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특집] 제주 시내 맛집 총집합

맛집메인

 

제주 여행은 평생 처음이어서 감이 안 잡힐 때 펴보는 페이지, 수차례 제주에 왔는데도 여전히 한정적인 메뉴만 되새김질 하고 있을 때 찾아보는 페이지, 심지어 제주에 살건만 항상 가는 곳만 가서 새로운 맛이 뭐가 있을까? 궁금할 때 꼭 집어내는 제주 시내 맛집 스캐너!

골목길이 단순히 걷기 위한 통로에서 점차 세월이 입혀지고 하나둘 상점과 맛집이 들어서더니 테마거리가 되었다. 제주가 여행지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삶의 터전이다. 여행자는 몰라서, 사는 이들은 바빠서 제대로 맛집을 즐길 수 없었다. 제주 시내의 테마거리별로 맛집을 집중 스캔하여 여행자와 제주사람들을 충족시킨다.

 

 

깐깐한 입맛을 충족시켜라

“연동사거리”

 

연동은 관공서가 밀집되어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청, 도의회, 웰컴센터, MBC, KBS 등등. 매일매일 밥을 사먹어야 하는, 그래서 저절로 입맛이 깐깐해지는 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식사 위주의 메뉴가 발달되어 있다. 매일 먹는 밥이라도 똑같은 메뉴는 사절. 제주적인 것, 싱싱한 바다 맛, 우리 집 밥상 맛, 무한 초밥까지 같은 밥이라도 다양하게 즐기는 재미가 있다.

연동사거리지도

연동거리

❶ 싱싱한 해물이 그득한 해물탕 – 삼성혈해물탕 ❷ 각재기의 뽀얀 흰살이 부드럽다. 배추와 청양고추 송송 썰어 넣은 각재기국 – 앞뱅디식당  ❸1만 5천원에 누리는 무한초밥의 행복 – 제주회전초밥 ❹ 돼지고기두루치기정식으로 편안한 한끼 – 서울식당 

 

연동사거리 맛집 스캔은 앞뱅디식당부터 시작한다. 제주웰컴센터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앞뱅디식당은 허름한 건물에서 넓게 확장하여 근처로 이전하였다. 흔히들 넓게 확장하면 손님이 줄어든다고 하는데 이집은 예외다. 점심시간에는 특히 사람이 많아 넓어진 실내를 꽉 채워 바글바글하다. 제주 현지인들은 대부분 각재기국을 먹는다. 이름조차 생소한 각재기는 전갱이를 이르는 제주말로 제주사람들이 흔히 먹는 생선중의 하나이다. 기름기가 많은데 배추를 듬뿍 넣고 끓여 내면 국물 맛이 진하면서도 이외로 담백하다. 칼칼하게 먹으려면 송송 썬 청양고추를 넣어 먹으면 좋다. 멜국도 인기메뉴이나 바쁜 점심시간에 일일이 살을 발라 먹기 힘들어서인지 멜(멸치의 제주방언으로 보통 멸치에 비해 크기가 훨씬 크다)보다는 각재기를 많이 찾는다. 앞뱅디식당에서 나와 웰컴센터 우측 골목길로 내려가면 오른쪽에 아랑이 보인다. 김치관련 메뉴들이 빼곡하다. 김치찌개가 먹고 싶을 때 가는 집이다. 김치전골에 찜, 김치고등어조림까지 그 맛을 떠올리니 입맛이 다셔지고 깔끔한 밑반찬이 떠오른다. 아랑에서 바다쪽으로 내려가면 효도수퍼 옆에 삼성혈해물탕이 보인다. 저녁시간 미리 예약을 안 하고 가서 한참을 기다렸던 기억이 있는, 그러나 기다린 뒤에 먹어도 포만감과 충족감이 넘치는 그런 맛집이다. 싱싱한 해물이 그릇을 뛰쳐나올 듯이 풍성하고 그 신선도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만하다. 전라도 음식이 최고라고 노래 부르던 이도 그 맛을 보더니 다시 가고 싶다고 하는 것을 보면 맛은 확실하다. 삼성혈해물탕을 끼고 좌측으로 꺾어지면 저렴하면서도 식사도 깔끔한 몇 집이 모여 있다. 제주회전초밥은 네 가지 코스중 택일하여 무제한 먹을 수 있는데 4만원, 2만 5천원, 1만5천원이다. 선택하는 초밥은 접시 색깔별로 지정되어 있다. 초밥타령을 하는 이, 양이 특히 큰 사람이라면 코스로 먹는 이집이 맞춤이다. 사무실이 밀집 되있는 지역에서 간단한 정식은 빼놓을 수 없는 필수메뉴이다. 서울식당과 포동정식이 돼지두루치기에 식사를 하기 좋은 음식점이다. 맛이 확 눈에 띈다 싶지는 않지만 편안한 식사를 즐기고 싶을 때 가볼만 하다. 서울식당 같은 경우는 간이 좀 센 편이다. 이에 비해 우리마트 뒤에서 한라산 방향 좌측에 있는 옹기설렁탕은 뽀얀 국물 맛이 진하고 맛도 부드럽다.


맛집추천 / 앞뱅디식당 (064-744-7942) 각재기국, 멜국 삼성혈해물탕 (064-745-3000) 해물탕, 해물뚝배기 제주회전초밥 (064-794-5577) 무제한 회전초밥 서울식당 (064-742-9049) 정식 옹기설렁탕 (064-711-0678) 설렁탕, 우거지탕


 

 

밤의 황제 맛을 누려라

“제원사거리”

 

제주는 섬이다. 그리고 여행지다. 그런데 밤에 갈 곳, 놀 곳이 별로 없다. 그런 가운데 밤이면 흥청거리고 화려해지는 곳이 있으니 제원사거리다. 겨울의 차가운 밤을 화끈하게 데워주는 제원사거리를 걷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불타는 정열이 피어오를지도 모른다. 즐비한 맛집과 술집, 길 건너에 나이트까지 밤인데도 낮보다 휘황찬란하게 밝은 이유다.

 

 

제원사거리약도

 

어스름한 저녁 신제주 제원사거리에 가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추워서 움츠렸던 어깨가 펴지고 거기에 더하여 들썩이는 느낌이랄까. 젊음이 생동하는 거리답게 음식메뉴가 다양하다. 뷔페에 전통막걸리, 추어탕, 인도음식점, 부대찌개, 불닭, 삼겹살, 양대창까지 웬만한 메뉴는 제원사거리를 뒤지면 다 나온다. 제원사거리 맛집은 옷가게가 밀집되어 있는 신화의 거리 동쪽 안 블록이 메인이다. 안쪽으로 들어가기 전에 별미집 한곳을 들러서 가야겠다. 대도로변 신화의 거리 북측에 위치한 라지마할이다. 라지마할은 북인도에 위치한 왕궁이름으로 인도음식점이다. 중동권 관광객들의 필수코스로 자리 잡은 곳이자 현지인이나 여행자에게 별미코스로 인기 만점이다. 점심이라면 런치메뉴가 좋다. 스페셜런치(1인당 15,000원) 메뉴를 시키면 샐러드, 탄두리치킨, 난, 치킨 커리, 디저트까지 나와 생소한 인도음식을 이것저것 맛볼 수 있어서 좋다. 탄두리치킨은 인도의 독특한 향신료 맛이 느껴지며 레몬을 살짝 뿌려 먹으면 맛있다. 치킨 커리에 찍어 먹는 난, 난은 밀가루 반죽을 화덕에 구워서 만든 인도의 전통 빵으로 맛이 담백하고 쫄깃하다. 인도전통음료 라씨와 새우커리도 선택할만한 메뉴다.

 

제원거리

❶ 제원사거리의 밤은 젊음으로, 맛으로 화려하게 불을 밝힌다. ❷ 깔끔하게 손질된 양과 곱창을 불판에 굽기 – 차숙이와 양대창 ❸ 곱이 가득 차있어 부드러움과 쫄깃함이 조화를 이루는 곱창 – 차숙이와 양대창 ❹ 차돌박이와 숙주의 상큼함이 궁합을 맞춘 차숙이 – 차숙이와 양대창

 

다시 남쪽(언덕 위 방향)으로 내려와서 파리바게트 골목으로 들어서면 본격적인 제원사거리 맛집 탐방이다. 저녁에 식사도 하면서 술안주하기 좋은 메뉴로 청산에살자의 대패삼겹살이 있다. 기름기를 흠뻑 머금은 묵은지가 입맛을 자극하고 고기를 다 먹고 난 뒤에는 밥을 볶아먹으면 좋다. 사람들이 북적대는 곳, 젊은이들에겐 낭만의 거리, 여행자에겐 유흥을 즐기기 좋은 거리인 제원사거리는 시간이 늦어질수록 사람이 더 많아진다. 길 건너편의 제주도 유일의 나이트클럽인 아로마 돔나이트도 이 거리의 흥청거림에 한몫을 한다. 청산에살자에서 동쪽으로 조금 더 내려가면 차숙이양대창이 보인다. 그동안 먹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메뉴가 입맛을 만족시킨다. 저녁보다 새벽녘에 손님이 더 많다고 하는 것을 보면 제원사거리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차숙이양대창이라는 음식점 이름에도 나와있는 대표메뉴 차숙이를 맛보자. 차숙이는 차돌박이와 숙주나물이 어우러진 음식이다. 기름이 잘 빠지도록 약간 기울인 돌판 가득 숙주나물을 볶다가 차돌박이를 넣어 살짝 익혀 먹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고기의 느끼한 맛을 씹는 맛 좋은 숙주가 확실하게 잡아주어 상큼하게 즐기게 되는 메뉴이다. 우리나라에서 숙주는 살짝 데쳐서 무쳐먹는 것이 대부분인데 반해 베트남음식에서 쌀국수, 월남쌈, 볶음쌀국수 등 다채롭게 사용하는 것을 특이하게 여겼더니 이렇듯 차돌박이와 함께 궁합을 맞추니 그 맛이 새롭다. 차숙이는 부지런을 떨며 볶아주어야 상큼하게 숙주 맛을 즐길 수 있다. 볶기를 게을리하면 타기 십상이다. 다행히 인상 좋은 주인아저씨가 알맞게 볶아서 덜어주기까지 한다. 매콤새콤한 상추겉절이와 직접 육수를 내어 만드는 계란찜도 손이 자주 간다. 마지막에 볶아주는 밥은 간이 강하지 않고 부드러워서 좋다. 새로운 퓨전요리의 고기인데도 산뜻한 맛이 한번 맛보면 다시 가고 싶게 만드는 집이다.

 

청산에살자1

제원거리2

❺ 노릇노릇 빈대떡과 동동주 한사발 – 미복빈대떡 ❻ 입안 가득 매섭세 매운 붉달 – 홍초불닭 ❼ 정갈한 반찬과 함께 나오는 보양식, 추어탕 – 동이트는집 ❽ 얇게 저민 삼겹살이 불판에서 지글지글, 묵은지를 함께 구워 더욱 맛있다 – 청산에살자

 

제원사거리 맛집 메인거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도 추천할만한 맛집들이 있다. 겨울비나 눈이 내려 기분이 가라앉는 날에는 동동주에 빈대떡이 생각날 것이다. 그때 갈만한 곳이 미복빈대떡이다. 1990년부터 시작했으니 22년된 집이다. 빈대떡과 파전류, 땡초 정구지전, 어전, 굴전 등 다양한 전 메뉴가 막걸리를 부르는 곳이다. 주인 할머니의 걸쭉한 입담이 정겨운 곳이기도 하다. 보양을 원한다면 차숙이와양대창 동쪽 사거리에서 한 블록 북쪽으로 올라가면 보이는 동이트는집의 추어탕을 추천한다. 추자도산 멜(멸치)젓, 어리굴젓 오이무침, 미역무침 등 정성 가득 담긴 정갈한 밑반찬에 8가지 이상의 야채쌈까지, 정갈한 반찬에 남도식 추어탕이 일부러 찾아가게 만드는 맛집이다. 거하게 그리고 럭셔리하게 먹고 싶다면 로얄쇼핑 4층에 있는 구스토에서 특별한 외식을 해보자. 한식, 중식, 일식, 양식과 후식까지 총 180여가지의 음식이 마련되어 있는 뷔페로 다양한 즉석요리가 맛을 더하고 그 맛이 예사롭지 않게 깔끔하여 선택에 후회 없는 뷔페레스토랑이다. 서민적인 맛도 질 수 없다. 혀끝 화닥거리는 불닭집도 몇군데 보인다. 겨울밤 별미에 술안주로 그만인 메뉴다.


맛집추천 / 차숙이와양대창 (064-745-5234) 차숙이, 양구이, 대창구이 청산에살자 (064-742-1371)) 흑돼지오겹살, 대패삼겹살 미복빈대떡 (064-746-2002) 빈대떡과 파전 동이트는집 (064-749-2309) 추어탕 라지마할 (064-749-4924) 인도음식점


 

 

숨겨진 제주 맛을 음미하라

“더호텔 사거리”

 

더호텔사거리지도

더호텔거리

❶ 철판에 볶아먹는 돼지불고기백반 – 미나리식당 ❷ 마농지와 메주콩을 넣어 맛깔스럽게 조려낸 객주리조림 ❸ 손끝이 정갈한 맛, 황태구이와 황태국 – 민재네황태 ❹ 제주에서조차 쉽게 맛보기 힘든 옥돔물회 – 엉덩물물회 ❺ 저렴하고 소박하게 그러나 싱싱함 그대로인 활어회

 

더호텔 뒷 블록에 제주맛집들이 숨어있다. 그동안 먹어왔던 조림과는 그 맛이 확연히 다른 객주리조림부터 제주의 여름나기 필수음식 물회, 그 물회가 이냉치냉(以冷治冷)으로 겨울별미이기도 하다. 돼지두루치기에 강원도 황태까지 제주적이면서도 또 그렇지 않은 그렇기에 골라먹을 수 있는 제주맛집 거리이다. 더호텔사거리 맛집은 신제주공원을 바로 앞에 두고 있는 미나리식당부터다. 미나리식당은 단일메뉴 돼지불고기백반뿐이다. 사람 수대로 주문하면 우묵한 철판에 양념한 고기를 가지런히 깔고 파를 수북하게 얹어 내온다. 타지 않도록 부지런히 구워 상추쌈에 싸먹으면 그 맛이 기가 막히다. 점심시간에는 정신없을 정도로 바쁘다. 미나리식당에서 좌측 중국집(연예인반점) 골목으로 들어서면 본격적으로 더호텔사거리 맛집거리다. 깔끔한 분위기의 민재네황태는 그다지 황태구이를 좋아하지 않는 나도 종종 가는 집이다. 주인장의 깔끔한 분위기가 정갈한 음식에 배어나온다. 담백한 맛이 인상적인 황태국의 뽀얀 국물과 알맞게 구워낸 황태구이에 강원도 산간의 눈 덮인 덕장이 떠오른다. 민재네황태에서 조금만 서쪽으로 가면 몇 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길식당과 좌측 코너 돌아서 있는 두루두루, 우측의 또올래, 세곳 모두 식사가 전문이라기보다는 횟감과 조림을 안주삼아 가벼이 술 한잔 걸칠만한 포차느낌이다. 스끼다시가 풍부한 회는 아니지만 저렴하게 싱싱한 회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서 제주사람들이 저녁 무렵 즐겨 찾는 골목이다. 서비스는 투박하다. 면박 안당하면 다행이다. 추천 메뉴는 객주리조림, 술 안 마셔고 조림만 먹으러 일부러 가는 이들도 많다. 가장 포장마차 같은 털털한 집, 또올래. 길식당도 분위기는 비슷하지만 객주리조림, 우럭조림과 횟감이 좋다. 두루두루는 객주리뿐만 아니라 각종 회를 비롯한 다양한 메뉴가 있고 곁들여 나오는 두툼한 계란말이가 맛나다. 두루두루가 맵고 간이 강한 편이다. 이쯤 되면 객주리가 뭐지? 라는 의문이 든다. 객주리는 쥐치를 부르는 제주어다. 수족관에서 헤엄치는 쥐치가 즐겨먹던 바로 그 쥐포가 맞다. 싱싱한 쥐치를 포를 떠 놓으면 입맛 예민한 미식가라도 복어회와 구분하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담백하고 쫄깃한 맛의 쥐치를 제주에서는 주로 조림으로 해먹었다. 껍질을 홀라당 벗겨서 냄비에 마농지(마늘 굵은 대를 간장에 절인 것), 볶은 메주콩과 함께 조림양념장을 넣어 졸여낸다. 달큰하면서 매콤하여 살 한점 남기지 않고 깨끗이 발라먹은 뒤에 그 국물에 밥을 비벼먹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또 한곳 제주적인 맛을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있다. 길식당, 또올래에서 북쪽(공항 방향)사거리에서 우측으로 꺾어지면 엉덩물물회집이 있다. 자리물회, 한치물회에 쉽게 보기 힘든 옥돔물회를 하는 곳이어서 희소성이 높다. 횟감은 일명 잡어, 가격도 착하고 푸짐하다. 회는 먹고 싶은데 주머니가 가볍다면 추천하고 싶은 집이다.


맛집추천 / 미나리식당 (064-744-3625) 돼지불고기백반 민재네황태 (064-745-8848) 황태요리 두루두루식당 (064-744-9711) 각종회 와 갈치·고등어조림, 객주리조림 엉덩물물회 (064-748-8885) 각종회와 자리물회, 한치물회, 옥돔물회


 

 

얄팍한 주머니를 고려하라

“삼성혈국수거리”

 

국수거리지도

지갑은 살짝 비우고 뱃속은 든든하게 채우고 싶다면 삼성혈국수거리를 주목하자. 삼성혈은 탐라개국의 삼신인이 솟아 난 세 개의 혈(穴)이 우거진 송림 사이에 자리한 곳으로 사색과 고요가 있는 숲 공원같은 느낌이다. 이 앞에 하나 둘 터를 잡은 국수집 6개가 쪼르르 삼성혈을 바라보고 있다. 제주사람들은 국수를 꽤 좋아한다. 그중에서 첫손을 꼽는 것은 배지근한 맛의 고기국수다. 그 맛의 비밀을 만나보자.

 

삼성혈거리

 

고기국수는 과연 어떤 음식일까. 면이라고 다 같은 면이 아니다. 돌아서면 금세 배고파지는 국수와 달리 든든한 국수요리. 소면이 아닌 중면을 사용하고 고기육수와 삶아낸 돼지고기 고명이 겨울철 한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 주당들이 해장음식으로 즐겨 찾는 음식이기도 하다. 돼지뼈를 우려낸 국물은 속을 풀어주고 고명으로 올라오는 고기는 안줏감, 국수는 식사대용이다. 고기국수의 비법이라면 돼지 특유의 냄새를 어떻게 없애는가이다. 삼성혈국수거리 국수집의 맛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사람들이 많이 찾는 몇 군데가 눈에 띈다. 첫집 만세국수와 그다음 삼대국수회관 그리고 끝집 자매국수다. 냄새 잡는 비법이 탁월하다는 이야기다. 공항에서 출발하여 국수거리에 이르면 가장 먼저 반기는 만세국수부터 들어가 본다. “만세국수 사장이 미쳤어요! 고기국수가 아직도 4,500원.” 국수값 동결집이다. 제주막걸리와 찹쌀순대도 제주맛의 느낌이 확 사는 음식이니 추가해도 좋을 듯하다. 만세국수 다음집인 삼대국수회관은 국수집 치고는 외관이 크고, 실내는 넓으며 메뉴종류도 다양한 편이다. 고기·비빔·멸치국수 등과 아강발, 돔베고기… 듣도 보도 못한 메뉴들이다. 아강발은 돼지족발 중에서도 발목부분을 가리켜 부르는 제주도 방언이다. 보기에는 볼품없어 보이지만 쫄깃쫄깃하게 씹히는 맛과 영양만점, 술안주로 특히 좋다. 재래시장, 국수전문점에서나 볼 수 있는 메뉴이다. 돔베고기는 제주 전통식 보쌈고기라고 하면 비슷하다. 돔베는 제주의 나무도마를 일컫는 말로 그 위에 고기를 올려놓았다고 해서 돔베고기라고 한다. 메뉴에 대한 궁금증은 이정도로 해소하고 국수집에 왔으니 국수를 먹어보기로 한다. 고기국수라 하는데 의외로 느끼하지 않다. 혹시라도 냄새가 거슬린다 싶으면 다대기를 뜸뿍 넣으면 신기하게 사라진다. 둘이라면 매콤한 비빔국수와 배지근한 고기국수를 함께 시켜 나눠먹는 것도 맛을 즐기는 비결이다. 제주여행 왔다가 돌아가면서 공항가기 직전 바쁜 와중에도 고기국수는 먹고 가야 한다며 이곳 삼성혈국수거리에서 그 원을 풀고 가는 이가 있는가 하면 고기국수의 느끼함이 입맛에 안 맞는다며 설레설레 고개를 흔드는 이도 있다. 제주사람들이 즐겨먹는 고기국수에 대한 다른 지역 사람들의 평가는 좋다 싫다가 명확히 갈림을 알 수 있다. 대규모의 삼대국수회관에서 나오면 장수국수, 국수마당, 신산국수가 있다. 마지막 집은 제주 3대국수의 하나로 불리는 자매국수다. 국수집답게 작은 규모인데 찾는 이는 워낙 많아 대기표를 받는 일이 빈번하다. 제주최고의 비빔국수 맛집으로 알려져 있다. 매콤·새콤·달콤한 부드러운 쫄면 맛이라고 할까. 바로 삶아낸 치자빛 중면과 고기고명, 그리고 잡냄새 없는 육수가 어우러진 고기국수도 좋다. 대기표 받아 기다려 먹는 집에는 특별한 매력이 숨겨져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맛집이다.


국수집추천 / 만세국수 (064-727-7056) 국수·국밥 전문점 삼대국수회관 (064-759-6644)) 고기국수, 멸치국수, 비빔국수, 아강발, 돔베고기 자매국수 (064-727-1112) 고기국수, 비빔국수 등


 

 

진짜배기 흑돼지 참맛을 즐겨라

“탑동흑돼지거리”

 

흑돼지거리지도

 

제주에 오면 제주산 흑돼지는 빼놓을 수 없는 맛이다. 하지만 실상 진짜배기 흑돼지고기를 파는 곳이 어디야? 할 때 탑동에 있는 흑돼지거리는 한순간에 고민이 해결되는 곳이다. 흑돼지 음식점이 예닐곱 집이 모여 있어 선택의 폭이 넓고 탑동광장과 해변이 가까워 맛깔스럽게 흑돼지구이를 즐긴 후에 산책을 즐기기에도 좋다.

 

흑돼지거리2

❶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흑돼지구이, 외국인도 즐겨찾는다 – 돔베돈

흑돼지거리

❷ 도마 위에 기름기 쏙 빠진 제주맛, 돔베고기 – 돔베돈 ❸ 두툼한 흑돼지오겹살 생구이를 노릇하게 구워 먹는 맛이란? – 탑부평삼겹살 ❹ 흑돼지집이라고 흑돼지만 있나? 차돌배기의 고소한 맛까지 ❺ 흑돼지생구이중 흑돼지목살, 두툼한 고기에서 육즙이 지글지글

 

제주사람들은 소고기보다 돼지고기를 훨씬 즐겨먹는다. 돼지고기 음식점이 한집 건너 있다 싶을 정도로 많이 보여 의아할 정도다. 요즘은 소고기 전문점도 꽤 생겨났지만 그 수는 돼지고기집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과거로부터 돼지고기는 제주인의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음식이었다. 각 가정마다 돼지를 키워왔고, 고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모여 돼지를 잡아서는 부위별로 나누어 가지는 ‘추렴’도 하였다. 잔치나 큰일이 있을 때 돼지를 몇 마리 잡았느냐 하는 것은 그 집안의 부(富)를 나타내는 척도이기도 했다. 돼지고기 특히 제주의 토종돼지는 털이 검어 ‘흑돼지’라고 하는데 들판에 자연방목을 하기 때문에 육질이 쫄깃쫄깃하고 영양이 풍부하다. 비계까지도 씹는 느낌이 좋을 뿐 아니라 흑돼지 생고기를 그대로 구워 소금장에 찍어 먹으면 그 맛이 담백하고 고소해서 씹을수록 구미가 당긴다. 제주산 돼지고기 맛의 비결은 비계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추운 지방의 돼지고기의 비계층이 두꺼운데 반해 제주는 계절에 따른 기온차가 그리 크지 않아서 그 층이 얇고 육질이 탄탄하고 맛이 있다. 고기의 퍽퍽한 맛이 비계의 부드럽고 담백한 맛과 조화를 이뤄 막상 먹어보면 비계가 어느 정도 있는 고기에 손이 더 가게 된다. 수많은 돼지고기 음식점들 중에 진짜배기 흑돼지고기를 파는 곳은 과연 어딜까. 제주사람들은 허름하든 아니든, 손님이 많던 적던 단골집을 주로 가는 편이라지만 여행자의 입장이라면 일일이 검색해서 찾기도 쉽지 않고 과연 믿을 수 있는 곳인가 하는 문제도 있다. 그래서 조성된 탑동의 흑돼지거리가 탁월한 선택이 된다. 오밀조밀 모여 있는 흑돼지전문점들은 간수로 입구에서 건입동까지 곳곳에 자리한다. 생구이, 양념구이, 등갈비에 돔베고기까지 제주산 흑돼지고기의 참맛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흑돼지거리 탐방은 흑돼지거리라고 간판이 걸려있는 건입동부터 시작한다.

좌측에 돔베돈, 우측에 탑부평삼겹살이 쌍벽을 이룬다. 돔베돈은 관광객들에게 이름이 꽤 알려진 곳이고 탑부평삼겹살은 원래부터 있었던 제주인들이 잘 가는 집이다. 돔베돈은 후식으로 냉면을, 탑부평은 후식으로 김치말이국수를 내놓으며 돔베돈은 식탁좌석이 많고, 탑부평은 방안의 좌식이 많은 구조다. 흑돼지고기를 맛볼 때 다른 지역과의 차이는 고기의 두께다. 생구이를 시키면 고기가 두툼하게 썰어서 나온다. 뭍의 얄팍하게 썰린 고기는 그 맛을 음미할 사이도 없이 바싹 오그라드는데 반해 제주에서는 고기육즙이 배어나올 정도로 두께감이 있어 적당히 구우면 씹는 맛이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하여 돼지고기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흑돼지집 어느 곳에서나 고기 육질만으로도 신선도와 맛에서 자신감 넘치는 포스가 느껴진다. 생구이는 제주산 멜젓에 찍어먹어야 제맛이다. 젓갈류 특유의 비릿한 맛이 고기와 잘 어우러진다. 지글지글 고기를 구울 때는 묵은지와 감자, 양파, 그리고 콩나물까지 함께 구워서 먹으면 푸짐한 철판구이가 한상 차려진 듯하다. 노릇노릇 구워진 고기 한점을 멜젓에 살짝 찍고 파절이무침과 함께 상추에 싸먹으면 그 맛이 끝내준다.

후식으로 나오는 면류로 입가심을 하고 밥을 볶아달라고 하자. 잊지 말고 고기 몇 점을 남겨서 잘게 썬 김치와 야채, 김가루와 볶아 먹으면 이미 배가 부르다고 해도 다시 숟가락을 들어 남김없이 먹게 된다. 탑부평은 12월에 2천포기 정도의 김치를 담아 그 묵은지를 오겹살과 함께 구워먹도록 내놓는다. 그 맛이 기가 막힐 수밖에. 두 집을 나오면 좌측에 화로향이 있다. 고기맛은 거리의 다른 집과 마찬가지로 탁월하다. 이집은 칼집 넣은 흑돼지와 서비스가 좋아서 꾸준히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물냉면이든 비빔냉면이든 1인당 한 가지 메뉴를 서비스로 제공하니 입맛대로 시켜 먹으면 된다. 이외에 돈이풍덩, 우일갈비, 황금들녘 등 흑돼지 맛은 이곳저곳을 헤매지 말고 바로 이 거리에서 종결지어도 충분하겠다.

흑돼지거리에서 북쪽(바다 방향)으로 계속 가면 중간에 길이 막힌 듯 하나 방향만 놓치지 않고 걸어 나가면 탑동광장과 바닷가가 금방이다. 바닷가에 만들어진 탑동광장은 단순한 광장이 아닌 영화, 야외공연장, 먹거리, 놀이시설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제주시민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곳이다. 해안을 따라 나무 데크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겨울바다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고 광장 한쪽에는 놀이광장이 마련되어 있어 요모조모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맛집추천 / 돔베돈 (064-753-0008) 돔베세트, 흑오겹살, 돔베고기 탑부평삼겹살 (064-721-7869) 흑돼지오겹살, 가브리살 등 화로향 (064-724-4050) 흑돼지생오겹, 흑돼지생목살 등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황정희

포토그래퍼 / 오진권

일러스트 / 오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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