 이점 유의하여 걷도록 한다. ❷ 하늘을 가리울듯 울창한 숲길을 걸으며 잠깐씩 보이는 파란 하늘에 여름햇살이 쏟아진다. 놀멍놀멍 걸어가는 길이 여유롭기만 하다. ❸ 전망대 옆에 나있는 가파른 나무계단을 내려가면 원형의 숲이 호수처럼 자리한 원형분화구를 만난다. ❹ 숲으로, 숲으로~ 생명의 숲 ‘저지오름’ 숲길로의 여행은 편안함과 숲 향기 가득한 여정이다.

 

 

두 개의 오름 둘레길, 오름 아래쪽에 둘레길과 상층부 분화구를 따라 둘레길이 하나 더 있으며 정상은 위쪽 둘레길 중간 지점에 있다. 처음 이 오름을 오르는 이들이라면 안개에 휩싸여 길을 잃은 듯 한참을 걸어 와서 보니 바로 제자리라는 착각이 일지도 모르겠다. 중간 중간 이정표가 되어 있으니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며 산행을 즐기면 헷갈리지 않을 것이다. 정상 2층 전망대에 오르면 말을 잃을 정도의 웅대한 경치가 맞아준다. 한라산으로 시작되어 그 가지를 뻗은 오름 군락들과 협재 앞바다에 떠있는 비양도, 산방산과 송악산으로 연결되는 바다까지 제주 바다의 4분의 1을 제외한 드넓은 바다와 한라산이 보이는 최고의 제주 전망대라 할만하다. 일몰 때를 맞추어 다시 찾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일으키는 멋진 전경이다. 전망대 바로 옆에는 분화구로 연결되는 나무계단이 놓여있다. 여름날 땀 흘릴 것을 염려하여 분화구 안으로 내려가 보지 않는다면 저지오름의 핵심을 놓치는 셈이다. 사발처럼 둥그런 분화구는 저지오름을 두 팔로 껴안고 있는 느낌이다. 머리 위로는 하늘을 이고 두 팔 아래로는 원시림을 방불케 하는 숲의 호수를 담고 있는 거대한 여인, 아마 그 여인은 제주의 거인 여신 설문대할망일지도 모른다. 천천히 느림의 미학에 흠뻑 빠져 즐긴 저지오름 산행, 가슴에 솔솔 바람타고 숲이 밀려들어온 시간이었다.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황정희

포토그래퍼 / 오진권

저지오름 찾아가는 길 : 공항 ▶ 신제주 ▶ 평화로(1135번도로) ▶ 동광검문소에서 오‘설록 뮤지엄 방향으로 직진 ▶ 오설록에서 우회전후 유리의성을 지나 5분거리 생각하는 정원 ▶ 저지사거리(우회전) 저지리마을회관 옆에 오름 가는 길 표지판이 보임


제주여행매거진 <아이러브제주>에 실린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 받습니다. 사전 동의 없이 무단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다음의 HTML 태그와 속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 <strike> <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