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대비경

깊은 골짜기에 꽃이 피었다

백대비경2

 

깊은 골짜기에 꽃이 피었다

몸체를 지탱하는 뿌리는 갈수록 굵어지고

계곡 물이 흘러내린 골짜기처럼 골이 깊어진다.

나이가 들수록 고집스러워지는 자신이 보인다.

그나마 안개라는 친구가 자주 찾아와 벗해주니

고집만 남은 늙은이의 모습이 가려져 다행이다.

그 친구의 영향인지 나도 모르게 초록에 물들었다.

 

지난밤 비가 내렸고 바람이 세찼다.

이웃의 때죽나무가 들렀다.

영감탱이가 황소고집이라며 본체만체하다가도

지난밤 나린 비에 혹여 무슨 일 있을까 싶은지

휘휘 둘러보더니만 바람결에 잔뜩 꽃잎을 뿌리고 간다.

그의 영향인지 깊은 골짜기에 꽃이 피었다.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황정희

사진 /  황정희


제주여행매거진 <아이러브제주>에 실린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 받습니다. 사전 동의 없이 무단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다음의 HTML 태그와 속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 <strike> <strong>